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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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 나태주 시인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06-30 12:03  | 조회 : 5239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6년 6월 2일(목요일)
□ 출연자 : 나태주 시인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 이익선 DJ(이하 이익선): 당신의 전성기 오늘, 목요일 코너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청취자 여러분께 가는 청춘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오늘 이 시간이 모실 분은 제가 소개 안 해드릴 거예요. 일단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 나태주 시인(이하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 이익선: 어서 오세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시는 ‘풀꽃’의 주인공이신 나태주 시인을 저희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 먼 길 오셨죠?

◆ 나태주: 네, 아침에 6시에 일어났어요.

◇ 이익선: 공주에서 오시는 길인가요?

◆ 나태주: 네.

◇ 이익선: 지금 공주문화원의 원장님으로 계시고, 바쁘신 가운데 여기까지 와주셨습니다. 목소리 좋고 발음 정확한 사람이 시를 읽어주시는 것도 좋지만, 시를 지으신 시인께서 직접 읽어주시니까 더 좋네요.

◆ 나태주: 조금 다르죠? 작가가 읽으면 자기 느낌이 살아나니까요. 그리고 어떤 기교나 아름다움보다도 진정성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요.

◇ 이익선: 그렇군요. 이 시가 정말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왜 그렇다고 보세요?

◆ 나태주: 이 시대가, 우리들의 삶이 그걸 요구하지 않나, 저는 옛날에도 이런 시 썼거든요. 그런데 요즘에 이 시를 요구하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오라고 하고, 또 오늘 이 시 때문에 아주 제가 이익선 선생, 옛날에 제가 이익선 선생이 기상캐스터를 하실 때 참 좋아했는데요. 그 사람도 보게 되었네요.

◇ 이익선: 아휴, 영광입니다. 그런데 선생님, 풀꽃이 짧은 시여서 외우기도 좋지만,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고 할 때 그 ‘너’가 저한테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 나태주: 좋은 시에는 신이 주신 목소리, 음성, 문장이 하나 들어가야 해요. 그런데 저도 모르고 썼는데, ‘너도 그렇다.’가 바로 그렇습니다. ‘자세히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이건 인간의 말이에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고, 일상생활에 언제든 있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예요. 아이들을 보면 예쁘다고 하고, 대충 싸잡아서 사랑스럽다고 하는데, 너도 그렇다는 건 조금 생각해봐야 해요. 지금까지 우리가 나만 그렇다고 하고 살았잖아요. 그런데 너도 그렇다고 하면서 호혜 정신이 생기고, 너도 그렇다는 것은 물론 나는 먼저 그렇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그것이 저한테 와서 참 다행입니다.

◇ 이익선: 그렇군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으로 근무하셨잖아요? 이때 아이들에게 한 말을 옮긴 시라고 하던데, 이 시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습니까?

◆ 나태주: 시라는 게 문어체로 된 시도 있고 구어체로 된 시도 있고 그런데, 주로 시인들은 구어체로 쓰죠. 그런데 특히 이거는 애들이 한 말을 그대로 한 겁니다. 애들이 풀꽃 그림을 그릴 때 너무 빨리, 성의 없이 그리길래, 자세히 오래 보면 예쁘고, 사랑스럽다, 풀꽃도 그렇다, 풀꽃은 이름 없는 꽃이잖아요. 이름 없고, 누가 길러주지도 않고, 보살펴주지도 않는 꽃인데, 그런 꽃을 그릴 때도 자세히, 오래 봐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을 보니까 아이들이 갑자기 더 예뻐 보이잖아요. ‘너희들도 그래.’ 이렇게 제가 쏟아낸 말을 다 거두어서 다시 종이에다가 정리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걸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저는 이야기하죠. 아이들이 나한테 준 선물이라고요.

◇ 이익선: 그러셨군요. 그 순간 가장 순도 높은 진심이 시어로 바뀐 거네요.

◆ 나태주: 그렇죠. 아이들과의 교감.

◇ 이익선: 네, 청취자 0120님, “아무 생각 없이 방송 듣다가 풀꽃 시 듣고 마음이 먹먹해 졌습니다. 시만 알았고, 시인 선생님 잘 몰랐는데 정말 반갑습니다.” 이렇게 주셨어요.

◆ 나태주: 네, 반갑습니다.

◇ 이익선: 0214님, “나태주 시인님이 직접 시를 낭송해주시니 또 다른 풀꽃처럼 들리네요. 목소리도 다정다감하시고, 감성 또한 최고이신 것 같습니다.”

◆ 나태주: 그냥 늙은 사람이에요. (웃음)

◇ 이익선: 물리적인 나이로 가늠하면 연세가 있으시지만, 저는 그냥 소년이 앉아 있는 듯한 느낌도 살짝 듭니다.

◆ 나태주: 시인의 끝은 늙은 아이입니다. 하드웨어는 늙었는데, 안에 있는 소프트웨어는 아이여야 해요. 그렇게 안 하면 시를 끝까지, 늙어서까지 못서요. 그게 중요합니다.

◇ 이익선: 네, 사실 저희가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라는 이 코너를 목요일에 늘 하고 있는데요. 살기 팍팍하고 힘들고, 사람들이 철이 너무 들어서, 원래 철들지 말라고 하던데 철이 너무 들어서 사는 게 무겁습니다. 오늘 시인 나태주 선생님 모시고 위로도 받고, 조언도 듣고, 시심도 일으켜 세워보고, 그러려고 모셨거든요. 나태주 시인께 궁금하신 점 있거나 느낀 점 주실 분들은 유료문자 #0945번 보내주시면 됩니다. 2089님 “나태주 시인님, 충남이 고향이시군요. 나를 위한 시 같아서 자신감이 없을 때 꼭 이 시를 되네입니다.” 그런데 평생 시를 쓰셨잖아요?

◆ 나태주: 그렇죠. 16부터 지금까지.

◇ 이익선: 와, 그러면 시 경력이?

◆ 나태주: 뭐 한 60년 정도죠.

◇ 이익선: 그런데 등단하신 것은 또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후였고요?

◆ 나태주: 26이었죠.

◇ 이익선: 등단한 시점에서 20년 이상이 지난 시인을 대상으로 하는 권위 있는 상인 공초문학상을 수상하셨던데요. 늦었지만 정말 축하드리고요.

◆ 나태주: 그 신문사에서 제가 등단을 했어요. 그리고 46년 만에 가서 제가 또 상을 받고, 저는 상금이 많지 않다고 투덜대었습니다만, 그래도 그 신문사에서 또 상을 받으니까 좋았습니다.

◇ 이익선: 물론 시는 늘 쓰셨지만, 어느 날 갑자기 조금 더 유명해지시니까 뭐가 달라지시던가요?

◆ 나태주: 세상이 나를 불렀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 전에는 뭐 저 혼자 썼죠. 세상이 나를 불렀고, 깨웠고, 같이 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세상 사람들이 지금 많은 세상에 있는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제 시를 필요로 하지 않나? 그것이 저는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 이익선: 그런데 잘은 모르지만 시인은 조금 더 섬세하고, 조금 더 여려서 남들보다 더 많이 느끼고, 대신 남들보다 더 많이 다친다는 생각을 늘 해봤는데요. 공감하십니까?

◆ 나태주: 맞아요.

◇ 이익선: 그러면 삶의 굴곡에서도 남들이 100을 아파하면 시인은 200 정도 아파할 것 같은데요?

◆ 나태주: 심장에 더 많은 충격이 가고, 더 떨림이 있고, 그렇지만 또 시인들은 그것을 시로 풀어내니까 많은 위로를 받고, 많은 상승 에너지를 갖지 않나, 그래서 저는 참 재수가 좋았다고 생각해요. 시를 쓰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어떤 여성분이 너무 좋아서 같이 도망가고 싶다거나 했을 때도 그 감정을 시로 썼기 때문에 적당히 잘,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 이익선: 사실 다음 질문이 그거였는데요.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셨습니까? 하고 여쭤보려고 했더니, 답은 시였네요? 사실 선생님 시 중에 제가 적어놓은 시가 하나 있는데요. 제목이 ‘시’입니다. 이거 한 번 읽어드릴게요.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 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여기서 시가 지구의 어느 부분을 밝게 해주는, 그런 힘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 나태주: 그럼요. 지구를 깨끗하게 해주고, 아름답게 해주고, 또 나를 좋게 상승시켜주고 그렇습니다.

◇ 이익선: 네, 왜 그 말씀을 드렸냐면, 4472님이, “나태주 선생님, 시란 무엇입니까?” 이렇게 질문을 주셨어요. 그래서 이 시를 읽어드리기는 했는데요.

◆ 나태주: 시는 시인한테 물이고 공기고 밥입니다. 살아가는 필수요건, 누군가 물어요. 당신은 시 쓰고 감옥에 갈 거냐? 아니면 시 안 쓰고 밖에서 살 거냐? 그럴 때 시인은 시를 쓰면서 감옥에 가겠다, 그런 사람이 시인입니다. 말하자면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것, 시를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것, 그런 것이 시여야지,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 옷 위에 있는 브로치 같고, 넥타이 같고, 넥타이 핀 같다면 그것은 시가 아니죠. 밥이고, 공기고, 물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 이익선: 그렇군요. 7253님, “나태주 시인의 열혈 팬입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사회 초년생 시절 시인의 많은 글들로 위로를 받았어요. 공주 문화원에 꼭 한 번 들려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불쑥 찾아가도 됩니까?

◆ 나태주: 네, 문화원뿐만 아니라 그 옆에 풀꽃 문학관이라고 있어요. 여기 오시면 제가 뵙고, 오르간이 또 있어요. 오르간을 가지고 노래도 하고 그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이익선: 그리고 1849님, “나태주 시인님 존경합니다.” 8265님, “요즘 시에 빠졌습니다. YTN 진짜 감사드려요. 우리 각시도 시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오늘 참 사는 거 팍팍하고 바쁘셔서 문자나 주시려나 했는데, 난리가 났습니다. 문자 #0945번 계속 열어두겠고요. 잠깐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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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기쁨이겠습니다.

나태주 - 선물



◇ 이익선: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풀꽃 시인 나태주 선생님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앞서 선물이라는 시를 낭송해주셨는데, 이 시도 마지막 구가 참 기쁩니다.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이라고 하시는데요.

◆ 나태주: 네, 당신이죠. 지금은 저한테는 이익선 선생님입니다.

◇ 이익선: (웃음) 저희 청취자 여러분께서 문자들 많이 주셨는데요. 문자 좀 읽어드리겠습니다. 4384님, “선생님, 지금 시집을 책꽂이에서 뽑아 선생님 목소리 듣고 있습니다. 시의 활자가 스멀스멀 움직이는 것 같아요.”

◆ 나태주: 그 말씀 들으니까 눈물이 나네요.

◇ 이익선: 네, 그리고 0881님 “삶이 힘들어서 그런지, 순수하고 정갈한 글귀를 더 많이 읽게 됩니다. 힘들 때 힘들다는 시를 쓰기도 하시나요?”

◆ 나태주: 네, 힘들다고 하죠. 하면서 더 좋은 세계를 소망합니다. 한 신부님 말씀 중에 위로를 받았으면 소망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이 있어요. 이 말씀처럼 우리는 서로를 위로해주고, 힘든 것에 대해서 서로 파이팅해주고, 이렇게 서로 소망을 가져야 한다,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그 꿈이 꽃으로 피어나서 행복에 이르고, 기쁨을 받고, 그렇게 좋은 세상을 우리가 바라봐야죠.

◇ 이익선: 네, 3201님, “시인은 남들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아파해야 할 것 같아요. 시인으로 사는 것이 버겁지는 않으세요?”

◆ 나태주: 네, 힘들죠. 하지만 불만은 없습니다. 저는 너무 많은 것을 좋아해서 너무 바빠요. 하늘의 구름을 봐도 구름한테 이야기해야 하고, 길가의 꽃, 나비, 새 소리, 그러니까 바쁘죠. 그런데 그게 너무 감사하고, 이 세상사는 것이 천국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 이익선: 언제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느끼셨어요?

◆ 나태주: 9년 전에 제가 6개월 동안 의사들이 다 죽는다고 사형선고 판정을 했는데, 거기서 제가 병을 이기고 나와서 교직에서 정년하고, 62세 이후에 나는 진짜 바뀌었다, 내 자신이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천국에 사는 사람이고,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다 천국에서 보는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세상이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좋아요. 그래서 말을 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이 세상에서 천국을 살지 않으면 나중에 죽어서 천국에 가서도 천국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당신이 천국에 와서 보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 이익선: 그래서 그러신지, 선생님 표정이 세상에 둘도 없는 아주 아름다운 휴양지를 바라보는 표정이세요.

◆ 나태주: 이익선 선생이 지금 나한테 그래요. (웃음)

◇ 이익선: (웃음) 감사합니다. 0401님, “선생님 많이 편찮으셨다고 하던데, 지금 건강은 괜찮으신지, 건강하게 좋은 시 많이 써주세요.”

◆ 나태주: 네, 다리가 붓지만 아침에는 부은 게 내려갑니다. 그게 감사하죠. 그래서 오늘도 다리가 부은 게 내려갔으니까 오늘 하루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생각하고 하루 여행을 떠납니다. 그래서 저녁에 돌아와서 기도를 하죠. 하나님 오늘 하루 잘 살고 좋습니다. 내일 아침 있지 말고 깨워주세요. 깨워주시면 그게 축복입니다.

◇ 이익선: 4471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나태주: 어머님.

◇ 이익선: 0.5초도 고민하지 않으시네요. 왜 그러신가요?

◆ 나태주: 어머니는 누구나 자기 나이를 거슬러서 올라가면 그 끝이 닫는 지점에서 10개월 동안 나를 당신의 몸 안에 보듬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자신은 우리 자신이 아니에요. 어머니예요. 내가 어머니예요. 남자도 어머니예요. 그래서 저는 시를 썼죠. 동행,

“어머니는 언제 죽나? 내가 죽을 때 죽지”

어머니는 돌아가셔도 돌아가시지 않습니다. 나한테 와 있어요. 내가 어머니니까. 그래서 어머니가 세상에서, 이건 도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위대하고,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익선: 그렇군요...

◆ 나태주: 어머니가 생각나시나 봐요?

◇ 이익선: 지금 저희 PD가 밖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제가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 어머니를 여의시고 그리워하시는 분들한테 방금 너무 큰 위로를 주신 것 같아요. 어머니는 살아계시는 거다.

◆ 나태주: 네, 내 마음 속에.

◇ 이익선: 앞서 시인의 마지막 종착지가 늙은 아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래서 저희 코너 부제가 ‘내 안에 소년, 소녀를 깨워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잠들어 있던 소년, 소녀를 깨울 수 있을까요?

◆ 나태주: 셍땍쥐베리가 이야기했어요. 어린아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다. 그러나 어린아이 시절을 기억하는 어른은 많지 않다. 기억을 해야 돼요. 기억을 하고, 내 마음 속에, 내가 고향 떠나올 때, 내가 학교 떠나 올 때 그 교정, 그 마루에 손사래 치면서 잘 있으라고, 그렇게 세워 두고 온 그 아이가 내 마음 속에 있거든요. 그 아이를 불러내야 해요. 그래서 그 아이와 같이 가야 합니다. 그래서 그 아이가 보는 걸 같이 보고, 그 아이가 듣는 걸 같이 듣고, 말하는 걸 같이 말할 때 우리는 모두 시인이 될 수 있고, 우리는 모두 여행가가 될 수 있고, 모두 화가가 될 수 있거든요. 저는 감옥에 가서 죄수들하고도 이야기를 해봤는데 너무 많이 느꼈어요. 그 얼굴이 너무 해맑고 깨끗하고 잘생겼어요. 저런 사람들이 왜 그랬을까? 마음이 아파요.

◇ 이익선: 그러셨군요. 그런데 하다못해 담배 하나를 예로 들어도요. 담배를 끊는 게 좋다는 걸 알지만 나는 이미 30년 동안 담배를 피웠는데, 지금 끊어서 뭐 깨끗해지겠어? 이미 내 폐는 망가졌을 텐데..

◆ 나태주: 아니요. 망가졌어도 끊으셔야 합니다.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도 진화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끝까지 희망을 가지고, 숨넘어가는 순간까지도 소망을 갖고, 그 소망을 위해서 자기가 노력하고 발돋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익선: 그런 차원에서 아마 이 시를 쓰신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시가 눈에 확 들어왔어요.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시면서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기 위해서, 잠시 잊기 위해서 술에, 여러 가지 쾌락에 의지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제목이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라는 시 인데요. 이 첫 번째 구를 선생님께서 읽어주시겠어요?

◆ 나태주: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아무 것에게나 함부로 맡기지 말아라
술한테 주고 잡담한테 주고
놀이한테 너무 많은 자기를 주지 않았나
돌아다 보아라.


저도 그랬거든요.

◇ 이익선: 아 그러셨어요?

◆ 나태주: 저도 술 많이 먹었어요. 그래서 9년 전에 쓸개가 터져가지고 뱃속이 다 망가졌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의사도 살 수가 없다고 했는데 제가 살았어요. 소망으로. 소망이 그렇게 소중합니다. 이 시대에 소망이 없다고 하는데 절대로 소망을 잃어서는 안 돼요.

◇ 이익선: 꿈을 가지라는 말씀이신 거죠?

◆ 나태주: 그렇죠.

◇ 이익선: 그런데 모든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생로병사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지 않습니까? 늙는 건 슬픈 것 아닌가요?

◆ 나태주: 늙는 건 나쁜 게 아닙니다. 그건 좋은 거예요. 많은 것에서 해방될 수 있어요. 이성으로부터 해방 될 수 있고, 술, 놀이, 돈, 나이가 들면 돈에 대해서도, 약값 외에는 드는 게 없어요. 그것 외에는 별로 드는 게 없기 때문에 거의 해방될 수 있어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마지막까지 시달리고 있는 게 명예거든요. 그렇지만 그것도 벗어야 할 것이고, 그래서 잘 생각해보면 늙는 것이 훨씬 더 자유스러워지고, 좋을 수 있어요. 그리고 나이 먹어서는 베풀어줘야 하는, 그런 단계가 되면 좋겠어요.

◇ 이익선: 네, 9110님, “앞만 보고 시계바늘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옆도, 뒤도, 한 번씩 돌아보게 하는 시간입니다. 퇴근길에 선생님 시집 한 권 사가야겠어요. 0213님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글썽거려지는데, 이익선 씨 또한 같은 마음이었나봐요?“ 아마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벌써 다 되었는데요. 저희가 나태주 선생님을 한 번만 모실 수는 없죠. 그래서 어렵사리 다음 주에 한 번 더 모실 거고요. 다음 주에, 저도 시 쓰고 싶은데 시 쓰는 방법 알려주신다고요?

◆ 나태주: 네. 그럼요.

◇ 이익선: 꼭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태주: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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