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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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찾.사 “나이든 자녀와 더 나이든 부모와의 갈등” - 윤용인 작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09-09 11:40  | 조회 : 4481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6년 9월 9일(금요일)
□ 출연자 : 윤용인 작가





◇ 이익선 DJ(이하 이익선): 매주 금요일 이 시간, 사소한 것들인데 나한테는 너무 중요한 인생의 문제들,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는 아니더라도 어디 가서 물어보지 못한 나만의 고민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 노.찾.사, 노답을 찾는 사람들 시간입니다. 이 시간 함께 해주실 노찾사, 윤용인 작가님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윤용인 작가(이하 윤용인): 네, 안녕하세요.

◇ 이익선: 2주 만에 뵙습니다.

◆ 윤용인: 네, 제가 지난주에는 지방에 강연이 있어가지고 방송을 못했습니다.

◇ 이익선: 잘 지내셨어요?

◆ 윤용인: 네, 잘 지냈습니다. 잘 지냈는데, 저한테 작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어요. 우리 방송이 노답을 찾는 사람인데, 제가 뭔가 답이 좀 필요한 고민거리가 하나 있어서, 제가 딸이 대학생이고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인데, 지난주에 아들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제가 옆에서 들은 건데, 여자 친구를 집에 좀 데려오고 싶다. 그래서 예전에 딸이 고등학교 때 이성교제를 할 때는, 저는 기본적으로 연애를 많이 하라는 주위고, 엄마는 훨씬 더 보수적으로 딸이 남자친구 생겼다고 하니까 굉장히 예민해졌는데요. 아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럼 데리고 오라고 했어요. 아주 귀엽고 예쁜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와서, 아들하고 아들 여자 친구하고 같이 족발을 사다가 먹었는데요. 마음 한 쪽에서는 그런 마음도 있더라고요. 우리 아들이 워낙 성장통을 심하게 앓고 있으니, 좋은 여자 친구가 있어서 여자친구가 ‘난 네가 공부 잘하는 게 좋아.’ 이런 이야기도 좀 해주고, 그럼 얘가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요. 문제는 뭐냐면 저도 운동을 가야 하는 상황이고, 집사람도 운동이 예정되어 있어가지고, 둘이 같이 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아이들만 놔두고요. 그래서 제가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페이스북에 이 고민을 바로 올렸어요. 제가 이런 상황인데 ‘그냥 잘 놀다가라’고만 이야기하기에는 솔직히 속마음 같지 않고, 그렇다고 ‘거실에서 놀아라’ 이렇게 하기도 그렇고. ‘아들 알지?’ 이러기도 그렇고요. ‘아빠 금방온다?’이런 것들이 뭔가 앞서서 가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고민을 했는데, 그걸 물어봤더니 여러 답들이 왔어요, 그 중에 “내려놓으세요.” 어떤 여성분은 그렇게 이야기 했고, 어떤 분은 “지난주에 CCTV 달아 놨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라고 하던데, 그런데 이 이야기도 너무 웃긴 게, 아빠가 뭘 상상하고 있는 거냐? 이렇게 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떤 분은 “영화티켓 끊어줄까?” 이렇게 이야기를 하라고 하고요. 우리 PD님도 여기에 다셨는데요. “아버님은 그 당시에 어떻게 하셨나요? 아마 아들도 그대로 할 거예요.” 이렇게 달았고요. 어떤 분은 “지금 운동이 중요하냐?” 그리고 “만약 딸이었으면 어떻게 했을 거냐?” 이런 분도 있었고, 굉장히 많은 답이 있었습니다.

◇ 이익선: 진짜 이거 어렵네요.

◆ 윤용인: 이익선 씨는 어떻게 하셨을 것 같으세요? 저는 어떻게 했냐면, 결국 집사람이 운동을 캔슬했어요. 그래서 같이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 이익선: 제가 궁금한 건, 아드님이 부모님이 두 분 다 나가시게 될 걸 알고 있었습니까?

◆ 윤용인: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올 때는 몰랐죠.

◇ 이익선: 아, 그렇군요.

◆ 윤용인: 북유럽 같은 곳에서는 피임기구 같은 것을 미리 챙겨준다고 하는데, 우리 정서가 그런 건 아니잖아요.

◇ 이익선: 그건 너무 웃기잖아요.

◆ 윤용인: 그리고 뭐 “청소년답게 놀아라” 이런 이야기를 해도, 부모가 뭘 생각하고 있기에 이러나? 이렇게 넘겨짚는 것 같아서, 저야말로 사소한 고민 속에 헤맸던 한 주였습니다.

◇ 이익선: 윤 작가님이 바로 좋은 예를 주셨어요. 바로 이런 고민을 듣고, 청취자분들과 함께 머리 맞대고 답을 찾는 코너가 바로 이 노답을 찾는 사람들이거든요. 0213님, “어머 윤 작가님, 아들 여자 친구 첫 맞이로 족발을? 완전 가족적인 분위기인데요. 작가님께서도 답을 찾으셨어요?” 보내주셨는데, 결국 부인께서 안 나가시는 걸로. 그날 마무리는 잘 되신 거죠?

◆ 윤용인: 뭐 엄마가 나가질 않았으니까요. 훈훈하게. 아이들 눈치를 보면서.. (웃음)

◇ 이익선: (웃음)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한테 들어온 사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첫 사연은 모녀지간의 이야기인데요. 들어보세요.

“저는 80세이신 노모를 모시고 사는 5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제가 일을 하기 때문에 어머니가 예전부터 저희 아이들을 키워주시고 살림을 도맡아 해주셨죠. 딸은 나이 들어서 엄마하고 사는 게 아니라고 하더니, 정말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와 함께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저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는데, 엄마는 아직도 저의 모든 삶에 참견하십니다. 제가 어린 딸이라고 생각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게다가 우리 아이들을 모두 키워주셔서 그런지, 아이들에게도 당신이 엄마라고 생각하고 삶 속에 참견하시다보니 아이들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살림과 육아를 맡아주신 엄마께 차갑게 말씀드릴 수도 없고, 어느 정도 경계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건 사실 일하면서 친정엄마의 힘을 빌리는 모든 직장 맘들의 고민입니다.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 윤용인: 이 상황은 어머니가 80세 노모이신데, 50대 중반의 고민의뢰 하신 분을 여전히 아이처럼 보신다. 이렇게 되는 거고, 또 손주, 손녀에게 너무 개입해서 아이들이 할머니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난데, 이 이야기를 어떻게 직접적으로 전달해야 하나, 이런 고민인 거죠. 저는 처음에 이 사연을 들었을 때 제일 좋은 건 사실 80세 노모에게 육아에 대한 부담을 또 줘야 하나? 이게 제일 안타까웠고요. 그런 상황에서 이런 고민 상황이 굉장히 피치 못하게 발생할 것 같다.

◇ 이익선: 그런데 정황상 지금 80이시고, 따님이 50대 중반이고, 아이들이 커왔기 때문에 아마 십 수 년 전부터 신세를 져서, 아주 아기 때 할머니가 돌봐주셨고, 그 패턴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춘기가 되었는데도 개입을 하신다거나 이런 경우에는 곤란한 경우가 종종 생기죠.

◆ 윤용인: 육아법에 대해서는 노모의 육아법과 따님의 육아법, 엄마로서의 육아법이 완전히 다를 거 아니에요. 그런데 똑같은 방식으로 하니까 여기에 대한 딜레마가 클 것 같아요.

◇ 이익선: 네, 저 같은 경우도 딱 저희 어머니도 80세가 되셨거든요. 그런데 역시 어릴 때부터 돌봐주시면서 음식도 해주시고, 제가 많은 신세를 지고 사는데, 저를 진짜 애로 보세요. 다 큰 딸을.. 그러니까 불안하신 거예요. 그리고 손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통제하고 관찰하시죠. 그러면서 당신은 무료하니까 낮 시간에 TV를 계속 보시는데, 애들이 드라마 주인공이랑 주제가를 다 꾀고 있다니까요. 하도 옆에서 봐가지고. 그러니까 거기서는 좀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문제가 시어른을 뵈러 갈 때 아이들이 드라마 이야기를 하니까. “애들이 공부는 안 하냐?” 이렇게 되시는 거죠.

◆ 윤용인: 유치원 때 할머님이 키우신 아이들은 말투가 할머니 말투로 된다고 하잖아요?

◇ 이익선: 용어가 그렇죠.

◆ 윤용인: 저는 여기서 문득 80세이신 노모의 입장과 50대 중반의 여성분 입장에서 따로 따로 생각을 해보자, 이런 제안을 한 번 드리고 싶어요. 80세이신 노모는 왜 이렇게 참견을 하시고, 어떤 마음일까요?

◇ 이익선: 내 딸이 안 힘들어야 한다. 할머님들이 손주, 손주 이야기하시지만 사실 본인 자식 생각을 먼저 하세요. 내 딸이 안 힘들었으면 좋겠고, 뭘 해도 미덥지 않죠. ‘아이고, 제가 뭘 할 줄 알아. 역시 내가 개입해야죠.’ 이렇게 생각하시죠.

◆ 윤용인: 너무 자연스러운 마음이네요. 또 내가 이렇게 너무 과한 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스스로 하실까요?

◇ 이익선: 그런 생각은 잘 안 하실 것 같아요.

◆ 윤용인: 그럼 내 방식이 무조건 옳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 이익선: 요새 것들이 뭐 이것저것 하네, 많이 아는 척 해도 다 소용 없어. 내 손이 가야 돼. 이렇게 생각하시죠.

◆ 윤용인: 그런데 만약에 50대이신 이 딸이 ‘엄마, 지금 너무 과해. 그리고 엄마 방식이 옳지 않아.’ 이렇게 이야기를 할 때 80세이신 노모는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요? 상처를 받거나, 나는 더 이상 널 위해 뭐 안 해, 이렇게 말하시거나..

◇ 이익선: 이제 내가 늙고 힘없어지니까 네가 나를 그렇게 대하냐? 이렇게 서운해 하시겠죠.

◆ 윤용인: 50대 여성분의 입장에서는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 게 있을 것 같은데, 같은 상황이라고 하셨으니까, 가장 큰 스트레스가 어떤 거였어요?

◇ 이익선: 시쳇말로 말발이 안서는 거죠. 엄마로서도 그렇고, 어른인데 제 이야기는 영향력이 없어요. 어머니가 꾹 누르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이 있죠.

◆ 윤용인: 그런데 직접적으로 이 문제의 스트레스를 이야기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실 텐데, 안 하시는 건 여전히 서운하실까봐 그러시는 거예요?

◇ 이익선: 아니요. 이야기를 하죠. ‘엄마, 저도 나이 먹었잖아요. 그리고 엄마 힘드시니까 이건 안 하셔도 돼요. 이건 제가 할 거고. 애들은 이렇게 두시죠.’ 이렇게 은근슬쩍 목소리 깔고 제안하죠.

◆ 윤용인: 제가 볼 때, 만약 여기에 대한 처방전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방금 말씀하셨던 방식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인 것 같아요. 너무 직접적으로 말씀하시면 당연히 서운하실 거고, 선의에 의해서, 딸에 대한 생각 때문에 엄마 입장에서는 더 많이 개입하고 하는 건데, 그래도 한 번씩은 제어가 필요한 상황인데, 그 제어 자체를 이렇게 돌려서, ‘엄마, 이제 나도 나이가 몇이고. 엄마 생각해서, 이렇게 에너지 쓰는 거, 엄마 건강상으로도 좋지 않으니까 어느 정도는 맡겨 두시고 놔두세요.’ 이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 이익선: 이렇게 진지하게 말씀을 드릴 기회가 있어야 되겠죠. 아무래도.

◆ 윤용인: 그게 가족입니다. 사실. 이야기도 진지하게 하고, 약간의 서운함도 서로의 애정으로 극복되고 하는 거죠. 오히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묵혀두는 건 가족이 아닌 것 같아요. 타인끼리는 ‘내가 뭐 안 보면 되지’ 이럴 수도 있지만, 계속 봐야 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이야기를 안 할 수 있겠어요. 이분이 결국 살림과 육아를 맞아주는 엄마에게 차갑게 말씀드릴 수도 없고, 결국에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상황인데, 지금은 차갑다, 따뜻하다, 이런 거 생각하지 마시고, 속에 있는 이야기를 그냥 하시고, 푸는 방법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푸시고, 서운함 달래주시고, 이런 게 우리 인생이고 과정이니까 그렇게 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익선: 말씀 중에 되게 좋았던 게, 가족이니까 그렇게 해야지, 어떻게 합니까? 이런 말씀 들으니까, 맞아, 그러면 되지, 이런 생각이 드네요. 4510님 “저는 우리 딸 아이들 10년 넘게 키웠어요. 그러다보니 딸하고 갈등도 생기고,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나 싶다 해서 10년만 키워주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딸과는 사이가 더 좋아지더라고요.” 그렇군요. 0010님, “할머니가 양육한다고 해도 손자들의 엄마는 본인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해야 합니다. 아이들도 헷갈려요.” 5788님, “친정엄마도 계속해서 육아까지 하다 보니 엄마와 할머니의 경계를 모르시는 것 같아요. 요즘은 정부에서 할머니 교육을 해주는 곳도 있으니까 그런 곳에서 교육을 받으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두 번째 사연으로 가겠습니다.

“아버지 연세가 올해 85세 되셨고, 저는 60줄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제게 어려운 존재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유독 엄한 아버지 밑에서 저는 상처입은 채로 자랐고, 그 상처는 지금의 제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절대 엄한 아버지가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아들에게 똑같이 엄하고 체벌을 자주 하는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인생을 산 건 제 선택이었으면서도 지금까지도 제 마음 속에 아버지 탓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버지가 직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 3개월 선고를 받으신 상황. 이제 아버지를 용서하고 보내드릴 준비를 해야 하는데, 묵힌 감정이 너무 깊어 용기가 안 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이 사연을 읽어드리려는 찰나에 문자가 하나 왔는데, 너무 비슷해서 이것까지 소개하겠습니다. 4066님, “저 어릴 때 많이 맞고 자랐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 번 맞으면 3시간 동안 맞은 적도 있고요.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누가 혼내고 때리든지 아무도 저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무섭고 서러웠습니다. 초1때부터 6학년 때까지 맞는 게 무서워, 부모님 퇴근하시면 7시에 바로 잤습니다. 다 커서도 트라우마 때문인지, 집에 있으면 숨 막히고 답답해 출가해서 집에 안 들어간 지 5년째입니다. 그런데 웃긴 게, 그래도 가족이라고 추석이 다가오니까 마음도 쓸쓸하고 힘들어요. 이번 추석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유사한 사연인데, 문자 사연이 조금 더 심각한 사연인 것 같아요.

◆ 윤용인: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지금 중년 남성들은 다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조금 더 많은 비중이 애 보다는 증 쪽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우리들의 아버지가 굉장히 어려운 시절에, 훨씬 더 가부장적이었고, 문자 사연의 주인공처럼 그렇게 많이들 때리셨어요. 특히 아들들이 많이 맞고 자랐죠. 그렇게 자라면서 일부는 ‘나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이런 각오를 실천하시는 분도 있고, 오히려 스스로 맞았던 것이 학습되면서 자기 아이들에게 또 이러는 경우도 있죠. 그러면서 자기 아이들에게 그러지 않은 부모든, 그러는 부모든 상관없이, 자기의 이런 모습이 아버지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거든요. 저는 이 상황 자체가 많이 와 닿고요. 이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고 보는데요. 저는 아버지와의 애와 증 속에서 증 쪽이 훨씬 더 강한 쪽이었어요. 그래서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제가 30대 초반이었는데, 스스로가 당황스러운 게 눈물이 나지 않는 거예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를 보내드리는데 눈물이 나지 않는 저 자신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아버지를 스스로 용서하고, 아버지와 마음을 풀었던 건 오히려 마흔이 넘어서였어요. 제가 이번에 아버지에 대한 책을 쓰고, 첫 책을 들고 아버지 무덤에 가서 절을 하고 그 책을 놔드리고 왔는데, 제가 그걸 풀었던 것이 내 아버지라는 대상으로 아버지를 본 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아버지를 봤을 때, 그때 이분도 얼마나 외롭고, 뭔가 성취하고 싶은데 되지 않고, 좌절했고, 한 인간으로서 참 많이 쓸쓸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역시 중년의 길로 가면서 중년의 외로움에 봉착하니까요. 저에게 아버지라고 하는 대상으로서의 아버지를 내려놓고, 그냥 한 인간으로 보니까, 내가 가진 증이 애 쪽으로 더 가고, 더 많이 아버지가 그립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 이익선: 일단 3개월 선고를 받으신 상황이기 때문에 기회가 얼마 없거든요. 용기를 내셔야 되겠죠.

◆ 윤용인: 지금 저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버지를 용서했다고 해도 뭐 제가 아버지 손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뭘 하겠습니까? 무덤가에 가서 혼자서 독백하고 오는 게 전부 다인데, 지금은 아버지가 살아 계시잖아요. 아버지 손을 더 많이 잡아드리고, 발도 주물러 드리고, 여행도 같이 가드리고, 아버지에게 여전히 서운했던 감정은 많이 내려놓고, 그냥 아버지에게 좀 더 잘 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게 결국 나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내 마음 속에 한으로 남지 않는, 이게 자기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게 아니고요.

◇ 이익선: 일거양득이겠죠. 지금 문자 주신 분도 5년 째 댁에 안 들어가셨다니까, 올 추석에 어떻게 해야 할지, 하고 질문 하신 것은 올 추석에 집에 가고 싶다는 그 생각을 응원 받고 싶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응원해드리겠습니다.

◆ 윤용인: 그럼요. 앞서 첫 번째 사연에서도 그런 말씀 드렸는데요. 가셔서 같이 부대끼면서, 여전히 울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여전히 같이 해결했으면 좋겠다. 추석이 그런 거잖아요. 늘 좋으라고, 쎄쎄쎄 하는 건 아니니까요.

◇ 이익선: 네, 오늘 두 가지 명언이 나왔습니다. 가족이 그런 거잖아요. 추석이 그런 거잖아요.

◆ 윤용인: 그렇죠. 가족은 소파 같은 겁니다. 소파가 폭신한 자리도 주기도 하고, 딱딱한 자리도 주기도 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 이익선: 알겠습니다. 이렇게 답을 드린 것으로 마무리 해야죠. 오늘도 윤용인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윤용인: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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