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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곽정수기자의 기업이야기]“경남 성완종 회장의 비화, 정경유착 넘어 정경일체형이었다”-곽정수 한겨레신문 경제부 선임기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4-15 18:18  | 조회 : 6274 
[곽정수기자의 기업이야기]“경남 성완종 회장의 비화, 정경유착 넘어 정경일체형이었다”-곽정수 한겨레신문 경제부 선임기자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7:00)
■ 진행 : 김윤경 기자
■ 대답 : 곽정수 한겨레신문 경제부 선임기자

◇김윤경> 대기업. 그들만의 뒷얘기를 살펴보는 시간이죠. 곽정수 기자의 기업 이야기. 한겨레신문 경제부의 곽정수 선임기자 함께합니다. 곽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곽정수 한겨레신문 경제부 선임기자(이하 곽정수)> 네. 안녕하세요.

◇김윤경> 이 고 성완종 회장이 이끌었던 경남기업. 우리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 같네요. 경남기업이 또 상장까지 폐지가 됐는데. 어떤 기업인지 그 역사를 들려주시죠.

◆곽정수> 네. 경남기업은 현재 검찰의 자원 외교 비리 의혹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성완종 회장이 경영하던 건설사죠. 1973년 2월에 국내 건설사로는 최초로 증시에 상장이 됐는데. 42년 만에 주식증시시장에서 퇴출이 된 곳이고요. 그동안 부실 누적에 따른 자본 완전 단축 등이 이유였습니다. 원래 경남기업의 역사를 보면, 한 마디로 말하면 파란만장 하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1951년도 8월에 대구에서 세워졌는데. 쭉 성장을 하다가 1987년에는 김우중 회장의 대우그룹에 또 인수됐었어요.

◇김윤경> 예. 대우 계열사였죠.

◆곽정수> 아시다시피 대우 그룹이 부실로 해체가 됐잖아요. 그래서 여기도 같이 1999년도 11월에 워크아웃에 들어갔고요. 3년 만인 2002년에 워크아웃 졸업을 했는데, 그 다음인 2003년에는 성완종 회장이 경영하던 대아건설에 넘어갑니다. 그 다음에 대아건설과 경남기업이 합병을 하죠. 그런데 2008년도 글로벌 경제위기 후 다시 또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2009년에 2차로 워크아웃에 들어가요. 또 2년이 지난 다음에 졸업을 했는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 자원 개발. 그 실패 등이 겹치면서 2013년 말에 세 번째로 워크아웃에 들어갑니다. 지난 해 이 회사의 단기 순손실이 3,500억이었어요. 그리고 작년도 포함해서 직전 3년 간 전체 손실 누적으로 보면 7,000억 원이 넘어요.

◇김윤경> 적자가 엄청났군요.

◆곽정수> 그렇게 어렵다 보니까. 지난 7일에 법원에 의해서 워크아웃 가지고는 안 되겠다. 법정 관리를 해야 되겠다, 해서 그런 단계로 넘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김윤경> 그런데 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같은 경우에는, 정말 초등학교 중퇴의 정말 무일푼으로 상경해서 성공한, 자수성가의 대명사로 알려졌었잖아요? 경남기업을 인수하면서 회장에 오르기까지 그 과정도 좀 궁금하네요.

◆곽정수> 말씀하신 대로, 초등학교 중퇴 학력이고요. 흔히 말하는 대학 문턱에도 가보지 못 한 사람인데. 진짜 적수공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경남기업이 작년도 도급 순위가 26위예요. 그런 대형 건설사의 회장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겉으로 보면 자수성가라고 당연히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성 회장이 조그만 건설 업체를 하던 중에 대아건설을 81년도에 인수를 했고요. 단기간에 급성장을 했습니다. 이 기술력이나 브랜드가 뛰어나지도 않은데 당시 80년대, 충청남도에서 발주한 관급공사를 거의 싹쓸이 하다시피 해서 화제가 됐고요. 그러다가 그 여세를 몰아서 2003년도 8월에 아까 말씀드린 대로 경남기업을 인수해서, 지역 기업인에서 전국적인 기업인으로 올라섰죠. 당시 언론에서는 다윗이 골리앗을 먹었다 해서 상당히 화제가 됐고요. 경남기업은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 초기까지도 승승장구를 했어요. 2003년의 매출액이 한 5천억이 좀 안 됐는데. 2008년도, 한 5년 뒤에는 1조 7천억을 넘어갔거든요. 한 4배 정도로 컸고요. 그런데 그 화려한 외형 이면에 속은 상당히 썩어갔던 거죠. 그래서 부채가 2003년에 2,600억이었는데, 8년 뒤인 2011년도를 보면 2조를 넘었어요. 한 8배 가까이 급증했거든요.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늘이 있었던 거죠.

◇김윤경> 승승장구 할 때부터 일단 유착의 혐의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관급공사를 싹쓸이 했다. 이런 표현이 나오자마자 아, 이건 유착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곽정수> 그러니까 이 성 회장의 경우에는 사업의 성장 과정이 곧 정경유착의 역사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지금 말씀하신 대로 1992년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대아건설이 1998년 이후에 수주한 51건의 관급공사 낙찰률이 무려 98%를 넘어서 큰 논란이 됐어요. 보통 정상적인 경쟁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관급공사 낙찰은 한 80% 선이라고 알려져 있거든요. 그러면 이만큼 뒤에 비리가 있었던 것이고. 또 당시부터 이미 충남지사 선거 과정에서 정치자금 제공 혐의가 제기 됐고요. 2002년도 대선에서는 노무현 캠프에 수억 원을 제공한 혐의가 있었고. 그런데 바로 2년 뒤에 경남기업을 인수하잖아요. 노무현 정권에서. 뭔가 연관성 같은 것들이 그려질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2004년에는 자민련에 회사 돈 16억 원을 불법적으로 제공해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고요. 그로부터 3년 뒤인 2007년에는 행담도 개발 사업 비리에 연루되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특별사면을 받았어요.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선 거죠. 그래서 지금 여당에서는 당시 노무현 정권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거죠.

◇김윤경> 어떻게든지 봐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오뚜기처럼 일어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들고요. 보니까 사외이사나 고문이나 있었던 사람들을 보면요. 이게 절대로 작은 기업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굉장한 사람들이 다들 뒤를 봐줬다,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곽정수> 유력회사들이 많죠.

◇김윤경> 그 리스트도 있잖아요? 몇 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곽정수> 예를 들면 그 중에 여러 분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문제가 된 게 이완구 총리지만. 전에 외환위기 때 경제부총리를 지냈던 임창렬 씨도 거기 사외이사였고.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고위 관리를 지냈거나, 또 검찰 출신의 인사도 사외이사로 있고. 이런 분들이 포진해 있어요. 그런 분들이 실제로 경영을 하는 분들은 아니고. 서 회장이 어떤 목적으로 그런 분들을 모셔갔을까 대충 짐작이 가는 거죠.

◇김윤경> 금융감독원 출신 부원장 하셨던 분이라든지, 은행권의 고위 인사 출신. 이런 분들이 계실 때 워크아웃 심사를 잘 통과했거든요. 이런 것들도 아무래도 유착이 아니냐, 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런데 고 성완종 회장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믿을 게 없다고 해서 이렇게 유착에 더 힘을 썼던 걸까요? 아니면 정치인들이 알아서 손을 뻗친 걸까요?

◆곽정수> 저는 그 양반이 성완종 씨가 기업을 성장시키고 사세를 확장시켜 온 과정 자체가 정경유착의 역사라고 아까 제가 말씀드렸는데. 그러다 보니까 이 성완종 씨의 특징은 뭐냐면, 일반적으로 기업이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반적인 유형이 있잖아요. 그런데 성완종 씨의 경우에는 특별하다고 볼 수가 있는 게. 본인이 어느 시점에선가 정치인이자 기업인이 되어버렸잖아요. 그러니까 그 두 가지 측면을, 두 얼굴을 갖고 있는 거죠.

◇김윤경> 일부에서는 그래서 정경복합 경영자다. 그런 표현도 쓰더라고요.

◆곽정수> 그렇습니다. 정경유착을 넘어서서 정경일체. 또는 정경복합을 추구했다는 특이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이렇게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본인이 특혜를 받기 위해서, 혹은 어떤 보호를 받기 위해서 정경유착을 시도한 측면도 있고. 허나 그 이전에는 보통 정치권에서 기업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요구하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착이 형성이 됐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김윤경> 정치인들 관리를. 보통 기업을 하게 되면 기업인들끼리 네트워킹을 하고도 그러는데. 이 분 같은 경우에 참 특이하게도 정치권 인맥 관리에 더 힘을 쓰셨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곽정수> 그러니까 2012년도에 선진통일당 소속으로 충정 서산 태안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이 당선이 됐는데. 그 이전에도 보면 정치권 주변에서 계속 어울리면서, 사실상 준 정치인 행세를 했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2003년에 자민련의 총재특보단장을 맡았었거든요. 그래서 김종필 당시 총재를 보좌했는데. 기업인이 정당에 총재특보단장을 맡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그렇잖아요? 2007년에는 한나라당, 지금의 현 새누리당인데. 대통령 경선에서도 박근혜 후보를 측면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17대 대선이 끝난 다음에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다음에, 2008년 초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있지 않았어요? 그 때 거기서도 자문 위원을 잠시 맡았어요. 이것을 보면 성 회장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가 쭉 보이는 거죠.

◇김윤경> 기업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랬던 걸까요? 이것 자체가 본인에게는 어떤 경계선이 없었다고 봐야 될 것도 같네요.

◆곽정수> 그 부분은 어려운 부분인데. 과거에, 90년대 초반에 정주영 전 현대그룹 창업주가 대권에 도전한 적이 있었잖아요? 그 때 그 이유가 뭐였냐면, 권력으로부터 너무 시달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신이 스스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던 것인데. 과연 성완종 씨가 기업을 보다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정치인까지 간 것인지. 아니면 정치 자체에 관심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간에, 정경유착을 통해서 기업 성장을 도모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고요. 아마 내가 정치인이 되면 더 많은 특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동료 정치인과의 정경유착도 더 쉽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김윤경> 안타깝네요.

◆곽정수> 그렇죠?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동료 정치인들에게 돈을 줬잖아요.

◇김윤경> 그런 표현을 했던데요? 한겨레신문에서 읽은 것 같은데, 참모들이 이구아나처럼 뜯어먹어서 결국에는 나를 망하게 했다, 라는 발언을 했다고 봤어요. 그러니까 거물급들만 돈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그 분들은 비타500 상자에 넣어서 드리고. 다른 분들은 수시로 와서 인출을 해가기도 했던 모양이에요.

◆곽정수>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오전에 30대 그룹의 회장님을 잠깐 볼 일이 있었는데. 옛날에 한 때는 전경련를 통해서 공식으로 모금하던 시절도 있었어요. 정치권이 요구하면 전경련이 모아서 전달하고. 물론 비공식 채널을 통한 개별기업과 정치인 간의 거래는 그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2004년도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에 정치자금 투명성이 높아진 후에는 그런 공식적인 통로는 사라졌는데. 이번 사건에서도 나타나다시피 비공식 통로는 계속 작동을 했고. 그런데 30대 그룹 회장님이 말씀하시는 게 뭐냐면, 불법 정치자금을 요새 전달하려면, 비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해야 하고, 또 정치인들에게 전달하고. 이 모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회사 직원이든, 제 3자든 이런저런 사람들이 그 과정에 참여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요즘 사회분위기는 바뀌다 보니까. 이 사람들이 언제 불법을 폭로하겠다고 하면서 협박하고, 그것을 미끼로 해서 금품을 요구하고. 이게 모르는 세상이 됐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회장 말씀은 요즘은 솔직히 하고 싶어도 하기가 어렵다. 또 정치권에 돈을 주고 얻어낼 게 과거처럼 크지도 않다. 왜냐하면 국제경쟁에 노출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대신에 정치권의 이런 요구를 거절해도 뒤탈이 없도록 경영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자기는 자기 기업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김윤경> 그렇죠. 성완종 회장도 회사 돈을 빼서 이런 식으로 했던 것도 상당히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어쨌든 안타까운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곽정수> 네. 감사합니다.

◇김윤경> 한겨레신문 경제부의 곽정수 선임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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