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인터뷰전문보기

[이슈!빅데이터]"어금니 아빠로 빅데이터 분석 결과"-배철순 소장 10/22(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10-23 17:34  | 조회 : 3435 
 ∘이슈!빅데이터 시간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디어에서 보여 진 사회현상의 의미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빅데이터를 처형하라’의 저자이자, 하우사회문제연구소 소장이신 배철순 소장님을 모셨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지난 방송에서는 연휴 특집으로 ‘교통’과 관련한 빅데이터에 대해 자세한 말씀을 주셨는데요. 이번 주는 어떤 주제를 선택하셨을지 너무 궁금합니다.

→ 네 지난주에는 조금이나마 애청자 분들의 귀성에 도움을 드리고자, ‘교통’과 관련한 빅데이터와 그 활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CCTV와 같은 다양한 경로로 축적된 데이터, 그리고 실시간으로 획득 가능한 내비게이션, 통신사 위치정보 등을 통해서 ‘시각화’와 ‘맞춤화’의 방식으로 빅데이터가 우리의 편의를 돕는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공교롭게도 가장 중요한 추석 당일, 지난 4일입니다. 카카오내비, 원내비, 네이버내비 등 주요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들이 접속이 끊기거나 서비스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하필이면 전국고속도로 교통량만 588만대로 역대 하루교통량 최대치를 기록한 날이라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아 공교롭게도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렇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통신사 등은 “예상치를 웃도는 동시 접속자 수와 경로 검색 요청으로 서버에 과부하가 발생했다”고 했는데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내비게이션을, 그러니까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소장님께서 지난방송에서 말씀하셨던 “이미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빅데이터를 생산하고,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에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럼 지난 2주간의 이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미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발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피로도가 매우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도 큰 변화가 예측됩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논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과의 연대논의와 같은 굵직한 소식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 12일 부터는 국정감사가 시작되어서 국회와 관련된 이슈들이 한동안 많은 데이터를 생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둘러싼 ‘3권 분립’논란이 국감에서 첫 포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13일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이 이루어진 것을 두고도 많은 네티즌들의 언급과 관련 언론보도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방송에서는 이렇게 굵직한 이슈들 중에서도, 명절 연휴가 끝난 지난 10일, 딸의 친구인 14세 여중생을 목 졸라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인정해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 ‘어금니 아빠’에 대해서 다뤄볼까 합니다.

∘‘어금니 아빠’, 실명이 공개되어 ‘이영학 사건’으로 보도되고 있는데요. 정말 우리를 놀라게 했던 끔찍한 사건이지요. 사건 정리 좀 해주시지요.

→이영학과 딸은 ‘거대 백악종’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중증장애인입니다. 지난 2005년 MBC 화제집중이라는 프로그램에 등장해서 ‘어금니 아빠’로 알려졌는데요. 어린부부가, 어금니도 하나밖에 남지 않은 이영학이 딸의 유전병 치료를 위해 미국까지 가서 후원금을 모집하고, 딸을 지극히 돌보는 모습이 방송되어서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상당한 후원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올해 2월까지 10여 차례이상 방송에 등장해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후원금 모집에 나선바 있습니다. 그러던 지난달 30일, 딸의 친구를 성추행 하려다가 결국 살해, 사체유기까지 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미디어에서 ‘어금니 천사아빠’라 불리던 사람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이렇게 잔인한 일을 벌였다는 점에 사건초기에는 많은 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네 저도 과거 이영학의 딸이 등장한 프로그램을 보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사건관련 보도를 보면서 정말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좀 더 들여다보니 더욱 끔찍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우리 YTN에서도 수차례 지적했던 경찰의 미온적 태도와 초동수사 부족, 또 피해자 가족의 안타까운 모습은 당연하구요. 이영학이 중학생시절 저질렀던 여중생 대상의 성폭행 은폐의혹, 최근까지 이루어졌던 성매매 알선, 성관계 동영상 촬영 및 판매혐의 등 정말 끝까지 기사를 읽고, 보기가 두려운 내용들이 후속 수사와 보도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영학의 아내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고인은 지난 9월 5일 자택에서 떨어져 숨졌는데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살펴보니, 이영학의 강요에 의해 성매매를 하고, 폭행은 물론입니다. 여성을 비하하는 문구의 문신을 성기주변에 세기고, 변태적인 동영상을 찍는 등 성적 학대를 받다가 숨진 정황이 밝혀졌습니다. 또 숨지기 직전, 나흘전입니다. 8년 동안이나 의붓 시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내용의 고소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현재 의붓 시아버지는 일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고아로 열넷의 어린나이에 이영학을 만나서 열일곱에 딸을 출생하고, 자살인지 타살인지도 모르게 죽음을 맞이한 고인의 이야기에 많은 네티즌들이 분노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을 관찰 할 수 있었습니다.

∘네 듣고 있는 저도 무척 화가 나네요.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이번 여중생 살인사건의 핵심적인 인물로 이영학의 딸이 있는데요. 초기에 혼란이 있었던, 이해할 수 없는 부분, 그러니까 왜 딸이 자신의 친구를 집으로 부르고, 수면제를 먹이고, 사체유기를 도왔는지. 왜 이영학의 살인을 인지하면서 별다른 저항이나 반응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있었습니다. 딸, 지금은 공범입니다만,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성기구와 성적 영상물이 가득한 집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살아온 것에 대한 안타까움. 어린 시절부터 앓아온 고통스러운 유전병과 추정되는 이영학의 지속적인 학대에 길들어져 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분석 역시 많은 네티즌들의 반응과 의견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잔인한 사건이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러니까 사이코패스와 같은 한 개인이 저지른 끔찍한 일로 단순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이영학이 ‘기부’와 ‘후원’같은 우리사회의 ‘선한 의지’, ‘따뜻한 시선’을 악용했다는 점입니다. 이점에서 ‘이영학 사건’은 한 범죄자의, 사회의 가장자리에 소외된, 불우한 가정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의 기부문화와 복지시스템을 뒤흔드는 큰 사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도 뉴스에서 봤지만, 개인기부 등 후원금을 통해 이영학의 사치품, 그러니까 문신을 세기고, 외제차를 몰고, 혈통 견을 분양받고 한 그런 정황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방송출연을 통해 후원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영학은 전문 후원금사냥꾼으로 나섭니다. 참치 캔을 들고 “이걸 먹으면서 찍으면 더 불쌍해 보이지 않을까요?”라며 방송사 피디에게 먼저 제안을 할 정도로 방송의 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금니아빠의 행복’이라는 책도 발간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딸의 치료비 명목으로 받아낸 후원금들은 고스란히 이영학 개인의 사치향락 생활을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서울에 집 2채, 외제차 2대, 국산차 1대를 가지고 있었고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부를 과시하고, 미성년자와의 성매매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이번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알게 된 후원자들이 큰 실망감과 분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신의 소비를 줄여서 이웃을 돕고자 했던 선한 마음이 이영학에게 이용당한 ‘배신감’은 상당할 것입니다. 또 이영학에게 후원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다른 곳에 후원하고 있거나 기부할 마음이 있었던 다른 네티즌들에게도, ‘불신’을 심어준 중대한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언론과 후원기관에서는 '이영학 사건'으로 인한 ‘기부문화의 위축’, ‘기부 공포증’을 의미하는 ‘기부 포비아(Phobia)’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영학 사건이 기부문화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네요.

→그렇습니다. 이 부분을 빅데이터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네이버 데이터랩 빅데이터입니다. 키워드 ‘이영학’은 10월 11일, 그러니까 여중생 살해 혐의를 인정한 10일 직후부터 방송을 준비한 현재까지, 매일 네이버급상승 검색어에 상위권으로 등장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같은 키워드를 소셜 미디어 빅데이터 분석에 적용해 봤습니다. 주된 연관어로 ‘기부’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즉, 이영학에 대한 언급은 ‘기부’라는 키워드와 함께 주로 언급된다는 결과입니다.

→그러면 반대로 키워드 ‘기부’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은 어떤 결과를 보일까요? ‘기부’라는 키워드와 연관되는 단어의 긍정과 부정의 추세선을 보면, 최근까지 부정의 언급량이 긍정의 언급량을 넘어선 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부를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인 추세가 16일, 그러니까 금주 월요일부터는 역전됩니다. ‘기부’라는 절대적으로 긍정적인 단어가 부정적인 연관어를 많이 물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긍정과 부정이 뒤바뀌는 시점의 주된 연관어를 보면 그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불법’, ‘허위’와 같은 단어가 가장 높은 빈도의 연관어입니다. 언론의 지적처럼 이영학 사건이 기부문화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빅데이터를 통해 증명되는 셈입니다.

∘소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심각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이영학은 밉지만, 기부는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일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키워드 ‘기부’나 ‘후원’에 반드시 연관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뜻 깊다’, ‘좋다’, ‘희망’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들이 당연히 등장하겠지요. 그런데 부정적인 연관어도 있습니다. 바로 ‘부족하다’라는 단어입니다. 선진국일수록 국가권력과 독립된 형태로 다양한 기부조직이 나타나고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부를 통한 ‘부의 재분배’는 미덕일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정화’를 이루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의 기부문화는 매우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영학 사건’을 계기로 기부와 후원이 줄어드는 현상은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영학의 가족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고, 생계급여, 장애수당 등으로 매월 160만원에서 170만원을 지원 받은 것을 두고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물론 “왜 세금을 내는지 모르겠다”, “이영학과 같은 범죄자 좋으라고 일하는 것인가”라는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언론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우려가 있겠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언론이 지금 매우 중요한 지적을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지금의 언론이, 미디어가 이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는 한번 따져봐야겠습니다. ‘어금니 아빠’라는 말은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요? 스스로를 소셜 미디어에서 ‘양아 오빠’라 칭했던 이영학이 만들어낸 말일까요? 아닙니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일 뿐입니다. 

→배신감에 분노하는 후원자들은 어떤 경로로 이영학에게 기부하게 되었을까요? 이영학이 운영하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부를 하게 된 경우도 물론 있겠습니다만, 많은 경우는 방송을 보고 관심을 가지고, 후원에 나서게 되었을 것입니다. 직접적인 후원에 이르기 까지는 대상에 대한 관심과 믿음이 필요합니다. 그 신용은 누가 부여한 것일까요?

→이영학은 ‘언론이 만들어낸 괴물’입니다. 기부문화의 위축에 대한 걱정도 좋습니다만, ‘천사아빠 이영학’에 대한 보도를 한번이라도 했던 언론이라면, 이영학이 살고 있는 동네에 한번이라도 가서, 주변을 취재하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이 부족했던 언론이라면, 또 소중한 시청료와 기업의 후원금을 그저 신파적인 프로그램 하나 만드는데 소비하고, 그 경과는 나 몰라라했던 미디어라면, 반성부터 시작해야합니다. ‘어금니 아빠’를 칭송했던 많은 미디어들은 시청자들에게 최소한의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네.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었던 ‘이영학 사건’이 기부문화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미디어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셨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소장님.

→ 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