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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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후, 유언비어와 괴담 확산-서강대 나은영 교수 [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4-04-22 19:54  | 조회 : 3616 
정면 인터뷰1.
세월호 참사 후, 유언비어와 괴담 확산
"전국민이 패닉상태, 상실감과 우울감에 빠져있어“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나은영 교수

[YTN 라디오 ‘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4/04/22 (화) 오후 6시
■ 진 행 : 강지원 변호사

앵커 강지원 변호사(이하 강지원):
세월호 침몰로 인해 온 국민이 24시간 내내 뉴스 속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슬픔에 싸여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반면에 세월호 사고를 악용한 각종 스미싱 사기와 또 괴담, 유언비어들도 확산이 되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의 이 상반된 모습, 이게 도대체 어떤 문제점이 있으며 또 어떻게 치유해나가야 할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의 나은영 교수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나은영 교수(이하 나은영):
네, 안녕하세요?

강지원:
매일매일 세월호 소식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 지금 심리적인 충격이 아주 큽니다. 이 참사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어떻게 평가를 하십니까?

나은영:
지금 전 국민이 패닉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서로 안녕하시냐는 인사를 나누기도 송구스러울 정도인데요. 대부분 자기가 죄인이 된 것 같은 상실감 그리고 우울감에 빠져서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그렇게 지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강지원:
분노감도 있어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느냐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구조 조치를 이 정도로 하느냐, 하는 그런 감정도 크죠?

나은영:
그렇죠. 그리고 처음에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그런 안타까움이 굉장히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다 그대로 봤거든요, 처음부터.

강지원:
특히 이번 세월호의 피해자 대부분이 고등학생들 아닙니까? 그래서 청소년들은 당연히 마치 자신의 일처럼 감정이입을 하기가 쉬워서 청소년들도 상당히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을 것 같아요.

나은영:
네, 그렇습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청소년들이 피해자하고 동일시하게 되죠.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 해서 무력감을 많이 가지고 있을 텐데 이런 일을 마치 본인이 직접 겪은 것처럼 생각을 하고 아주 큰 심리적 상처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무력감이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염려도 됩니다.

강지원:
우리나라 청소년들 설문조사 해보면요. 행복지수가 저 바닥으로 떨어져 있어요. 외국에 비하면 엄청 낮은데 국가적으로 말이죠. 이게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적 외상에 대해서 어떤 대처가 있어야 되지 않느냐, 라는 의견이 많거든요?

나은영:
네, 그렇죠. 자살 예방이라든지 이런 부분도 그렇고 당연히 정신적 외상을 관리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되겠지만 이 사건을 중심으로 보면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예방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선적으로는 중요하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당연히 기본적으로 점검해야 할 사항을 아주 가볍게 생각하고 넘긴다든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게 중요할 거 같고요. 그리고 지금은 재난은 집단적으로 닥쳤지만 그 치유는 한 사람, 한 사람에 초점을 두고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한 가족마다 동일한 전문가가 장기적으로 치유 지원을 한다든지 이런 방법으로 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지원:
우리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서로 위로하고요. 서로서로 힐링을 할 수 있는 그런 노력들이 필요하겠네요. 미국이라든가 유럽이라든가 이런 선진국에서는 말이죠. 이런 대형 참사를 겪었을 때 어떻게들 대응을 하나요?

나은영: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미국 쌍둥이빌딩에 911 테러 일어났을 때 일인데요. 두 빌딩 중에서 먼저 공격받은 빌딩을 보고 얼른 다른 쪽 빌딩의 사원들을 성공적으로 대피시킨 사람이 있었죠. 모건스탠리의 안전 책임자였는데요. 그 때는 불과 17분쯤 후에 그 빌딩도 공격을 받았는데 그 사이에 무려 2600~700명에 달하는 인원이 다 대피한 것입니다. 여기서 배울 점은 사실 경제적인 손실이나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생명을 지키는 거다, 이렇게 주장하면서 해마다 손실을 감수하고 실제로 훈련을 했다는 겁니다. 위급한 재난상황이 닥치면 머릿속으로 아무리 매뉴얼을 암기하고 있다든가 이런 게 소용이 없고, 자동적으로 우리 뇌가 시키는 대로 몸이 움직이기 때문에 행동이 거의 자동화될 정도로 훈련이 필요한 거죠. 평소에는 귀찮고 불필요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훈련을 몸으로 해야만 막상 그런 상황이 왔을 때 효과를 볼 수가 있습니다.

강지원:
네, 그렇겠군요. 실제로 빌딩마다 있는 소화전을 한 번도 안 만져본 사람도 많을 거에요, 그죠?

나은영:
네, 그렇죠. 실제로 훈련을 사소하게 보는 그런 관습 같은 걸 바꿔야 될 것 같아요.

강지원:
알겠습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는 말이죠. 우리 인터넷상이나 SNS상에서 보면 하여튼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유언비어들이 끊임없이 확산되고 재생산되고 있고요. 또 그런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안타까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활동도 벌어지고 있고요. 이게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사람들의 심리가 나타나는 걸까요?

나은영:
그러니까 이번 상황과 같은 건 비상사태, 이럴 때 위급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게 사람들의 진짜 모습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보통 때는 다 똑같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위급한 상황이 되면 똑같은 SNS, 어떤 사람들은 유언비어 확산이나 개인 이익 챙기는 데 쓰고 어떤 사람들은 한 명이라도 더 도와주려는 행동을 하는 데 쓰는 거죠. 하나 더 예를 들어본다면 몇 년 전에 제가 뉴질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대형 사고는 아니지만 도로에서 앞 쪽에 가는 차에 이상이 생겼는지 비틀비틀하다가 멈추는 거에요. 그러니까 그 뒤에 운행하던 한 5~6대, 6~7대의 차량들이 순식간에 길 가장자리에 쭉 자기 차를 세우고 바로 전부 그 차를 돌보러 달려가는 장면을 봤어요. 그걸 보고 저는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는데, 약자를 당연히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몸에 배어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위급한 상황에서 나오는 행동은 오랜 기간 몸에 밴 본성이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에 우리나라에 부족한 게 바로 그런 부분이 아닌가, 그런 매뉴얼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런 기본적인 인간 교육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강지원:
특히 각종 루머나 괴담들 말이죠. 큰 대형 사고만 터지면 인터넷이나 SNS를 누비고 다니는데 이런 현상, 어떤 이유라고 보시나요?

나은영:
감성이 많이 발달해 있다고 하죠. 감성이 발달해 있는 게 장점도 많은데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 냉정하게 먼저 사실을 확인하려고 하기 보다는 흥분해서 퍼뜨리는 행동을 더 즉각적으로 하게 되죠. 근데 이런 현상이 꼭 한국에만 국한된 건 아닌데요. 그래도 좀 더 뭐랄까, 빨리 빨리 해 버릇하고 이런 성향 때문인지 쉽게 끓어오르고 쉽게 식고, 이런 경향이 좀 강하지 않나 생각이 되죠. 그리고 또 하나는 너무 이분법적으로 생각해서 누가 적이고 누가 내 편인가, 하는 걸 자꾸 가르려는 경향이 보입니다. 사실 한 단계 위에서 바라보면 다 같은 편인데 말이죠. 그래서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함께 모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강지원: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말이죠. 오늘이죠? 새누리당의 권은희 의원이 자신의 SNS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죠. 잘못했다, 라고 사과를 올렸고 또 지난 20일에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던 사람에 대한 비난, 이런 동영상, 이런 것들이 SNS에 나와 있어요. 그래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고요. 그런데 어쨌든 이런 일은 SNS 사용할 때 좀 신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국민 모두가?

나은영:
그렇죠. 그런데 그렇게 사용하지 말아라, 라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금방 따르거나 그러는 것 같지도 않고 단기적인 조치로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우리 시스템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고 겉치레보다 기본을 중요시 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기본이라는 게 겉보기에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가장 중요한 뼈대거든요. 빠른 성과라든지 겉보기의 성과, 이런 것만 중요시 해왔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지 않나 생각이 되고요. 얼핏 보면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 그 개인을 탓하기가 쉬운데 사실 개인의 문제인 건 맞는데요. 그런 개인들이 많다, 하는 건 뭔가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근본을 바로 세우는 일, 기본을 갖추는 일, 이런 데 소홀해 온 게 아니었나 반성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지원:
하여튼 국회의원들까지 잘못 글을 올리고 말이죠. 이런 일이 있었고...

나은영:
네. 당장의 자기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거죠.

강지원:
게다가 무슨 민간 잠수사를 사칭한 홍모씨, 체포가 되었죠, 지금? 이런 문제 어떻게 풀어나가야 될까요? 마지막으로 좀 간단히 정리해 주실까요?

나은영: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기본적인 것을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그런 것들보다는 답답하더라도 고지식한 원칙, 이런 것을 지키는 게 필요할 것 같고요. 그리고 언론을 통해서 불확실한 정보 같은 것이 많이 흘러나가다 보니까 사람들이 추측도 하게 되고,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니까 한 마디로 노이즈가 너무 많은 거에요. 그러니까 사실 확인에 근거해서 정제된 언어로 보도를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고요. 기자가 아닌 분들도 자극적인 언어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는 힐링 언어랄까요? 그런 걸 사용하는 노력, 이런 게 평소부터 습관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지원:
네, 우리 모두가 노력을 해야죠. 너무 격정적으로만 되는 일이 아니죠.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은영:
네.

강지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서강대학교의 나은영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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