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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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치의 “손주 키우는 조부모 증가, 올바른 양육법은?”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전문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12-16 11:27  | 조회 : 10183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6년 12월 16일(금요일)
□ 출연자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전문의


당신의 주치의 “손주 키우는 조부모 증가, 올바른 양육법은?”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요즘 어린이집을 가도, 소아과를 가도 아이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할머니들입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육아는 오롯이 할머니 몫이 됐는데요. 그러다보니 할머니들이 육아에 대해 다시 공부해야하는 일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아마 이 방송 들으시는 청취자 분들 중에 손주들 살피는 조부모님들, 그리고 앞으로 그래야하는 운명을 맞이하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오늘 방송 잘 들으시면 도움을 많이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오늘 ‘당신의 주치의’에서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부모 프로그램으로 유명하신 분이죠. 소아·청소년정신전문의 오은영 원장님 나오셨어요. 원장님 어서 오세요.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전문의(이하 오은영): 네, 안녕하세요.

◇ 김명숙: 제가 TV에서 뵐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잘 알지 궁금했거든요. 최근에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로 2016년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오은영 선생님의 메시지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오은영: 글쎄요. 어른들도 그렇지만 대개 부모님, 조부모님이 아이를 키우실 때 잘 키우고 싶으시잖아요. 그런데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게 돼요. 물론 잘 키우는 데에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죠. 꼭 해줘야 하는 것도 있고요. 그런데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제가 이 자리에서 강조하고 싶은 게요. 마음이 편안하고 주변에 사람들하고 좀 잘 지내고,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그러면 아마 사람이 행복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이렇게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우리가 최근에 전쟁을 치르고 나서 굉장히 경제적으로 부강해졌는데요. 부강해졌으면 삶이 편해지고 행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많은 것 같아요. 결국 그릇은 커졌는데 담는 내용물이 영향가가 있고 좀 맛있고 좋은 음식이어야 하는데요. 그렇지 않은 거죠. 그래서 정서적으로 다들 허기가 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서 우리 주변을 보면 감정적인 자기 조절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감정적인 자기 조절을 할 줄 알아야 자기 자신도 편안하고, 주변 사람도 훨씬 더 편안한데요. 우리 주변 사람을 보면 너무나 감정 조절이 안 돼서 정말 욱하고 분노하는 사람들, 그걸 보면 굉장히 불편하죠. 그리고 자기 자신도 욱하고 분노할 때, 도대체 나는 왜 그런 거지, 그리고 사랑하는 가장 약자한테 도대체 나는 물려줄 게 너무나 많은데 왜 이렇게 욱하고 분노하는 걸 물려주게 될까, 하는 고민들을 하게 되신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제 책에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요즘 사실 아이들 키우는 건 부모들이 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맞벌이가 많아지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키우시잖아요. 부모와 조부모는 분명히 양육 방식에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 때문에 갈등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오은영: 저도 친정어머님, 아버님이 저희 아이를 키워주셨어요.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는데요. 이게 방법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가 먼저 생각해봐야 하는 게 어떤 개념과 가치관 기준에 관한 문제인 것 같아요. 물론 언제나 우리는 부모가 된 순간부터 자녀를 사랑합니다. 본능적으로 사랑하고, 조부모님도 마찬가지고요. 사랑을 의심할 필요는 없는데요. 과연 아이를 올바르게 키운다는 게 어떤 것인지에 따라서 시대마다 사람들이 많이 생각하는 기준이 좀 다르고,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개념을 이해하면 다양하게 방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방법이 맞지 않으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바꿔 나갈 수 있는데요. 문제는 어떤 아이의 문제행동, 아니면 아이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 아니면 아이를 지도하는 것, 이런 것에 대한 개념을 공유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게 조부모와 부모가 공유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 김명숙: 그렇죠. 개념을 이해한다고 하니까 어렵게 느껴지는데, 사실 각자의 역할을 조금씩 잘 이해하고, 역할분담을 잘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내가 너희 다 키웠는데 애 하나 못키울까봐?’ 이러고요. 젊은 부모 입장에서는 ‘세대가 바뀌었는데 옛날 방식으로 키우면 어떡해?’ 이래서 갈등이 오는 것 같아요.

◆ 오은영: 네, 그런데 인간은 언제나 사회적 동물이고, 상대방과 늘 감정적인 교감을 하고 사는 게 인간인데요. 그렇다면 엄마, 아빠 입장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도대체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마음일까? 또 엄마, 아빠는 우리와 달리 어떤 마음일까? 이 마음을 서로 이해해 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대개 아들, 며느리가 나가서 일을 한다거나, 자녀 세대가 일을 하고 손주를 보는 조부모들은 일단 몸이 힘들어요. 그리고 굉장한 희생이라고도 볼 수 있죠.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건데요. 그러나 늘 마음 안에는 내가 뭔가 잘못해서 애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 김명숙: 그래서 옛말에 그런 말도 있잖아요. ‘동냥을 해도 애는 안 봐준다.’ 나중에 좋은 소리 못 듣는다고요.

◆ 오은영: 네, 애 볼래? 밭 맬래? 하면 밭 맨다고 하죠. 그래서 늘 아이가 잘못될까봐 노심초사 하죠. 그리고 부모가 아이에 대해서 ‘왜 아이가 늦게 걷지? 말을 늦게 배우지?’ 이렇게 생각하면 조부모님들은 먼저 본인들을 자책해요. 내가 잘못 키워서 그런가? 그래서 조부모님과 의사소통을 할 때는 죄책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말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고마운데 요즘은 이렇게 하는 게 더 좋대요.’ 이렇게 해야 하는데 ‘어머니 안 돼요. 그렇게 하는 게 틀렸어요.’ 이렇게 말을 하면 죄책감 때문에 ‘야, 내가 너보다 오래 살았는데.’ 이런 마음이 드는 거죠. 그래서 죄책감이 안 드는 게 중요하고요. 어르신들은 고집을 안 부리시는 게 중요합니다. 고집을 부리면 자녀들이 ‘어휴, 이야기가 안 돼.’ 이러면서 소통이 끊겨버리고, 골이 깊어질 수 있죠.

◇ 김명숙: 네, 지금 0231님 “우리 시어머니가 아이를 키워주는데, 할머니다보니 뭐든 오냐오냐 받아줍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를 혼내면 아이 앞에서 저를 혼냅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오은영: 이런 경우가 정말 많은데요.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앞서 제가 개념 이야기를 했는데, 그 개념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아이들은 나이마다 꼭 해야 하는 숙제가 있어요. 돌 무렵이 되면 걸어야 하고요. 그런 것처럼 아이가 세 돌이 되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불편한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요. 그래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히 가르쳐야 하는데요.

◇ 김명숙: 그런데 할머니가 자꾸 그러면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한테 어떻게 말씀드리기가 어렵잖아요.

◆ 오은영: 네, 물론입니다. 부모의 지도력이 떨어지죠. 그래서 그건 따로 말씀드려야 하고요. 어떤 경우에는, 부모-자녀 관계는 너무 가까운 관계라서 말이 안 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 이야기가 안 될 때는 전문가 도움을 받아보시는 것도 좋아요. 전문가가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잘 설득을 해서 아이를 더 잘 지도할 수 있도록, 그러니까 언제나 서로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를 가운데 두고 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 방향 설정을 하시면 조금 더 소통하는 게 나으시죠.

◇ 김명숙: 네, 5111님 “딸이 저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하고, 제가 회사 다녀와도 저한테 잘 안 옵니다. 그래서 할머니 집이 옆집인데도 그냥 할머니 집에서 재웁니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오은영: 네, 이런 일도 많거든요. 그리고 부모도 삐져요. 굉장히 불안해지죠. 자녀가 나를 가장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을 때 아주 근본적인 불안이 올라오는데요. 사실 아이들은 1차 애착대상자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1차 애착대상자가 대개는 엄마지만, 할머니가 키우실 때 1차 애착대상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애착대상자와 아주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게 되면 그것을 기본으로 해서 확장이 일어나서, 다른 사람과도 애착을 안정되게 이루어 나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게 엄마가 아니라도 ‘나는 할머니랑 있을 때엔 편안해. 그러니까 다른 사람하고 있을 때에도 편안할 거야.’ 이런 것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1차 애착대상자를 더 좋아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라고 할 수 있죠.

◇ 김명숙: 그럼 걱정 안 하셔도 되겠네요?

◆ 오은영: 그럼요. 조금 나이 더 들어보세요. 엄마도 좋아합니다.

◇ 김명숙: 네, 6023님 “저도 손자를 키우는데 정말 힘이 듭니다. 아이가 말을 잘 안 듣고요. 특히 저를 자꾸 때립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오은영: 부모가 제일 가슴이 무너질 때가 자녀가 부모한테 욕하거나 부모를 때릴 때예요.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요. 어린아이들이 하는 행동이라고 해서 귀엽다고 한다거나, 안 아프다고 하시면 안 되고요. 또 어떤 분들은 비슷하게 아픈 걸 경험해보라고 살짝 때리시기도 하는데요. 그건 제일 나쁜 방법입니다. 공격적인 대응은 가장 나쁜 방법이고요. 아이가 부모를 때리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이유에 따라서 방법이 다르지만, 대체로 자기 마음에 화가 났을 때 주먹이 나가기도 하고요. 언어 발달이 늦으면 아이들은 언어를 통해서 공격성을 낮춰 나가는 건데, 말이 안 되면 주먹이 나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도 잘하고 잘 알아듣는데 주먹이 나갈 때는 감정의 조절을 바로 행동화하는 아이라고 볼 수 있고요. 그래서 이것을 스스로 멈추도록 도와주는 과정에서 부모를 때리는 건 절대 용납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 부모들은 대개 아주 무섭게 야단칩니다. 그런데 아이를 지도하실 때 가장 기억하셔야 하는 게, 혼내곤, 소리 지르고, 야단치고, 화내고, 때리는 건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가르치는 건 이 아이를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쨌든 부모가 내가 나은 아이라고 하더라도 이 아이를 한 인간으로서 귀중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과정을 통해서 제대로 된 배움이 일어납니다.

◇ 김명숙: 중요한 말씀이신 것 같아요.

◆ 오은영: 네, 그래서 아이한테 너무 무섭게 하면, 아이한테는 부모가 동아줄이기 때문에 이 동아줄이 끊길까봐 일단 꼬리를 내립니다. 그래서 이것이 절대로 배워지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아이 비위를 맞춰도 안 됩니다. 아이가 부모를 때릴 때에는 분명하지만 나지막하게, 소리 지르지 말고 분명하고 단호하게 안 된다고, 가볍게 손을 잡고, 더 이상 아이가 부모를 때리는 걸 허용하지 마셔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내 엄마’하고 말을 금방 안 들어요. 아이들은 원래 그렇거든요. 그래서 여러 번 해서 아이가 조금 힘을 풀고 누그러지면 그 다음에 ‘절대 안 되는 거야. 하지마.’ 이렇게 끝내면 되고요. 너무 그 과정에서 마지막 항복을 받아내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김명숙: 네, 아이 키우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 오은영: 맞습니다.

◇ 김명숙: 0321님 “저희 엄마는 욕이 생활화 되신 분이에요. 그러다보니 36개월 된 아이가 욕을 따라 해요. 아이에게 할머니 흉을 볼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오은영: 난감한 일이네요. 언어라는 건 모방을 통해서 배워지는 거고요. 더군다나 욕은 짧은 단어 안에 불편한 감정을 담아서 내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시원한 마음을 줍니다. 그래서 욕은 금방 배우죠. 그래서 아이들한테는 그렇지 마셔야 하는데요. 연세 드신 분들은 살아온 인생이 있어서 잘 안 바뀌세요. 그리고 그걸 이야기 했다가 또 싸움 나는데, 그래도 조용히 한 번쯤은 이야기하실 필요가 있고요. 어머님이 잘 안 바뀌실 때는 아이에게 솔직히 말해주시는 게 좋아요. ‘할머니가 너를 진짜 사랑하시는데 할머니가 욕하시는 건 배우면 안 되는 거야.’ 이렇게 진실되고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게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 김명숙: 그러니까 대화가 제일 중요한 것 같네요. 시어머니와 며느리건 친정엄마와 딸이건 간에.

◆ 오은영: 그럼요.

◇ 김명숙: 마지막으로 아이를 양육할 때 할머니가 가져야 할 원칙 한 가지, 그리고 워킹맘 엄마가 가져야 할 원칙 한 가지, 팁으로 말씀을 좀 해주시죠.

◆ 오은영: 네, 할머니들은 인생을 오래 사셔서 웬만한 건 다 이해가 돼요. 조그만 아이들도 다 이해가 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허용적으로 아이를 키울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허용적인 것과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다른 겁니다. 아이의 감정은 수긍하고 수용해주지만,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허용적으로 키우지 않는 원칙을 꼭 가지고 계셔야 하고요. 고집 안 부리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부모들은 조부모님이 아이를 키워주는 데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지나치게 잘, 잘못을 따지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죄책감을 유발하지 않으시는 게 좋고요. 아이하고는 시간의 양보다는 질입니다. 그리고 아이하고 저녁이든 주말이든, 한 시간이라도 정말 몰두해서 잘 놀아주시는 것이 아이의 애착 관계를 안정적으로 행사하시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 김명숙: 네, 오늘 아이를 양육할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맞벌이 부부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아마 많은 도움이 되셨을 것 같아요.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오은영: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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