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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사람인데 나쁜사람으로 오해받는” 한국, 자살공화국 오명 벗을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1-25 11:31  | 조회 : 2481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8년 1월 25일 목요일
□ 출연자 : 차전경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

- 한국, 40분마다 한명씩 자살... OECD 평균 두배 이상
- 노인자살률은 OECD기준 대여섯 배 이상 높아

- 정부 대책 내놔... 향후 4년간 자살률 대폭 낮출 계획
- 자살 위험 신호 포착해 전문가에 연계하는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양성
- 건강 검진 우울증 검진대상 대폭 확대, 유가족 지원도 강화

- 전문가 “향후 관련 법 개정 등 국회 역할도 중요”
- 자살예방,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관심과 공감 필요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국민들이 성실하고 치열하게 살면서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바로 대한민국 우리나라입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잘 와 닿지 않으실까봐 숫자로 부가설명을 해드리자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자리가 13년째입니다. 무려 13년째. 정부도 심각성을 깨닫고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오늘 관련 내용은 무엇이고, 또 어떤 것들이 시급한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의 차전경 과장, 연결되어 있습니다. 차 과장님, 안녕하세요.

◆ 차전경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이하 차전경): 안녕하세요.

◇ 장원석: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만큼 정부도 심각성을 파악하고서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일단 실태부터 들어보죠.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 수가 1년에 몇 명 정도로 보면 되나요?

◆ 차전경: 2016년 기준으로 보면요. 1년에 1만3092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으시고요. 한 달로 따지면 1091명, 그리고 하루에는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시간으로 따져보면 매 40분마다 한 분이 돌아가시고요.

◇ 장원석: 이런 숫자로 계산해보면 더 와 닿기 때문에 저는 잘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먹먹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요.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016년 기준으로 25.6명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부가 4년 뒤인 2022년까지 17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4년 뒤에 이 목표를 달성하면 OECD에서 자살 문제 관리를 잘하는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 됩니까?

◆ 차전경: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 저희가 25.6명이요. 워낙에 독보적으로 높은 거라서. OECD는 사실 평균이 10~12명 이 정도밖에 안 됩니다.

◇ 장원석: 두 배가 넘네요, 우리나라가.

◆ 차전경: 예. 꼴찌에서 탈피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2014년도 기준으로 보니까 그때는 우리나라 10만 명당 자살률이 28.7명이었고. 당시에 일본이 17.6명, 핀란드가 14.1명, 미국이 13.5명, 영국이 7.5명으로, 4배 정도 차이가 났군요. 그런데 자살 문제와 관련해서 저희가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과 인터뷰했는데, 유가족 등의 협력을 구하고 조사를 해서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왜 그런 마음을 먹었는지 알아내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해외 사례를 들어봤거든요. 우리도 이번에 전수조사를 한다고 그랬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됩니까?

◆ 차전경: 저희가 이번에 어제 발표한 전수조사는요. 경찰청 수사기록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5년간 발생한 자살자 전수가 7만 명 정도가 되거든요. 이분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는 겁니다. 방법은 훈련된 조사요원들이 경찰청을 방문해서 과거 수사기록을 다 보는 겁니다. 그래서 자살의 원인과 동향에 대해서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빅데이터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이런 조사가 전에는 없었잖아요.

◆ 차전경: 예, 없었습니다.

◇ 장원석: 그렇기 때문에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오고 어떻게 분석이 될 건지, 굉장히 관심이 크게 갑니다. 사후조사와 더불어서 예방에도 힘을 쏟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 부분이 ‘게이트키퍼’라는 것으로 드러날 텐데요. 자살위험신호를 조기에 인지하겠다는 게이트키퍼, 어떤 역할을 하고요, 어떤 식으로 양성하게 될까요?

◆ 차전경: 일단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라는 게 완전히 전문가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저희처럼 평범한 사람들, 그런 분들한테 가족이나 친구나 이웃이 자살위험신호를 보냈을 때 빨리 인지해서 그분들을 전문가한테 연계하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을 말하고요. 이게 사실은 세계보건기구나 미국의 질병통제센터에서는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인 개입수단이고 입증된 수단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는 이제 가장 대민접촉이 많은 분들을 위주로 해서 우선 양성될 것 같고요. 예를 들면 이장·통장님들, 동네의. 그리고 종교기관이나 시민단체들, 그리고 읍면동의 공무원들, 이런 분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거고요. 예를 들면 인천 같은 경우에는 택시기사 분들께서 이 훈련들을 받고 주변 분들이나 손님들이나 이런 분들께 어떻게 자살 위험에 대해서 대처하고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방법들을 배우고 하시는 것들도 있습니다.

◇ 장원석: 사전에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이런 행동을 하면 자살의 징후로 보인다는 것을 미리 파악하고, 그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마음을 먹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군요.

◆ 차전경: 예, 맞습니다.

◇ 장원석: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해내고서 관리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이런 분들을 파악하게 되면 바로 전문센터로 연결이 됩니까?

◆ 차전경: 예. 그게 가장 중요한 걸 텐데요. 저희가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전국에 241개가 있고요. 그리고 우선 만약에 크게 질병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정신과 상담이나 이런 쪽으로 연계할 수 있고요. 아니면 저희가 굉장히 많은, 사실은 자살의 원인이라는 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하지 않습니까. 경제적인 문제라든지, 가족 간의 문제라든지. 이런 것에 따라서 저희가 여러 가지 상담센터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연계할지에 대해서 사실은 게이트키퍼 교육과정에서 배우게 됩니다.

◇ 장원석: 원인이 다양하다 보니까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우울감 때문에 이런 마음을 먹는 분들도 계시지만, 건강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보니까, 혹은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세상을 등지려는 마음을 먹으시는 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요즘에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또 1인가구 독거노인들이 늘면서 그런 건강관리 체계하고도 같이 연계가 돼야 할 것 같은데, 그 부분도 같이 논의되고 있습니까?

◆ 차전경: 예, 맞습니다. 사실 자살대책이라는 것은 단순히 저희가 어제 자살대책을 발표했지만, 자살대책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노인빈곤과 관련된 문제라든지, 건강관리와 관련된 문제들이 아주 밀접하게 관계가 되어 있어요. 특히나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노인자살률이 굉장히 높거든요. 다른 성인자살이나 청년자살에 비해서 노인자살이 OECD에서는 사실 대여섯 배 이상 높습니다. 그래서 향후에 기초연금체계라든지, 그리고 건강보험에서 보장성을 강화하는 제도들도 사실 넓게는 다 자살예방 대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 장원석: 이번 대책에서 나왔던 내용 좀 더 살펴보면요. 유명인들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지 않았습니까. 무분별하게 구체적인 내용이 인터넷에 떠돈다든지, 이런 경우는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합니까?

◆ 차전경: 일단 몇 년 전부터 저희가 자살예방과 관련된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계속 배포하고, 그런 기사가 나오면 쓰신 기자분들이나 이런 분들께 알려드리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최근에는 많이 효과가 좋아져서, 지난번에 아이돌 가수가 자살하고 그 이후에도 자살 사건이 몇 건 있었습니다만, 그 구체적인 수단에 대해서는 조금 많이 보도를 안 하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 이후에는, 사실 이 대책 발표 이후에도 그런 보도들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언론계나 많은 기자분들께 이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고 보도 기준에 대해서도 계속 알릴 예정입니다.

◇ 장원석: 요즘에는 1인 미디어, 개인방송이나 SNS에서도 이런 내용을 많이 다루기도 하고. 그것도 기존 기성언론 못지않게 파급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까지도 좀 정부 차원에서 대처가 필요할 것 같고요. 우울증 검사 연령도 확대된다고요?

◆ 차전경: 예, 맞습니다. 지금은 40살 때와 66살 때, 그때 건강검진에서 사실은 선택적으로 우울증 검진을 하고 있는데요. 이제 앞으로는 40세, 50세, 60세, 70세 전체 검진대상에 우울증 검진이 확대가 됩니다.

◇ 장원석: 유가족 지원이 그동안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지 않았습니까. 이 부분은 어떻게 개선됩니까?

◆ 차전경: 작년에 사실은 저희가 자살 유가족 실태조사를 정부에서 최초로 해봤습니다. 어떤 분들이 자살 유가족이시고, 어떤 문제를 가지고 계시고,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가 저희가 실태조사를 했던 내용들인데요.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심리 상담이나 치료 지원을 강화하고. 특히나, 지금도 있기는 한데요, 자조모임이 있습니다. 같이 유가족분들끼리 모여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하는 모임들이 있는데요. 그런 지원을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 장원석: 알겠습니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국가 차원의 자살예방대책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차전경: 예.

◇ 장원석: 지금까지 차전경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인터뷰 이어가겠습니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한국자살예방협회 백종우 사무총장 연결하겠습니다. 사무총장님, 안녕하세요.

◆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이하 백종우): 반갑습니다.

◇ 장원석: 어제 정부가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했고요. 방금도 관련 내용, 중심 내용을 바탕으로 다뤄봤는데요. 그동안 사실 자살예방이라든지 인권 관련 시민단체에서 정부 차원의 정책이 다소 부족했다고 지적됐던 것들이 많이 개선된 모습이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 백종우: 실제로 정부가 사실 수립 이후에, 이래에 대통령님이 직접 언급하고, 청와대 국무회의 보건복지부에서 전 방위적으로 대책을 세워서 발표한 일은 전례 없는 일입니다. 사실 민간단체와 전문가들로서는 굉장히 환영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한국자살예방협회가 포함된 자살예방 범국민민간단체협의회도 그런 내용을 성명서를 통해서 발표했던데요.

◆ 백종우: 예, 맞습니다.

◇ 장원석: 이번 대책에서 뺄만한 정책은 하나도 없다는 게 이런 단체들의 일관된 목소리인데. 사무총장님이 보시기에 그래도 여기에 좀 더 추가돼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내용은 없었습니까?

◆ 백종우: 사실 어떤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중요하거든요. 계획은 2006년부터 여러 차례 발표돼 왔는데, 자살의 문제는 보건복지부 내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이나 고용이나 군, 다양한 부처들이 협력해서 일을 해야 하다 보니까. 일본에서도 이게 총리실산하의 자살예방대책위원회, 이게 장관급들이 모여서 챙기고 국가가 챙겼을 때 실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대통령산하의 위원회 설치 같은 것도 고려돼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래도 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하시면서 그런 좀 더 힘을 낼 수 있는 기관 그런 것을 말씀해주셨고요. 정부 정책을 보면, 의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지만, 정책은 그동안 다른 나라와 겉보기에는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유독 자살률이 왜 이렇게 높을까요?

◆ 백종우: 사실 일본도 2000년에 피크를 쳤는데요. 산업화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핵가족화가 됐는데 사회적 안전망은 취약할 때 저희가 자살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자살에 대한 국가의 개념정립부터 필요합니다. 사실 일본의 자살예방법은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로 가야 한다. 결국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위기에 빠진 국민이 구조를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살예방 대책을 공무원이 직접 추진하고. 그러다 보니까 보건복지 쪽뿐만이 아니라 세무·법률·주거 다양한 공무원들이 함께 모여가지고 사자회의를 하고, 취약한 분들에게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들, 이런 게 실제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번에 정부가 이걸 직접 챙기는 쪽으로 대책을 발표한 것은 굉장히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어제 자살예방 범국민민간단체협의회 성명 내용에도 나오는 부분인데. 이제 국회가 제대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예산 관련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우리나라 자살예방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늘 있어왔고. 그런데 예산이 나오려면 법이 개정돼야 하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백종우: 실제 한국의 예산이 100억 수준인데 일본이 7900억이다. 사실 이것은 직접 예산뿐만이 아니라 복지나 다양한 국민 서비스를 다 합친 거라 바로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데요. 일본도 이런 변화가 된 데에는 맨 처음에 자살 유가족들이 편견을 이기고 사회에 목소리를 냈고. 거기에 민간단체들이 같이 서명운동도 하면서, 국회가 ‘자살예방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일본 국회의원의 10%가 여기에 참여합니다. 그러면서 여기서 자살예방법도 만들고 국회 결의안을 정부에 전달하면서 예산도 만들어지고, 국가적 체계가 만들어졌거든요. 저희도 이제는, 하여튼 이번의 정부 대책이 법 개정이 아직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거기 때문에 향후에는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다른 나라의 성공사례를 보면 정부 수뇌부, 정치권, 민간 할 것 없이 톱니바퀴가 잘 맞아 돌아가야  이런 정책이 결국 성공하는 것을 우리가 볼 수 있는데요.

◆ 백종우: 네, 맞습니다. 그런데 특히 사실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리더의 의지만으로도 자살예방에 충분히 효과 있는 정책이 있는데. 예를 들면 우리나라 공군에서 최초로 권순정 교관이라는 자살예방 교관을 한 명 임명하고, 공군 참모총장님부터 1년에 두 번씩 맨 앞자리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살예방 교육을 들었습니다. 이걸 6~7년 하면서 공군의 자살률이 현저히 떨어졌거든요. 이런 것들은 별로 예산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리더가 확고하게 관심을 갖고 의지만 가져도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런 걸 드러내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굉장히 모범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주셨네요. 그런데 우리가 노년층 자살률도 높지만, 10~30대 사망원인 1위는 단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일부 중장년층들은 또 이렇게 얘기해요. 요즘 애들 약해빠졌다, 힘든 경험을 안 해봐서, 그렇게 편하게 자라서 시련을 극복할 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런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 같고. 어리고 젊은 세대의 우울감도 없애주고 싶은데, 좋은 방도가 없을까요?

◆ 백종우: 사실 그렇죠. 지금 노년세대는 더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해 오신 것도 맞는데요. 저희가 한편으로 지금 10~30대의 문제는, 이전에는 신체적인 건강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왔다면 이제 정신건강의 중요성도 같이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선진국일수록, 호주 같은 나라는 ‘헤드스페이스(headspace)’라는 단체를 정부가 만들어서 10대에서 20대 중반까지 언제든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상담 받을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백화점 같은 데도 설치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스트레스와 이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할까의 문제가 예전에는 본인과 가족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사회와 공동체의 문제로 봐야 하고. 왜냐면 또 특히 자살 고위험군인 분들이 우리 사회에서 아픈 사람들인데 나쁜 사람들로 상당히 오해받고 있습니다. 왜냐면 이전과 달리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욕도 떨어지고, 또 일을 잘 못하면 옆에서 ‘정신 똑바로 차려라. 너만 힘드냐’ 이런 말들이 사실 더 상처를 주고 문제를 악화시키거든요. 그래서 자살 고위험군의 이런 조기 경고증상들이 어떤 건지 알고 돕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들, 자살예방 교육들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정부 대책에도 게이트키핑 조기에 발견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있는데. 자살을 생각했던 분들, 그리고 시도했던 분들에게는 일반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거든요. 어떤 점이 중요할까요, 그럴 때는?

◆ 백종우: 맞습니다. 자살이라고 하는 그 자체가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노력하고 노력하다가 결국 해결할 방법은 죽음밖에 없다, 이런 결론에 도달할 상태인데. 이때 최종적으로 우울증이 물론 거기 관여하지만, 절대 우울증 치료만으로 이거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사실 있는 서비스에 연결만 돼도 되는 게 우리나라에 많이 있는데. 복지서비스나 세무, 그다음에 법적인 문제, 주거나 여러 가지 있는 서비스들에 연결해서 문제를 그분이 해결하는 걸 돕는 과정들이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가 주도하면서 해나갈 때 우리가 분명히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이번에 대책에, 지난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7만 명을 분석해서 원인 파악을 한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물론 지금 사무총장님도 교수로서 진료하다 보면 수많은 원인을 갖고 있는 환자를 보셨을 텐데. 단순히 자료 수집하는 걸 넘어서 여기에서 어떤 것을 분석해서 뭘 발견해내야 될까요?

◆ 백종우: 사실 경찰청 자료에는 굉장히 소중한, 이분이 어떤 스트레스가 있었고 어떤 수단을 사용했고, 이런 기록들이 있습니다. 저희가 재작년에 이런 시범사업에 참여했는데. 보니까 어떤 지역에는 1인가구가 자살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고, 그전에 질병이나 사고 같은 것들이 매개가 되고. 어떤 데는 개발이 되면서 새로 유입된 근로자나 그 배우자들이 주류집단에서 떨어지면서 위험에 노출되고. 어떤 데는 노인이 많은데 그중에 특히 배우자를 사별했다든지, 또 독거노인이 굉장히 높았거든요. 이런 지역별로 굉장히 다양한 차이가 있는 부분을 경찰청 자료를 전문가들이 들어가 봐서 지역별 맞춤대책을 세울 수 있을 때 가장 비용 효과적으로 과학적인 대책을 만들 수 있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됩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우리가 자살률 1위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도 노력해야 하고, 민간도 노력해야 할 텐데요. 진료하시면서 환자분들에게,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환자들에게 힘을 내게 하기 위해서 하시는 말씀 같은 거 있습니까? 끝으로 그것 좀 들어보고 싶은데요.

◆ 백종우: 사실 오히려 여러 가지 좋은 말들은 정말 힘든 분들한테는 ‘저 사람이 날 잘 이해 못해주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희도 말을 하지 않고 처음에 열심히 듣습니다. 거기 공감하고요.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알려고 하고. 자살예방이라고 하는 게 절대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민간과 시민사회가 참여해서 바로 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려고 하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과정을 통해서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 장원석: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백종우: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한국자살예방협회 백종우 사무총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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