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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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 <대추 한 알> 장석주 시인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10-26 12:36  | 조회 : 4293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10월 26일 (목요일) 
□ 출연자 : <대추 한 알> 장석주 시인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 <대추 한 알> 장석주 시인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요즘 단풍이 참 아름답게 물들어 가고 있죠. 물들었다는 말, 이 계절에 참 잘 어울리는 낭만적인 말인 것 같습니다. 소리소문없이, 그러나 때가 되면 당연하다는 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옷을 갈아입는 나뭇잎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에 대해서 새롭게 느끼게도 되고, 또 많은 것을 배우게도 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평범한 일상과 사물을 보면서도 늘 인생의 비밀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있죠. 글쎄요, 감성이 워낙 넘쳐나는 분들이라서 그럴까요? 그 가운데 저는 특별한 직업인을 꼽자면, 직업인이라고 하니까 좀 딱딱한데, 시인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성이 유난히 풍부할 것 같은 시인들. 그들은 이 가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 ‘가을’ 하면 떠오르는 시인, 그리고 국민의 시가 된 <대추 한 알>의 주인공, 장석주 시인 자리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장석주 시인(이하 장석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명숙: 제가 정말 반갑습니다. 그냥 SNS 통해서 보고 TV 통해서 보고 라디오 통해서 듣고 그렇게 알았던 분을 직접 뵈니까요.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왠지 저는 위축됐어요, 지금.

◆ 장석주: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 김명숙: 왜냐면 장석주 님은 시인이기도 하지만 시집도 많이 쓰셨지만, 책도 엄청 많이 쓰셨잖아요. 저는 저희 프로그램에 아주 훌륭한 게스트분들이 많이 오시지만 그중에 특별하게 문학과 관련된 분들 오시면 더 위축돼요. 왜냐면 제가 책도 잘 안 읽고 그런 사람이라, 글을 쓰시는 분들 앞에 있으면 왠지 위축되긴 하는데. 그런데 또 그와 반대로 장석주 시인님하고 같이 있는데 참 편안해요.

◆ 장석주: 저도 사실은 몇 년 전에 방송 진행자로 라디오에 거의 매일 날마다 두세 시간씩, 그리고 스튜디오가 그렇게 낯설지가 않은데, 오랜만에 와보니까 조금 어리둥절하고 YTN 스튜디오가 엄청 크네요. 제가 방송했던 데보다 훨씬 크고 웅장해서 제가 오히려 조금 위축됩니다.

◇ 김명숙: 저희 YTN은요. 아주 편안한 방송국이고요.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은 아주 편안한 프로그램입니다.

◆ 장석주: 네, 알겠습니다.

◇ 김명숙: 저를 정말 편안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감성이 넘치는 분들 가운데 시인을 빼놓을 수 없다’는 말씀을 잠깐 앞서 드리긴 했는데, 시인에게 가을은 좀 더 특별한 계절인가요? 

◆ 장석주: 너무 좋죠, 요즘. 아무 가진 것이 없어도 뭔가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에요. 가을이 뭔가 열심히 뿌리고 또 가꾼 것들을 수확하는 계절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리고 요즘 날씨 너무 환상적이잖아요. 단풍이 막 들고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이런 계절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 중의 하나가 걷는 겁니다. 산책하기에 최고로 좋아요. 제가 서울에 살다가 몇 달 전에 파주로 이사했는데 파주에 녹지가 굉장히 많아요. 그 단풍 든 숲길을 걷는 게 정말, 정말 내가 행복하구나, 하는 느낌을 만끽하면서 날마다 두 시간 이상씩 걷고 있습니다.

◇ 김명숙: 걸을 때는 정말 다른 잡생각이라고 하나요? 그런 생각이 안 들고 정말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 장석주: 저는 잡생각 많이 합니다.

◇ 김명숙: 아, 그러세요? 역시 다르시구나. 역시 시인은 다르세요.

◆ 장석주: 그 잡생각이라는 게, 제가 거의 매일 책을 읽는데 읽은 책들의 내용을 마치 초식동물들이 다시 꺼내서 씹어서 소화시키듯, 그런 시간이거든요. 걸으면서 읽었던 책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제 나름대로 소화하는 그런 시간이에요. 그러니까 저만의 사색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이 더 소중하기도 하죠.

◇ 김명숙: 그렇네요. 그런데 이 가을에 남자분들이 ‘가을은 남자가 타는 계절이다’ 이런 얘기도 흔히 하는데, 장석주 시인님은 특별히 가을 타거나 그러시진 않을 것 같아요.

◆ 장석주: 그렇진 않고요. 요새 강연 다니느라고 참 바쁩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지방을 가서,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 김명숙: 바쁜 중에는 사실 여러 가지 할 게 많아서 몸도 마음도 피곤하실 텐데 오히려 페이스북에도 글도 참 자주 남기시고 또 댓글도 일일이 달면서 많은 분과 소통도 원활하게 하시잖아요. 그러시면서 또 책도 올해는 7권을 내신 걸로 제가 알고 있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으세요?

◆ 장석주: 제가 하는 일이, 제 직업이 전업작가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글을 쓰기 시작해서 하루에 8시간 이상씩 글을 쓰고 책을 읽거든요. 그러면 그 내용이 남으니까 그 내용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한 방식으로 SNS를 이용하는데, SNS를 시작한 지, 특히 페이스북이라는 걸 시작한 지는 3~4달밖에 안 됐어요. 제가 올리는 글은 굉장히 긴 글인데 다행히 그걸 읽으시는 분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니까 뭔가 메아리가 저한테 오는,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저도 용기를 내서 거의 매일 페이스북에 제가 쓴 글들을 올리고 또 그분들의 반응을 통해서 제 글을 다시 객관화해서 보는 그런 시간이 되고 있죠.

◇ 김명숙: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소통과 공감이라는 것에, 어느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한자로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게 ‘마음 심(心)’이라고. 그래서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게 소통과 공감이다, 라는데 그런 글을 통해서 서로 마음의 교류를 하시는 거잖아요. 그래서 많은 분들께 심리적인 위안도 주시고 희망도 주시는 것 같아요.

◆ 장석주: 아마 제 나이가 이제 장년층을 넘어서는 그런 나이인데 이렇게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을 보면 제 나이대와 비슷한 시기의 분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댓글을 남겨주시는 것 같아요. 아마 공감한다는 게 크다는 얘기겠죠. 왜냐면 제 글에서 제가 날마다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 부딪히는 일상, 조촐하게 사색하면서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쓰거든요. 그런 점들이 마음을 조금 건드리는 측면이 있나 봐요.

◇ 김명숙: 그렇죠. 우리 장석주 시인께서 쓰신 글 가운데 제가 잠깐 하나 뽑아온 게 있거든요. 지금 베이비부머에 관련된 얘기 잠깐 하셨지만 젊은 시절의 느낌을 쓰신 글귀 같아요. “젊음은 늘 불안을 동반한 혼란 그 자체였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갈팡질팡하며 정규교육에서 이탈한 내게 어떤 미래가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었다. 나를 끌어줄 스승도 없었다. 나는 자유라는 형벌을 받고 음악감상실 따위를 떠돌며 만난 친구들과 잘 마시지도 못하는 막걸리에 취해 낯모르는 이의 집에서 깨어나기도 했다” 불안과 혼란의 젊은 시절이 살짝 느껴지거든요. 이런 시간들이 우리 장석주님을 문학의 세계로, 시의 세계로 이끌어준 걸까요?

◆ 장석주: 제가 쓴 거지만 살짝 부끄러워지네요. 17살 때, 고등학교 2학년 때 제가 학교를 자퇴하고 여행을 하고 방황을 참 많이 했거든요. 그러면서 시립도서관과 국립도서관을 다니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3~4년 정도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매일매일 밀려오는 불안과 두려움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한국사회에서, 한국사회가 굉장한 학벌주의 사회인데 내가 과연 나와 또 내가 이룰 가정을 부양할 수 있을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돌이켜보니까 정말 잘했던 것 같아요. 20살 안팎으로 상당히 많은 고전들을 읽었는데, 그것이 오늘의 나를 만든 하나의 동력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너무 쉽게 진로를 선택하지 않고 그런 방황과 고민을 많이 하고 제가 어떤 진로를 선택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진로를 흔들리지 않고 40년 동안, 50년 동안 올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 김명숙: “정규교육에서 이탈한 내게 어떤 미래가 있을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굉장히 불안하고 혼란했을 텐데, 인문학의 힘으로 극복하신 것처럼 제가 살짝 그렇게 들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 시대에도 사실 그런 고민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대학 입시에 시달리고, ‘학교 못 가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들도 많이 하고, 취업이 안 되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건가 하는. 스스로 아직은 젊음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 패배자라는 인식을 하는 젊은이들이 주변에 사실은 있어요. 그런 젊은이들께 어떤 말씀을 해주실지.

◆ 장석주: 어제도 사실은 하나 고등학교라는 데 가서 두 시간 강연하고 왔는데,

◇ 김명숙: 아주 공부 잘하는 학생들 아니에요?

◆ 장석주: 네, 아주 공부 잘하는 학생들. 전교생들 모은 강당에서 강연했는데, 대학 강연도 많이 갑니다. 대학에도 다음 달에도 어느 대학에 가는데, 결국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이미 많은 사람이 갔고 검증된 길을 가려고 해요, 똑같은 길을. 그러다 보니까 한국사회가 굉장히 경쟁이 치열하게 되죠. 그래서 실패하고 낙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들이 참 큰데, 저는 오히려 남이 가지 않은 낯선 길을 가보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물론 시련과 고난이 따르겠지만, 그 길을 감으로써 더 큰 열매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남이 가기 때문에 그 길을 가지 말고 내가 가장 좋아하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서 가라, 라고 저는 얘기하고 싶어요. 사실 제가 볼 때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학력인플레 사회라고 생각을 해요. 자기가 하는 업종에 비해서 지나치게 높은 학력을 얻는다는 거죠. 거기에 사실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거든요. 그 시간과 비용이 어쩌면 낭비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하는 데 더 투자한다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도 제가 7~8년 정도 강의를 했는데, 놀란 게 제가 강의한 학과가 문예창작학과인데, 10명 중 7~8명이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요. 그런데 많은 학생이 그렇거든요. 공무원이 안정된 직업이기 때문에 그걸 하는데, 저는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우리 사회에 지나친 현상이 아닌가. 그러니까 자기에 대한 성찰, 자기를 돌아봄이 없이 남들이 다 가는, 또 쉬운 길을 가려는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서 그런 점이 저는 조금 씁쓸합니다. 젊은이라면 과감하게 자기 길을 도전하고 개척하는, 그런 길을 갔으면 좋겠어요.

◇ 김명숙: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은 젊음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젊기 때문에 도전하고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을 텐데, 

◆ 장석주: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기회가 여러 번 있다는 거죠.

◇ 김명숙: 그런데 그 대목에서 중년들의 경우에는 사실 살짝 겁이 나거든요. 실패라는 자체가 엄청 두렵고, 정말 실패하면 힘이 빠져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중년들이 새롭게 뭔가 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 그런 중년들에게 같은 중년으로서 어떤 말씀을 하실 수 있을지.

◆ 장석주: 사실은 몇 년 전에 제가 <마흔의 서재>라는 책을 썼는데, 그 책이 뜻밖에도 굉장히 반응이 좋았어요. 그 책을 쓰게 된 동기는, 40대 된 제 아우가 사업하다 실패해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 걸 봤거든요. 재기하기 위해서 몸부림치는데 하지 않은 노동을 하면서 밑바닥 신용불량자가 되고, 그를 생각하면서 썼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40 넘어서 50~60 될 때 만약에 자기가 하던 일에 실패하면 다시 재기할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들이 크죠. 그런데 많은 경우 직장에서 일찍 퇴직하고 많은 사람이 자영업을 해요. 왜냐면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냥 빈둥거리고 노는 걸 견딜 수 없어 하거든요. 그런데 그 자영업 성공률이 제가 볼 때 5년 생존할 수 있는 경우가 20%를 넘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또 거기서 실패하고. 그런 걸 보면 참 안타까운데, 너무 쉽게 자영업, 음식점이라든지 커피전문점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하는데 그거 저는 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거 말고 정말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보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돈 버는 재주가 없어서 돈 버는 방식을 제가 알려 드릴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 나이가 되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고요. 무슨 일을 선택할 때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이제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인문학책을 많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자기 성찰력을 키우고 또 자기 선택에 대해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논리적 뒷받침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에서 나오거든요. 그런데 많은 경우에 그런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약하면 부화뇌동한다는 거죠. 주변에서 무슨 일을 하면 거기에 귀를 기울이고 따라간다든지, 그러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거죠.

◇ 김명숙: 지금 6002번 쓰시는 분께서 질문 주셨어요. ‘장석주 시인님, 방황 속에서 지금으로 이끌어준 고전들이 뭐가 있을까요?’

◆ 장석주: 너무나 많은데, 제가 19살 때 읽어서 지금까지 사실은 고마워하고 좋은 영향을 끼친 책이 독일 철학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입니다. 제가 굉장히 의기소침해 있을 때 그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세상과 부딪히고 살아봐야겠다는 용기를 받았거든요. 그리고 폴 발레리라는 프랑스 시인의 <해변의 묘지>라는 시집이었어요. 그 시집 중에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그 한 구절이 저한테 엄청난 감동을 주고 저를 바로 세우게 한.

◇ 김명숙: 저도 지금 몸에 뭐가 쫙 느껴지는데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제목이 죽여줍니다.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고전 말고 추천해주실 만한 책이 있을까요?

◆ 장석주: 제가 좋아하는 책은 막스 피카르트라는, 의사면서 철학자였던 분이 쓴 <침묵의 세계>라는 책. 어떻게 보면 우리는 지금 너무나 많은 소음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말도 의미 있는 말이 되지 못하고 소음이 되는 그런. 그럴 때 침묵이 우리 삶의 내실을 꽉 채우게 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실 모든 중요한 말들은 침묵에서 나오거든요. 침묵은 그래서 말들의 어머니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가 너무 쉽게 가벼운 말들을 하면서, 의미 없는 말들을 하면서 사는 게 아닌가. 그 의미 없는 말들이 우리를 소모시키고 우리 삶을 지나치게 경박하게 만든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침묵에 대한 의미를 한 번 곱씹어보는 건 어떨까. 그래서 <침묵의 세계>라는 책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 김명숙: <침묵의 세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등의 책을 소개해 주셨는데, 시인님께서는 책도 엄청 많이 읽으시면서 많이도 쓰시잖아요. 올해만 해도 7권의 책을 쓰신 걸로 알고 있는데, 최근에 또 책을 쓰고 계시다고요. 그런데 이번 책은 베이비부머에 대한 책이라고 살짝 들었는데요.

◆ 장석주: 책 제목이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이고요. 제가 교정을 보고 있는데 11월 말이나 12월 초쯤에 나올 텐데요. 제가 베이비부머 세대거든요. 한국전쟁이 끝나고 휴전된 뒤에 태어나서 60년대 초까지, 그 인구가 7백만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세대들이 해마다 1백만 명씩 직장에서 퇴직해서 나오거든요. 그런데 퇴직하는 순간 연소득이 반 이하로 줄고요. 덩달아서 삶의 질도 떨어져요.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분들이 참 많거든요. 저는 그분들에게 이제야말로 자기가 생업을 위해서, 가족들을 위해서 희생하느라고 자기가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한 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래서 만약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면 그림을 한 번 그려본다든지, 도서관에 가서 철학책이나 시집을 읽어본다든지, 혹은 자기가 이제까지 살아온 삶을 노트를 사서 한 번 자서전을 써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이 들어요.

◇ 김명숙: 그런 것들이 사실은 갑자기 ‘해야지’ 한다고 해서 갑자기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잖아요. 쉽지가 않아요. 특히 베이비부머세대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같이하면서 많은 경험도 했고, 동시에 잘 살아오는 이 시대까지 혜택도 많이 봤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런 가운데 어떤 면에서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온 세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저도 들거든요. 저는 아직 그 세대까지 가기는 싫지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게 가장 큰 슬픔이 아닌가, 싶어요.

◆ 장석주: 일종의 낀 세대입니다. 저희 세대는 부모들을 다 공양했거든요. 부모를 모시고 자식들을 다 건사하고 키우고. 그런데 제 주변에 친구들을 보면 자식들이 지금 혼사를 하거든요, 결혼해서 아들딸들이. 그런데 결혼하는데도 큰 몫을 떼어준다는 거죠. 그리고 자식들에게는 정작 그런 자기네들이 했던 것과 같은 공양을 받지는 못해요. 그런 면에서 낀 세대고, 사실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한국의 경제성장의 굉장한 중추 역할을 담당했고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되는 데도 일정 기여한 부분이 있고. 그런데 자기가 한 것에 대한 결과물, 열매를 충분히 보상받지는 못했다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 세대가 40대 되었을 때 IMF를 맞으면서 강제 퇴직당한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래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사업하던 사람 부도를 겪고 직장인들은 실직 상태를 겪고, 그래서 그런 우여곡절이 참 많죠. 그래서 저희 세대에 대한 위로가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 김명숙: 그래서 이번에 책을 쓰신 거군요.

◆ 장석주: 그래서 저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면서 저와 같은 세대들이 앓고 있는 그런 것들을 한 번 공감하고 소통해보자는 뜻에서 그 책을 쓰게 되었죠.

◇ 김명숙: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사실은 자식과 부모와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왔지, 정작 자기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모르고, ‘내 꿈이 뭘까, 꿈을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까’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허탈감이 커질 수 있을 것 같아요.

◆ 장석주: 아까 얘기했듯이 자기를 잃어버린 세대예요. 가족과 남들을 위해서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자기를 돌아보고 자기를 돌보는 일은 조금 소홀했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인생의 끝자락에 서있는데 굉장히 공허감을 많이 느낀다는 거죠. 지금이야말로 자기 돌봄의 시간을 많이 가지라고 저는 말하고 싶어요.

◇ 김명숙: 저희 방송에 지난번에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나오셔서 ‘베이비부머들이 개인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라고 말씀도 하셨거든요. 장석주 시인님께서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회복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장석주: 저도 그 말에 일정 부분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저희 세대는 사실은 전후에 태어나서 한국이라는 우리나라가 지구에서 최빈국 중의 하나였어요. 그러니까 가난의 평등을 겪은 세대죠. 그래서 물질적 궁핍에 대한 압박, 이런 것들을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유교주의 이념이 내면화되어있는 세대고. 그래서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보면 조금 모자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람은 사람 사이에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이거든요. 남들과 공감하고 남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하지, 자기 혼자 행복할 수 없어요. 행복이라는 것은 더불어 함께 누리는 것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사회라든지 그런 공공성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세대는 가족주의에 매몰되어서 내 식구들, 내 자식들을 위해서만 열심히 일한 측면도 있거든요. 저 자신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 김명숙: 흔히 말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조금 넓게는 50+ 중장년층, 40대 이후도 포함될 수 있겠죠, 요즘에는. 그런데 아날로그 시대에서부터 디지털 시대까지 쭉 경험을 해왔고요. 또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많이 해온 50+들. 개인의 공공성 회복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자신을 찾는 방법. 자신도 어떻게 찾아야 하며 또 자신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이 시대에서 사회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내야 할까요?

◆ 장석주: 저는 가족주의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다. 자기 자식들 잘되라고, 그건 물론 부모의 당연한 책임과 의무기도 하지만, 이제는 거기서 조금 벗어나서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갖고 또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관심도 가지라고 저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 김명숙: 시간이 참 촉박하네요. 늘 아쉽습니다. 6817님, ‘이 가을에 시인님 너무 좋아요. 함께할 수 있는 이 시간, 행복합니다’ 하셨고, 0197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 <대추 한 알> 힘들고 어려운 시간 보낼 때 <대추 한 알> 시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2514님, ‘<베이비부머의 변명> 출간일이 기다려집니다’ 라고 팬들이 문자를 보내주셨는데요. <대추 한 알>, 정말 유명한 시잖아요. 길 가면서도 다 볼 수 있게끔, 강남에 가면요. 마지막으로 50+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대추 한 알> 직접 시인님께서 낭독해주시는 것으로 이 시간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괜찮을까요?

◆ 장석주: 시를 제가 안 가지고 왔는데 일부만 제가 읽어 드릴게요.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 김명숙: “저 안에 천둥 몇 개” 그런 것도 있죠.

◆ 장석주: “저게 저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이게 8줄짜리 시입니다.

◇ 김명숙: 오늘 이렇게 해서 이 계절 가을에 어울리는 장석주 시인과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감성이 넘치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장석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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