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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시간 : [월~금] 15:00~16:00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인터뷰] 블라인드 채용, 한 쪽 눈만 감지 않으려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6-23 16:44  | 조회 : 4874 
[생생인터뷰] 블라인드 채용, 한 쪽 눈만 감지 않으려면...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취업은 온 나라의 문제인 것처럼 중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대통령도 특별히 관심을 갖고 많이 신경 썼는데요.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공기관 이력서에 학벌, 학력, 출신지와 같은 것을 기재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하반기 공공기관 채용부터 노 스펙, 스펙을 보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이 본격화될 거라는 전망입니다. 일부 대학들도 반기고 있고요. 여러 가지 원칙적으로 옳은 일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이를 보완할 제3의 스펙이 등장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효과가 없었던 곳들, 공기업, 기업들도 있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목적과 효과에 부합할 수 있는 정책 보완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한데요. 전문가 모셔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하 이병훈)>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배경부터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왜 굳이 스펙이라든지 좋은 경력을 보지 않고 뽑겠다는 게 나오게 된 걸까요?

◆ 이병훈> 우리 사회가 최근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많이 퍼져있는 담론이라고 하죠, 얘기들이 수저 계급론이라는 표현까지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학벌주의라든가 상대적으로 좋은 가정 여건을 갖춘 대학생들이 좀 더 좋은 스펙을 마련해 취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활용되다 보니까, 아까 말씀드렸던 학벌이라든가 스펙 등으로 취업에 불이익을 당하는 점에서 청년들의 취업난도 우리 사회 큰 문제이지만 학벌이 문제 되거나 여러 스펙을 마련치 못한 청년들의 형평성 없는 채용 과정을 불식시켜나가자는 의미의 좋은 취지로 제도는 일찍이 지난 몇 년 동안 마련해 시행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시행 안 되다 보니까 대통령께서 나서서 이러한 제도를 확실하게 확산시키겠다고 의지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아버지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 어머니의 정보력. 이런 얘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릴 때부터 스펙 쌓는 것이 바로 이러한 불공평하다고 할까요, 이러한 출발선 때문인데요. 국회에서도 법률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하고요. 대통령도 강조했습니다. 방향성은 제대로 가고 있나요?

◆ 이병훈> 취업에서 어떤 차별이나 차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방향으로 블라인드 채용의 관행이나 이러한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청년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의지로 보일 수 있고요.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잘 시행되어 그만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그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겠죠. 

◇ 김우성> 블라인드 채용, 여러 가지 학력, 학벌, 지역, 출신, 가족 다 배제하는 겁니다. 결국 이런 것들을 안 보고 인사담당자가 지원자를 뽑게 되는데요. 기존에 해온 채용과는 많이 다른 효과를 낼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이병훈> 그런데 실효성에 있어서 물론 이와 같이 채용 절차를 변화시킴으로 인해 기재된 여러 요건들, 스펙 때문에 불이익 당하는 건 그만큼 해소될 수 있긴 한데요. 사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거죠. 그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은 단순히 지원서 기재하는 서류뿐만 아니라 실제 선발 절차에는 지원 서류뿐만 아니라 시험, 인터뷰 등 여러 절차를 거치는데요. 아무래도 그것을 준비하는 것에는 가족 배경이, 경제적 배경이 많이 작용하다 보니까. 단순히 지원 서류에 블라인드 요건만 한다고 해서 과연 청년들이 좀 더 형평성 있고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그런 식의 채용절차가 제대로 실현될 것인가. 이 문제는 남아있는 것 같아요. 

◇ 김우성> 교수님께서 지적하신 부분이, 이미 블라인드 채용 실시한 곳에서도 이를테면 영어 면접을 좀 더 심도 있게 한다고 하면 사실상 학벌을 가리고 있는데도 결국 크게 블라인드 채용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거든요. 같은 맥락일까요?

◆ 이병훈> 네, 학벌, 아무래도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이라면 그만큼 본인이 뛰어날 수 있지만, 요새는 특히 집의 경제적 배경이 작용되어 이를테면 해외 연수라든가 어학에 대한 여러 준비라든가 이런 것들을 좀 더, 물론 우수한 학업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에서는 집안 배경이 많이 작용되면서 그런 것들을 많이 도움 받는, 그런 젊은 사람들이 취업에 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고 취업 지원해 경쟁한다고 볼 수 있기에. 그런 점에서 같은 출발선에서의 취업 경쟁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장치로써 그런 것들이 얼마나 출발점을 맞출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되는 거죠. 

◇ 김우성> 제도, 목적 다 좋지만 현실에 어떤지 보지 않는다면, 한쪽 눈만 감은 블라인드 채용이 될 수 있기에. 학력, 학벌만 가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을 해줍니다. 일단 고용노동부도 2007년부터 표준이력서를 만들어서 뭔가 여러 가지 출발선에서의 미묘한 차이를 없애겠다는 측면으로 했는데, 공기업도 단 한 곳밖에 도입을 안 했고요, 안 퍼지고 있습니다. 사실 기업들은 오늘 경총에서도 이런 것들 자율적으로 하게 정부가 압력주지 말라고 하는데요. 왜 확산이 안 될까요?

◆ 이병훈> 이러한 문제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닌데, 사실 고용노동부가 표준 이력서 양식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사실 일개 부처가 그러한 표준을 만든다고 해서 공공기관이나 특히 민간으로 그대로 확산, 적용되는 건 아니거든요.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가장 국정 지도자가 뚜렷하게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바꿔보겠다는 의지를 일관되게, 그리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요. 고용노동부가 어떤 이력서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런 의지와 더불어 나름대로 확산되고 실행되는데, 그 표준이력서만 작성됐지, 그 이후 정부가 그만큼 힘을 실어서 이 정책을 확산시키겠다고 하지 않다 보니까 그냥 그 상태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지난해의 경우 공기업 어느 기관에서 공기업 10곳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표준 이력서가 이미 정부 부처에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출신 학교를 밝히도록 하는 이력서 작성이 60%가 되고요. 학교 소재지 역시 밝히는 게 70%라서. 이후에 이번 대통령의 이러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 표명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그것이 정부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민간까지 널리 확산될 수 있는 방식을 좀 더 일관되고 확실하게 뒷받침되어야지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우성> 확실한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기 위한 근거까지 지적해주셨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학교, 학교의 소재지, 출신 지역, 이런 것들 외에도 사실 여러 가지 평가 방식도 문제가 있을 텐데요. 일단 앞서 한 번 언급해주셨습니다만, 수저 계급론이라는 담론도 얘기해주셨고요. 할아버지의 재력, 어머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 이런 얘기도 여기에서 나오는 소리이지만 제가 한 번 소개드렸는데요. 결국 양극화가 경제도, 교육도, 노동 고용 문제에서도 안 좋다는 건데요. 대물림된다면 결국 양극화의 고착이지 않습니까. 이 문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이병훈> 매우 심각하죠, 새 정부가 강조한 국정 기조가 더불어 성장, 이는 비단 경제 시스템에서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우리 사회 곳곳에 양극화나 불평등 구조가 그만큼 고착화된 것들을 이번 블라인드 채용과 같이 좀 더 하나씩 바꿔보겠다는 노력을 보이는 거로 판단되는데요. 그것이 블라인드 채용으로 가는 것이 근본적인 학벌주의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처럼 채용의 하나의 수단적인 형태 변화로서 취업시장을 바꿀 수 없듯이, 근원적으로 청년들이 교육이라든가 노동시장 진입에 대한 공평한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 그 이전의 교육 등을 근본적인 형평성 보장할 변화가 함께 따를 만큼 이러한 큰 변화가 요구된다는 건데요. 그 얘기는 정부가 이러한 정책 하나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불평등이 고착화된 것들을 어떻게. 한술에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뚜렷한 비전과 더불어 합당한 정책들이 장기적으로 잘 풀어나가는 게 요구되겠죠. 

◇ 김우성> 사실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엘리트 교육 편중된 부분, 외고, 자사고 폐지에서도 관련된 이슈가 있는데 너무 넓어지니까. 일단 고용 문제로만 줄여보겠습니다. 사실 지방의 어려움, 지방과 서울, 역시 양극화라는 틀 안에서 설명되는 부분인데요. 적어도 30% 이상 지역 인재를 뽑으라는 이유로 공공기관을 지역으로 옮기면서도 나온 이슈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교수님께서도 서울 유명대학 교수님이신데요. 어떻습니까. 지방이라든지 격차, 박탈감 문제도 심하고요. 반대로 지방에 있는, 뭐라고 할까요, 역차별 얘기도 나오거든요. 

◆ 이병훈> 역차별에 대한 우려나 문제 제기가 있긴 하지만,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수도권, 특히 서울에 과도한 집중이 되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에서도 다 같이 나타나는 현상이고요. 그것을 뭔가 개선하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 지방 분권도 강조하고 혁신도시라고 지방에 공기업 중심으로 이전해서 지방 경기도 살고 지장의 일자리, 교육 여건을 개선한다고 추진했는데요. 그 이후에는 그러한 정책 방향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그동안 진척에 대해서 유보적 평가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청년들 일자리 관련해서는 저는 지역 인재들을 30% 일정하게 할당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 그러한 방향으로서 수도권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그 기회가 줄어든다고 반발을 하더라도, 지역을 균형, 특히 지역 교육을 균형 잡힌 형태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한다면, 이런 식의 정책적 노력도 우리가 감내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 김우성> 남녀 문제에 있어서도 여성 할당제가 기여한 바 있기에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끝으로 블라인드 채용제, 한쪽 눈만 감는 게 아니라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꼭 이 원칙은 정부 당국자, 관계자들이 알아야 한다, 짚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이병훈> 오늘 발표한 것은 대통령이 큰 방향 기조를 밝힌 거고요. 그 이외에는 그것을 얼마나 현실화할지, 보다 치밀한 계획이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책의 구체적 내용이 잘 마련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아울러 이전 정부에서도 보면 대통령이 관심 갖고 했을 때 되는 척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정책이 현재 밝히는 대로 학벌이 낮더라도, 학력과 여러 스펙이 부족하더라도 능력 있고 노력한 사람들이 제 자리를 찾아나가는 방향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은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이라는 잘 흘러가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 김우성> 구체적 정책 실행 상황에서 공정한 기회라는 것이 살아 있는 말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이병훈>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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