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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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금요일, 기온 내려가지만 선선해지는건 아니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08-23 11:13  | 조회 : 3333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6년 8월 23일(화요일)
□ 출연자 : 김승배 기상전문가


“기상청장마다 예보관 우대한다 하지만 예산 때문에...”

- 올해 폭염 여러날 지속되며 특히 견디기 어려운 여름
- 한반도 주변 공기 움직임, 기상청 532억원 수퍼컴퓨터 예측도 빗나가

- 기상청 예보부서, 밤샘 야근... 육체적으로 고된 곳- 예보관 처우 개선문제, 지적 나와도 잊혀지는 현실
- 모든 청장이 예보관 우대한다 하지만 예산 때문에...

- 해외라고 예보 빗나가지 않는건 아냐
- 미국 출신 ‘히딩크’ 예보관 한국에서 4년 근무했지만 달라진건 없어

- 한반도 감싼 뜨거운 공기는 9월초에나 밀려나갈 것
- 태풍은 가을경에 한번정도 영향 가능성 있어



◇ 정병진 아나운서(이하 정병진):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는 절기, 처서가 오늘인데요. 선선하십니까? 폭염 한 달째. 더위가 길어질수록 기상청 오보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왜 이렇게 일기예보가 틀리는 걸까요. 이번 주 금요일엔 꺾인다 했는데, 정말 그럴까요. 기상청 대변인 출신의 김승배 기상전문가 전화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승배 기상전문가(이하 김승배): 네, 안녕하세요.

◇ 정병진: 올해 폭염은 예년과 비교해 봤을 때도 유별난 겁니까? 어느 정도인가요?

◆ 김승배: 지난 1994년도 여름, 굉장히 더웠습니다. 그래서 94년도와 올해 여름을 비교해 보면, 낮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날, 폭염 주의보가 발령되는 기준인데요. 94년도 6월부터 8월 22일까지 같은 기간 비교해 보았는데요. 33도 이상인 날이 29일, 올해가 23일이었습니다. 밤에 잠을 못 이루는 열대야, 아침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이 94년도가 31일, 올해가 30일이었습니다. 하루 이틀 차이로 덜 덥고 더 덥고, 이런 개념은 아닐 테고요. 올해가 역시 94년도 만큼 더웠다. 94년도 서울에서 가장 높았던 기온이 38.4도였습니다. 94년도에 기록했고 올해 서울에서 가장 높았던 기온은 36.6도였습니다. 94년도가 수치적으로 더 더웠던 여름인데요. 올해 특징적인 것을 보면 더운 날이 여러 날 지속되면서 견디기 힘든 특징을 보입니다.

◇ 정병진: 전반적으로 더운 날이 계속되다 보니까 폭염 일수, 이런 것들은 예전 기록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어찌 됐건 체감하기에 참 더웠다는 건데요. 날씨가 변덕이 심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예보가 너무 안 맞는다, 이런 질타가 이어집니다. 꺾인다고 하는데 계속 안 맞으니까요. 이렇게 예보가 적중하지 않고 있는 점, 맞습니까?

◆ 김승배: 그렇죠. 기상청이 비가 온다고 예보했을 때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따집니다. 안 온다고 했을 때 오거나, 또 낮 최고 기온이 33도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는 35도인지, 34도인지, 하루가 지나면 결과가 나오잖아요. 그래서 그것을 평가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실 기온은 기상청이 크게 어긋나거나 빗나가는 요소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더위로 인한 짜증에다가 ‘한풀 꺾인다고 하더니 안 꺾이네.’ 이렇게 짜증이 더 높아지는 것 같은데요. 원인을 보자면 인간의 머리, 슈퍼컴퓨터의 예측을 벗어나는 그런 한반도 주변의 공기 덩어리의 움직임이 나타나니까 아무리 노련한 예보관 또는 아무리 세계적인 기후에 대한 수치 예보 모델, 슈퍼컴퓨터 가지고도 이러는 거죠. 이런 현상을 가지고 한국 기상청 예보관들이 모자라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고요. 한반도 주변 올여름 날씨가 한마디로 경험해보지 못한 변칙적 스타일의 공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기가 빠져줘야 하는데 안 빠지고 버티고 있거든요. 물론 버티고 있는 것을 왜 예측 못 하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는 상황이지만요.

◇ 정병진: 그런데 날씨를 예측하는 과정 자체가 관측 자료를 가지고 관측해서 이것을 말씀하신 슈퍼컴퓨터, 네 번째로 들여왔다는 532억 원짜리 슈퍼컴퓨터로 분석을 하면 미래 자료가 나오고, 이것을 사람들이 분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김승배: 그렇습니다.

◇ 정병진: 세 단계가 있는데 두 번째 슈퍼컴퓨터 단계에서 지금 예측이 빗나가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 김승배: 알파고라는 슈퍼컴퓨터와 이세돌이라는 인간이 바둑 대결했잖아요. 그것은 아무리 많은 바둑의 경우가 있어도 슈퍼컴퓨터에 입력이 가능한데요. 전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공기의 움직임을 슈퍼컴퓨터에 그대로 재현을 못 하거든요. 흉내를 내는 거죠. 인간이 로봇을 만들었는데 인간처럼 춤을 못 추고 어색한 걸음걸이를 하잖아요? 슈퍼컴퓨터가 실제 자연 현상을 그대로 100% 재현을 못 하는 거죠. 현재 과학의 한계이며 현재보다 더 큰 용량의 슈퍼컴퓨터가 있어야 합니다.

◇ 정병진: 우리가 컴퓨터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고요. 우리 전문적인 예보 역량을 갖춘 예보관들이 이런 것을 지속적으로, 경험적으로, 전문적으로 다양하게 분석하면서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영역, 인간의 영역 안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아닙니까?

◆ 김승배: 그런 과정을 거쳐서 예보가 나오는 건데요. 그럼 못 한 거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거대한 슈퍼컴퓨터를 왜 이용하냐면,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는 겁니다. 한반도 주변, 전 지구적 공기 흐름을 인간의 뇌로는 예측 상황을 계산해낼 수 없거든요. 과거에는 슈퍼컴퓨터가 없을 때 순전히 경험상에 의해, 맥을 짚거나 얼굴 색깔을 보고 병을 진단했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MRI, CT, 다 총동원하잖아요. 그런데도 암 치료를 못 하잖아요.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올여름과 같은 변칙적 날씨 변화에서 당해낼 재간이 없네요.

◇ 정병진: 치료법은 사실 CT나 MRI를 찍어서 진단하고 어떻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고, 또 치료법은 별개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날씨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인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날씨 변화가 심한 6월에 예보관을 총괄하는 예보 국장이 기상청 내에서 바뀌었다, 이런 지적도 나오고요. 이런 전반적인 기상청 내부 상황이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예보 베테랑을 키울 수 있는 여건도 잘 되어있지 않다, 예보를 잘 맞추면 인센티브를 주거나, 승진에 도움이 되거나,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까 기상청 내에서도 예보에 그렇게 심혈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 김승배: 예보를 위해 밤에 야근을 하기 때문에 힘들죠. 누구나 있고 싶어 하는 부서는 아닙니다. 새벽 5시 예보를 결정하기 위해서 그날 11시, 12시 모든 자료들을 다 훑어보느라 밤을 꼬박 새웁니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힘든 곳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 정병진: 낮에 여유 시간은 안 주나요?

◆ 김승배: 네, 그렇게 하고 자는 거죠. 그다음 날에요. 예보관에 대한 처우, 이런 것은 예보가 빗나갈 때마다 늘 나오는 얘긴데요. 사실 지금 지적했다가 이것이 지나가면 또 잊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 예보관이 다른 일을 하는 기상청 공무원보다 보수를 더 많이 주거나 이러한 인센티브가 있으면 좋겠는데, 사실 법적으로 들어가면 그런 예산 집행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요. 어느 역대 청장이건 예보관을 우대하겠다, 내세웁니다. 그게 각론에 들어가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고요.

◇ 정병진: 이런 부분 때문에 전문적 예보관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 여건이 어렵다,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요. 해외는 어떻습니까? 미국은 토네이도도 빈번하고 일본은 태풍도 자주 오는데요. 해외는 일기 예보가 잘 맞는 편입니까?

◆ 김승배: 올림픽, 전 세계 나라가 운동 경기하는 것이 있었지 않습니까? 일기 예보는 비교할 수 있는 똑같은 기준은 없어요. 그런데 일본이든,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100% 예보를 정확히 맞춘 나라는 없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당연히 노력해야 하고요. 일본이나 미국도 눈이 10cm 온다고 했는데 30cm 와서 공항이 마비되었다, 이런 보도도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난 2008년 여름에 기상청 주말 예보,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안 왔고, 안 온다고 했는데 비가 와서 4주 연속 주말 예보 오보, 그게 5주 연속, 6주 연속이 되면서 올림픽 금메달 소식 전하듯이 보도한 적 있었습니다. 그때 정부의 행정 관료는 어떤 생각을 했느냐면요, ‘우리나라 기상청이 지금처럼 예보관들이 능력이 없나, 외국의 히딩크 감독처럼 외국 예보관을 도입하라, 유치하라.’ 이러한 정책을 펼쳤고요. 실제 미국 예보관 생활을 오래하고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예보관이 오셨는데요. 한국에 4년 근무했습니다. 그렇다고 예보의 정확성이 높아지고, 이런 것은 없지 않습니까?

◇ 정병진: 별 차이가 없었다. 비슷한 상황이다.

◆ 김승배: 그렇습니다.

◇ 정병진: 그렇다면 지난 주말 기상청이 예보하기를, 처음에는 이번 주 목요일에 더위가 꺾인다고 했다가 그날 저녁에 말을 바꿨습니다. 금요일로 바꿨습니다. 금요일쯤에는 더위가 꺾인다고 나와 있는 상황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김승배: 요즘 낮 기온이 36도, 어제와 그제도 그랬습니다. 이 기온이 좀 내려가는 시점이 언제인가, 그게 주말쯤으로 보는 거죠. 서울의 경우 이번 주 금요일 낮 최고 기온이 29도 예상이니 기온이 꺾일 것으로 지금 예상하거든요. 요즘과 같이 아침, 밤 폭염과 열대야, 이 더위가 이번 주말 부터는 누그러질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선선하고 시원한 그런 상태로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한반도 상하층에 있는 뜨거운 공기 지반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 시점은 아무래도 9월 상순쯤 가야 바뀔 것으로 보이고요. 지금까지 이 더위를 무너뜨리는 찬 공기가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할 겁니다. 이 찬 공기가 내려오면 대기가 불안정해져서 갑자기 쏟아 내리는 소나기가 위험한 상황이거든요. 더운 공기가 동쪽으로 빠지고 몽골 쪽 선선한 공기가 원활하게 교체되면 좋은데 공기는 그렇지 않거든요.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있으면 대기가 불안정해지고요. 공기가 완전히 교체되는 것은 계절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것은 9월 상순쯤으로 보니까요. 폭염이 꺾이면 금방 선선해진다는 뉘앙스를 가지고 예보를 전달하면 국민의 불만이 더 커질 것 같습니다.

◇ 정병진: 맹렬한 기세의 폭염은 이번 주말이면 느슨해질 수 있겠으나, 더위 자체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고 9월 상순까지는 더위가 지속될 것 같다는 말씀이시군요.

◆ 김승배: 네, 낮 기온이 33도에서 31도면 절대 선선한 것은 아니거든요.

◇ 정병진: 일본은 지금 태풍 때문에 난리거든요. 우리나라는 올해 태풍 없이 끝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김승배: 올여름 더운 이유가 비가 좀 적게 내렸습니다. 장마 초기 때 중부지방에 200~300mm 비 오고 그 이후로 비가 온 적이 없었거든요. 태풍이 오면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올해와 같은 더위, 폭염에는 오히려 태풍이라도 오라는 말이 많은데요. 일본은 최근에 세 개 태풍이 옆으로 지나갔는데요. 하나의 태풍이 일본 부근에 있습니다. 우리나라까지 오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요. 그러나 태풍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계속 대기요란이 발생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에 9월까지 하나 정도는 태풍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정병진: 하나 정도는 가을 태풍, 가끔 있으니까요.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왜 이렇게 기상 예보가 안 맞을까, 이런 그림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컴퓨터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6168번 님, “그럼 고가의 컴퓨터가 왜 필요했을까요?” 이런 지적도 해주셨거든요. 이게 민심이라는 점, 방송으로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승배: 네, 감사합니다.

◇ 정병진: 지금까지 김승배 기상전문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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