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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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인생과 술” - 허시명 막걸리 학교 교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8-10 13:34  | 조회 : 7024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8월 10일 (목요일) 
□ 출연자 : 허시명 막걸리 학교 교장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인생과 술” - 허시명 막걸리 학교 교장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4부,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출발합니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정호승 시인의 ‘술 한 잔’이라는 첫 구절인데요. 술 한 잔 사주지 않는 인생이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가 위로를 받는 것은 친구와 선후배, 동료들과 나누는 바로 그 한 잔 술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여행 작가이면서 막걸리 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분 모셨습니다. 허시명 술 평론가, 나와 계신데요. 안녕하세요.

◆ 허시명 막걸리 학교 교장(이하 허시명): 예. 안녕하세요.

◇ 김명숙: 오늘 술과 인생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는데 저는 허시명 술 평론가께서 나오신다고 해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어요. 술 이야기만 나오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나요? 큰일이에요.

◆ 허시명: 술이 함께 올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신 것 아닌가요?

◇ 김명숙: 맞습니다. 그런데 빈손으로 오셨습니다.

◆ 허시명: 방송에는 술이 안 된다고 알고 있어서.

◇ 김명숙: 그래서 우리가 아쉽지만, 말로써 풀겠습니다. 여행 작가면서 술 평론가라고 제가 소개를 드렸는데, 원래는 기자 생활을 하셨다고요. 

◆ 허시명: 예. 기자는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들여다보는 것 중 하나로 여행 역시 타인의 인생과 삶을 들여다보는 건데, 여행을 다니며 여행기를 쓰다가 그 여행 장소 중 하나가 양조장이 됐죠. 양조장에 들어가 보면 자기 일에 사무쳐 있는 장인들이 한 사람씩 있습니다. 그래서 술을 낳게 하는데, 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술을 맛보다 보니 저절로 글이 한 편 나오더라고요. 그 글을 모아보다 보니 책을 내게 되고, 어느 날 술 평론가, 술 전문가가 돼있어서 이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 김명숙: 저는 원래 기자 생활을 하셔서, 기자 가운데 술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 허시명: 엄청 많습니다.

◇ 김명숙: 그래서 기자 생활을 해서 술을 좋아하셔서 그런 건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것보다는 오히려 여행을 즐기시며 계기가 됐군요. 그렇게 해서 막걸리 학교도 열게 되신 건가요?

◆ 허시명: 책을 내다보니까 술 얘기를 하게 됐는데 너무 단발성의 이야기가 이어져서, 연속되는 얘기가 하고 싶어서 막걸리 학교를 만들어 막걸리 강좌를 만들고, 또 우리나라에 있는 막걸리 양조장이 800개가량 되는데 다양한 술들을 선택해 맛보며 얘기를 풀어내는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 김명숙: ‘술’ 하면, 양면성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술을 잘 마시고 분위기를 좋게 하면 약이 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를 사회에 사건 소식에서 많이 접해서 그런지요. 너무 많이 술을 마시는 게 건강에도 안 좋지만,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술’ 하면 부정적인 반응들이 있는 것 같아요.

◆ 허시명: 술 마신 사람이 잘못한 거죠. 칼과 같은 건데요. 의학적으로는 술을 백약 중에서 최고로 뽑는 ‘백약지장’이라고도 얘기하지만, 만병의 근원이라고도 얘기합니다. 술을 이용해서 약재를 만들기도 하는데, 내 몸에 들어와 일부가 되는 술을 잘 조절해서 마실 것인가, 그리고 나와 함께 마시는 사람에게 어떤 맛있는 음식을 권하고 술을 함께할 것인가, 에 대한 차분한 시선은 부재하고, 노동의 피로를 풀기 위한 속도전, 그리고 영업을 위한 수단식으로 활용이 되며 빨리 저 사람을 취하게 하려고 나까지도 취하게 하려고 하는 전략전술로 술을 사용하다 보니 폐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 김명숙: 그래서 술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하셨어요.

◆ 허시명: 제가 바꾼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술을 향기롭게 즐길 수 있는 걸 보여주고, 그렇게 즐길 수 있는 분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끔찍이 싫어하는 잔 돌리기 같은 것, 그 잔을 받지 않으면 나의 마음을 받지 않는 걸로 오해하는 사람들이랄지, 자작을 하면 삼대가 재수 없다고 해서 절대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시지 않고 누군가 따라주기를 원하고, 그러니까 나도 따라주는, 파도타기 같은 술 마시기의 분위기. 야구장에서나 파도를 타야지, 술자리에서 타는 것을 저는 굉장히 싫어합니다.

◇ 김명숙: 야구장에서도 지나친 파도는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지나친 것은 안 좋죠.

◆ 허시명: 그렇습니까? 자꾸 일어나야 하니까.

◇ 김명숙: 그런데 옛사람들도 다른 사람이 술 따라주는 것을 좋아하긴 했나 봐요. 옛말에 ‘군자는 자작이나 타작이 함께하면 흥추가 더하리라’ 라는 얘기가 있어요.

◆ 허시명: 그것도 조선시대 때 술을 잘못 마신 선비가 만든 말 같은데요.

◇ 김명숙: 어쨌든 서로 살짝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권하고 안 먹으면 안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분위기 때문에 안 좋은 것 같아요.

◆ 허시명: 조선시대 때 향음주라는 술에 대한 예법을 논하는 데를 보면요. 한 잔 권했을 때 바로 받지 않습니다. 거절합니다. 그런데 두 번 권했을 때 거절하는 것을 ‘고사’라고 합니다. 우리가 고사를 한다고 한다는 것은 두 번째 거절한다는 건데요. 그럴 때 다시 ‘삼청’을 합니다. 세 번째 청하는데, 그때는 받습니다. 그 때 안 받으면 더 이상 권하지 않습니다. 이게 예법입니다. 그런데 세 번까지 안 받으니까 더 화가 나서 네 번째까지 권하는 것은 예법을 모르는 거죠.

◇ 김명숙: 술 마실 때도 정중하게 예의를 지키며 마시면 별 탈은 없을 것 같아요. 6524님, 애주가의 원칙을 적어주셨어요. ‘월, 원래 술 먹는 날. 화, 화끈하게 술 먹는 날. 수, 수시로 먹는 날. 목, 목이 터져라 먹는 날. 금, 금방 먹고 또 먹는 날. 토, 토하도록 먹는 날. 일, 일찍부터 먹는 날.’ 월화수목금토일 다 이유가 있습니다. 너무 재밌습니다. 감사하고요. 7649님, ‘저희 남편은 거의 매일 술을 마십니다. 반주로 술을 마시는데 문제는 술의 양과 관계없이 마시기만 하면 필름이 끊긴다는 겁니다. 술 좀 끊었으면 좋겠어요.’ 당연하죠. 이러면 너무 화가 날 것 같아요. 필름이 끊기면 정말 건강에도 안 좋고요. 이런 분들을 위해서 막걸리 학교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막걸리 학교 얘기 좀 해주시죠.

◆ 허시명: 막걸리 학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학기가 개설되는데요. 8월 말~9월 초에 새로운 강좌가 개설됩니다. 가장 인기 있는 강좌는 막걸리 학교가 초급-중급-상급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초급 과정은 입문학 과정입니다. 주로 시음하고 소통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중급 과정은, 모든 과정이 10주 과정으로 진행되는데요. 중급 과정은 ‘생활 속의 술빚기’, 내가 직접 매일 수업시간마다 술을 빚어서 직접 술을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가는 게 중급 과정이고요. 상급과정은 요즘 하우스 막걸리라는 새로운 제도가 생겨서, 하우스 막걸리 창업 과정으로, ‘내가 술을 꽤 잘 빚는데, 이걸로 창업을 해볼까’ 하는 분들을 위한 강좌가 마련돼 있습니다.

◇ 김명숙: 그렇군요. 이렇게 제대로 배우면, 요즘 커피나 와인에 대해 배우듯, 수제 맥주도 유행이잖아요. 막걸리도 그런 차원에서 제대로 잘 배워서요.

◆ 허시명: 빚으면 조직의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 김명숙: 예전에는 술을 집에서 못 만들게 규제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 허시명: 근현대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고요.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1934년부터는 완전히 어떤 집에서도 술을 빚을 수 없게 금지가 됐고요. 그게 1995년까지 옵니다. 약 60년, 두 세대에 걸쳐 금주령이 내렸던 시기고요. 1995년 이후에는 집에서, 나와 가족들이 먹는 정도의 술은 만들어 먹어도 됩니다. 다만 술을 만들어서 가족 이외의 사람에게 주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돼 있지는 않습니다.

◇ 김명숙: 막걸리 학교에서는 입문학 강좌부터 술 빚기 강좌, 하우스 막걸리 창업 강좌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말씀인데, 저희 프로그램의 주 청취자분들이 50+ 중장년층들, 요즘 신조어인 ‘신중년’ 50~60대 분들이 많이 청취하고 계신데, 지금 귀가 쫑긋하신 분들 많이 계실 것 같아요. 주로 요 연령대 분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 분들이 오나요?

◆ 허시명: 저희 막걸리 학교에 오시는 가장 핵심 연령층이 은퇴를 앞둔 분들입니다. 50 전후의 분들이 오시는데요. 제가 곰곰이 그분들을 들여다보니까, 일단 금융권은 50전에 은퇴를 하게 되는데, 은퇴를 하게 되면 자기 네트워크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면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술친구가 사라지게 됩니다. 소위 조직 속에서 일해오던 분들은 ‘어디 누가 나를 안 부르나’ 기다리는데, 사실 그 정도 되면 1인 기업가가 돼야 합니다. 창업해서 젊은 사람들을 고용해야지, ‘나를 어디 안 부르나’ 이렇게 보는 것은 문제가 있고요. 1인 사업가가 되든지 창업가가 되는데, 1인 사업가가 아무나 될 수 없는 거죠. 그런 점에서 1인 노동자라도 돼야 합니다. 그런데 1인 노동자의 기본적인 모토는 자급자족이죠. 텃밭이라도 가꿔서 상추라도 공급한달지, 이렇게 되는데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술을 직접 빚으면 자급자족이 되고요. 그걸 잘 빚으면 친구들이 다시 몰려옵니다. 그러면 네트워크가 살아나고요. 그러다가 친구들이 공짜로 얻어먹기가 미안하면 ‘너 그거 팔아도 되는데, 솜씨가 좋다’ 이렇게 되면 ‘창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가는 점에서, 술을 좋아하는 은퇴를 앞둔 분들이 막걸리 학교에 열정적으로 등록합니다.

◇ 김명숙: 저희 청취자분들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술 좋아하시는 분들 정말 많으신가 봅니다. 오늘 날씨가 살짝 비도 오전에 뿌리고 해서 그런지. 우주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술 관련 이야기를 나누니까 문자가 엄청 많이 오는데요. 7649님, ‘저는 술을 못 마시는데 남편은 굉장히 술을 즐겨 마십니다. 술은 일주일에 몇 회 정도 얼마나 마셔야 하나요?’ 이것은, 글쎄요.

◆ 허시명: 이틀 쉬고, 하루 마시고. 하루 마시면 이틀 동안은 금주령을 집에서도 내려서 인내하게 하고. 왜냐면 알코올이라는 게 사실 1급 발암물질이거든요. 독성이 있는 거고, 술 한 잔이 분해되는 시간이 한 시간은 걸립니다. 그래서 5잔 먹으면 5시간 이상이 걸리는 건데, 간이 쉬어야 하니까 이틀은 쉬고 하루는 마시고. 이 정도 되면 좀 더 오랫동안 마시지 않겠는가. 매일 마시는 분들은 나이 들면 못 마십니다. 그러니까 아껴 마실 필요가 있습니다.

◇ 김명숙: 교장 선생님은 얼마나 자주 드시는지?

◆ 허시명: 저는 하루에 한 번만 마시려고 노력하는데요.

◇ 김명숙: 하루에 한 번이면 일주일 내내 마시시나요?

◆ 허시명: 저는 근무시간 안에만 마시려고 하고요. 낮술을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요. ‘낮술을 마시면 아비·어미도 몰라 본다’ 는 말이 있는데, 낮부터 마시고 밤늦게까지 마시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낮에 잠깐 마시고, 저녁에 체력이 떨어지고 힘이 빠지고 쉬어야 하는데 다시 또 술을 마셔서요. 술을 마시면 좀 처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낮술을 잠깐.

◇ 김명숙: 낮에 잠깐, 반주 겸용으로 잠깐.

◆ 허시명: 사장님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 집에서는 사모님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 김명숙: 그런데 우리 허 교장 선생님께서는 근무시간에 마신다고 하니까 참 부럽습니다.

◆ 허시명: 저는 수업시간에 술을 한 잔 맛보면서 수강생들에게 술을 맛보게 하고, 그 술에 대해서 당신이 가진 언어로 가장 길게 표현해 보라는 훈련을 합니다. 술맛에 대해서 ‘좋아요’ 라고 하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전달력이 없으니까. 그렇게 표현하시는 분이 있더라고요. 사실 최근에 유치원 선생님이 학교를 왔어요. ‘선생님, 어떡해요. 직장 동료들하고 술 마시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막걸리 학교를 왔어요. 저는 술 한 잔 먹고 유치원에 가면 애들이 아빠 냄새난다고 얘기해요.’ 그래서 저는 막걸리야말로 아빠냄새라는 게 가장 큰 찬사가 아닌가, 하는데 아버지에 대한 좋은 추억이 없는 분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긴 해요.

◇ 김명숙: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겠네요. 아까 낮술을 잠깐 마시는 게 좋다고.

◆ 허시명: 저는 수업시간 중에 그랬었죠. 근무 중에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막걸리라는 게 농사를 짓고 새참으로 다시 일했거든요. 그게 막걸리의 가장 큰 매력인데.

◇ 김명숙: 농부들이 주로 즐겨 마셨던 술로 알고 있죠.

◆ 허시명: 농경 사회에선 그렇게 되는데 현대 산업사회로 들어오면서 일하면서는 술을 마시지 않고, 술 마시면 일을 안 하는 거죠. 이 두 개가 확실히 분리된 게 현대사회의 특징이죠. 그런데 막걸리가 가진 특징 중 하나는 ‘노동의 벗’이라는, 갈증해소 음료라는 게 있어서 제가 이 얘기를 했던 거고요. 사실 직장인들이 감히 어떻게 그걸 염두에 둡니까. 집에 가라 그러죠.

◇ 김명숙: 그리고 낮술은 더 금방 취하는 것 같아요.

◆ 허시명: 기분이 좋아서요.

◇ 김명숙: 과도한 음주는 삼가야겠죠, 낮이나 밤이나. 막걸리가 농부들이 마셨던 술로 대표적으로 떠오르긴 하는데, 양반들도 많이 마셨나요?

◆ 허시명: 그럼요. 조선 후기에 보면 막걸리가 몸에 좋았다는 것을 양반들도 알았던가 봐요. 보통 술을 빚으면 위에 맑은 술이 뜨면 맑은 술을 떠내면 청주가 되고 밑에 있는 앙금을 체에 걸러내면 막걸리가 되거든요. 그래서 청주와 막걸리는 같은 형젠데, 몸에 좋고 술도 아까운데 따로 거르지 않고 청주와 탁주를 합해서 먹었던 합주라는 술이 조선 후기에 보면 서울 지역에서 인기가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 김명숙: 이낙연 총리께서도 막걸리를 마시며 소통을 하겠다고 발표하셨잖아요. 어젠가, 잠깐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까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막걸리를 쉬겠다고 말씀하셨더라고요.

◆ 허시명: 한 저수지만큼 마실 수 있다고 얘기하시는 걸 보면, 어떤 사람과도 만나겠다는 상징적인 말로 막걸리를 사용하는 건데요.

◇ 김명숙: 그만큼 친숙한 의미죠, 막걸리가.

◆ 허시명: 막걸리를 상당히 매력적으로 재해석해주고 있는 거죠.

◇ 김명숙: 지금 2238님, ‘맥주 먹으려고 했는데 막걸리 이야기 들으니, 사이다 타서 막걸리 마시고 싶네요’ 오, 사이다. 막걸리에 사이다 타는 것들도 있나 봐요.

◆ 허시명: 막걸리가 좀 텁텁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탄산감을 얻기 위해서 사이다를 섞는데,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은 상당히 연세가 있으실 것 같은데요. ‘막사이사이’라고 해서 막걸리 한 통에 사이다를 좀 더 넣으면 막사이사이가 되는데, 요즘 막걸리들은 탄산감이 좋아서, 양조장에서 ‘굳이 사이다를 타드시지 마세요, 저희가 이렇게 청량감과 탄산감이 있는 막걸리를 드리잖아요’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김명숙: 그렇군요. 이런 방법도 있네요. 저도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9988님, 번호가 좋습니다. ‘저는 막걸리 기준으로 매일 탁주 한 병을 꼭 마십니다. 직업상, 수면제 역할 겸’ 이건 무슨 의미이신지? 잠을 잘 못 이루시나 봅니다. 그래서 약간 이럴 때는 술 한 잔의 힘을 빌려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자주 그러면 안 되겠죠.

◆ 허시명: 알코올이 들어가면 숙취의 하나로써 졸린 것, 기본적으로 알코올이 들어가면 간에서 알코올 분해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그러면 간으로 혈액량이 몰리면서 머리로 가는 혈액 속의 산소 공급이 줄어들면 졸음이 오죠. 내가 졸릴 때는, 내가 술을 마셔서 간이 힘차게 내 알코올을 분해해서 내 몸을 보호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 김명숙: 어쨌든 저희가 술 이야기를 아침부터 하고 있긴 하지만요. 술을 많이 드시라는 게 아니라, 그렇죠, 선생님?

◆ 허시명: 맛있는 술을 드시고요. 이야기가 있는 술을 드셨으면 좋겠어요.

◇ 김명숙: 모든 것에 스토리가 있어야 훌륭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 허시명: 가장 비싼 술은 이야기가 가장 많습니다.

◇ 김명숙: 막걸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 허시명: 요즘 막걸리 바람이 불면서 가장 인기 있는 마니아층을 가장 많이 거느리고 있는 막걸리가,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거든요. 그 막걸리의 사연을 들여다보면, 금정산성이 동래역에서 약 8km 떨어져 있는 산 위의 마을이거든요. 그런데 그 마을이 원래 누룩 마을이었어요. 여자들이 누룩을 만들어서 내다 팔고 남자들은 나무해다가 팔던 산골 동네였는데, 누룩이 좋으니까 결국 술이 좋은 거죠. 그게 차별화돼서 누룩마을에서 빚은 술, ‘누룩이 오래됐다’, ‘언제부터 했을까’, ‘조선시대부터 했다’, ‘왜 그러느냐?’, ‘글쎄, 옆에 범어사에서도 누룩을 만들었다는데 스님들이 만들지 않았겠느냐?’, ‘스님들이 조선시대 때는 시줏돈이 안 들어오니까 그것을 만들었는가 보네’ 하는 얘기들이 길게 나오는 것이 금정산성 막걸리거든요. 그러다 보면 막걸리 한 잔에 우리의 역사, 지역의 문화, 어렸을 때 아버지 심부름 같은 추억을 불러낼 수 있는 게 막걸리의 힘이죠.

◇ 김명숙: 말씀 듣다 보니까 우리나라 곳곳의 지명을 딴, 지역마다 특성 있는 막걸리들이 있잖아요. 휴가철이라 여행 가신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 전국 곳곳마다 다른 막걸리 맛이 있다면, 추천해주실 게 있다면?

◆ 허시명: 더우니까 대숲 바람을 쐬고 싶은 분들은 담양에 가시면 ‘죽향도가’라는 막걸리 양조장이 있습니다. 방송에서 막걸리 학교 교장 선생님이 추천하더라는 말씀하시면, 양조장 사장님은 두 발로 오시는 분을 네 발로 나가게 될 것입니다. 찾아가시는 분은 술에 취하고, 사람 좋아하는 양조장 권 대표님은 당신에 취해서 서로 시간 가는 줄 모를 겁니다, 아마. 담양에는 추성고을이라고 담양의 댓잎술, 또 대통 술에 담아서 약주를 마시는 대통 술이 있습니다. 담양의 대나무 자원들을 잘 활용한 특산품이고요. 또 해남에 가면 ‘해창주조장’이 있는데, 거기는 정원이 참 아름다운 양조장입니다. 정원을 이렇게 잘 가꾸고 있는 양조장 주인이라고 한다면 술이야 당연히 잘 가꾸고 정성을 들이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양조장입니다. 휴가 때 다녀와 보십시오.

◇ 김명숙: 오늘 우리 교장 선생님 말씀 듣고 휴가 계획 여행지 장소를 바꾸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2238님, ‘조선시대 때 세조께서 술을 좋아하셨죠’

◆ 허시명: 세조뿐만 아니라 몇몇 분들이 술을 좋아하시고, 그런데 세종대왕이나 영조는 술을 경계하는 계주교서를 내리고 했는데요. 막걸리를 좋아했던 조선시대의 왕은, 대표적으로는 철종, 강화도령이어서 스무 살에 왕이 되기 전까지 막걸리를 즐겼던가 봅니다. 왕이 돼서도 막걸리를 찾았고요. 연산군은 이런 시도 남기죠. ‘막걸리 누가 만들었느냐, 천 가지 근심을 다 잊게 해준다’ 이렇게 칭송하는 한시도 남기고 했습니다.

◇ 김명숙: 지금도 막걸리 많이들 좋아하시지만, 몇 년 전에는 유난히 인기 있던 때가 있었어요.

◆ 허시명: 2009년부터 4년 정도 막걸리 바람이 세게 불었죠.

◇ 김명숙: 저도 그때 참 많이 마셨는데요. 유산균이 많이 들어있다는 얘길 했잖아요. 지금까지도 꾸준히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있는데요. 8897님께서는, ‘막걸리병 밑에 쌓이는 침전물이 마시면 몸에 쌓인다고 마시지 말라는 사람들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이런 얘기가 있어요?

◆ 허시명: 막걸리병에 쌓이지 몸에 쌓이진 않을 것 같은데요. 그것은 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쌀에서 나온 식이섬유랄지, 덜 분해된 전분이랄지, 이런 성분이기 때문에 괜찮고요. 사실 막걸리가 몸에 좋다고 하는 많은 성분, 효모랄지, 이런 좋은 성분들은 지게미 앙금에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건강에 좋다는 게 흔들어서 드시는데요. 다만, 좀 더 맑은 술을 선호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맑은 술을 드시면 사모님이 집에 들어왔을 때 거실에서 자라는 말을 안 하는가 봅니다. 술을 좀 맑게 드시면 술 냄새가 적게 나고, 숙취도 좀 적습니다. 그래서 ‘나는 좀 더 귀해’ 해서 맑은 술만 드시는 분도 계시는데요. 양조장 사장님들이 엄청 좋아하시죠. 왜냐면 술이 더 많이 팔리니까요.

◇ 김명숙: 그렇군요. 오늘 하나 알았습니다. 오늘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를 배웁니다. 8650님, ‘저는 가끔 누룩 사다가 고두밥 쪄서 막걸리 만들어 먹어요. 누룩향이 좋아요’ 이 분은 고수신가 보다.

◆ 허시명: 집에서 아주 쉽게 만들어 드실 수 있는 게 막걸립니다. 고두밥 찌는 찜솥이 있고요. 만두 찌는 거 있으면 되니까요. 거기다가 시장에서 쌀가게에 누룩이 있거든요. 누룩 한 장이면 쌀 4kg 정도 쪄서, 물은 쌀 분량 정도, 쌀과 누룩 들어가는 분량 정도 1:1로 하면 달콤한 술이 만들어집니다.

◇ 김명숙: 5485님, ‘술에 대한 이야기는 귀를 쫑긋하게 하는 주제예요. 술을 마시면 몸이 뜨거워진다고 하는데, 제가 어느 방송을 보니 술을 마시면 몸 온도가 내려간다고도 하더라고요. 진실은 무엇인가요? 몸 온도가 내려간다면 러시아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꼭 답변해 주세요’ 꼭 해달라십니다.

◆ 허시명: 소주는 화학 열기를 가지고 있어서 체온이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죠. 그런데 예컨대 맥주는 보리 술이잖아요. 보리는 겨울을 넘기면서 냉한 곡물입니다. 몸이 뜨거운 사람은 맥주를 선호하죠. 맥주를 마시면 몸의 뜨거운 열기를 가라앉힐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차가운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면 배탈이 납니다. 그런 분들은 쌀막걸리를 마시면, 몸이 차가운 분들은 몸이 따뜻해집니다. 왜냐면 쌀은 여름을 지나면서 자라기 때문에 태양의 열기를 안고 있어서 따뜻한 식품입니다. 그래서 몸이 차가운 분은 막걸리가 맞고요. 몸이 뜨거운 분은 냉한 보리로 된 맥주가 좀 더 어울리는 거죠.

◇ 김명숙: 이렇게 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우리 인생도 술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술과 하는 인생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과도하게 지나친 것은 안 되지만, 별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잔에 술을 따르고 받고, 같이 잔을 부딪치며 건배하는 것만으로도 대화하지 않아도 위로가 될 때가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술은 좋게 마시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은데요. 막걸리 학교 교장 선생님이시자 술 평론가시니까, <당신의 전성기, 오늘> 청취자 분들께, 술로부터 배운 교훈이 있다면 한 가지 가르쳐 주시면 어떨까요?

◆ 허시명: 술은 아무리 잘 빚은, 맛있는 술이라도 마셔버리면 사라지는 거거든요. 그게 영원할 수 없는 것. 사실 인생도 가장 화려한 시기가 존재하지만, 그것이 계속 내게 남아있는 것 같진 않아요. 마치 산을 다시 오르고 내려오는 것처럼 빛나는 전성기가 있지만, 다시 산에서 내려와서, 산 정상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정신. 아무리 좋은 술이라 하더라도 내 앞에서 마시면 사라져버리는데, 바닥에서부터 그 좋은 술을 빚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김명숙: 네. 오늘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여행 작가이면서 막걸리 학교 교장 선생님이기도 하신 허시명 술 평론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네요. 말씀 재밌게 잘 들었습니다. 지금 7951님께서, ‘세상의 모든 걸 다 아시는 분 같아요. 정말 즐거운 방송이었어요. 고맙습니다.’ 하셨어요. 제가 할 말을 대신 해주셨네요, 7951님께서. 고맙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너무 재밌게 잘 들었습니다.

◆ 허시명: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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