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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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쓰레기처럼... 베이비박스는 생명입니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05-09 10:55  | 조회 : 3236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6년 5월 9일(월요일)
□ 출연자 :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


- 아이 버리려는 미혼모에게 대안 되어주는 베이비박스
- 아이 쉽게 포기하게 한다는 지적도 있어
- 베이비박스 만든 이종락 목사, 9년전 버려진 아이 거두며 착안
- 어버이날인 어제도 버려진 생명 거둬
- 아이와 함께 세상 저버리려 했던 어린 엄마들, 베이비박스로 품어
- 어린 엄마들이 다시 찾아와 아이 데려갈 때 보람 느껴



◇ 정병진 아나운서(이하 정병진): 국내에서 최초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면서 버려진 아이들을 돌봐 오신 이종락 목사 전화 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 이종락 목사(이하 이종락): 네, 안녕하세요.

◇ 정병진: 베이비박스, 사실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긴 했는데요. 다시 한 번 베이비박스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 이종락: 네, 베이비박스는 아이들이 유기되지 않도록 유기를 사전에 막고, 또 낙태를 사전에 막으며, 미혼모들의 도피처입니다.

◇ 정병진: 그러니까 교회에다가 일정한 공간을 마련해 두신 거죠. 유기할 거면 여기에 맡겨라, 이런 취지잖아요?

◆ 이종락: 네. 도저히 키울 수 없고, 도저히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환경에 있는 부모들이 아무 곳에나 유기하면 안 되니까, 여기에 안전하게 두면 아이의 생명을 보존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 베이비박스입니다.

◇ 정병진: 그러니까 베이비박스를 열면 아이를 둘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벨도 있다면서요? 벨을 누르면 아이가 들어왔다는 뜻입니까?

◆ 이종락: 네, 벨 소리를 들으면 아이가 들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 정병진: 그러면 목사님께서 최초에 이걸 설치하셨을 때, 벨이 울리면 깜짝 놀라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습니까?

◆ 이종락: 제가 자지러지죠. 가슴이 철렁했어요.

◇ 정병진: 그때가 언제였나요?

◆ 이종락: 6년 전입니다.

◇ 정병진: 네. 그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구체적인 이유가 있나요?

◆ 이종락: 네, 9년 전에 우리 대문 앞에 버려진 아이를 품으면서, 그 아이 때문에 베이비박스를 만들 생각을 했습니다.

◇ 정병진: 아, 목사님 집 앞에 아이가 있던 건가요?

◆ 이종락: 네, 그것도 새벽 3시 정도에 아이를 종이 박스에 버려두고 갔는데, 아이를 데려가지 않으니까 새벽 3시에 전화를 한 겁니다. 그래서 뛰쳐나가보니까 고양이가 주위를 돌고 있었고, 종이 박스 안에 아이가 얇은 이불에 감겨 있었는데요. 아이가 생명이 위험했습니다. 저체온이 오고 그래서 그 아이를 품고 올라오면서, 아 잘못하면 우리 대문 앞에 아이들의 시체가 발견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생겼고요. 안전하게 갖다놓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습니다.

◇ 정병진: 그렇군요. 그게 9년 전 일이고, 이제 3년 쯤 뒤에 베이비박스를 본격적으로 설치하셨군요?

◆ 이종락: 네,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 정병진: 이게 유럽 쪽에 좀 있나봐요?

◆ 이종락: 네, 유럽뿐만 아니라 동남아에도 많이 있습니다. 세계 20개국에서 베이비박스를 설치해서 국가에서 인정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병진: 그렇군요. 베이비박스를 통해서 만나게 된 아이들은 몇 명 정도 되나요?

◆ 이종락: 어제 아침까지 948명이 들어왔습니다.

◇ 정병진: 아, 어제 아침까지도 있었나요?

◆ 이종락: 네.

◇ 정병진: 그렇군요. 참 많은 아이들이 온 건데요. 지금까지 만났던 아이들 사연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을 것 같아요?

◆ 이종락: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너무 많죠. 약을 타서 같이 자살해 죽으려고 했던 아이를 데리고 와서, 그걸 살려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아이를 3층에서 던지고 자기는 5층에서 투신자살하려고 했던 아이, 그리고 아이를 버렸다가 다시 가보니까 죽어가는 아이를 데리고 온 아이, 산에서 출산해서 파묻으려고 했다가 데리고 온 아이, 이런 아이들이 나중에 다시 와서 찾아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때 참 보람이 있었죠.

◇ 정병진: 다시 데려가는 경우가 있군요?

◆ 이종락: 네, 그때 아이들을 찾아가면서,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 하고, 그런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죠.

◇ 정병진: 그럴 때 굉장히 보람되실 것 같아요.

◆ 이종락: 네. 그리고 뭐 탯줄을 달고 들어오는 아이들, 하혈을 하면서 오는 아이, 와서 바로 쓰러진 아이, 굉장히 많습니다.

◇ 정병진: 아이를 두고 가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대는 좀 낮은 편인가봐요?

◆ 이종락: 네, 60%가 미성년자입니다.

◇ 정병진: 아, 그렇군요. 지금은 다시 데려간 아이도 있을 거고 목사님과 같이 지내는 아이도 있을 것 같은데, 몇 명이나 있나요?

◆ 이종락: 지금 베이비박스에는 6명 정도가 있고요. 우리 공동체에는 60명 정도가 같이 살고 있습니다.

◇ 정병진: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다른 탁아시설로 옮겨지고, 이런 과정이 있나보군요?

◆ 이종락: 장애인공동체를 통해서 베이비박스가 만들어졌으니까, 장애인공동체에는 20명이 있고, 지금 베이비박스에는 6명이 있습니다.

◇ 정병진: 그렇군요. 그 베이비박스를 통해서 거쳐 간 아이들이 어느 과정을 거쳐서 자라게 되는지, 그것도 궁금한데요.

◆ 이종락: 네, 지금은 저희들이 한 3~4일 정도 보호하고 있다가, 구청을 통해서 종합병원으로 가게 되고,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마치고 보육원으로 갑니다. 그래서 종종 입양도 되고 하고 있습니다.

◇ 정병진: 제가 미혼모 지원시설에서 탁아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탁아를 하는 사이에 미혼모들이 교육도 받고 자활도 하더라고요. 그런 프로그램도 운영합니까?

◆ 이종락: 저희들은 미혼모를 만나서 칭찬하고 위로하고 성교육을 하고요. 그리고 치유를 합니다. 대부분 우울증이 있기 때문에, 출산 우울증으로 굉장히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사회생활이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치유를 하고요. 또 미혼모들이 원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아이를 돌려보내기 위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78가족이 우리의 도움을 통해서 원 가정에 들어가서 크고 있고요. 지금도 50가족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 정병진: 그렇군요. 사실 베이비박스 관련해서는 이런 질문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베이비박스가 생김으로서 미혼모들이 아이를 조금 더 쉽게 포기하는 것 아니냐? 이런 목소리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이종락: 네, 그렇게도 생각하실 수 있겠죠.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본질을 망각한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아이들이 쓰레기처럼 버려지고 있잖아요? 이 본질은 생명이라는 말이에요. 과연 베이비박스 때문에 키울 수 있는 아이를 쉽게 버릴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부모가 없죠. 베이비박스는 그렇게 쓰레기처럼 버려져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생명을 보호하는 박스입니다. 이것을 잘못 이해하시고 잘 알지 못하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 정병진: 그러니까 베이비박스가 있어서 아이를 쉽게 포기해야겠다, 이게 아니고, 베이비박스 덕분에 그동안 속앓이 했던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을 타계할만한 길을 찾았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네요?

◆ 이종락: 당연하죠.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나라마다, 독일 같은 나라에는 베이비박스가 100개가 넘게 있거든요. 그런데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생명박스입니다.

◇ 정병진: 네, 생명박스다, 본질에 집중하자, 이런 말씀이셨습니다. 이야기 나누면서 어떻게 보면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감사하기도 하고, 이런 마음이 복합적으로 드는데요. 우리가 베이비박스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되면 가장 이상적이지 않습니까?

◆ 이종락: 그렇죠.

◇ 정병진: 애초에 이런 어려운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우리 개인과 사회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 이종락: 지금 우리가 어려운 아이들에 대해서도 신문에 많이 보도되고 있죠. 우리 모두가 함께 어린 생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고요. 이런 유기되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법적이고 행정적인 보완, 입양특례법이라고 하는 법이 제정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이 아이들을 유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일반 가정의 아이나 미혼모로 태어난 아이나 다 같은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는데, 미혼모의 아이들이 버려져도 아무런 대안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우리가 가슴 아프게 생각해야 하고, 또 시급히 법을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정병진: 네, 센터에서도 하고 있지만 10대 청소년들의 성 의식이나 교육 부분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고요.

◆ 이종락: 네, 그것을 보완해야 하고요. 저희들이 찾아가는 성교육도 하고 있는데, 이번에 교재를 다시 만들고 있는데, 아마 2년 후에는 학교에서 그 교재가 교육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정병진: 알겠습니다. 작년 한 해 아동학대 문제가 사회적으로 어수선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생명이다, 그 한 마디를 우리가 붙들고 생각해봤으면 하는 그런 인터뷰였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종락: 네, 감사합니다.

◇ 정병진: 지금까지 국내 최초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락 목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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