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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쿠샤, 역사적 의미 있지만 과대포장 된 면도 있어! 기재부는 무상 양도해야" -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관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9-03 10:12  | 조회 : 5234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딜쿠샤, 역사적 의미 있지만 과대포장 된 면도 있어! 기재부는 무상 양도해야" -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관장 (前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앵커:
서울 인왕산 자락에 ‘딜쿠샤’란 벽돌집이 하나 있는데요. 서울시가 이 딜쿠샤를 문화재로 지정하겠다며 기획재정부에 무상으로 양도해달라고 밝혔습니다. 기재부는 무상 양도 안 된다, 버티고 있고요. 과연 딜쿠샤가 어떤 의미가 있는 건물인지, 또 서울시와 기재부 사이엔 어떤 갈등이 있는지 전문가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을 맡았던 은평역사한옥박물관 황평우 관장,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관장(이하 황평우):
네, 안녕하세요.

앵커:
최근 딜쿠샤를 문화재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먼저 청취자 분들을 위해, 딜쿠샤가 무엇인지, 어떤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는지 소개해주시죠.

황평우:
원래 딜쿠샤라는 말은 힌두어인데요. 희망의 궁전, 이상향, 행복한 마음, 이런 뜻이고요. 인도 북부의 곰티강 언덕에 딜쿠샤 궁전이라는 게 있어요. 여기서 따 왔는데요. 이게 누구냐면 우리가 보면 예전에 금을 ‘노다지’라고 부른 거 기억나시죠? 그러니까 미국 사람들이 금을 캤을 때 손대지 말라고 ‘No, touch’라고 한 것을 듣고 노다지라고 한 것인데, 이때 대표적으로 한국에 와서 금광산업을 했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운산금광이라고 있어요. 1896년에 조지 알렉산더 테일러라는 사람이 한국에 와서 금광사업을 했고, 이 아버지가 사망하고 난 다음에 아들이 한국을 떠나지 않고 금광사업과 무역을 하고, 또 UPI 서울 특파원도 지냈고요. 그리고 영국인 메리 테일러라는 분과 결혼을 하면서, 이 분을 위해서 지금 서대문 형무소 바로 맞은편 쪽에, 사직단에서 조금 올라가면 언덕이 있습니다. 예전에 권율 장군의 집터가 있었다는 곳인데요. 그쪽에 집을 지어줬죠. 그래서 그 집을 딜쿠샤라는 이름을 지었죠. 그런데 거길 올라가보시면 소파 방정환 선상님의 소설에도 그 언덕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서대문 쪽의 경관, 안산 쪽의 경관과 서소문 안쪽으로의 경관, 그리고 남산이 보이고, 굉장히 경관이 좋았다고 해요. 그래서 아마 딜쿠샤 궁전에서 딴, 이상향이라는 이름이 나온 것입니다.

앵커:
그 이름은 누가 붙인 건가요?

황평우:
테일러가 집을 지으면서 거기 벽에, 1923년에 집을 지은 것으로 나오는데요. 건물 기초 벽에 딜쿠샤 1923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 명문에 대해서 우리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테일러의 후손이 2006년인가 한국에 와서 딜쿠샤의 내용에 대해서 쭉 소개를 했죠. 그러면서 의문이 풀린 게 사실 2000년대부터 문화재 지정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딜쿠샤라는 명분을 모르고 있었는데, 이분들이 한국에 와서 이런 내용을 알게 된 것이죠.

앵커:
알버트 테일러라면 일제가 자행한 화성 제암리 학살사건, 이런 것을 최초 보도하고, 이렇게 언론 관련해서만 알고 있었는데요.

황평우:
UPI 서울 특파원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금광사업도 하고 무역상도 하셨는데, UPI 서울 특파원도 하시면서, 제암리도 그렇고, 3.1운동 독립선언서를 외국에 최초로 타진한 사람 중에 하나죠.

앵커:
아내를 위해서 지어준 집이고, 알버트 테일러도 근현대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람인데요. 이분은 지금 한국에 묻혀계시잖아요?

황평우:
네, 사실 미국에서 돌아가셨어요. 1948년 6월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면서 유언을 뭐라고 했냐면, ‘나는 한국에서 묻히고 싶다’고 하셔서 합정동에 외국인 묘지공원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앵커:
네, 이렇게 의미가 있는 사람, 그리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인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서울시에서 딜쿠샤를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거죠?

황평우:
그런데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2000년대부터 이 건물이 워낙 예사로운 건물이 아니었으니까, 저도 답사를 다니면서 이것이 도대체 어떤 건물인가 싶었는데, 건물이 굉장히 독특한 게 건물 구조가 안으로 들어가면 회전형으로 올라가면서, 우리나라의 다른 근현대 건물과 양식이 다르고요. 주로 우리나라 근대 건물들이 일본인들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와서 한국에서 실험적으로 만들고, 거기서 성공하면 일본 본토로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이 건물은 미국식 주택이에요. 그리고 충정로와 사직단에 이런 건물들이 많았던 게 왜 그러냐면, 충정로 일대가 외국인 기업인들이나 금융업 종사자들이 많이 기거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 안에 17세대의 저소득층, 무단 점령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요. 갈 곳이 없는 어려운 분들이 이 건물을 방 하나씩 쓰면서 살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되죠. 이분들이 이주해야 하고, 이주를 하려면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보상비가 만만치 않을 테니까요.

앵커:
아, 딜쿠샤에 누가 들어와서 살고 있는 건가요?

황평우:
해방되고, 한국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 여기에 많은 우리나라 어려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무단으로 점령해서 살게 된 게 여태까지 된 것이죠. 사실 한국전쟁 이후에 우리나라 궁궐이나 문화재에 여러 사람이 무단점령을 하고 살았습니다. 워낙 살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이 재산은 기획재정부, 대한민국 정부 소유이죠.

앵커:
그렇군요. 황평우 관장께선 딜쿠샤를 문화재로 지정하는 자체는 동의하십니까?

황평우:
그럼요. 문화재 지정을 해야죠. 왜냐면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근대사에서 건축적으로 굉장히 독특한 양식이고요. 역사적으로 보면 현재 이 분이 3.1 운동을 알려내기도 했고, 또 여러 가지 한국에서 좋은 필요한 이야기를 하셨던 분이고, 또 여기가 양기탁과 어네스트 베델이 발행했던 대한매일신보의 사옥으로도 추정되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경우도 알고 있어야 하는 게, 맨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노다지 말씀을 드렸죠. 제가 볼 때 테일러에 대해서는 너무 좋은 이미지로만 포장되어 있지 않나? 왜냐면 테일러의 한국에 우호적인 부분도 강조해야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금광, 운산금광에서 많은 부를 축적하고 이 부에 대해서 본인들만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금광개발을 해서 그들은 이익을 남겼을지 모르지만 한국 땅은 피폐했고, 여기서 나는 경제적 잉여가치는 로버트 테일러만 가져갔다.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는 냉정한 평가도 같이 해야 하지 않느냐, 이런 생각인 거죠.

앵커:
그런 의미에서 황평우 관장께서 서울시가 딜쿠샤의 가치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않았는가, 이런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요. 궁금한 게 기재부와의 마찰입니다. 서울시에서는 딜쿠샤를 무상으로 양도해달라는 입장인데 기재부에서는 일단 여기에 대한 거부입장을 밝힌 것 같습니다. 이게 어떤 상황인 거죠?

황평우:
이런 겁니다. 기재부에서 가지고 있는 땅에 대해서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서 무상으로 서울시에 양도해달라고 하니까,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비슷한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예를 들자면 어디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데 중앙정부 소유로 되어 있다, 그러면 지방정부에서는 문화재나 문화공원으로 지정하려고 하는데 국가지정 땅이니까 우리에게 양도해 달라, 그런데 이건 경우를 염려해서 기재부가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겠죠.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토지 중에서 기재부에게 대토해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을 텐데요.

앵커:
맞교환 하는 거군요?

황평우:
그렇죠. 그런데 만약에 서울시가 문화재 지정을 하겠다고 한다면, 기재부는 대토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그러지 말고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등록문화재로 등록하면, 굳이 대토하거나, 소유가 국가가 되든 서울시가 되든 문제가 없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서울시가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문화재청, 정부 차원에서 등록문화재로 추진하고, 등록문화재 관리를 문화유산국민신탁에 맡긴다면, 그건 정부산하 법인조직이거든요. 간단하게 해결될 것 같은데, 두 기관이 너무 헤게모니 싸움을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정부차원에서도 문화재 등록을 직접 추진할 수 있는데요.

황평우:
그렇죠. 문화재청이 직접 할 수 있죠, 물론 관리는 지자체에 주지만, 정부에서 직접 하면 굳이 서울시로부터 대토나 이런 걸 안 해도 되겠죠.

앵커:
서울시 입장에서는 서울시 권역 내에 있기 때문에 잘 개발해보자는 입장인 것 같고요. 그런데 다른 지자체에도 선례가 있다고 하셨잖아요.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양도해 달라, 이런 식으로 나오면 형평성 시비도 있을 것 같은데요.

황평우: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기재부가 너무 완고한 입장인 것 같은데요. 사실 지방정부든 중앙정부든 같은 대한민국 안에서 문화적인 자산을 만드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문화재로 지정하는 부분에서, ‘우리가 땅 주니까 너네도 이만큼 내놓아라.’ 이런 논리는 기재부가 조금 과한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서 개발을 해서 개발 이익을 남긴다면 대토를 주거나 잉여급부를 줘야 되겠죠. 그렇지만 이건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고, 문화재는 전 국민이 공유하는 사회의 자산이지 않습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똑같은 경제논리를 댄다는 것은, 저는 기재부 입장에는 조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현재는 기재부 산하의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관리하는 것 같은데요. 건물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나요?

황평우:
관리가 너무 안 되고 있죠.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가보면 학자들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겨우 도색을 하고 있는 입장인데, 실제 내부에 들어가거나 뒷모습을 보면 거의 붕괴직전이고요. 지금 아마 D급, 그러니까 거의 사람들이 살아서는 안 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서울시도 그 안에 사시는 분들에 대해서는 임대주택 단지로 이주를 권하고 거기를 빨리 수리한다면, 물론 수리비도 꽤 많이 든다고 하는데, 원래 모습을 복원한다고 하면 국민들이나 서울 시민들이 이해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서 근현대사가 조명 받는 시점인데요. 이렇게 기재부와 서울시가 서로 간의 헤게모니 싸움을 그만두고, 등록문화재로 추진하든지, 이런 식으로 서로가 협의점을 찾아가자,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황평우:
네, 그렇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은평역사한옥박물관 황평우 관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황평우: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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