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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돌 한글날! 쉽고 편한 우리말 가꾸기!"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10-06 10:41  | 조회 : 5397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569돌 한글날! 쉽고 편한 우리말 가꾸기!"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앵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한민국 국어정책의 총사령탑을 맡고 계신 분이죠. 국립국어원 송철의 원장, 스튜디오로 직접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이하 송철의):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이번 주 금요일이 한글날인데요. 569돌입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송철의:
네, 그렇습니다. 올해는 특히 광복 70주년이 된 해이기도 해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앵커:
저도 아나운서를 하면서 한글이 저도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어문규정이나 문법들을 공부하면 쉽지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글날, 공휴일이 되었다가 기념일이 되었다고 다시 공유일로 재 지정되고, 이런 과정들이 있었죠?

송철의:
네, 그렇습니다.

앵커:
아마 저 말고도 궁금해 하실 것 중에 하나가 왜 10월 9일이 한글날이냐? 예전에 가갸날이라고 있었잖아요? 이게 시초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10월 9일이 한글날인가요?

송철의:
한글날은 한글, 즉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한글이 반포된 날은 1446년 음력 9월 9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날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 10월 9일입니다. 그래서 이 날을 한글날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우리나라 국어정책의 사령탑을 맡고 계신데요. 취임하신지 아직 반년이 안 되셨죠?

송철의:
네, 그렇습니다. 4개월 조금 넘었습니다.

앵커:
해보시니까 어떠신가요?

송철의:
좀 어렵습니다.

앵커:
할 일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취임하시면서 특히 쉽고 편한 우리말 가꾸기를 임기 동안의 가장 큰 목표로 삼겠다는 포부를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우리말을 쉽게 편하게 가꿀 수 있는 건가요?

송철의:
두 가지 정도를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요. 첫째는 어문규정 중에서 언어 변화로 인해서 언어현실과 괴리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또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말이지만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단어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 중에서 표준어로 인정될 것들은 표준어로 받아들이겠다는 겁니다. 즉 어문규정과 표준어를 현실화하겠다는 것이고요. 둘째는 국민과 함께 완성하게 될 개방형 국어지식 대사전을 편찬해서 우리말 어휘를 총체적으로 정리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네, 사실 네티즌들이나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용어들 있잖아요? ‘쩐다’, ‘썸’, ‘핵짜증’, 이런 이야기들 들어보시면 어떠세요?

송철의:
그 중에서 어떤 것들은 어느 정도 새롭게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는 것들도 있고, 어떤 것들은 우리말로 적합하지 않다, 이렇게 생각되는 말들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죠. 그리고 일본식 한자어가 심하게 섞여 있다든지, 이런 부분은 걸러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런데 표준어는 누가 선정하는지, 이것도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송철의:
네, 우리 어문 규정 중에 표준어 규정이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게 표준어의 기준이 되는 것이고요. 우리가 언어사용 실태를 조사하다보면 표준어로 새롭게 인정될만한 단어들이 나타납니다. 그런 단어들인 나타나면 국립국어원이 해당부서에서 연구검토를 한 다음에, 국립국어원 내에 국어규범정비위원회라는 것이 있습니다. 거기서 1차적으로 심의를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통과가 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위원회인 국어심의회라는 것이 있는데, 그 심의회에 상정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국립국어원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서 결정한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네, 이런 식으로 표준어 선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또 언중의 생활과 괴리된 측면들, 예를 들어서 ‘예쁘다’가 표준어인데 ‘이쁘다’가 많이 쓰는 표현이니까 표준어로 바꿔보겠다, 또 최근에 ‘너무’도 부정적인 의미만 강조되고 긍정적인 의미도 같이 쓰이는 걸로 바뀌었잖아요? 이런 식으로 바꿔나가겠다는 측면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송철의:
네, 그렇습니다. 표준어가 아닌 어떤 말이 실제로 널리 쓰이고 있고, 그것을 또 표준어로 받아들인 것이 국어의 전통성이나 합리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그런 말을 적극적으로 표준어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네, 말씀해주신 쉽고 편한 우리말 가꾸기를 위해서,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보이는 것이 바로 개방형 한국어지식대사전 같습니다. 이걸 좀 소개해주시죠.

송철의:
개방형 한국어지식대사전이라는 것은 사전의 내용을 수정 보완하는 데에 국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사전이라는 뜻입니다. 이 사전은 인터넷 사전인데, 국립국어원에서 일단 편찬해서 개방하게 되면, 국민들이 이용하는 과정에서 사전의 잘못된 부분이라든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국립국어원은 그런 제시된 의견을 모아서 검토한 다음에 타당한 의견은 수시로 사전에 반영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사전은 국민들과 함께 완성해나가는 사전이면서, 국민들의 국어 지식을 종합하는 사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네, 그러니까 위키 백과사전처럼 국민이 참여해서 서로 지식을 모아가는 재미있는 작업인 것 같은데요.

송철의:
네, 비슷한 사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국립국어원에서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건가요?

송철의:
네, 그렇습니다.

앵커:
보니까 실생활용어부터 전문용어, 방언까지, 다양한 우리의 언어생활을 담고자 하는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도 신어들, 예를 들어 ‘뇌섹남’, ‘앵그리맘’, 이런 것들도 전부 사람들이 신청하면 사전에 등재되는 건가요?

송철의:
전부 다 실리는 것은 아니고요. 이용자들이 의견을 내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심의를 거쳐서 실리게 되는데요. 표준 국어대사전보다는 훨씬 넓은 범위로 실리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인격을 모독하는 어휘라든지, 정치적이나 종교적인 중립성을 위배하는 단어라든지, 지나친 비속어라든지, 이런 것까지 실리지는 않고요. 그런 것이 아닌 것이라면 어떤 것이나 실릴 수 있습니다.

앵커:
이건 그냥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접속하면 되는 건가요?

송철의:
네, 그렇습니다. 지금 현재 마지막 교정 작업을 하고 있고, 내년 10월에 개통할 예정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국립국어원에서 우리 언어생활에서 이런 건 좀 바뀌어야 하지 않나, 예를 들어서 스펙이나 벤치마킹은 ‘공인자격’, ‘본 따르기’ 이런 식으로 순화하려는 노력들이 많이 있잖아요. 아나운서들도 이런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이런 단어들이 어색하다, 못쓰겠다,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송철의:
저희국립국어원에서 말 다듬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국민들이 잘 받아들여주셔서 일반화 된 것도 있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뭔가 어색하고, 의미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외면당한 것도 있습니다. 저희는 나름대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정성껏 말 다듬기를 했습니다만, 역시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의미 전달력이라든가, 조어법상의 자연성이라든가, 간결성, 어감, 이런 것들을 잘 연구해서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 다듬기를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국민들의 여러 입장 중에 하나가, 계도하듯 접근하는 게 아니냐? 뭔가 교정하고, 틀린 것을 바로 세우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아름다운 우리말을 널리 알리는 쪽으로,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쪽으로 홍보하는 것은 어떠하냐는 의견도 있거든요.

송철의:
네, 아주 좋은 의견입니다. 저희도 그런 의견들을 적극 반영해야 하겠고요.

앵커:
사투리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잖아요. 우리의 언어문화유산 중에 하나인데 너무 표준어만 강조하는 것 아니냐? 이런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송철의:
네, 그런데 표준어하고 방언하고 둘 다 중요한 존재인데요. 지금까지는 물론 표준어만 강조가 되어왔습니다만 방언도 중요하긴 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방언을 모두 다 표준어로 받아들일 수는 없고요. 모든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방언 중에서 표준어가 되는 것도 있고 그렇습니다.

앵커:
네, 한국어지식대사전에 방언들도 실린다고 하니, 그런 점이 폭넓게 반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철의:
네, 거기에는 방언도 많이 실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리고 과도한 사물존대 같은 것 있잖아요. ‘커피 나오셨습니다’, ‘찾으시는 물건이 없으십니다’ 이런 표현들은 우리가 교정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송철의:
네, 잘 아시는 것처럼 지금 말씀하신 문장들은 ‘커피가 나왔습니다’, ‘찾으시는 물건이 없습니다’ 이게 옳은 표현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불필요하게 ‘시’를 넣어서 하는 말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런 말들은 서비스업이나 판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고객을 존대하려는 의도 때문에 나타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옳지 않은 표현인 줄 알면서도 ‘시’를 빼면 고객들이 불친절하다고 오해를 할 것 같아서 ‘시’를 그냥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는 문법을 어겨가면서 상대방을 존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인식을 다 같이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앵커:
그리고 청소년들, 자신들을 과시하기 위해서, 뭔가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말을 줄이거나 신조어를 많이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청소년들의 언어 습관을 보면 사실 어른들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게 사실이잖아요? 어떠세요?

송철의:
그런데 청소년들도 그들 나름대로 집단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청소년 문화의 한 양상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면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긍정적인 측면으로 일단 보고요. 그렇지만 이런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들도 올바른 언어표현을 사용하고 익힐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하고, 계도해야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사실 어른들이 먼저 바른 표현을 쓴다면 청소년들도 보고 배우지 않을까 싶네요.

송철의:
그렇습니다.

앵커:
세계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2013년 기준으로 8천 만 명이라고 합니다. 세계 13위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요즘 방송을 보더라도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굉장히 잘 구사하는 걸 보면 깜짝 놀라면서도 뿌듯함을 느끼곤 하는데, 어떠세요?

송철의:
네, 저도 그렇습니다.

앵커:
끝으로 우리나라 국어정책, 그리고 국립국어원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계획이신지 듣고 싶습니다.

송철의:
우선 국민들이 편안한 언어생활, 품위 있는 언어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국어정책을 수립하고, 우리말을 가꾸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어가 세계어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국립국어원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앵커:
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립국어원 송철의 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송철의: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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