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시간 : [월~금] 17:00~19:00
  • 진행 : 신율 / PD: 신동진 / 작가: 강정연, 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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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버킷리스트]다른 인생을 살아 볼 수 있다면. 연극은 자신을 재발견하는 경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이수연 강사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10-08 20:30  | 조회 : 4069 
[마이버킷리스트]다른 인생을 살아 볼 수 있다면. 연극은 자신을 재발견하는 경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이수연 강사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10/08 (목)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다른 인생을 살아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연극은 그런 경험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데요. 한번쯤 연극을 하고 싶어도 사람들 앞에서는 것이 두려워서 또, 자신이 없어서 망설이신다면요. 오늘 마이버킷리스트를 통해서 연극에 도전하는 용기를 갖게 되실 듯 싶습니다. 연극 강사 이수연 씨 연결돼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이수연 강사(이하 이수연): 예. 안녕하세요.

◇최영일: 연극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요. “나는 목소리가 작아서 안 돼, 나는 끼가 없어서 안 돼.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무서워” 이렇게 망설이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연극을 하는 데 조건이 있나요? 연극은 어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가요?

◆이수연: 연극을 한다, 라고 할 때, 먼저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어요. 하나는 연극전문가 되어 연극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일반인, 비전문인이지만 연극을 직접 해보는 거지요. 전자의 경우엔 연극예술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겠지만, 비전문인, 일반인의 경우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연극을 하는 데 조건은 딱히 필요 없다고 봅니다. 하고 싶은 마음, 열정만 있으면 됩니다. 연극을 하는 사람들은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의 맛을 알고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최영일: 나이 때문에 연극하기를 망설이는 분들도 있으신데요. 연극을 배우는데 나이가 걸림돌이 될까요?

◆이수연: 나이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도 5살부터 60-70대 어머니, 할머니들까지 다양한 계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각 연령별로 연극을 경험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지요. 연극을 공연화하는 경우를 생각해봤을 때, 어머님들은 특히 대사를 못 외울까봐, 무대에서 실수하실까 걱정을 많이 하시고, 처음엔 무엇보다 ‘내가 무슨 연극을 해!’, 하는 두려움이 앞서시지만 막상 시작되면, 어디에 그런 모습을 숨겨두셨는지 모르게 재밌게 하십니다. 그러다 간혹 고백하기도 해요. ‘내가 사실 배우가 꿈이었어.’라고요. 또 저의 경우엔 대본을 들고 가는 일이 없이 즉흥을 통해 우리만의 대본을 만들어가면서 연극을 하기 때문에, 대사를 외우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 언어가, 내가 한 말들이 대본화 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즐거웁게 하다보면 어느새 연극 한편이 만들어져 있는 셈이지요. 나이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최영일: 요즘 전문배우가 아니라도 연극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수연: 요즘엔 다양한 방식으로 일반시민들, 보통사람들이 공연을 많이 하십니다. 특정 극단들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일반시민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고, 극장에서 주관하고 극장공연까지 올리는 방식도 있고. 굉장히 많지요. 어떤 경우는 오디션을 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생각이 좀 다른 편입니다. 전문가들이 준비한 기존의 희곡을 가지고 전문연출가와 배우들에게 연기를 배워가는 것도 좋지만, 참여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연극을 만드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문가에게 기대지 않고, 그분들이 그분들의 연극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주로 그들이 있는 그들의 공간으로 찾아가는 편입니다. 물론 제가 어디 한 곳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자신이 속한 공간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연극의 경험은 주체적인 경험입니다. 자발적 동기가 중심이 되는 것이지요. 일반 시민들이 연극을 한다는 것은 내가 할 말이 있다, 내가 무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는 뜻입니다. 극장이라는 공간, 무대라는 공간은 더 이상 특정인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라는 선포이기도 합니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이 예술의 주체로서 자기의 이야기들을 당당히 들고 나서는 모습은, 어찌 보면 예술의 궁극적 목적, 연극의 궁극적 목적인 ‘소통’의 실현이기도 하거든요. 주체와 객체가 분리된 예술을 거부하는 것, 그동안 보기만 했으니, 이번엔 내가 나선다. 더 이상 차려진 밥상을 먹기만 하지 않겠다, 내가 내 입맛대로 차려보겠다, 라는 욕구의 실현인 것이지요. 이건 매우 중요한 현상이고 진보입니다. 전문 연극인들에게도 굉장한 자극이 되고요. 연극이 선순환 되는 흐름이 만들어지지요. 특히나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시대에 시민들이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예술을 하겠다고 나서다니요!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최영일: 어떤 매력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연극에 도전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이수연: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주체적 경험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담겨있겠죠. 그 중에서도 성취감, 예술적 경험, 미적경험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는, 이 경험들이 결국 내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인데,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게 되는 힘이 아닐까 싶어요. 연극을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의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지루함으로부터 일탈을 꿈꿉니다. 예술가들은 예술작품을 통해, 공연을 통해 그것을 가능케 하고요. 그런데 감상의 방식은 아주 짧고 지속적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연극의 경험은, 무대 경험은 시공간을 초월하게 하는 순수하고 영원한 경험입니다. 그곳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이전의 일상이 아닌, 다른 곳에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요. 그리고 그 경험의 힘은 지속됩니다. 그래서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또 연극을 찾게 되는 거예요. 그것이 연극이 지닌 이상한 마력입니다.

◇최영일: 일반인들이 연극을 배우게 되면 무엇부터 배우게 되나요?
많이들 어색해하고 쑥스러워 하실 것 같은데요.


◆이수연: 사실 연극을 한다는 건 무척 힘든 일입니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몸도 힘들고, 또 여럿이 함께 해야 하고. 마음은 좋아서 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시작되면 후회하기 일쑤에요. 그래서 저는 ‘무엇을 배운다.’는 개념보단 ‘논다, 창작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시길 바라고 그렇게 합니다. 이미 그분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연극성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는 정도? 그리고 그분들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가이드를 해주고 완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정도이지요. 제가 무얼 가르치겠습니까? 이미 자신의 삶을 살고 계신 훌륭한 배우이자 연출가들이신데요.

◇최영일: 아이들은 어른들과 어떻게 다른가요? 또 떨리고 두려운 무대이지만, 연극을 마치고 나서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연극 해보기 전과 후,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요?

◆이수연: 이미 앞에서 말씀 드린 것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아이들은 훨씬 역동적이고, 적극적이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다는 것이에요. 어른들은 눈치보고 조심하고 생각하고 말하지만, 아이들은 만나는 순간부터 저를 가만 두지 않아요.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듣는 것보단 말하는 것, 말하는 것보단 행동하는 것이 더 편한 존재가 아이들이지요. 그래서 연극에 가장 최적화된 대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초등학생들은 오히려 저보다 더 연극의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무대경험이라는 것은 제 것을 온전히 누리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 공연에선 부모님들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부모님들께서 많이 말씀하시지만, 부모님들은 그들의 아이를 무대에서 낯설게 보게 되는 이상한 감정을 느끼시곤 합니다. 분명 내 아이인데, 나에게 연극적인 감동을 주는 겁니다. 그냥 ‘잘한다, 내 새끼’가 아니라, 평소의 내 아이가 아닌 경험을 하는 거지요. 내가 몰랐던 아이의 또 다른 면, 그것도 완전히 몰입해 있는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에 색다른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런 편지나 말씀을 많이 받곤 합니다.
언제나 모든 공연은 끝까지 힘들고 우여곡절 끝에 완성되는데, 공연을 마친 중학교 남학생이 분장실에서 몹시 흥분한 상태로 저를 붙들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이게 무슨 감정일까요? 아아, 이 기분, 이게 뭐지요?’ 그 남자아이 눈엔 정말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어요. 저는 그게 무슨 감정인지 알지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엇. 해냈다는 말로는 부족한 것, 가슴이 마구 벅차오르는 어떤 것,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충만감, 그리고 무대와 함께 사라질 것 같은 그런 거. 우린 분주한 분장실에서 잠깐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지만, 그 순간 그 모든 것을 함께 나누었어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연 외에도, 하나하나의 과정이 중요한 연극놀이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하나의 연극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서 만나고 살아가고 다시 돌아오고. 연극경험의 전과 후. 그것을 하나로 무엇이다, 라고 말로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경험해보시라고 할 수밖에요.

◇최영일: 예. 알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이수연 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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