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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평소 세일 수준과 별 반 다르지 않아" -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10-05 10:33  | 조회 : 4219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평소 세일 수준과 별 반 다르지 않아" -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앵커:
메르스 여파로 침체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오늘로 시행 5일째를 맞았는데요. 과연 소비자를 사로잡을 만한 성과가 있었는지, 또 앞으로 남은 기간, 블랙프라이데이를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지,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공동대표, 전화로 연결해 알아보죠.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이하 조윤미):
네, 안녕하세요.

앵커:
지난주 목요일에 시작되었죠?

조윤미:
네,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음 주까지 이어지겠죠.

앵커:
전국 각지에서 2만 6천여 개 점포가 참여하고요. 200여개의 점포가 참여한다고 나와 있던데, 우리 대표님께서도 이번 행사, 좀 참여해보셨습니까?

조윤미:
네, 저도 백화점 한 곳하고 마트 몇 곳에 다녀봤는데요. 재래시장이나 편의점은 거의 변화가 없는 것 같고요. 기존에 했던 원 플러스 원 행사 정도 하는 것 같고요. 백화점 몇몇 곳은 특수를 누리거나, 소비자들일 많이 찾으면서 북적대는 세일 분위기가 좀 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서 제가 직접 봤더니, 기존에 이 시점정도 되면 가을 정기 세일을 하지 않습니까? 그 정기세일과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고요. 그리고 사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경우는 11월 말에 추수감사절 끝나고, 그 다음날 금요일부터 해서 연말까지 이어지는 연말 세일 기간이에요. 그래서 이 기간 동안 제조업체들도 1년 동안 만들어 논 제품들을 대거 제고정리하면서, 아주 파격적인 할인을 하고, 유통업체 같은 경우도 연말을 정리하면서 세일을 준비하는 느낌이 있는데요. 우리는 추석 지나고 지금 10월 아닙니까? 그래서 규모도 굉장히 작고,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말을 붙일 정도는 아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커:
대표님께서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미국 제품을 주문해서 구입해보시기도 하셨나요?

조윤미:
한국에서 주문한 건 아니고요. 미국에 있을 때 블랙프라이데이 전날 방문했는데, 그 판매원이 저에게 내일부터 블랙프라이데이니까 내일 사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날 가서 봤더니, 어제 제가 본 제품이 정확하게 70% 깎인 가격으로 똑같이 진열되어 있더라고요. 우리는 보통 세일한다고 하면 원래 진열되어 있던 제품들은 사라지고, 할인을 위해 기획된 상품들, 또는 별도의 매대에 물건 쌓아놓고 판매하고, 이런 모습을 떠올리는데, 기존에 판매되던 제품들이 아주 파격적인 가격으로 나오는 행사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거죠.

앵커:
지금 시즌으로 봐도 그렇고, 행사의 성격 자체가 가을 정기세일과 비슷한 측면이 있고,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는 약간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조윤미:
그렇습니다.

앵커:
어쨌든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주요 백화점의 매출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0% 늘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번 행사가 경기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던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까?

조윤미:
지금 기간이 중국의 국경절이 껴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사실 중국 관광객들에게는 특수가 될 수 있겠죠. 그 소비가 늘어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실제로 수익에 영향이 있는 곳은 백화점이나 면세점, 이런 곳들이 매출이 오르고 있는 것인데요. 국내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지갑을 열었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크게 다른 게 없고, 기존의 정기 세일에 비해서 특별이 나온 게 없다는 지적이 있으니까, 업체들이 후속적인 조치들을 하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제품들을 많이 내놓으려고 노력도 하고요. 그러면서 조금 좋아지긴 했는데, 기본적으로 지금 경기가 침체되는 것은 국제 경제의 영향도 있고, 가계 수입 자체의 감소, 부채문제나 이런 것이 심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소비자 심리 위축을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게 단순한 이벤트 성 할인행사를 가지고 급속히 회복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되고요. 그러나 우리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워낙 국내 소비가 침체되어있었고, 외국인 관광객도 국내에 거의 못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들이 지금 시기에 맞물려서 매출 증가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이루어지는, 영국의 박싱데이도 마찬가지이고요. 아주 잘 조직된 전통적인 할인행사거든요. 1년 내내 준비하고요. 우리도 올해 잠깐 하고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할 게 아니라, 내년에도 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짧은 기간의 간단한 이벤트라는 게 경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냐? 물론 안 하는 것 보다는 낫겠다는 판단에 정부에서 추진했겠지만, 조금 더 멀리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미국 같은 경우 40~70%까지 할인된다고 하잖아요. 한국의 경우 직접 가서 보시니까 그 정도는 아니던가요?

조윤미:
몇몇 제품은 우리도 70% 정도의 할인가격을 붙여놓은 제품이 있는데요. 사실 이런 가격들은 평상시에도 온라인 쇼핑몰이라든가, 우리는 1년에 100일 이상 된다고 할 정도로 할인행사가 굉장히 많은 나라 아닙니까? 그 기간 동안에도 이런 파격적인 세일을 하긴 하는데, 문제는 이게 소비자들이 원하는 새로운 제품이거나, 활발히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라, 품질이 떨어지거나, 재고품, 또는 몇몇 품목에 한정되어 있는 거죠. 그래서 소문이 많이 있어서 가보면, 뭔가 많기는 한데 살 건 별로 없는,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데요. 이번 세일에서도 그 문제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 몇몇 제품은 높은 비율로 할인하고, 나머지는 5~10%대로 하고요. 또 1+1 행사를 한다고 하는데, 편의점 같은 곳은 소비자들 반응도 거의 없고, 업체가 특별히 준비한 게 없기 때문에,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몇몇 백화점이나 면세점 정도에서 약간의 할인이 있는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품목별로 할인율을 꼼꼼히 확인하고 가봐야겠네요?

조윤미:
그렇습니다. 우선 내가 뭘 사야 하는지 계산하셨으면, 그게 현재 시장가격이 어느 정도 되는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도 파격적인 할인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와 비교해봐야 하거든요. 발품 팔아서 가서 샀는데, 다른 곳에서 더 싸게 살수 있다고 하면 굉장히 억울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런 것을 비교를 하시고, 정보를 가지고 가시는 게 그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블랙프라이데이를 한국판으로 이야기 나온 게 9월 22일이었습니다.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건데요. 너무 갑작스럽게 준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시기 자체도 적절하지 않다고 보십니까?

조윤미:
지금 추석을 막 지났고요. 그 다음에 연말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 시기에 보통 유통업체들에서는 가을 정기세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에 갑자기 계획이 된 거죠.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항상 그 기간에 있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준비를 해오다가 하게 되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거의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부랴부랴 준비해서 한 건데요. 사실 이런 대규모 할인 행사를 정책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고, 이건 이벤트일 뿐이죠. 그런데 여러 가지 정책을 펴지만 내수가 활발히 살아나지 않으니까, 할인행사라도 해볼까, 이런 정도의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준비가 충분치 않고,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기획을 해서 들어가다 보니까 할인행사라는게 시장의 필요에 의해서, 소비자의 요구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야 의미가 생기는데, 기획을 해서 생각지도 않은 시기에 내리꽂게 되니까 업체들은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소비자들은 불만을 이야기하고, 양쪽이 다 난감한 상태인 거죠. 그래서 이런 할인행사들이 설사 어느 시기에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소비 패턴, 흐름, 시기, 경제정책과 맞물리는 것,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건데, 이런 것은 거의 없이 행사만 꽂으면, 그게 생각한 것만큼의 효과를 내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보여지는 것이죠.

앵커:
어찌되었든 정부가 주도해서 이벤트라도 추진했기 때문에, 정부가 조금 보조해주고 한다면 할인 폭은 조금 더 커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부 주도로 했기 때문에 할인 폭과 품목이 더 제한적이었다는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조윤미:
그 이야기는 뭐냐면, 시장이라고 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어떤 것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좋아지는 것이 아니고, 시장 자체의 흐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판매망들이 굉장히 다양하고,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할인행사가 상시적으로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필요에 의해서 이런 행사를 기획한 것이 생각만큼의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고 보여지고요. 이런 것들이 효과를 내려면 사실 정부가 일정 정도의 정책이나 지원 방향에 대해서 조금 더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급하게 하다보니까 제대로 지원이 안 되고, 시장에서도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까 할인혜택을 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제한되어 있는 거죠. 지금 우리 시장은 누군가 몇 명이 계획해서 행사를 한다고 풀리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거든요. 굉장히 복잡한 시장이기 때문에, 이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실망한 소비자들은 오히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직구를 대규모로 할 수 있거든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한다고 해서 가봤더니 실망스럽다, 차라리 미국에서 할 때 직구 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도와서 이런저런 지원도 해주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시기가 적절하지 않거나 적절한 방식으로 투입되지 않으면 오히려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키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일으키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할인행사가 많은 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가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앵커:
네, 시장 주도로 한 게 아니라 관 주도로 하다 보니 부작용이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조윤미:
네, 어쨌든 지금 한 6일 정도 지났는데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정정도 지갑을 여는 소비자는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연말까지 가서, 내수가 좀 살아나겠느냐? 심리적으로도 나아지겠느냐? 이런 것을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앵커:
네, 그래도 이왕 하는 거 잘 이용하면 좋을 텐데요. 소비자들 입장에서 블랙프라이데이 이용 팁이랄까요. 그런 게 있을까요?

조윤미:
이번에 전통시장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실제로 재래시장에 가보니까 붐이 일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전통시장을 꼼꼼히 뒤져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주력상품들을 판매하는 곳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아웃도어를 대규모로 풀겠다, 가전에 집중하겠다, 이런 식으로 유통업체마다 주력상품이 있는데요. 그게 뭔지 찾아서, 본인이 필요한 것을 그곳에 가서 사시면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이런 할인행사에서 구매한 제품의 가장 큰 문제가 AS나 교환, 환불,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처리가 안 되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품을 살 때 행사 기간이 끝난 다음에도 보호받을 수 있는지 체크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충동구매 하지마시고, 계획하신 제품들을 미리 조사하신 다음에 정보를 가지고 가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현명한 소비를 실현할 수 있는 장이 되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녹색소비자연대의 조윤미 공동대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윤미: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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