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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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치의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 - 임재영 의왕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3-03 12:38  | 조회 : 7421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3월 3일(금요일) 
□ 출연자 : 임재영 정신과 전문의(경기도 의왕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당신의 주치의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 - 임재영 의왕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억대 연봉, 안정된 직장, 뭐 많은 분들이 바라는 조건이죠. 그런데 이러한 조건들을 버리고 직접 구입한 트럭을 상담소로 개조해서 거리를 누벼가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의사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오늘 그 주인공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당신의 주치의>, 경기도 의왕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인 임재영 정신과 전문의, 함께 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임재영 정신과 전문의(이하 임재영): 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명숙: 반갑습니다. 스튜디오 밖에 계신 모습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 사실 정신과 전문의라고 하면, 그리고 거리로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라고 해서 사실은 어느 정도 의사생활도 하시고 연륜도 있고, 편안하게 여유를 보내면서 사람들을 찾아가시는 의사 선생님이란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웬 청년이 스튜디오 밖에 있어서 저분은 누구지, 저분이 오늘 게스트는 아닐 텐데, 혼자 이러면서 방송했는데 민망하네요. 또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청년이 아니라 소년이세요, 소년. 

◆ 임재영: 보이지 않으니까 상상하시겠지만 그렇게 청년은 아닌 거 같은데요. 아마 모아둔 게 좀 있으니 여유가 있고 그래서 하지 않을까, 대개 그렇게 많이 생각하시더라고요. 

◇ 김명숙: 그렇지 않으세요? 

◆ 임재영: 아직 나이가 돈 모을 나이, 기간이 얼마 길지 않아서요. 

◇ 김명숙: 제가 잠시 전 여쭤봤을 때 올해 나이가 서른아홉이라고 그러시더라고요. 정말 젊은 나이인데 그 나이 서른아홉보다 훨씬 더 젊어 보이세요. 그래서 제가 혹시 정신과 전문의라 정신이 너무 맑고 깨끗해서 그렇게 젊게 보이시나요, 그랬더니. 대답을 한 번 해보시죠. 

◆ 임재영: 그냥 웃었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요. 

◇ 김명숙: 그런데 이 의왕시 정신건강 증진센터, 어떤 곳인가요? 

◆ 임재영: 아직도 사실 정신건강증진센터, 정신건강보건센터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보건소는 다 아시는데, 보건소가 있듯 정신보건센터란 기관이 있어요. 이곳에서 하는 일은 지역 주민들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곳입니다. 지역마다 다 있으니까 언제든 찾아갈 수 있고요. 대개는 보건소 건물 안에 있고 정신병원이 아직 문턱이 높잖아요. 여러 가지 이유로 문턱이 높은데 이곳은 조금 마음 편하게 가실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 김명숙: 아무나 갈 수 있는 건가요? 

◆ 임재영: 네, 그 지역 거주자면 누구나 갈 수 있고요. 상담료도 없고 간단한 심리검사도 무료입니다. 그러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내 마음건강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러 가 보셨으면 좋겠어요. 

◇ 김명숙: 원래는 병원에서 근무를 하셨었나요? 

◆ 임재영: 네, 저도 원래는 병원에서 의사 가운 입고 일을 했던 사람입니다. 

◇ 김명숙: 정신과 병원에서? 

◆ 임재영: 네네, 7년 동안 일을 하다가 어떤 생각으로 나오게 됐어요. 

◇ 김명숙: 그러면 연봉도, 아까 초반에 제가 억대 연봉이라고 소개해드렸지만 아주 많으셨을 거 같아요. 

◆ 임재영: 아주 많았죠(웃음). 

◇ 김명숙: 아주 많은 억대 연봉, 안정된 직장을 뿌리치고 지금 의왕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으로 계시면서 사람들이 말하길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란 별명을 붙일 정도로 직접 거리로 나가서 상담해주시고 계신데요. 거리로 나가게 된 사연이나 계기가 있나요? 

◆ 임재영: 제가 하필 정신과 의사여서 정신병원에서 환자분들을 치료해드리다 보니 제가 만나는 분들마다 사실은 참 이곳에 오기 싫어하고 힘들어하셨었거든요. 저를 만난 그 순간, 그날도 뭔가 빨리 떠나고 싶고 여기서 치료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저항감, 불편한 마음을 저도 느끼면서 ‘이곳에서 이분들이 오시길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나가서 한 번 이분들 만나볼까?’ 이런 생각들이 들었던 거 같아요. 쌓여서, 쌓여서 그렇게 실천에 옮기게 된 거 같아요. 

◇ 김명숙: 일을 하면서 경험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고 직접. 

◆ 임재영: 네, 안타까움. 

◇ 김명숙: 그럼 트럭은 자비로 구입하신 거죠? 

◆ 임재영: 병원 나오기 전에 어떻게 할 것인지 좀 구상하면서 떠올린 아이디어였어요. 




◇ 김명숙: 그런데 보통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에는, 제가 손님이라고 표현해서 죄송하지만. 

◆ 임재영: 손님이 맞죠. 

◇ 김명숙: 환자들이 찾아오면 병원비를 받잖아요. 내가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해주겠다고 제안하면 상담료를 받기가 쉽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무료로 하시나요? 어떻게 하시나요? 

◆ 임재영: 저는 처음부터 무료로 하겠다고 생각하고 나왔던 거고요. 무료로 하는 이유는 사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많고 또 그분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고통들이 많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고민을 들어드리고 제가 할 수 있는 뭔가를 해드리고 싶어서, 어떻게 보면 재능기부라고 보셔도 될 거 같아요. 

◇ 김명숙: 요즘에 어떤 분들 가운데는 ‘재능기부’라는 말 없어져야 해, 힘든데 재능 기부해서 돈도 못 벌어,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오히려 반대로, 정말 존경합니다. 사실 우리 한국사회에서 의대를 나왔고 의사가 된다는 것, 흔히 생각하기에 정말 성공으로 가는 길이잖아요. 또 이미 성공하셨고 당연히 부와 명예가 따라오는 직업을 거의 7년 이상 억대 연봉, 엄청 많은 연봉을 받으셨고요. 그런데 상담료도 안 받고 거리로 나오셨어요. 돈벌이하고는 조금 거리가 멀잖아요? 가족분들 반대가 좀 있었을 거 같은데요. 

◆ 임재영: 결과적으로 보면 반대였다고 할 수는 없을 거 같은 게 결국 허락을, 동의를 해주셨고 응원을 해주시니까요. 제일 그래도 와이프가 많이 놀랐어요. 처음 얘기했을 때 많이 놀랐고 무슨 소리냐, 그런 반응이었는데, 결국 어떤 생각의 차이는 계속 대화를 하면서 결국 제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니까 와이프도 동의하더라고요. 저의 진심을 느끼고는 그러고 해보라고 했었습니다. 

◇ 김명숙: 역시 전문가답게 대화를 하신 거 같아요. 트럭에서 만난 사연들이 참 궁금해요. 많은 사연이 있겠지만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는 분? 

◆ 임재영: 그 연령대에 맞는 고민들이 다 달랐고요. 기억에 남는 분은 50대 후반의 어떤 중년 남성분이셨는데요. 이제 직장 잃은 지 얼마 안 되셨고 그동안의 삶은 정말 주말부부 하시면서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방에서 돈 버느라, 가족들을 위해서 나름 그분은 희생을 하셨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가족들과 관계가 그렇게 끈끈하진 못했던 거였어요. 서로 또 무심했던 것도 있었고. 그런데 막상 일자리를 잃고 집에 왔더니 그분이 느끼는 심정은.

◇ 김명숙: 후회감? 

◆ 임재영: 네, 무시당하고 소외당하는 느낌. 어떻게 보면 무심이 서로 무심이었는데 그분이 느낄 때는 내가 무시당하고 있단 느낌까지. 나는 돈 벌 때만 대우를 해줬고 돈을 못 버니까 내가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냐, 그러면서 고민을 털어놓으셨던, 눈물까지 흘리셨던 분이 생각나요. 

◇ 김명숙: 아마 비단 어느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요즘 사회에서 흔히 맞닥뜨릴 수 있는 남자분들이 느낄 수 있는 상황인 거 같아요. 또 퇴직하면서 느끼는 거라든가, 동시에 또 여자분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거든요.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이 프로그램은 50+, 50대 이상 중년분들이 애청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이렇게 보면 우리 사회에 50대 이상 되시는 분들, 특히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몸도 이제 약간씩 변화가 많이 오기 시작하잖아요. 몸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도 위기가 찾아오는 시기인 거 같아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우울증도 많이 걸리고. 여자들은 이제 남자들이 퇴직하고 나면, 남자들도 아까 말씀하셨지만, 여자들대로 경제적인 것도 남편이 그만두고 나니까, 나는 이미 아이들 다 키우고 좀 자유롭고 싶은데 남편들이 항상 뭘 같이 하자고 그래, 이런 거에 대한 그런 거. 여러 가지 신체적 변화로 인해서 우울증도 많이 겪게 되는데 대부분 비슷한 사연들이 많은가요? 

◆ 임재영: ‘중년의 위기’라고 하죠. 이제 신체적으론 호르몬이 변하면서 갱년기가 오고요. 또 상황적인 변화들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인데 말씀처럼 중년의 여성분들 고민을 듣다 보면 나는 정말 희생적인 엄마였다, 남편과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느라고 내 청춘을 바쳤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까 애들 키워놔도 소용이 없고 남편은 밖으로 돌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또 하나 더 생기는 게 부모님이 아프신 거예요. 그 시기 되면 부모님이 아프셔서 난 그동안 내 자식과 남편을 돌봤는데 이젠 부모님을 돌봐야 하는 이 상황에 너무나 본인 자신을 잃은 느낌, 너무 허망함, 그런 걸 많이 호소하셨어요. 

◇ 김명숙: 그래서 흔히 화병이란 얘기도 나오고 자꾸 참고 억누르다 보니, 희생하고 그런 분들도 많이 계신데요.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건강하고 행복한 중년을 맞이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정신적으로. 그런데 이게 특별히 뭐.

◆ 임재영: 딱 팁을 드릴 수는 없어요. 개개인 제가 고민 상담하면서 그분의 상황에 맞게 현재 상태에 맞게 어떤 얘기를 해드리는데요. 전반적으로 말하자면 나를 찾으십시오. 그러니까 마치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하시지만 사실 어쩔 수 없진 않았어요. 엄마의 역할을 조금 내려놓고 나를 찾아서, 나를 위해서 시간을 쓰고 했더라면, 이제 과거를 생각할 게 아니고 오늘이 전성기니까 오늘부터라도 나를 좀 찾고 나를 다시 만나시라, 그런 얘기를 해드립니다. 

◇ 김명숙: 나를 미루고 살았잖아요.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 여러 가지 등등. 그런데 나를 좀 앞세우고 살라, 이런 말씀이신가요? 

◆ 임재영: 내 이름도 좀 자주 불러주시고요. 

◇ 김명숙: 그렇습니다. 6917님, ‘우리 아들이 고3인데 자기 스스로 강박관념이 있다고 합니다. 물건이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해요. 어찌해야 하나요?’ 이런 것도 참 스트레스일 거 같아요. 보는 부모님 입장에서도 그렇고 본인도 그렇고. 

◆ 임재영: 제일 중요한 건 본인이 그걸 함으로써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거꾸로 말해서 내가 이걸 하는 거에 있어서 스스로 만족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모습을 보는 부모 입장에선 그게 참 속상하고 안타까울 수 있지만 저는 일단 먼저 아드님이 이걸 하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니면 오히려 이렇게 함으로써 내 마음이 좀 편해진다면 그걸 굳이 못 하게, 그렇게 못하게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진 않고요. 

◇ 김명숙: 그런데 강박관념이 있다고 표현하셨거든요. 

◆ 임재영: 그런데 그 강박관념이요. 이렇게 줄을 맞춰야 해, 해야지 좀 시원해서 그다음 일을 할 수 있다면 줄을 맞춰야죠. 줄을 못 맞추게 해서 흩뜨려, 흩뜨려 했는데 그걸 못 보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으면 그건 오히려 도와주는 게 아니고 더 힘들게 하는 거니까요. 만약에 아드님한테 좀 물어보시고 아드님이 정말 괴로워한다면 그 부분에서 상담을 좀 먼저 받아보시면 좋겠습니다. 

◇ 김명숙: 4007님, ‘저도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어했지만, 정신과 선생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혼자인 시간을 줄이려고 가게를 시작했거든요.’ 하셨어요. 

◆ 임재영: 혼자인 시간이 정말 늪에 빠진 것과 같아요. 늪에 혼자 빠져서, 우리가 늪에 빠지면 늪에서 벗어나려고 허우적대는데. 

◇ 김명숙: 더 빠지죠. 

◆ 임재영: 그렇죠. 그러니까 그 말은 무슨 얘기냐면 혼자선 사실 힘들단 거예요.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그런 사람이 있어야 한단 얘기고 저는 그 사람이 누가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이니까 해야지, 라고 하면 가족이 안 해주면 너무 서운하거든요. 가족이 아니어도 저 같은 전문가여도 좋을 거 같아요. 

◇ 김명숙: 실제로 정신과 도움을 받았다고 하셨어요. 혼자인 시간을 줄이고요. 6447님, ‘저는 6학년 2반이에요.’ 예순두 살이신가 봐요. ‘누구든지 저와 의견이 조금 틀리면 끝까지 밝히고 옳고 그름을 정히 밝히려는 제 성격이 정말 싫습니다.’ 하셨어요. 

◆ 임재영: 싫다고 하시니까 도와드려야 하는데,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해주시는 분이 필요한데요? 

◇ 김명숙: 네, 필요하죠.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해주는 건. 그런데 이 분 문자를 읽으면서 제가 느낀 건 이분이 옳고 그름을 주장하는 가운데 자기 의견을 너무 세게 주장한다, 그래서 이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시는 거 같아요. 

◆ 임재영: 그러면서 부딪히기도 할 거고 본인도 지치시기도 할 거고요. 

◇ 김명숙: 본인의 성격을 아들들이 너무 싫어한다고 쓰셨어요. 

◆ 임재영: 아, 네네. 어떻게, 일단은. 

◇ 김명숙: 아들들과도 트러블이 생기시나 봐요. 

◆ 임재영: 일단 나의 결정은 아신 거고 그다음엔 사실 바꾸는 건데 이건 사실 시간을 좀 넉넉하게 두셔야 해요. 조급하게, 내가 나를 180도 바꾼다는 건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요. 지금 아셨다면 차차, 오늘은 내가 이걸 10번 하셨던 걸 9번 하겠다, 8번 하겠다, 이런 마음으로 하시면 좀 여유롭게 바꾸시면 큰 스트레스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명숙: 우리 선생님께서 직접 거리로, 환자가 있는 현장으로 찾아가신 거잖아요. 그러면 그냥 진료소나 병원으로 오시는 그런 분들을 대할 때랑 시선이나 시각이 많이 달라졌을 거 같기도 해요. 환자들의 상태나 환자의 마음의 병을 대하는 시각이. 

◆ 임재영: 제가 보는 시각이요? 전 사실 병원에 있을 때도 의사-환자 관계보다는 그냥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 생각했고요. 마찬가지예요. 저는 병원이란 곳을 떠나서 의사 가운도 벗은 상황에서 정말 그냥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을 만난다, 환자라고 얘기하셨지만 전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 같이 고민을 하나씩은 갖고 사는 사람, 그렇게 대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사실 아무리 의사라 해도, 전, 제가 좀 구시대라 그런지 모르지만 내 속마음을 다 털어놓는다는 게 저 스스로가 허용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아요. 그러니까 가끔 저도 우울하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그럴 때 상담을 한 번 받아볼까, 하는 생각까지만 하지 실제로 병원에 간다거나 의사 선생님을 만나보려는 용기를 내지 못하거든요. 

◆ 임재영: 사실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직 정신병원, 정신과 이런 것에 부정적 편견이 있기 때문에 사실 가시기 힘들어요. 그걸 제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거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꼭 그 정신상담을 위해서 정신과 병원에 가야 하는 건 아니니까, 가벼운 고민이든 심각한 고민이든 제가 소속돼 있는 정신보건센터를 방문하셔도 좋고요. 그런 쪽으로 좀 더 접근하기 편한 곳을 찾으셨으면 좋겠고요. 저를 만나시는 분들조차도 처음에 ‘선생님,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슨 얘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신단 말이에요. 찾아오셔 놓고서는. 

◇ 김명숙: 왜냐하면 저도 그럴 거 같아요. 선생님을 일단 찾아갔어요. 아니면 선생님을 만났어요. 고민을 얘기하고 싶어서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어디까지 말해야 하지, 저 사람이 나에 대해서 너무 속속들이 알고 그럼 나 너무 창피해서 어떡해, 그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 임재영: 그럴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처음에 이렇게 말씀드려요.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꺼내놓을 수 있는 말씀, 하실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얘기하시면 제가 얘기 들으면서 잘 따라가 볼게요, 하는데 이게 참 신기한 게요. 처음 얘기야 무거운 얘기가 안 나오지만 하나씩 꺼내놓으시면서 진짜 내가 숨기고 싶었던 얘기까지 꺼내놔 주시더라고요. 

◇ 김명숙: 그러다 보면 스스로가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들 거 같아요.

◆ 임재영: 본인도 놀라시면서 그 과정에서 이걸 혼자만 쥐고 있었는데 뭔가 같이 나눈다는 느낌, 덜어낸단 느낌. 

◇ 김명숙: 그래서 얘기가 더 잘되는 경우도 있나 봐요.

◆ 임재영: 그렇게 정말 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 김명숙: 네, 그럴 때 굉장히 보람 느끼시겠어요. 

◆ 임재영: 그 맛에 하죠. 그 맛에 하는 거예요. 

◇ 김명숙: 그 맛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 임재영: 그러게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거 같은데, 없는 거 같아요. 

◇ 김명숙: 최고의 맛입니까? 역시 의사 선생님답습니다. 정말 존경스러워요.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 상태, 심리 상태를 편안하게 해준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그 문턱을 의사 선생님께서 팍 낮춰주시고 직접 찾아 나서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열심히 하고 계시니까요. 정말 이렇게 너무 힘들어서 진료를 받고 싶은데, 정말 무료로, 혹은 비밀리에 진료받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기관이 지금 계시는 의왕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이외에도 또 어디 있나요? 

◆ 임재영: 제가 딱히 추천해드릴 만한 곳은, 일단 거기가 지역 보건소 내에, 건물 안에도 있기 때문에 거기서 필요한 곳을 연계해주실 수 있어요. 의뢰하고 연계해주실 수 있으니까 그곳부터 사실 먼저 가보셨으면. 

◇ 김명숙: 각 지역에 있는 보건소에 가셔서. 

◆ 임재영: 대개는 보건소 건물 내에 정신보건센터, 정신건강증진센터란 곳이 있습니다. 

◇ 김명숙: 일단 그곳으로 가셔서 거기서 상담하시고. 

◆ 임재영: 필요하다면 연계를 그쪽에서 또 해주십니다. 

◇ 김명숙: 우리 선생님, 다음 찾아가는 상담소는 어느 지역으로 가시는 건가요? 돌아가시는 거죠, 여러 군데를? 

◆ 임재영: 네, 그때그때 다른데요. 일단 정해진 건 다음 주는 의왕시 내에서 할 거고요. 저는 시간이 비면 그때그때 서울도 가고 그러고 있습니다. 

◇ 김명숙: 트럭에다 뭐라고 써 붙이고 다니시는 거죠? 

◆ 임재영: 트럭에 ‘찾아가는 고민 상담소’라고 써 붙이고요. 차 주인이 저라고 전신사진도 떡 하니 붙이고, 아무나 못 찍는 전신사진 붙이고 다닙니다. 

◇ 김명숙: 찾아가는? 

◆ 임재영: 고민 상담소. 

◇ 김명숙: 고민 상담소. 아, 좋습니다. 정신과 상담이라고 하면 좀 부담스럽거든요. 또 선생님의 전신사진을 보고 찾아가는 분들도 많으실 거 같아요. 

◆ 임재영: 네, 하하. 

◇ 김명숙: 자신 있게 대답하셨습니다. 

◆ 임재영: 보시면 웃음이 나오니까 마음이 편해지실 거예요. 

◇ 김명숙: 책을 내기 위해서 온라인에서 스토리펀딩까지 진행 중이시라고요. 

◆ 임재영: 네, 스토리펀딩을 하는 이유는 꼭 책이 목적은 아니고요. 이런 상담 트럭이 있다는 걸 더 알리고 싶고 또 실은 상담 트럭을 제가 구입하고 좀 꾸미긴 했지만 불편한 점이 좀 많아요. 특히 겨울엔 너무 춥고 여름엔 너무 더워서 냉난방시설을 좀 보완하고 싶어서. 그걸 제가 또 사비로 해도 되긴 되지만, 좋은 뜻을 함께 모아서 하면 좋겠다 싶어서 그런 구상을 하게 됐습니다. 

◇ 김명숙: 그럼 좀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면, 많은 분들이 또 기분 좋은 일상을 함께 할 수 있잖아요. 

◆ 임재영: 너무 감사하죠. 함께 나누는 거죠. 

◇ 김명숙: 그러면 어떤 이야기들을 주로 그 책엔 담게 되나요? 

◆ 임재영: 책은 일단 사실 제가 한 분을 만나서 고민을 들어드리지만, 책을 통해서 또 많은 분들을 위로해드리고 격려해드리고 싶어서 그 책을 쓰고 있고요. 미리 말씀드리면 좀, 네. 궁금해하시라고 여기까지만, 기대해주십시오. 

◇ 김명숙: 출간되면 꼭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언제쯤 예정인가요? 

◆ 임재영: 하반기인데요. 빠르면 9월, 아니면 10월에 나올 겁니다. 

◇ 김명숙: 올가을, 기다려보겠습니다. 이러한 좋은 활동들을 통해서 우리 의사 선생님의 최종적인 꿈이 어떤 건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 임재영: 제 꿈은 시작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우리나라 자살률이 너무 높아요.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인데요. 이걸 어떻게든 낮춰서 좀 살기 좋은 나라, 결국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싶고요. 제 두 아들이 이제 3살, 5살인데 한 10년 뒤에는 자살률이 좀 떨어져서 그런 뉴스를 이 아이들이 안 들었으면, 그런 바람. 그게 제 꿈입니다. 

◇ 김명숙: 우리 임재영 선생님의 꿈도 이뤄지고 또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편안한 생활을 하면서 모두의 꿈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임재영: 네, 고맙습니다.

◇ 김명숙: 지금까지 <당신의 주치의> 의왕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인 임재영 정신과 전문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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