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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빅데이터]"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빅데이터 분석해 보니"-배철순 소장(9/10 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9-13 00:21  | 조회 : 6116 
∘이슈! 빅데이터 시간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디어에서 보여 진 사회현상의 의미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빅데이터를 처형하라’의 저자이자, 하우사회문제연구소 소장이신 배철순 소장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소장님.

→ 네 안녕하세요.

∘지난 방송이후, 어떤 이슈들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을까요?

→ 네 지난 2주간은 북한 이슈를 빼고는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북한은 지난 8월 26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데 이어, 29일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으로 발사했구요. 지난주 일요일입니다. 9월 3일에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자신들 주장으로는 일반적인 핵폭탄보다는 훨씬 강력한 수소폭탄 실험을 해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단일 주제로는 데이터 절대량이 단연 높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전쟁 임박설’과 관련된 불안감, 북한 정권과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 토로가 주된 내용으로 관찰되었습니다.
→ 정치권도 무척 시끄러웠습니다. 지난 27일 선출되었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관련 이슈, 바른당의 이혜훈 대표의 금품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이슈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였던 이유정 변호사가 주식대박 의혹으로 낙마한 소식, 자유한국당이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등을 이유로 국회 보이콧에 나선 것에 대해 많은 네티즌 의견과 언론기사들이 관찰 되었습니다. 현재 MBC와 KBS 노조는 사장퇴진 등을 주장하며 집단 파업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 경제분야 역시 복잡합니다. 지난 8월 31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과 관련된 1심 판결, 박성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의 생활보수논란, 주식 증여 및 무상증자, 연구수당 독점 의혹과 관련된 지명철회 관련 이슈, 지난주에 다뤘던 주제였지요. 여성환경연대가 발암물질 포함한 생리대를 추가로 공개해서 큰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정말 숨 가쁜 2주였던 것 같습니다. 북한관련 이슈가 워낙 큰 주제였던 것 같은데요. 금주에는 어떤 주제를 분석하셨을까요?

→ ‘북한’, ‘북핵’ 이라는 주제가 워낙 광범위한 데이터를 생산하는 일반적인 키워드라는 점에서 2주라는 짧은 기간을 대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먼저 양해부탁 드립니다. 이번 주에는 북한관련 이슈만큼은 아니지만, 지난 주말과 금주, 단일주제로는 가장 많은 데이터가 생산되었고, 또 여전히 확산되고 있는 주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에 대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정말 금주를 뜨겁게 달군 이슈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주에는 초등학교 여교사가 남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이 알려져 큰 충격을 주기도 했는데요.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할 학교에서 안 좋은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군요.

→ 네 지난 9월 1일 일입니다. 저녁 8시 30분경 골목길에서 여섯 명의 여중생이 한 여학생을 약 한 시간여 동안 공사자재, 의자, 유리병 등으로 때리고 발길질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 여중생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반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거리에 나왔다 주민에 의해 경찰에 인계되었구요. 가해자인 주범 2명은 당일 경찰에 자수한 상황입니다. 당시 주범이 지인에게 폭행 피해자의 사진을 전송하면서 자신의 처벌유무를 묻는 페이스북 메시지 캡쳐가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사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게 되었습니다.

∘네 저도 관련 사진을 보도를 통해 보았는데요. 여중생들의 행위라고 보기에는 그 정도가 심한 것 같았습니다.

→ 그렇습니다. 주범이 찍은 사진속의 피해자는 무릎을 꿇은 체로. 그야 말로 피투성이인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요. 정말 심약한 사람들은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모습이었습니다. 이후에도 피해자 가족이 경찰의 수사부실 또 사건축소 의혹 등을 제기하며 인터넷에 추가 피해사진을 공개했는데요. 이 사진도 정말 끔찍합니다. 눈조차 뜨지 못할 정도로 부은 피해자와 둔기에 찢어진 머리, 담뱃불에 의한 상처 등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확보된 CCTV 영상과 함께 많은 네티즌들에 의해서 공유되었고, 미디어도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가족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된 추가적인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구요. 가해 여중생의 처벌을 두고 ‘소년법 폐지’와 관련된 내용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소년법 폐지’와 관련해서는 청와대 청원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 네 그렇습니다. 분노한 네티즌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서 청소년보호법 폐지와 관련해서 방송 녹음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약 23만명, 소년법 폐지와 관련해서 약 8만명, 총 31만명의 청원이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이것은 조금 이해가 필요한데요. 네티즌들이 요구하는 만 18세 미만 소년 범죄자의 처벌에 대한 제한, 그러니까 약한 처벌을 하게 하는 규정은 ‘소년법’입니다. ‘청소년 보호법’은 유해한 매체물이나 유해업소 출입 등을 막는 법률로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법률의 명칭 때문에 혼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청원내용은 동일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청원자들은 앞서 말씀드린 ‘소년법’의 최대선고형량의 제한(15년, 최대 20년)등이 청소년들에게 악용되고 있고, 지나치게 가해자 인권위주이며, 특히 오늘날 청소년들의 지능, 신체, 지식 등의 발달수준이 과거와 달리 매우 성숙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어차피 약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악용하는 청소년들이 있단 말씀이시군요. 빅데이터 분석결과는 어떤가요?

→ 사건 발생일은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언론보도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큰 이슈는 되지 못했습니다.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에는 월요일 오후 경부터 등장했는데요. 이것은 가해자가 촬영한 페이스북 메시지 캡쳐, 저는 죄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약간의 과시가 있다고 보이는데요. 이것이 SNS상에서 공유되면서 데이터량이 급속히 증가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피해자 가족의 추가 피해사진 공개, 사건축소의혹 제기 등에 의해서 경찰의 초동수사와는 달리 지난 6월 30일 발생한 폭행신고에 대한 보복이었다는 점 등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네티즌들의 참여와 미디어의 보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네 그렇게 보이네요. 네티즌들의 의견 당연히 분노일색이겠습니다.

→ 그렇습니다. 여중생들이, 그것도 친구에게 너무나 가혹한 행위를 했다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또 이런 일들이 드물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이지 않는다는 것에 큰 실망감을 보입니다. 왕따, 학교폭력, 이에 의한 자살, 지난 3월에는 17세 청소년에 의한 초등생 살인사건이 있었지요. 지금도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과 매우 유사한 경로로 진행되고 있는 ‘강릉 여중생 폭행사건’ 등과 같은 청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개탄이 크게 관찰되었습니다.
→ 이와 관련해서 최 아나운서님께 한 가지 질문 드리겠습니다. 아나운서님은 ‘학교’라는 키워드를 SNS 빅데이터와 연동했을 때 어떤 단어가 연관어로 가장 많이 나올 것으고 생각되시는지요?

∘아무래도 '학생', '선생님', '친구', '수업' 뭐, 이런 단어가 아닐까요?

→ 정확하십니다. 그런데 SNS상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학교’와 연관된 단어 10위 안에는 의외로 ‘폭력’, ‘사건’과 같은 단어들 역시 관찰됩니다. 다시 말하면, ‘학교’라는 것과 당연히 연결되는 단어가 ‘폭력’이라는 점입니다. 감정과 관련된 연관어 역시 ‘지긋지긋하다’, ‘싫증나다’, ‘화내다’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이 주로 관찰됩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학교는 폭력과 사건의 장소이며 그 속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싹튼다고 해석될 수 도 있는 부분입니다.
→ 구글 트렌드 분석 역시 이 결과를 뒷받침 합니다. 키워드 ‘학교’에 대한 지난 5년간 빅데이터 분석에 있어 여섯 번째로 연관되는 단어는 ‘폭력’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최대 시점인 2004년 이후의 데이터들을 모두 살펴보면 역시 ‘폭력’이 다섯 번째로 많이 연관되는 단어로 관찰됩니다. 최근 1년간 역시 유사한 결과입니다.
→ 이 결과가 너무 놀라워서 이번엔 키워드 ‘폭력’과 관련된 연관어를 찾아봤습니다. 지난 5년간 ‘폭력’이라는 키워드와 가장 높은 연관성을 가진 단어는 충격적이게도 ‘학교폭력’으로 나타났습니다. 10위권 안에 총 여섯 개(학교폭력, 학교, 학교폭력 실태, 학교폭력실태 조사, 학교폭력 예방, 폭력서클)의 학교폭력 관련 키워드가 고빈도 연관어로 나타났는데요. 그다음이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아동폭력, 그리고 조직폭력의 순이었습니다. 빅데이터는 학교폭력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셈입니다.

∘학교가 그런 존재라는 것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미디어반응은 어떤가요.

→ 부산 사건, 강릉 사건이 동일한 점은,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에 의해 촬영된 피해사진들이, SNS에서 먼저 공유가 되고, 이후에 보도로 이어졌다는 셈입니다. SNS가 말 그대로 소셜 미디어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입니다. 피해자 가족들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경찰 조사의 미비점을 지적해, 후속 취재와 수사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뉴 미디어가 만들어낸 눈부신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비하면 기존의 미디어들이 한 일은 참 부끄럽기 그지없었다고 보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을까요?

→ 저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분노한 개인이었고, 또 이 방송을 위해서도 많은 기사를 검색하고 읽어봤습니다. 정말 기자님들께 죄송하지만, 99.99%의 기사는 한 기사만 읽으면 다른 기사는 읽을 필요가 없는 똑같은 내용들 일색이었습니다. 타 언론사간에 벌어지는 일도 아닙니다. 동일한 언론사에서 제목만 달리해서 정말 무의미한 문장하나만 추가해서 만들어진 기사들도 다수 볼 수 있었습니다.
→ 독자들이 ‘짜깁기 복사본’을 보기위해 미디어에게 ‘제4의 권력’이라는 지위를 부여한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공공의 전파’와 ‘개인의 트래픽’을 소모하는 부도덕한 행위입니다. 언론이라면, 범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더 나아가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공해야 합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단어 ‘담뱃불로 지지고’, ‘살을 꿰매고’, ‘피 울음’, ‘성관계 강요’, ‘피 냄새 좋아’와 같은 제목들이 꼭 필요한 것이었을까요. 광고수익을 위한 것이란 것.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이런 언론답지 않은 낚시질 행위를 어뷰징(abusing)이라고 하는데요. 이것은 기사와 기자 나아가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주된 요인입니다. 학교폭력, 청소년 범죄에 대한 실상과 경각심 또는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제도 관련 기사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 기사였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이 보인 행태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셨습니다. 더 보태실 말씀이 있을까요?

→ 부산 여중생의 머리에는 큰 출혈의 원인이었던 자상이 2군데 남아 있습니다. 상처 크기로 볼 때 아마 영원히 흉터로 남겠지요. 등에는 담배로 지진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역시 큰 흉터가 되겠지요. 그리고 이 어린 친구의 마음속에는 얼마나 큰 상처가 남았을까요. 밝고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인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피해자 가족의 마음으로 큰 걱정이 됩니다.

∘네 정말 피해자가 걱정이네요.

→ 가수 솔비씨가 이 사건을 두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라는 내용으로 트윗을 남겼다가 네티즌들이 “가해자 옹호다”, “도대체 뭐가 우리 탓이냐”라는 내용으로 항의해 트윗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시한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문제를 전체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논리적 오류이며, 만능의 답이 아닙니다.
→ 다만, 이토록 장기간 지속되어 왔던 학교폭력의 문제는, 그러니까 빅데이터 조사가 가능한 시점인 2004년은 이 여중생들이 갓 태어났을 시점입니다. 이때부터 발생해왔던, 누적되어온, 학교폭력의 문제는 어떻게 보면, 서열화와 경쟁이 지배하는, 힘의 논리가 당연히 수긍되는, 우리 사회와 문화, 법과 제도 그리고 그것을 방조한 우리 모두의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져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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