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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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그대 “90분 간 서로의 속마음을 듣습니다” - 황소영 서울시 속마음버스 팀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1-24 11:37  | 조회 : 3310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1월 10일(수요일)
□ 출연자 : 황소영 서울시 속마음 버스 팀장

걱정 말아요. 그대 “서로의 속마음을 듣는 90분” - 황소영 서울시 속마음버스 팀장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설날에는 자주 보지 못했던 온가족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가는 한편 그동안 쌓였던 갈등이 폭발해 싸움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마음을 나누는 대화의 기술을 몰라서 생기는 부작용일 수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오늘 <걱정말아요, 그대>는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속마음 버스 프로그램 총괄기획을 맡은 황소영 팀장과 함께 하면서 속마음 터놓는 방법 알아볼게요. 황 팀장님, 어서 오세요.

◆ 황소영 서울시 속마음버스 팀장(이하 황소영): 네, 안녕하세요.

◇ 김명숙: 속마음버스가 우울증, 자살률 증가에 따른 예방차원에서 시작된 서울시의 힐링 프로젝트라고 들었어요. 자세한 소개를 짧게 부탁드릴게요.

◆ 황소영: 속마음버스는 말 그대로 버스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우울증, 자살률이라고 얘기하면 본인과는 상관없는 중증 환자가 타는 버스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우리가 우울증이나 자살률이 높은 이유가 사소한 갈등을 서로 나누지 못하고 자기만의 것으로 쌓아두다 보니 우울증이 오고, 내가 혼자란 생각이 들고, 급기야 극단적 선택을 하는 거죠. 서울시에선 그런 것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일상적 삶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필요하단 생각을 했고, 버스를 카페처럼 예쁘게 개조해서 그 안에서 1시간 40분이라는 둘이서만 충분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눌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시작한 거죠.

◇ 김명숙: 2014년에 속마음버스가 시작했다고 알고 있는데,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어떻게 운영하고 있고 어떤 분들이 이용할 수 있는지요?

◆ 황소영: 저희가 2014년부터 지금까지 1만5천 명 정도가 신청하셨어요. 그중에서 5200명 정도가 탑승했고요. 그럼에도 아직 속마음 이야기가 꼭 필요하신 분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홈페이지나 모바일로 저희 속마음버스를 포털 사이트에 치면 홈페이지가 바로 나와요. 거기서 내가 탑승을 하고 싶은 이유를 잘 적어주시는 거예요. 그리고 함께 타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남편, 친구, 자녀 많이 있을 수 있죠. 왜 타고 싶은지를 적어주시면 그중에서 저희가 사연을 보고 선정해서 태우고 있습니다.

◇ 김명숙: 치료하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단 예방 차원에서, 흔히 ‘얘랑 오해를 풀고 싶다’,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런 분들이 이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 황소영: 그런 게 그 개인에게는 굉장히 절박하거든요. 그런 갈등이. 당장 이 사람과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못하기 때문에 계속 멀어지는 거거든요.

◇ 김명숙: 그런데 대화는 사실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버스라는 공간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 황소영: 우리가 일상을 떠나 어디론가 여행하는 기분을 갖고 버스에 탑승하시면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고요. 1시간 40분 탑승을 시작하면, 이야기를 하다가 사실 내리고 싶어도 버스가 멈추지 않기 때문에 내릴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부부 같은 경우엔 아내가 신청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평소 남편은 집안에서 무뚝뚝하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TV를 본다거나 방으로 들어가는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버스에 두 분이 마주 앉으면 어디로 도망 갈 곳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끝까지 얘기하게 되는 그런 게 있죠.

◇ 김명숙: 황 팀장님도 같이 타시는 거죠?

◆ 황소영: 제가 반드시 타진 않고요. 저희 프로그램은 누가 개입해 상담을 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둘만의 공간에서 둘이서만 저희가 정한 이야기 규칙에 따라 이야기하기 때문에, 상담사나 누가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둘만의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속마음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죠.

◇ 김명숙: 나중에 두 분이 이야기가 잘됐는지 결과를 어떻게 알 수 있나요?

◆ 황소영: 후기로 알 수 있어요. 만족도 조사는 늘 하고 있고 특별히 좋은 후기는 뽑아서 선물도 드리고 하는데, 후기들 대부분 ‘평소에도 이야기를 잘하는데 여기 와서 더 잘됐다’도 많지만, ‘처음엔 굉장히 어색해서 80분간 무슨 얘기를 하나 걱정했는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이런 후기가 정말 많아요.

◇ 김명숙: 말씀 듣기론 약 90분 동안 운행을 하신다고 했는데, 운행구간은 서울 시내인가요?

◆ 황소영: 여의도역에서 출발해서 마포대교, 자유로를 지나서 상암월드컵경기장을 반환한 다음 다시 여의도로 돌아오는 1시간 40분 코스고,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 10분 정도만 어색하고 그 다음 100분 정도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세요.

◇ 김명숙: 지금 5134님, ‘다른 분들은 가족들과 즐거운 명절을 보내시지만 저는 지난 설도 이번 설도 아이들과 못 놀아주네요. 회사 업무가 바빠서 일을 나가야 해요. 가족들에게 미안하네요.’ 하셨습니다. 좀 서운하시겠어요. 하지만 아빠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 보면서 아이들도 힘을 낼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도 속마음버스를 이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아빠인데 잘 못 전할 수 있어요.

◆ 황소영: 그런 경우 정말 많고요. 저희는 하루에 30~40건 사연이 들어오는데, 사연을 보면 특히 한부모가정의 경우엔 부모님이 평소에 바빠서 미안한 마음을 잘 못 전하지만 그런 마음을 충분히 담아 사연을 보내주세요. 그러면 저희가 많이 탑승시키는데, 자녀와 이야기를 하면 자녀가 울기도 많이 울고 그런 경우가 많죠.

◇ 김명숙: 0310님, ‘저는 남편과 깊은 골이 있습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싸우고 상처만 깊어집니다. 그렇다고 이혼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희 부부도 이용하면 좋을까요?’ 하시네요.

◆ 황소영: 그럼요. 중년 부부 같은 경우는, 실제로 전체 신청객 중 10%는 40~50대세요. 그중에서 신청하시는 경우가 이야기를 잘하는데 더 잘하고 싶어요도 있지만 평소에 대화가 안돼서 너무 답답한데 그게 자연스러워진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런 게 계속되는 것보단 나도 속마음버스를 타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한 후 탄 경우예요. 정말 좋은 후기가 많은데, ‘남편이 미안하다고 하는 걸 평생 처음 들었다’ 이런 거 정말 많고요. ‘우리가 탈 땐 서먹하게 탔는데 내릴 땐 손을 잡고 내렸다’, 이런 후기를 보면 100분의 시간이 단순히 얘기를 하는 시간을 넘어 얼마나 중요한 경험일지 알 거 같아요.

◇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중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기도 한데요. 중년 부부들 중에 대화가 단절된 분들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하니까 많이 이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1201님, ‘상담사에게 상담 받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하셨어요.

◆ 황소영: 자신의 문제가 있을 때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을 기회가 많지도 않고 돈도 들고 어렵기도 하잖아요. 내가 그렇게 심각한 것 같지는 않은데. 속마음버스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 모두 상대방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갖고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공감해주는 게 가장 치유적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속마음버스는 무료로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과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손쉽게 버스에 올라 할 수 있다는 것, 상담가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오히려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털며 홀가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으실 거예요.

◇ 김명숙: 설 연휴엔 고부갈등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고부갈등 문제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함께 탄 적도 있나요?

◆ 황소영: 있긴 있는데, 정말 드물어요. 저희가 모든 관계를 통계 냈는데 고부 갈등은 탑승한 5000명 중 10명이 안될 정도로 적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부갈등이 심각하잖아요. 일부러 이벤트를 해서 유도해도 신청하기가 어렵나 봐요. 가끔 시어머니께서 며느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신청하신 경우도 있었어요. 쉽지 않은가 봐요.

◇ 김명숙: 옆에서 지켜보시면서 대화하는 모습 지켜보시면서 느낀 점도 많으실 텐데요?

◆ 황소영: 기억이 남는 사연은 꽤 많아요. 아까도 말씀드렸듯 상담자가 개입한다거나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커튼을 쳐서 두 사람만의 이야기를 하고, 버스 소음에 대화가 완전히 묻히기 때문에 제가 옆에 있어도 잘 들리지 않아요. 다만 두 사람이 대화를 천천히 이어나가는 분위기와 끝나고 난 후기, 탑승 전후의 얼굴표정이 정말 다르거든요. 테이블에 휴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거나 그런 걸 보면 마음이 많이 찡하죠.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휠체어를 타고 딸과 함께 타신 아버지예요. 아버지가 장애인이신데, 최근 장애가 생기고 이혼하고, 혼자서 9살 된 딸을 키우는 아버지셨거든요. 부녀 관계는 모녀 관계와 좀 다르잖아요. 딸에게 늘 미안했던 마음을 표현하고 좋은 기억을 만들기 위해서 타셨어요. 그분의 후기에 많은 공감댓글이 달렸어요. 저희가 두 팀이 타거든요. 옆에서 막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딸과 둘이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딸이 이야기할 첫 차례가 되자마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대요. 그분들이 후기에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고 무슨 문제가 있고 이런 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것만 보고도 많은 사람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거예요. 두 분 사이에 어떤 따뜻한 교류가 있었을지 생각하게 되죠.

◇ 김명숙: 문자가 왔습니다. 3748님, ‘대화하다 보면 더 싸우는 경우도 있는데 버스 타고 이야기하다 보면 더 싸우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경우는 없으셨어요?’ 하시네요.

◆ 황소영: 많습니다. 많은데 처음에 갈등이 있고 대화가 안돼서 탄 경우기 때문에 처음에는 싸우면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해요. 저희가 모래시계를 활용해 3분간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다른 사람은 절대로 이야기를 못하게 하거든요. 평소 대화를 할 때 싸우는 이유가 ‘아니 그게 아니고’, ‘당신 가만히 있어봐’ 그래서 싸우는 거예요. 충분히 듣다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이 전해지고, 나도 또 충분히 얘기할 수 있고. 규칙을 따르다 보면 자제하는 경우가 많고요. 3분 모래시계가 굉장히 단순하지만 강력한 룰이라 내리실 때 모래시계를 선물로 드려요. 집에 가서도 이 모래시계를 이용해 대화를 하겠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 김명숙: 3분이란 시간이 좀 길어요.

◆ 황소영: 처음 하시는 분들은 3분이 이렇게 긴 시간인지 몰랐다, 아무 말 않고 듣기만 하는 게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 하세요. 그런데 그렇게 대화하다가 5분짜리로 바꿔달라 하는 분도 있어요. 충분히 대화하다 보면 그런 리듬이 서로에게 생기는 거죠. 속 깊은 대화를 ‘왈츠’에 비유한 사람도 있어요. 춤을 추듯 대화를 하는 거죠. 속마음버스를 타다보면 그런 변화를 함께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 김명숙: 황 팀장님도 많은 힐링이 되시겠어요.

◆ 황소영: 그런 게 저의 큰 힘이에요.

◇ 김명숙: 문자도 많이 오고, 참여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네요. 다시 한 번 속마음버스 참여방법을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황소영: ‘속마음버스’를 포털에 쳐도 나오고요, ‘mombus.org’라는 저희 홈페이지를 입력해서 오셔도 돼요. 본인이 탑승하시고 싶은 날짜를 정하고, 관계를 정하시고, 왜 이 사람과 타고 싶은지 사연을 쓰시면 돼요. 저희가 운행을 평일에는 오후 6~8시 1타임, 오후 8~10시 1타임, 저녁에 운행하고요. 토요일엔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3타임 운행하거든요. 공휴일 말고는 매일 하기 때문에 언제든 신청해주셔도 돼요. 전화로는 신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바일로 들어오셔도 좋겠습니다.

◇ 김명숙: 따뜻한 가족 간의 관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네,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 <걱정말아요 그대>, 지금까지 서울시 속마음 버스 황소영 팀장이었습니다.

◆ 황소영: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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