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플러스
  • 방송시간 : [월~금] 15:00~16:00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인터뷰] '키덜트' 확산에 소비의 답이 있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2-24 16:27  | 조회 : 3685 
[생생인터뷰] '키덜트' 확산에 소비의 답이 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김성수 문화평론가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어제 내수소비 진작책 나왔고요. 생생경제 인터뷰도 뉴스로 나갔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돈 자체가 없는데 돈 쓰라고 시간 주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내용의 인터뷰였죠. 돈이 없어도, 시간이 없어도 돈을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밥 한 끼 아껴먹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장난감을 사는데요. 백만 원이 넘는 장난감도 있습니다. 이렇게 확산되는 문화를 키덜트 문화라고 합니다. 어려운 용어 같기는 하지만 새롭게 즐기는 이미 많이 확산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전문가와 함께 새로운 소비 동력으로서, 새로운 소비 형태로서 확산되고 있는 키덜트 문화 한 번 점검해보겠습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성수 문화평론가(이하 김성수)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오늘 뉴스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키덜트 시장이 커진다, 과거에는 일부 마니아층이었는데 이제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키덜트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 같은데요. 왜 이런 문화에 열광하는 걸까요?

◆ 김성수> 일단 장난감의 노출되어 있던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아이들도 장난감을 거의 갖고 놀지 않았습니다. 저도 어렸을 땐 동생들과 딱지치기를 하고 기껏 해봤자 뛰어놀았거든요. 장난감이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들어와서 정착이 된 건 70년대 말, 80년대 초부터입니다. 그때부터 우리의 경제가 아주 성장하면서 장난감이 보편화되기 시작했죠. 장난감 없이는 아이들이 놀지 못하는 것처럼 됐습니다. 이제 이러한 상황들 속에서 지금 현재 40대 초반, 30대 후반의 사람들에게는 장난감은 당연히 어렸을 때를 불러일으키는, 향수와 같은 것이 됩니다. 예전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빠지는 사람들은 소수의 특이한 취향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어른이 되어서도 예전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으로 다시 장난감과 함께 놀면서 위로를 받는 현상들이 나타나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자연스러운 문화 현상 중에 하나로 받아들이게 되는 겁니다. 

◇ 김우성> 고급화되긴 되었는데요. 지금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면, 세대의 어떤 변화, 어떤 세대가 부각되며 돈을 쓰는지에 대한 것도 관계되어 있다고 설명해주셨는데요. 봤더니 레고, 피규어, 드론 등 이런 것들 많이 알려지는데요. 가격이 100만 원도 훌쩍 넘는 것도 많더라고요. 어른은 물론 아이들은 꿈도 못 꿀 가격인데, 돈을 여기에다 쓰거든요. 이러한 행동들, 배경,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 김성수> 역으로 아이들이 사는 경우는 없습니다. 사실 장난감은 아이들이 직접 사는 경우가 대게 적습니다. 어른들이 사서 아이들에게 주는 거죠. 그래서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들은 먼저 아이들의 마음을 훔치고 어른들의 지갑을 훔치는 거였는데요. 이제는 아예 어른들의 마음과 지갑을 함께 훔치는, 키덜트라고 하는 이름의 또 다른 마케팅을 펼치는 겁니다. 실제로 장난감의 변화 형태를 보면, 굉장히 정교하고 고급화되는 것을 많이 보이거든요. 물론 아이들도 정교하고 고급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겠지만, 사실 그러한 장난감들을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깨지거나 부서진다면, 누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장난감들은 일정 정도 자기를 통제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야 가지고 놀 수 있거든요. 상대적으로 청소년 이상, 더 말해서는 어른들을 겨냥해서 그러한 장난감을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그 어른들 구매력이 없다면 그러한 장난감이 아예 시장에 나올 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드론과 같은 그러한 장난감들은 가지고 논다는 측면에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공략한 거겠지만, 드론이 조작되고 관리하고 드론을 통해 만족감 등을 보면, 확장해나가는 것을 보면 어른들 중에서도 특별하게 그것을 취미로 삼아서 계속적으로 꾸준히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즐길 수 없거든요. 그러한 측면에서 확실하게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이 대세라고 볼 수 있겠죠. 

◇ 김우성> 아이들의 마음을 뺏고 어른들의 지갑을 뺏는 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과 지갑을 같이 뺏는다. 유명 연예 기획사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YG의 대표 사무실을 보니 온통 장난감들로 가득 차 있는데요. 지금 롯데, 현대 등 주요 백화점도 그렇고 마트도 그렇고 아예 키덜트 전문관을 열었더라고요. 제품도 많아지고요. 경제적으로도 의미 있게 확장되고 있으며 지금 꽤 성장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김성수> 그렇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취미가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경우 장난감으로부터 위안과 여유를 얻습니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자기에게, 요즘의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족은 파편화되고 있고요. 혼자 노는 문화들이 더욱더 뿌리가 내려지는 상황 속에서는 장난감처럼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없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면 당연히 장난감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장난감들을 위해서 특별한 시간을 빼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 것들은 고스란히 시장으로서 확장될 수밖에 없는 건데요. 특히 이 장난감들은 고부가가치 장난감들입니다. 사실 장난감에 들어가는 원가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렇지만 장난감들을 정교화하고 아주 복잡하게 만들면서 보다 소비력이 있는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게 만들면 하나를 팔아서 남는 가치들이 많이 붙게 되는 상품이 되기에 그러한 특별한 시장과 그와 관련된 사업을 다 열 수 있는 상황이 되고요. 점차 더 그러한 고가 장난감, 프리미엄 장난감,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김우성> 지금 필수품에 대한 소비 말고 이러한 소비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레고의 경우도 20%가 성인 대상 매출이라고 하고요. 키덜트 시장이 1조 원 이상 커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정부가 지금 애써 국민들 지갑 좀 열라고 대책을 발표했거든요. 그런데 정작 이런 식으로 지갑이 열린다는 점은 아직 소개도 안 되고 확산도 안 되어 있습니다. 키덜트가 확산되는 건 우리만의 독특한 현상인지, 아니면 전 세계 여기저기에서 나타나는 것들인지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정부가 정책에 반영할 만큼 보편적인 건가요?

◆ 김성수> 당연하죠. 실제로 우리 정부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서 근대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아직까지도 건설 중심의 그러한 기반 투자들, 설비 투자들에 신경을 써서 정책을 만들려고 하고요. 또 여타 정책을 보면 아주 기본적인 삶의 토대를 채워주고 만족시켜 주는 데만 신경을 쓰거든요. 이제는 문화의 시대입니다. 문화의 시대는 한류를 즐기고 소비하는 시대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문화가 모든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이 주류가 되어 있는 시대라는 거죠. 우리 앵커께서 말씀하셨듯, 밥은 안 먹고 굶더라도, 밥값은 쓰지 않더라도 장난감에 투자한다는 것은 밥보다 장난감이 나에게 주는 만족감이 더 크고, 그 만족감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지갑을 열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다는 거거든요. 단지 이미지나 허울을 좇고 있는 거라고 보기보다 우리가 정신적 만족감에 대해 굉장히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으며, 정신적 허기를 채우는 것이 무엇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가 되어 가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겁니다. 정신적 허기를 채워주는 산업들에 대해서 면밀하게 분석하고 준비해야 하는 거거든요. 그런 준비를 하지 않았기에, 지금 현재 모든 산업들을 보면 취향 중심, 정신적 가치 중심, 개성 중심, 그러한 형태로 옮아간 지 오래됐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소비 패턴에 대해서 정책적으로 제시해주는 모습이 없었다는 점은 안타까운 상황이죠. 

◇ 김우성> 가족들이 파편화되고 있고, 1인 가구가 늘어난다. 방금 말씀해주셨지만, 어제도 전문가분들 지적해주셨는데요, 가족들과 여행가라고 할인해준다. 일찍 퇴근하라. 이게 지금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말씀해준 것처럼 여러 배경들, 문화 상품, 정신적 만족과 파편화된 개인의 즐거움, 이런 것들을 고려해야 할 텐데요. 사실 지금의 지원책이나 침체된 개인들의 소비를 북돋워 줄 수 있는 정책적 방향, 문화에 대한 인식, 이런 것도 큰 틀에서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 김성수> 우리는 이미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이런 노래를 듣고 자랐습니다. 저희 때만 하더라도 <Everybody's working for the weekend>이라는 노래인데요. 그때 저희 윗세대 분들은 어떻게 놀러가기 위해 일을 하느냐, 일은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는 거라는 말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미래가 불확실해진 상황 속에서 오늘 나를 위해 어떤 것이 가장 만족스러운지 따지는 그러한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내가 일하는 이유는 오늘의 여가를 즐기기 위한 겁니다. 그 여가를 채워줄 수 있는 것들이 무엇보다 소중해지는 것이며 여가가 돈보다 중요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여가를 보장하고 어떻게 하면 여가를 좀 더 생산적이고 또 공동체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지, 이런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아까 말씀하신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 위해 여가를 줘라, 이게 무의미한 일은 아닌데요. 이러한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당장 일자리보다 더 중요해서 일자리를 때려치우고 수년간 세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심리와 만족감을 분석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거고요. 그런 측면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들을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우성> 정책 당국자들도 지갑을 갖고 있는 분들의 마음을 먼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 김성수>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김성수 문화평론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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