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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생생인터뷰]"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유통구조 바꾸기 전에는 '정례화' 쉽지 않을 것!"-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10-08 18:46  | 조회 : 7365 
[생생인터뷰]"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유통구조 바꾸기 전에는 '정례화' 쉽지 않을 것!"-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7:00)
■ 진행 : 김윤경 기자
■ 대담 :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김윤경>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여러모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일부터였죠.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정부가 나섰습니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시작했는데. 두 주간 한다고 하니까 딱 절반까지 온 시점입니다. 참여가 좀 저조하다. 그리고 할인 혜택도 적다. 여기에 또 이게 정부가 추가 할인을 해야 된다고 독려하니까 무리한 처방이 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소비 회복세가 이것을 통해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글쎄요. 찬성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많습니다. 이 첫 행사를 통해서 나온 문제점은 무엇이고요, 또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들여다보겠습니다. 서울대 경영학부의 김수욱 교수님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이하 김수욱)> 네. 안녕하세요.

◇김윤경> 정부가 나서서 내수를 진작하겠다고 했던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죠.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딱 절반이 됐는데요. 교수님 어떻게 보셨나요?

◆김수욱> 예.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하는 것은 사실 단기간에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요. 우선 아시다시피 인터넷, 여론 등을 살펴보면 SNS 상에서는 코리안 블랙 프라이데이와 관련해서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선 단기간인 1주일, 혹은 2주일 안에 모든 소비가 살아났다. 이렇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소비가 살아날 조짐이 있느냐. 그런 소비를 살릴만한 반환점으로서의 역할을 했느냐. 이에 대한 것은 사후분석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단기간의 데이터만 보고는 판단하기가 어렵고.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이후의 추세를 살펴서 판단해야 할 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윤경> 네. 저도 그렇고 교수님도 그렇고 소비자잖아요. 혹시 이 기간 동안 지갑을 더 여셨거나 여실 계획은 있으신가요?

◆김수욱> 일단 저는 그럴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소비자들의 지갑을 더 열도록 하려면 물론 좀 더 보완해야 될 부분이 더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김윤경> 그런데 백화점들 정기 세일하고 기간이 일단 겹쳐있고요. 조금 더 일찍 시작했을 뿐이라는 얘기가 있고. 또 할인되는 품목 수가 알고 보면 적은 편이니까 실망감도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가장 큰 것은 정부가 이렇게 하라고 하는 것이 맞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어떻게 보시나요?

◆김수욱>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맞느냐, 맞지 않느냐는 것에 대한 논란은요. 예로부터 자주 있어왔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도 아직 경제학자들이나 경영학자들 사이에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정부가 실패할 경우 시장경제에 맡기고, 시장경제가 실패할 경우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봤을 때 현재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의 내수 시장이 정체기가 길어서 시장 자체의 재생력 등이 많이 손상된 상태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정부가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적절하다. 이렇게 보입니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과연 블랙 프라이데이의 시발점으로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이에 대한 사후분석이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고요. 그 분석 결과 정부의 개입이 그렇게 큰 효과가 없다고 하면 시장 경제에 맡기는, 그런 방안에 대해서도 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김윤경> 결과에 대해서는 사후분석을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그 의도에 대해서는 진정성은 있었다고 보시는 건가요?

◆김수욱> 아무래도 이게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자체의 자생력 등에 맡겨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초기 단계에서의 셋업의 역할은 정부가 해주는 것이 바람직스럽지 않느냐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김윤경> 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하고 우리가 지금 굉장히 급하게 한 것 같은 코리아 그랜드 세일, 블랙 프라이데이는 조금 구조가 다르지 않나요?

◆김수욱> 네. 그렇습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우리의 코리아 그랜드 세일, 또는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가 바로 유통 구조의 차이인데요. 미국과 같은 경우에는 할인율이 높은 이유를 유통 구조에서 살펴보면. 예를 들어서 A라는 제품의 재고를 B라는 사람에게 팔기 위해 드는 유통비를 세일을 해주게 되면 B라는 사람이 멀리서도 A라는 제품의 재고를 사기 위해서 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돼있는 구조인데요. 다시 말씀드려서 그렇게 되려면 미국의 유통업체가 유통비를 세일해줄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는 그게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경우에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물건을 직접 매입해서, 그것을 소비자들에게 유통비를 할인해주면서 제공해줄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그런 구조거든요. 이런 것을 직매입 구조라고 얘기를 하는데요. 거기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매입을 하는 직매입 구조라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제조업체가 판매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주고 일종의 임대료나 수수료를 받는 구조입니다. 이것을 특약 매입 구조라고 하는데. 그러한 특약 매입 구조 하에서는 유통업체가 유통비를 할인해줄 수 있는 권한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제조업체에게 유통비를 할인해주라고 요구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의 요구를 100%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런 유통업 구조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윤경> 그렇지 않아도 예전에 백화점들이 임대 장사만 하고 있다. 너무 심하다는 얘기들도 많았었고요. 이렇게 되면 제조업체들이 단가를 낮춰서 공급하지 않는 한은 유통업체들이 마진을 막 줄여가면서 세일을 하겠느냐는 의문이 드는 게 바로 지금 설명하신 그런 구조 때문인 것 같아요.

◆김수욱> 네. 맞습니다.

◇김윤경> 그래서 이게 바뀌려면 유통 구조가 바뀌어야 하는데, 정부는 이게 좀 효과가 있는 것 같으니까 정례화 하겠다고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되는 걸까요?

◆김수욱> 만약에 그렇게 정례화를 하려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몇 가지 포인트는 좀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올해 같은 경우는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추진하는 데에 있어서 제조업체보다는 유통업체가 위주가 된 그런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말씀드린 것과 같이 이런 소위 특약 매입 구조 방식에서는 유통업체가 유통비를 할인해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이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제조업체의 참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 같고요. 중장기적으로는 유통 구조도 특약 매입 구조보다는 미국과 같은 직매입 방식을 좀 더 도입하는 비율을 높여서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그런 방법을 좀 더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서 한 가지 더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는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제품들이 꽤 있습니다. 홍삼이나 화장품이나 전자제품처럼 차별화된 제품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제품의 할인 폭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한다면 외국의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외국의 관광객들을 통해서 블랙 프라이데이를 좀 더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윤경> 그런데 유통 구조 개선이라는 게 사실은 굉장히 오랫동안 관행이 돼있었기 때문예요.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김수욱>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이를 위해서는 사실은 소비자들의 의견도 들어야 되고. 또 유통업체나 제조업체가 같이 참여해서 블랙 프라이데이에 아까 제가 사후 분석 말씀드렸는데. 블랙 프라이데이 올해의 성과가 어땠는지, 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고 대책 방안을 강구해가는 노력이 필요하고요. 이를 위한 위원회 구성, 또는 협의체 구성. 이런 것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윤경> 그렇겠죠. 그리고 이제 물건이 많고 제조업체로부터 많이 받아서 팔 수 있는, 재고 떨이를 한다고 하더라도 괜찮은 재고가 많이 들어오는 것은 백화점 쪽이잖아요. 대형마트나. 골목 상권이나 재래시장 보면 대대적으로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한다고 하지만. 그 혜택을 별로 못 받고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수욱> 저도 그 문제는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아시다시피 소상공인의 대다수는 프랜차이즈의 경우에는 본사의 정책을 따라갈 것이고요. 그리고 일반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이에 참여하느냐, 참여하지 않느냐. 여기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해야 될 그런 문제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소상공인이 위주가 되는 재래시장에서 유통이 되고 있는 온누리 상품권과 같은 것들의 활성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소상공인이 이런 온누리 상품권을 좀 할인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주고, 그 할인된 만큼을 정부가 보조금의 형태로 지원해주는. 그런 정책을 우리가 생각을 해본다고 한다면.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양의 온누리 상품권과 같은 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모티베이션이 생길 수 있을 것이고요.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서도 그런 온누리 상품권을 활용하겠다고 하는 니즈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소상공인이 이런 블랙 프라이데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금이나마 마련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김윤경> 그러면 소비자가 싸게 사는 폭만큼은 정부 주머니에서 나가는 게 되잖아요? 그렇게라도 해야 될 것 같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김수욱> 네. 어느 정도 이게 블랙 프라이데이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활성화될 때까지는 바로 그런 게 정부가 개입해야 될 효과다. 이렇게 얘기를 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윤경> 네. 잘 들어봤습니다. 사후분석 되면 저희가 또 말씀 여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수욱> 네. 감사합니다.

◇김윤경> 서울대 경영학부의 김수욱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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