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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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한 푼 벌면 두 푼 나가고, 그럼에도 희망의 육아 경제학” - 우석훈 경제학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3-02 12:55  | 조회 : 4935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3월 2일(목요일) 
□ 출연자 : 우석훈 경제학자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한 푼 벌면 두 푼 나가고, 그럼에도 희망의 육아 경제학” - 우석훈 경제학자 3.2(목)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요즘 저출산 문제와 함께 육아 정책에 대해서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죠. 지금으로부터 무려 10년 전에 청년 세대 문제를 다룬 책 
<88만 원 세대>를 냈던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가 이번에는 ‘희망의 육아 경제학’이라는 부제로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라는 정말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 제목의 책을 내셨습니다. 늦깎이 두 아이 아빠로서의 분투기와 육아 정책에 대한 제언을 담고 있는데요. 우석훈 박사 자리에 함께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우석훈 경제학자(이하 우석훈): 안녕하세요. 

◇ 김명숙: 네, 반갑습니다. 아이들이 남자아이들만 두 명이시라고요? 

◆ 우석훈: 딸이 진짜 있었으면 했는데요. 제가 아들 3형제거든요. 낳아보니까 남자애들만 둘을 낳아서요. 

◇ 김명숙: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요. 다른 건 박사님이 공부를 잘하셔서 박사님이 되셨지만, 딸, 아들은 마음대로 못 낳죠? 

◆ 우석훈: 세 명 낳을 생각도 있었는데요. 저희 아내가 남자만 둘 나오는 걸 보고서 포기하더라고요. 

◇ 김명숙: 또 낳아서 만약 또 아들이면 너무 힘들죠. 물론 다 키워놓으면 뿌듯하다고는 하더라고요. 자, 그런데 죄송하지만, 우리 우 박사님 올해 몇 살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 우석훈: 우리 나이로 딱 50 됐어요. 

◇ 김명숙: 그러세요? 

◆ 우석훈: 만으로 하면 약간 여유가 있는데요. 

◇ 김명숙: 아이, 그냥 만으로 하지 말고요.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만 나이 얘기 많이 하더라고요. 그냥 오십이라고 하셔도 괜찮아요. 더 젊어 보이시고요.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에 딱 맞는 연령이십니다. 어찌 보면 좀 늦둥이 아이를 두셨단 생각이 드네요. 

◆ 우석훈: 결혼은 많이 늦지 않았어요. 조금 늦게 했는데, 결혼하고 아기가 9년 만에 생겼어요, 첫애가. 그리고 2년 후에 둘째가 생겼거든요. 

◇ 김명숙: 일부러 늦게? 

◆ 우석훈: 아뇨, 늦게 생겼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데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그럴 때 애를 낳았으면 좀 나았을 텐데, 진짜 죽겠더라고요. 애들 힘이 너무 좋아요. 

◇ 김명숙: 그런 말씀 많이 하죠.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 키울 때, 아빠가 같이 운동을 많이 해줘야 하니까 아빠의 체력적 소모가 많아서 아빠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얘기를 우스갯소리로 하거든요.

◆ 우석훈: 그게 그렇더라고요. 소근육이 막 발달하는 나이가 있고 조금 더 지나면 대근육을 쓰는 나이가 있거든요. 들고 던지고 돌리고 그래야 하는데, 한 30분 그러고 있으면 도대체 나는 어디에 있나, 지금 뭐하는 짓이냐, 힘들어요. 

◇ 김명숙: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더 건강하고 젊어질 수 있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어리면 엄마·아빠가 또 젊어 보이게 노력을 많이 하더라고요, 요즘엔. 그래서 전 나이를 모르겠어요. 

◆ 우석훈: 어린이집에 같이 만나는 부모들이 있잖아요. 젊은 사람들을 많이 봐요. 

◇ 김명숙: 그러면서 또 젊은 기를 얻으시는 거죠. 우스갯소리지만요. 우 박사님이 어린이집에 꼭 아이를 데려다주신다고 들었는데요. 오늘 저희 프로그램 오시느라고 좀 바쁘지 않으셨어요? 

◆ 우석훈: 오늘은 둘이 다 아파서요. 병원 갔다가 집에 다시 왔거든요. 

◇ 김명숙: 요즘 감기 때문에 그런가요? 

◆ 우석훈: 환절기도 그렇고 겨울엔 오히려 덜 아픈데, 3~4월에 황사 오고 일교차 크고 그러면 그때가 더 아프더라고요. 

◇ 김명숙: 역시 아빠지만, 아이를 키우는 아빠답게, 보통의 아빠들과 다른 얘기를 하시는 거 같아요. 환절기에 감기 때문에 병원에 데려다주고 왔다, 보통 엄마들이 하는 얘기인데요. 좋습니다. 지금부터 10년 전이니 2007년쯤이죠. 청춘들의 문제를 다룬 책 <88만 원 세대>란 책을 내셔서 엄청난 화제가 됐었는데, 이번에는 육아 경제학에 대한 책을 새로 내셨어요.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란 책을 내셨는데요. 전에 썼던 그 88만 원 세대의 청년들이 우 박사님보다 나이는 좀 어릴 수 있겠지만 결혼하고 아빠가 된 분들도 많이 있을 거 같아요. 

◆ 우석훈: 지금 딱 이 30대 초중반이 그때 제가 봤던 20대들이었거든요. 원고 한창 준비하고 있을 때 알게 됐던 여대생이 한 명 있었어요. 책도 읽고 원고도 봐주고 그랬던 친구인데 애기 낳았다고 문자가 왔더라고요. 
딱 그 나이더라고요. 

◇ 김명숙: 우 박사님이 10년 전에 <88만 원 세대>라는 책을 썼을 때는 아이가 없을 시기였잖아요. 

◆ 우석훈: 30대 중후반 정도 됐는데, 결혼은 했는데 아기가 없었죠.

◇ 김명숙: 그런데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로서, 또 육아를 전업으로 택하신, 지금 현재로썬 아빠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바뀌었나요? 

◆ 우석훈: 예전에는 사람들이 그전에 어떻게 살았을까, 젊었을 때, 그런 생각 잘 안 했어요. 보면 보이는 대로 봤는데, 요즘은 길에 지나가는 아이들 보면 3살인지 5살인지. 

◇ 김명숙: 딱 보면 알아요? 

◆ 우석훈: 어느 정도 구분이 가요. 그전엔 애들이었는데요. 그리고 남의 애들 같지 않아요. 한 명, 한 명을 개성을 갖고 보게 되니까요. 그게 조금 지나니까 제가 만나는 사람들도 이 사람도 옛날에 어렸을 때 귀여웠을까, 어린 시절 그런 게 조금은 보이는 거 같아요. 그래서 참, 부모님이 귀한 거 먹였을 텐데 이 사람 왜 이럴까, 하기도 하고 지금 이 정도면 옛날에 얼마나 귀여웠을까, 한 30~40년 같은 걸 계속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 김명숙: 조금은 긍정적으로, 따뜻한 마음이 더 많이 가는 방향으로 사람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신 거 같네요. 

◆ 우석훈: 따뜻한지는 모르겠고 세밀해진 거 같긴 해요. 

◇ 김명숙: 좀 감성적으로 되신 거 같네요. 그런데 이번에 내신 책이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전 이게 가슴에 딱 와 닿고 이 내용이 굉장히 궁금했어요. 그런데 부제를 보니 ‘희망의 육아 경제학’이라고 돼 있더라고요. 서로 약간 좀 맞지 않는 거 같기도 하고요, 제 느낌에는. 

◆ 우석훈: 그런데 한국에서 육아는 정말 한 푼 벌면 두 푼 나가는 구조예요. 정말 돈 많은 상위 1%쯤 빼고 나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다 쓰게 돼 있거든요. 

◇ 김명숙: 맞아요. 

◆ 우석훈: 그런데 그걸 다 쓸 필요는 없더라고요. 필요 없는 것들을 덜고 나면, 실속 있게 하면 생각보다 그렇게 돈이 많이 들지 않아도 괜찮고 정부가 좀 도와줄 여지도 있거든요. 어렵긴 한데 완전히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더라고요. 조금 더 아이를 낳아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태로 갈 여지가 있는 거죠. 

◇ 김명숙: 그렇습니까? 그런데 요즘엔 너무 힘들다고만 생각해서 결혼도 늦추고 아이도 안 낳는 경우가 많고 그러잖아요. 

◆ 우석훈: 통계상으로 추이를 보니까요. 91년도 이후로 첫 번째 아이를 낳는 패턴은 한국에서 변한 적이 없어요. 셋째 아이 낳는 패턴도 거의 비슷하고요. 둘째만 좀 덜 낳는 거거든요. 

◇ 김명숙: 첫째 아이는 결혼하면 대부분이 1~2년 내에 낳고. 

◆ 우석훈: 1년 2~3개월 내에 보통 낳아요. 

◇ 김명숙: 대부분 그렇고. 

◆ 우석훈: 그러니까 출산이 주는 건 결혼이 준 거죠. 일단 결혼한 사람들은 거의 1년 6개월 내에 낳아요, 평균적으로. 

◇ 김명숙: 일단 결혼하면 확률적으로 낳는 확률이 높다. 본격적으로 육아 경험담을 나눠보겠습니다. ‘전업 아빠’란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바깥 일을 중단하신 거예요? 

◆ 우석훈: 다 중단한 건 아니고요. 작년 2월, 3월 딱 요맘때에 둘째 아이가 폐렴으로 몇 번 입원을 했어요. 방법이 없더라고요. 엄마랑 애는 병원에 있고 큰애는 또 어린이집에 가야 할 거 아니에요. 그리고 아침에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병원에 가서 이것저것 사다 주고 좀 쉬다 보면 저녁때 어린이집 데리고 오고, 저녁에 한 번 더 가서 옷 가져다주고. 그걸 한두 달 하고 나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다른 일을 못 하겠더라고요. 집에서 조금씩 할 수 있는, 흔히 말하는 알바라고 그러잖아요. 그런 거 정도 하고 출퇴근하거나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언제 애가 병원 갈지를 모르니까 약속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전업은 아닌데 그냥 애만 보고 있는 거죠. 

◇ 김명숙: 그러세요? 혹시 아내 되시는 분이 일을 하시나요? 

◆ 우석훈: 그때 애가 아플 땐 저희 아내도 퇴직을 했어요. 방법이 없는데 여름부터 좀 준비를 해서 연말부터는 일을 시작했거든요. 

◇ 김명숙: 지금은 아내분이 일을 하시고요. 바뀌셨구나. 

◆ 우석훈: 제가 조금 더 애를 봐야 아내도 취업 준비도 하고 자료도 보고 그러니까요.

◇ 김명숙: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저도 한창 아이 키울 땐 부모님께 맡기기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결국은 직장을 포기한 케이스거든요, 저도. 오래전 일이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았죠. 

◆ 우석훈: 저희 어머니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는데, 제가 2월 12일에 낳았거든요. 그런데 3월 1일 날 발령이 나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을 하셨다는 거예요. 그때 여교사였으면 제일 좋은 직업이라고 그럴 땐데, 한 달도 못 쉬고요. 

◇ 김명숙: 그땐 안 그랬죠. 삼칠일 지나자마자 그냥 가신 거네요. 

◆ 우석훈: 그러셨어요. 

◇ 김명숙: 저도 그래서 그때 일을 그만둔 게 두고두고 마음에 항상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러다가 새롭게 다른 일도 하고 그랬지만, 그 당시 합리적으로 봤을 때 대부분의 경우엔 여자가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요. 요즘에도 보면 요즘은 조금 변하긴 했지만, 돈을했지만 돈을 많이 버는 사람보단 돈을 조금 덜 버는 쪽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더라고요. 

◆ 우석훈: 그게 합리적이에요. 

◇ 김명숙: 지금 바뀌셨잖아요. 그러면 아내분이 더 많이 버시나요? 

◆ 우석훈: 잘 벌었었죠. 

◇ 김명숙: 잘 벌었어요? 그래서 더 잘 벌라고 바꾸셨어요? 그런 건 아니겠지만요. 

◆ 우석훈: 약간, 아내가 전문직인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여성이 너무 오래 쉬면 다시 돌아가기 어렵거든요. 저는 뭐, 어차피 망한 인생이라서. 

◇ 김명숙: 아유, 왜 그러세요. 

◆ 우석훈: 조금 늦게 해도 괜찮은 편이라 생각했죠. 그러니까 애 아플 때 저는 당장 뭘 안 해도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일단 좀 포기하고 애부터 봤죠. 

◇ 김명숙: 그 당시에 어쩌면 결국, 아내가 먼저 직장을 그만둔 케이스잖아요. 지나간 일이지만, 그때 아내도 많이 힘들어하지 않던가요? 대부분의 여자들이 사실 힘들어하는데. 

◆ 우석훈: 그런데 둘째가 태어나면서 숨을 못 쉬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거기 회사에 좀 일이 있어가지고 첫째 때는 1년 육아휴직을 썼는데 둘째 때는 3달밖에 쓸 수가 없었어요. 애는 아프고 저는 또 바빴고 그러니까 다른 방법이 없더라고요.

◇ 김명숙: 보통 그러면 두 분이 직장생활을 하니까 도우미 아줌마를 쓴다거나 이런 생각도 많이 해보긴 하잖아요. 그런 생각은 안 하셨어요? 

◆ 우석훈: 시도는 해봤는데, 첫째 때 너무 많이 울었고요. 그다음에 이게 돈을 더 달라고 말씀하시면 돈을 더 드리면 되는데, 진짜 친정아버지 돌아가셨다고 갔다가 며칠 후에 다시 연락 오시는 거예요. 이제 괜찮아지셨다고 다시 올 수 있냐. 진짜로 그러더라고요. 그게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 김명숙: 너무 그게 반복적으로. 

◆ 우석훈: 좋은 분을 잘 만나면 괜찮다고 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 김명숙: 그런 부분도 사실은 스트레스죠. 몸소 육아를 체험하다 보면 느끼는 것 중에 좋은 것도 있지만 좀 안 좋은 느낌도 있을 거 같아요. 안 좋단 느낌보다는 좀 힘든 거, 크게 문제점으로 느껴지는 것들. 

◆ 우석훈: 일단 몸이 힘들고요. 그다음에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몇 시간 그러고 있잖아요. 그럼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들어요. 작년 가을에 가만히 내가 뭘 하고 싶나 생각을 해보니까요.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요. 그냥 무념무상으로 자고 싶다. 

◇ 김명숙: 너무 힘들어서? 

◆ 우석훈: 애를 본다고 하면 할아버지 중에서 진짜 애들을 보고 있는 건 줄 알아요. 

◇ 김명숙: 그냥 바라보고 있는 거. 

◆ 우석훈: 애를 보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드냐. 아니 그게 아니고 이렇게 기저귀도 갈아줘야 하고 뭘 계속해줘야 하고 놀아줘야 한다고 하는데 그걸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둘을 보고 있으니까 심신이 피폐해지더라고요. 

◇ 김명숙: 하하, 심신이 피폐해지며 느끼는 거,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 거 같아요. 아이를 직접 키우다 보니까요. 물론 경제학 박사로서 여러 가지 정책적인 것도 많이 생각하셨겠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에 대한 느낌, 아내에 대한 인식, 기존의 일반 남자들이 갖고 있는 인식에 대해서도 많이 변하지 않았을까요? 

◆ 우석훈: 진짜로 힘든 거더라고요. 그리고 전 아빠들도 만나잖아요.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선 꼭 야근 안 해도 되는데 집에 가는 게 무섭다는 거예요. 
집에 들어가서 좀 해라. 그런데 기저귀 안 가는 아빠가 의외로 많더라고요. 

◇ 김명숙: 그건 그냥 아내 일이야,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죠. 

◆ 우석훈: 얘기를 하면 자기도 하고 싶단 거예요. 똥 기저귀도 갈고 하고 싶은데 안 해봤더니 무섭다는 거예요. 하면 쉽다, 진짜 시간이 없는 거도 일부 있고, 무서운 것도 일부 있고, 복합적인 감정이더라고요. 

◇ 김명숙: 해보면 그 어려움도 알고 자꾸 하다 보면 또 어려운 것도 아닌데. 

◆ 우석훈: 큰일은 아닌데 혹시 애가 다칠까 봐 그런 염려도 있더라고요. 

◇ 김명숙: 육아를 하다 보면 기저귀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뒤돌아보면 뭔 일이 또 벌어져 있고, 뒤돌아보면 뭔 일이 또 벌어져 있고, 정말 눈을 뗄 수가 없고 손을 뗄 수가 없는 게 육아거든요. 해보셔서 아시겠지만요. 

◆ 우석훈: 콘센트 같은 거 안 막아놓으면 애들이 젓가락 들고 꽂거든요. 일상이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더니 모든 모서리마다 다 플라스틱 같은 거로 막아줘야 하고 계단이니 선반이니 이런 거 다 막고. 남아나는 게 없다니까요. 

◇ 김명숙: 그렇죠. 이게 정말 체험에서 느껴진 얘기들입니다. 그런데 손수 육아를 하다 보니까 육아 정책에 대해서도 생각하신 게 많을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어릴 적부터 유치원도 보내지만, 요즘엔 뭐 유아 어린이 방? 

◆ 우석훈: 영어유치원. 

◇ 김명숙: 어린이 유치원 다니면서도 영어유치원, 그런 것뿐 아니라 학원을 벌써부터 많이 다니잖아요. 어린이집 시절부터. 

◆ 우석훈: 세 살 때 시작된다고 하는데 더 어린 과정도 있어요. 앞구르기, 뒤구르기도 학원 가서 배워요. 

◇ 김명숙: 그런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 보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건 물론 아니시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보낼 수도 없고요. 

◆ 우석훈: 어린이집은 꽤 일찍 보냈거든요. 큰애는 돌 약간 전에 보냈고 둘째는 6개월 때 보냈어요. 

◇ 김명숙: 6개월 때요? 

◆ 우석훈: 큰애가 가 있으니까 둘이 같이 가 있을 수 있게 하려고 그렇게 했는데 어린이집은 좀 일찍 가는 게 나은데요. 다른 걸 많이 배울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광고문구가 이렇게 돼 있어요. 영어 학습지 문구에 세 살이면 늦는다고 돼 있어요. 너무 과하다 싶더라고요. 

◇ 김명숙: 서른 살이라도 괜찮다, 이런 게 생기면 어떨까요. 그러면 어떤 육아 정책들이 펼쳐지면 좋겠다는 생각하시나요? 사교육과 관련해서도 그렇고, 출산율과 관련해서도 서두에 말씀하셨지만. 

◆ 우석훈: 후보들이 내는 걸 약간 비교해보면 문재인 후보나 이재명 후보가 조금 더 국가가 뭘 적극적으로 하겠단 쪽이고, 안희정 후보 쪽은 있는 제도도 안 지킨다, 그래서 있는 어린이집 같은 거, 직장 어린이집 같은 거 안 하는 기업들을 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돼 있는데, 제가 제일 소소한 걸 생각해보니까 돈 안 드는 것들도 도움될 게 좀 있을 거 같더라고요. 초등학교, 중학교 다 전학 가잖아요. 요즘 대학도 편입하니까 전학 가거든요. 어린이집은 전학이 없어요. 1년 반, 2년 기다려서 갔다가 없어진다고 하면 처음부터 다시 줄을 서야 하거든요. 그럼 그동안에 이사 갈 수가 없는 거예요. 전세 기간 끝나도 보니까 그 근처에서 맴돌아야 되는 거고. 한 10% 정도만 여유 있게 해주면, 왜 어린이집은 전학이 없지. 

◇ 김명숙: 옮겨가는 게 쉽지 않은 거군요. 이사 갈 때. 

◆ 우석훈: 국공립 내에서라도 하면 그것만 해도 조금 나을 거 같더라고요. 이건 돈 들 일도 아니거든요. 어떤 건 돈이 드는 것도 있지만 돈 안 드는 것들도 조금만 더 미세하게 보면 개선될 여지는 있는 거 같아요. 

◇ 김명숙: 너무 새로운 거, 없는 거 자꾸 생기게 해서 가짓수만 늘리지 말고 제대로 있는 거 안에서도 새롭게 그 안에서 정착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신 거 같은데요. 프랑스에서도 오래 계셨잖아요. 공부하시면서. 물론 그땐 그만큼 관심은 지금보다 덜 하셨겠지만. 프랑스 육아정책 중 생각나는 거 있으세요? 뭐 부럽다라든가. 

◆ 우석훈: 일단 제일 큰 건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55% 정도 돼요. 우리가 직영, 위탁까지 치면 한 10% 넘는 거로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거기서 하는 농담인데요. 첫째 낳으면 좀 먹고살 만하고, 둘째 낳으면 좀 풍족해지고, 
셋째 낳으면 부모가 차를 굴리게 된다고 그래요. 

◇ 김명숙: 아, 그래요? 

◆ 우석훈: 중고차라도 어쨌든 보조금이 괜찮게 나오니까 애 셋을 낳으면 부모가 차를 몬다. 실제로도 좀 그런 거 같고요. 또 한 가지는, 이건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들으면 조금,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엄마들끼리 그렇게 얘기해요. 애 낳는데 열 달이 지났는데 애 나기 전 몸매를 회복 못 하면 엄마들끼리 서로 놀려요. 너 인생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애 갖고 있는 게 딱 10개월이잖아요. 우리는 엄마가 전적으로 매달려야 하는데 국가가 그 뒤를 해 주고 돌아가니까, 너 빨리 네 인생 찾아야 한다고, 우리 식으로 애 키우고 2~3년 됐는데 엄마가 정신 못 차리잖아요. 그러면 엄마 친구들끼리 너의 인생관을 다시 한번 검토해라, 그런 분위기예요. 

◇ 김명숙: 그렇죠. 그런데 그런 외적인 것뿐 아니라 아이들 키우기가 사실은, 아까 정책도 말씀하셨지만, 힘들어서 셋째까진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사실 많아요. 얼마 전 우리 담당 김혜민 PD도 저한테 ‘선배, 저 아들 하나 딸 하나, 너무 예쁘긴 한데 힘들긴 하지만 하나 더 낳아볼까 고민 중이에요.’ 해서 제가 단호하게 ‘됐어. 일을 할래? 아이를 키울래?’ 제가 그랬거든요. 제가 너무 단호하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박사님 입장이면 어떻게 조언해주시겠어요? 저는 무자식 상팔자야, 둘로 만족해, 그랬거든요. 

◆ 우석훈: 저희는 셋 낳을 생각이 있었는데 둘째 아프면서 엄마, 아빠의 기력이 쇠한 거죠. 그래서 셋째는 포기했는데요. 취리히 갔다가 그런 걸 봤어요. 취리히연방 공과대학이 되게 좋은 대학이거든요. 아인슈타인이 나왔던 학교죠. 학교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유리로 된 되게 예쁜 3층짜리 건물이 있거든요. 그게 어린이집이에요. 취리히대학에 들어오는 사람은 교수나 강사나 학생이나, 엄마들이 애를 거기에 맡겨놓고 갈 수 있거든요. 꼭 등록 안 해도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동선 구석구석에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게 잘돼 있으면 셋째 아니라 넷째도 낳는데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진짜 어렵긴 하더라고요. 

◇ 김명숙: 어렵죠. 

◆ 우석훈: 직장 어린이집을 보니까 10:1 막 그래요. 어떤 회사에서는 그 직장 안에서 결혼한 사람들이 1순위예요. 한 명만 그 회사 직원이면 못 가요.

◇ 김명숙: 그렇죠. 좀 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건 누구나 다 바라는 거지만 현실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저출산 문제도 생기고 그러는 거 같아요. 5741님, ‘까칠한 우석훈 박사님 맞나요?’ 까칠하세요? 

◆ 우석훈: 겁나 까칠하죠. 

◇ 김명숙: 지금 말씀하시는 분위기는 전혀 안 그런데. ‘예전에 팟캐스트도 즐겨들었는데 반갑습니다.’ 0012 쓰시는 분, ‘우리 아들인 40 넘어 결혼했는데 본인 나이가 많다고 아이를 안 갖는다네요. 손주 보고 싶은데.’ 요즘 이렇게 만혼이 많아서 늦은 나이에 자녀 본다는 게 걱정인 분들 많은데, 우리 박사님은 선배시잖아요. 

◆ 우석훈: 제가 마흔한 살에 아이를 낳았는데요. 행복한 때가 더 많아요. 특히 요즘 애가 커서 동요 틀어주면 막 춤추고 노래하고 뛰어다니거든요. 그럴 땐 진짜로 행복해요. 애 낳는 게, 제가 책에도 썼는데 천국 문하고 지옥문하고 동시에 여는 거 같은 거거든요. 천국 문에만 있을 땐 진짜로 행복하죠. 

◇ 김명숙: 글쎄요, 40대시면 우리 우 박사님도 두 아들 낳아서 육아까지 맡고 계신데 충분하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 키우는 우 박사님,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세요? 

◆ 우석훈: 돈 많은 부모가 아니고. 

◇ 김명숙: 깜짝 놀랐어요. ‘돈 많은 부모’ 이러시는 줄 알고요. 하하.

◆ 우석훈: 여유를 낼 수 있는 부모인 거 같아요. 

◇ 김명숙: 마음의 여유,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라든지 이런 것들인가요? 

◆ 우석훈: 경험을 좀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아빠들한테 제가 꼭 해주고 싶은 얘기는 한 3살 후반, 4살쯤 되면 배변 훈련할 때가 있거든요. 기저귀 떼기 시작할 때인데 그때 처음 알았어요. 변기에 애가 혼자 앉아 있다가 며칠 되니 나가라는 거예요. 문 닫고. 그전까지는 걔도 창피한 걸 몰랐는데 4살쯤 되니 이제 알아요. 그때 그걸 아빠랑 같이하는 게 도움이 될 거 같더라고요. 자기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가 기저귀 떼는 나이더라고요. 그때 문을 닫으면 평생 안 열어줄 거 같아요. 

◇ 김명숙: 정말 소중한 말씀 해주셨어요. 함께 하는 게 좋다는 거,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단 거, 그것들이 사실은 어릴 땐 모르지만, 나중에 커보면 다, 부모 입장에서도 아무리 아이들이 커서 속상하게 해도 그래도 어린 시절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다 모든 게 잊혀지거든요. 엄마는 그런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지만, 아빠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커서 자녀들과 가까워지기 어려운데, 이렇게 육아를 하다 보면 그런 것들이 서로 이어져서 커서도 아이들과 소통도 더 쉬울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빠들은. 

◆ 우석훈: 어쨌든 자녀들과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나이들일 때, 그런 기억이 있으면 평생 같이 행복할 수 있을 거예요. 

◇ 김명숙: 비밀을 공유하는 걸 많이 해야겠습니다, 아빠들도. 오늘 ‘희망의 육아 경제학’인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를 펴낸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 모시고 육아 이야기에 대한 얘기 나눠봤습니다.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우석훈: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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