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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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코드 94.5]논란으로 시작해 파행으로 막 내린 대종상영화제-정덕현 문화평론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11-25 16:45  | 조회 : 3038 
[문화코드 94.5]논란으로 시작해 파행으로 막 내린 대종상영화제-정덕현 문화평론가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11/24 (화)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매주 화요일에는 뉴스 안에 담긴 다양한 대중문화의 코드를 읽어봅니다. <문화코드 94.5> 정덕현 문화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덕현 문화평론가(이하 정덕현): 예. 안녕하세요.

◇최영일: 지난 주 금요일에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이 있었는데요. 시상식이 있기 전부터 논란이 많지 않았습니까?

◆정덕현: “국민이 함께 하는 영화제인데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공식기자회견 자리에서 대종상측이 이런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됐는데요, 사실 이렇게 되면 대종상이 참가상의 뉘앙스를 갖게 됩니다. 연기자들이 후보에 오르고도 참석하기가 애매해지는 거죠. 이것만이 아닙니다. 김혜자 씨는 새로 신설된 ‘나눔화합상’이라는 상에 수상자로 지목됐었는데 김혜자 씨가 연극 때문에 참석이 어렵다고 해서 그러면 다른 수상자를 내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다시 대종상측에서 김혜자씨 이외의 수상자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고 영상으로 시상을 대치하겠다고 해서 수락했더니 방송사 사정상 촬영이 어렵다고 얘기해 김혜자 씨에게 무례를 범했다는 거죠. 또 인터넷에 후보 사진을 잘못 내건 일로 질타를 받기도 했고 시상식 때 이름을 잘못 호명해 비판을 받기도 했죠.

◇최영일: 결국은 주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모두 불참했고, 시상자들도 등장하지 않은 채 결국은 파행 진행됐죠?

◆정덕현: 대중상이 아니라 대리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파행이었습니다. 유아인, 하정우, 엄정화, 한효주, 김혜수, 황정민, 전지현 등등 주조연상 후보들이 모두 불참했고 심지어 인터넷 인기상으로 지목된 후보들도 불참을 하게 됐죠. 모두가 자신들의 스케줄을 이유로 불참을 양해하고는 있지만 이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빠져나간 건 단지 우연적인 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시상의 불편함이 몇몇 연기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을 테고 그건 도미노처럼 다른 연기자들의 불참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들 빠져나가는데 혼자 나가 앉아 있는 것도 우스운 꼴이 되지 않겠어요. 그것도 ‘참가상’이라는 오명까지 덧붙여지니 더더욱 그랬겠죠.

◇최영일: 국제시장이 10관왕을 달성하면서 대종상의 흔한 관행이 되어버린 몰아주기가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그동안 시상에 있어서 논란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대종상이 가졌던 문제점이라면 어떤 점을 짚어주시겠어요?

◆정덕현: 지난 2012년 제 49회 대종상영화제에서 <광해>는 총 22개 부문에 무려 15개의 상을 휩쓴 바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몰아주기 시상에 대한 대중들의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국제시장> 10관왕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윤제균 감독은 상을 받으면서도 사과를 했죠. “상 받으면서 이렇게 부담되고 땀이 나기는 처음인 것 같다. 무대에 많이 올라와 죄송하다”고 말했고, “이 자리에 이준익 감독님, 임권택 감독님도 계신데 내가 이런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어쩔 줄 몰라 했죠.

◇최영일: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영화제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정덕현: 한두 번이 아니고 거의 매해 논란이 나오고 있다는 건 영화제가 가진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대종상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색채로 편향되어 있다는 비판은 이런 논란들이 더 첨예해지는 이유가 되고 있는데요, 과거 <애니깽> 사태는 대종상의 보수적 색채를 가장 잘 드러내준 사건이었죠. 96년 당시 개봉조차 하지 않은 <애니깽>이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던 것입니다. 당시 경쟁작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꽃잎>, <테러리스트>, <은행나무 침대> 등이었다는 건 너무 정치적인 시상이 아니냐는 비난을 가져왔죠.

◇최영일: 외국 영화 시상식을 보면 축제의 장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데요... 이런 영화제를 만들기는 어려운 걸까요?

◆정덕현: 왜 어렵겠습니까. 그저 상식적인 판단을 하면 되는 것이고 무엇보다 지금 현재의 대중들 아니 국민들의 공감대를 가져갈 수 있을 만큼의 시상식이면 되는 일이죠. 결국 대종상은 국가의 지원을 받는 시상식이잖아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거죠. 그렇다면 국민의 입장에서 어떤 균형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주최측이 너무 상을 준다는 것으로 군림하려 하거나 권위를 세우려 하는 건 구태의연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결국 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축제가 되어야 하는 거죠.

◇최영일: 올해 대종상은 심사위원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제가 끝나고 난 뒤에 심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벌어진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은데요. 심사과정만 투명하게 공개가 되도 문제점들을 바로 잡아 나갈 수 있는 건가요?

◆정덕현: 여러 심사에 참여하고 있지만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절차적인 투명성입니다. 즉 저마다 심사위원들은 입장이 다를 수 있는데 그것이 합당한 이유에 의해서여야 하고, 그렇게 다른 입장도 전체적인 토의와 논의를 거쳐서 시상자가 결정되면 깨끗이 승복할 수 있는 그런 쿨한 시스템이어야 하는 거죠. 무엇보다 개인적인 사익에 의해서거나 아니면 정치적인 입장이 끼어들면 시상은 대중들과의 공감대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영화제는 대중들이 유리된 채 그들만의 축제로 전락하게 되는 거죠.

◇최영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반세기를 이어온 시상식이 스스로 권위를 잃는 모습은 참 씁쓸한데요. 이번 사태를 어떤 계기로 삼아야 할까요?

◆정덕현: 이번 사태는 지금껏 쌓여왔던 모든 부조리한 관행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바닥을 보인 거죠.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이게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걸 하나하나 재점검하고 새롭게 재정비해야 하는 거죠. 무엇보다 이 상이 지향하는 철학이 뭔지를 명확히 해야하고 거기에 맞는 심사위원 위촉과 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잃어버린 권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제 존폐 자체가 어려운 상이 될 수 있죠.

◇최영일: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문화코드 94.5> 정덕현 문화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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