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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에 술 올릴땐 술잔 안돌립니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1-20 11:22  | 조회 : 8299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7년 1월 20일(금요일)

□ 출연자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설날, 다른 공휴일과는 달리 '명절'이라는 특수성 때문일까요. 기다려지고 설레는 날입니다. 청취자 분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설이기 때문에 혹은 설날만 맛볼 수 있던 음식, 혹은 즐기던 놀이가 있었을 텐데요. 지금은 핵가족을 넘어서 1인 가족 비율이 높아져서 전통적인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은 우리 설에 대해 되새겨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이하 박광영): 네, 안녕하세요.

 

◇ 장원석: 설 이야기를 하려고 직접 스튜디오에 모셨는데요. 설 명절의 차례상하고 제사에 올리는 제사상하고 좀 헷갈려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설 상차림은 어떤 게 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 박광영: 지금 제사를 이야기 하셨는데요. 고인이 돌아가시고 난 날에 지내는 걸 우리가 기제사라고 하고, 그리고 명절, 추석이라든지, 설 같은 명절에 지내는 걸 우리가 차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기제사는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 우리가 마지막 하지 못했던 효를 다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보니까 음식이 풍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요. 차례 같은 경우에는 그때 나오는 간단한 음식들, 예를 들면 추석엔 송편, 설날엔 떡국을 준비해서 간단하게 조상님께 올리는 것이 차례니까요. 차례는 간단한 음식을 올리는 것인데 이걸 기제사와 비슷하게 생각하다보니까 많은 분들이 차례상 차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시지 않나 싶습니다.

 

◇ 장원석: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 집안이 있어요. 설 명절 즈음에 어르신께서 돌아가신 거예요. 그래서 차례상과 제사상을 동시에 차리는 경우가 있던데, 그런 경우에는 어느 쪽에 기준을 맞춰야 할까요?

 

◆ 박광영: 일단 상 중에서는 상례가 우선이 됩니다. 다만 예를 들어서 상주는 상에 있어서 최선을 다 해야 하고, 그렇다고 우리가 명절에 대해선 폐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것은 다른 차자라든가 다른 사람이 그 일을 해야죠. 조상을 섬기는 예도 우리가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고, 내 상례도 안할 수 없는 일인데요. 일의 경중을 맞춰서, 상주는 고인의 상례를 다 하는 것이 예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그게 참 궁금하더라고요. 겹치는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설 상차림과 추석 상차림, 앞서 송편하고 떡국으로 말씀해주셨는데요. 그거 외에도 다른 특징이 있나요?

 

◆ 박광영: 기제사 같은 경우에는 밤에 지내는 것이고요. 차례 같은 명절은 아침에 지내는 차이가 있고요. 그리고 예전에는 기제사는 방에서 지내는 것이고 원래 차례는 사당에서 지내는 것이 올바른 예법인데요. 지금은 사당이 많이 없어졌잖아요. 그래서 대신 모든 제사를 안방이라든지 마루에서 지내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는데요. 시간이 다르다는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제사와 차례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설 상차림 이야기를 한 김에 이것도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제례 상식들이 있잖아요. 이게 일 년에 한두 번 하다보니까 헷갈려요.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술잔을 어디로 돌려야 하는지, 알쏭달쏭한 부분이 있는데요. 어떤 게 올바를까요?

 

◆ 박광영: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는데요. 제례라는 것 자체는 돌아가신 분을 모시고 살아있는 분을 섬기는 마음으로 예를 다하는 것인데요. 그래서 술잔을 돌리지는 않습니다.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가지고 그것을 조상님께 직접 전해드리지 않고 눈높이로, 두 손으로 잔을 받들어서 눈높이 정도로 올리고 난 다음에 드리는, 그래서 올릴 헌, 술잔 작자를 써서 헌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지, 이것을 오른쪽으로 돌리냐? 왼쪽으로 돌리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공경하는 마음을 담아가지고 조상님께 마음가짐으로 올린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장원석: 추석이나 설에 차례상을 차릴 때에는 술을 눈높이에서 올려서 헌작하는 건데요. 제사 때는 좀 다른가요?

 

◆ 박광영: 제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제례에서 술을 사용할 때는 절대로 돌리지 않고 술을 따라서 받들어서 눈높이로 올리고 난 다음에 상 위에 올리는 것이지, 이것을 왼쪽에 돌린다, 오른쪽에 돌린다, 그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이게 집안마다 다르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향 위에 돌리고, 어느 쪽은 왼쪽으로 돌리고, 다 달라서 헷갈렸는데요. 돌리지 않고 눈높이에서 정성적으로 드리는 게 맞군요. 술 종류는 상관이 없을까요?

 

◆ 박광영: 예전에는 쌀을 가지고 발효시킨 술을 많이 썼는데요. 이 술에 대해서도 어떤 술을 써야 한다고 국한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고요. 다만 명절에는 우리 전통 문화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우리 고유한 전통주를 사용하는 것이 좀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장원석: 네, 뭐 서양에서 온 술로 하면 좀 어색하긴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설이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떡국 아니겠습니까? 설에 떡국 안 먹고 가면 좀 허전한데요. 유래가 궁금해요. 떡국 한 그릇 먹으면 한 살 먹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어떻게 하다가 떡국을 먹는 풍습이 생겼을까요?

 

◆ 박광영: 사실 떡국은 우리의 민족성하고도 연결이 되어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사실 이 부분은 전문은 아니지만, 들은 이야기로는 떡이 흰색이고, 길게 생겼고, 또 둥글게 썰었기 때문에 원만한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는 마음에서 새 해의 새로운 기분으로 만드는 음식으로서 떡국이 보편화 되지 않았나 생각되고요. 다만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는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떡국을 먹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풍습이고 그것이 우리 전통문화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장원석: 네, 그리고 세뱃돈도 아이들이 정말 기다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세뱃돈도 유래가 있을 것 같은데요?

 

◆ 박광영: 맞습니다. 저도 철이 없을 때는 세뱃돈 받는 것이 상당히 즐거웠는데, 이제 철이 들다보니까 오히려 세뱃돈에 대해서 걱정하는 입장이 되었는데요. 사실 원래 세뱃돈은 없는 풍습입니다. 예전에는 해가 바뀌게 되면 아는 지인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데, 직접 할 수 없다보니까 집안에 있는 아이들을 대신 인사차 보내는 겁니다. 그때 간단한 선물이라든지 서신, 이런 것을 가져가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인사를 전달하고, 이런 식으로 대신 인사를 보냈을 때 그 집에서 그 아이를 기특하게 여겨서 잘 대접하고, 돌아갈 때 간단한 선물이라든지,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을 조금 주는 게 있는데, 이것이 나중에 세뱃돈의 유래가 되었다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사실 세뱃돈 자체는 아이들이 어른을 찾아뵙는 건 당연한 도리인데,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아이들이 세뱃돈을 받는 것이 세배라고 생각하는 것, 이건 우리가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장원석: 6239님, “명절에 어쩌다 친척집 방문하면 조카들이 때로 몰려듭니다. 얼굴도 잘 몰랐던 녀석들이 다 세배를 하는데 이거 다 돈 줘야 합니까? 저는 아직 결혼도 안 했고, 30대 중반인데요. 어떡합니까?”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돈을 얼마 줘야 하는지 궁금하다는 분들이 많은데, 어떻게 해아 할까요?

 

◆ 박광영: 제 경우 같은 경우에는 조카나 아는 사람들이 온다고 해서 무조건 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일단 당연히 어른을 찾아 왔으니까 어른에게 인사드리는 건 맞는 것이고, 세배를 받고 난 다음에 아이들에게 덕담을 하고, 그렇게 끝내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왜냐면 교육이라는 것 자체는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지, 나이 들어서는 가르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명절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족의 소중함이라든지, 집안의 뿌리, 이런 것을 일깨워주는 것으로 바뀌어야지, 아이들에게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준다는 문화는 조금 우리가 지양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 장원석: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설이라서 좋은 게 아니라 세뱃돈 받으러 가서 좋아하고, 나중에 친구들끼리 얼마 받았는지 경쟁하고, 이런 건 좀 보기 안 좋아 보이기는 하더라고요. 그리고 앞서 잠깐 이야기 했던 건데요. 9014번님, “왠지 조상님께 올리는 술이니 비싼 술을 올려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형편이 어려우니까 생전에 좋아하셨던 밤 막걸리를 올릴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탁주는 예에서 어긋난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어떤가요?”

 

◆ 박광영: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술이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고요. 다만 우리가 화학식 술이 아닌 곡류로 만든 술이라면 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은 막걸리가 뭔가 낮은 술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런 전통주라면 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맥주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 장원석: 그렇겠네요. 어르신이 생전에 좋아하셨다면 맥주도 괜찮겠지만, 그래도 우리 전통주가 괜찮아 보이네요. 그런 면에서 설 풍습이 퇴색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예전에 어르신이 좋아하셨으니까 기존에 올리는 음식 대신 피자나 치킨을 올린다든지, 이런 것도 있고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고유의 설 풍습에는 뭐가 있을까요?

 

◆ 박광영: 지금 잠시 말씀하셨는데요. 차례상에 피자나 햄버거, 이런 부분은 조금 부적절한 것 같고요. 그런 부분은 기제사 때, 고인이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기제사 때 고인이 생전에 드셔보지 못했던 음식이라든지, 아니면 좋아했던 음식이 있다면 그런 것을 준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차례상에서는 간단한 음식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건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들고요. 지금 설 풍습 같은 경우에는 한 가족이 다 모였기 때문에 세배를 하는 거죠. 새해가 밝으면 가장 먼저 집안 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는 세배를 하고, 그러고 난 다음에 자녀들끼리 인사도 하고, 그런 세배를 하면서 어른들에게 덕담도 받는 그런 풍습이 있고요. 이 세배는 우리 집안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이웃에 있는 어른들도 다 찾아뵈면서 인사드리는 게 세배 풍습이고요. 그리고 가족이 모였으니까 윷놀이라든지, 연날리기, 제기차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놀이가 설날의 풍속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장원석: 맞습니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모여도 스마트폰 붙잡고 게임만 하잖아요. 저 어렸을 때만 해도 나가서 연 날리기, 제기차기 참 많이 했는데요. 이제 그런 거 보기 힘든 것 같고요. 예전에는 대가족이었는데 요즘은 핵가족이다 보니까 이런 교육을 받기 힘들어졌어요. 세배할 때 어른들께 어떻게 인사드려야 하는지도 잘 모르거든요. 어떻게 하는 게 맞나요?

 

◆ 박광영: 사실 그건 방송의 폐단이 아닐까 싶은데요. 항상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인사할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를 하면서 절하는 모습이 많은데요. 사실 인사라는 건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어른도 어른답게 절을 받으려고 준비를 해야 해요. 아이들이 왔으면 반갑게 맞이하고 난 다음에 당연히 절을 받게끔 당신이 이제 자리에 앉아서, 예를 들어서 한복을 입었으면 그 위에 두루마기까지 반드시 갖추고 난 다음에 자리에 앉아서 절 받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와서 편안하게 어른을 바라보면서, 공경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없이 절하고, 그러고 난 다음에 다시 앉은 상태가 되면 그때 어른이 이야기를 해야 되겠죠. 그러고 나서 아이들이 인사를 하면서 건강하시라는 말도 해야 되겠죠. 그래서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내용하고 반대의 개념으로 생각하시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일깨워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게 어른들의 역할이고, 그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 장원석: 그렇죠. 8024번님 “결혼하고 처음 시댁에 명절 쇠러 갑니다. 차례상, 제사상,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리고, 음식을 다 자식들 싸준다고 하셨는데 벌써부터 두렵습니다. 간소하게 한다고 예의에 어긋나는 건 아니라고 하던데 이걸 시부모님께 말씀드릴 수도 없고요. 어떻게 할까요?”

 

◆ 박광영: 사실 어른들의 뜻을 받드는 것도 자식의 도리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야기한다고 해서 고쳐지지 않을 겁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막 혼인을 한 거니까 시댁의 풍습도 중요하니까 그 가풍도 따르면서 조금씩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어른들도 마음을 달리하고, 다시 올바른 풍습으로 제자리를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장원석: 네, 전통문화가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했는데, 부장님 말씀 들어보니까 제일 중요한 건 기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박광영: 그 기본이 바로 예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장원석: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광영: 네,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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