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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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정치분석] "트럼프, 인지도와 지지도 올리는 막말의 기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07-22 20:20  | 조회 : 3044 
[데이터 정치분석] "트럼프, 인지도와 지지도 올리는 막말의 기술"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6년 7월 22일 (금요일)
■ 대담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


◇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정치 분석, 대개는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되지만, 콘텐츠와 데이터로 분석해 보는 정치는 어떤 특징을 보일까요? <데이터 정치 분석>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이하 이규창)> 네, 안녕하세요.

◇ 최영일> 오늘은 어떤 주제입니까?

◆ 이규창> 미국의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어떻게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는지, 그 비결을 분석해봤습니다.

◇ 최영일> 부동산 재벌이니까 경제력이 혹시 한몫하지 않았을까요?

◆ 이규창> 미국은 선거운동 자금 마음껏 모으고 쓸 수 있도록 되어있으니까, 사람들은 흔히 돈 많은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가 이득을 봤을 거로 생각합니다. TV 광고도 더 많이 했을 거라 생각하고요. 그런데 공화당과 민주당 경선 후보들 선거자금 얼마나 모았고 얼마나 썼는지 내역이 공개가 돼서 살펴보니까, 트럼프는 가장 돈을 적게 쓴 후보였습니다.

◇ 최영일> 가장 돈 많은 재벌이 정작 선거운동에 가장 돈을 적게 썼다? 그러면 경선 초반에 ‘아웃사이더'이었던 트럼프가 선거 자금도 많이 안 쓰고 광고를 더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지지율을 끌어 올린 거죠?

◆ 이규창> 말씀하신 대로 트럼프는 공화당의 주류 후보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여러 데이터를 살펴보면 16명의 경쟁자들과 비교할 때 트럼프는 모든 조건이 불리했습니다. 심지어 언론들도 그를 무척 싫어하죠. 이런 악조건에서 그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요인이 뭘까 찾아보니까 ‘막말’ 혹은 ‘망언'의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 최영일> 트럼프 후보가 막말로 여러 차례 화제가 됐는데, 결코 좋은 이미지는 아니잖아요. 막말을 하면 오히려 욕을 먹고 지지율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이규창> 흔히 그렇게들 생각합니다. 실제로 ‘막말', ‘망언'이 선거에서 결정적인 패인이 되기도 하고요.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맞대결한 정동영 후보가 ‘노인들은 투표 안 해도 된다.' 이른바 ‘노인 폄하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야기되죠. 그런데 한 가지, ‘막말'을 하면 일단 언론의 주목을 받고 이슈가 된다는 건 모두 인정하는 ‘막말의 효과'죠.

◇ 최영일> 우스갯소리로 정치인들은 자신에 대한 기사라면 부고 기사 빼곤 다 좋아한다고 하는데, 일단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그런데 정동영 후보 사례 이야기하셨듯이 인지도 높다고 선거 이기는 게 아니잖아요. 트럼프의 막말은 뭔가 다른가요?

◆ 이규창> 정치 전문가, 언론인들, 여러 사람들이 그가 대선후보가 되지 못할 거라면서 지적한 단점이 바로 그 막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를 보니까 그 막말이 강력한 무기였어요. 그래서 트럼프의 막말은 뭐가 다른지, 그 ‘막말의 기술'을 전수해드릴까 합니다.

◇ 최영일> 트럼프의 막말에는 남다른 기술이 있다. 그의 발언을 사례로 소개해 주시죠.

◆ 이규창>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두드러지는 기술 두 가지 소개해 드릴게요. 우선 첫 번째 기술은 ‘마이크로 타겟팅'입니다. 누군가를 막말로 공격할 때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냉정하게 분석해서 전방위로 때리는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약점만 때리는 겁니다. 공화당의 존 맥케인 상원의원은 베트남전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해서 포로로 잡혀 고초를 겪은 ‘전쟁 영웅’입니다. 참전용사에 대한 미국 사회의 존경심이 높고 예비역 군인들 표가 상당하기 때문에 어떤 경쟁 후보도 웬만하면 그를 건드리지 않고요. 군인이니까 경제라든지 다른 분야는 전혀 모른다는 그런 정도의 비판만 합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언터처블인 ‘전쟁영웅'이라는 그의 타이틀을 공격했어요. “그는 전쟁영웅이 아니다. 포로로 잡혀서 영웅이라고 하는데, 난 붙잡히지 않은 영웅들을 더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 최영일> 그 발언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욕되게 했다고 비판을 받지 않았나요? 당시 트럼프에 우호적이던 보수 매체들조차 맥케인은 건들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었잖아요?

◆ 이규창> 그런데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작 트럼프의 지지율은 공고하게 상승했습니다. 6%~8%대였던 지지율이 10%~12%대로 올라섰거든요. 지지율은 잃지 않았거나 오히려 상승했고, 경선이 모든 이슈를 트럼프가 압도했습니다. 이 발언이 당시 주요 언론사 헤드라인을 점유한 수치가 무려 89%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모든 경쟁자를 ‘듣보잡'으로 만들어버린 셈이죠. 그런데 이 결과가 우연일까요? 그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은 이 결과를 의아해하지만, 그 막말이 철저히 전략적인 판단의 결과였다면 해석이 달라지겠죠. 맥케인은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사람입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불만이 가득 차 있습니다. 전쟁영웅이라는 타이틀에 가려져있는 맥케인의 약점, 오바마에게 패배한 무기력하고 나약한 패배자 이미지를 들춰낸 겁니다. 트럼프는 ‘전쟁에서 적을 쳐부수고 이긴 승리자가 영웅이지, 포로는 희생자일 뿐 영웅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로 공화당 지지자들의 마음속에 잠재돼있던 불만을 시원하게 터뜨린 거죠.

◇ 최영일> 그런데 트럼프의 지지율 상승. 그 당시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등 ‘불법 이민자'를 공격하는 발언이 영향을 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던데요?

◆ 이규창> ‘불법 이민자'에 대한 공화당 지지자들의 반감이 상당하죠. 백인 중심인 공화당 분위기는 이민자에 대해 우호적인 민주당과는 분위기가 다르니까요. 실제로 미국 내에 남미 쪽 이민자 가정이 많고 ‘히스패닉' 유권자 비율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공화당 후보들도 함부로 공격을 못하는데, 트럼프는 거침없이 공격을 하니까 지지율이 오르는데 도움이 됐죠. 그런데 전 맥케인 후보에 대한 막말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그 이유는 민주당에도 트럼프와 비슷한 아웃사이더 버니 샌더스가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결국 패배했잖아요. 그 차이가 뭘까, ‘주류'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게 당내 거물을 이기는 거죠. 트럼프가 하는 말이 ‘사이다'로 느껴지는 공화당 지지자들에겐 그가 아무리 인기가 좋아도 아웃사이더니까 본선에 오르지 못할 거라는 심리적인 한계가 있었는데, 맥케인이라는 거물을 공격하고 그를 ‘공화당의 나약한 패배자’로 낙인찍어서 승리함으로써 주류 후보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된 거죠.

◇ 최영일> '마이크로 타겟팅' 전략으로 맥케인 후보에게 막말해서 성공했다. 그런 해석이 가능하겠군요. 그런데 트럼프가 막말을 쏟아내는 대상을 보면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과 이슬람교도, 심지어 중국과 한국까지. 마구잡이 공격이 아닌가 하는 반론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이규창> 얼핏 보면 세상 트럼프가 세상 모두를 공격하는 것 같지만, ‘마이크로 타겟팅'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모든 이민자가 아니라 ‘불법 이민자'라고 대상을 한정 짓고, 그냥 이슬람교도가 아니라 ‘미국에 입국하려는 이슬람교도', 그냥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는 중국'입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지지자들의 89%가 백인이고 91%는 기독교도입니다. 즉, 공화당 지지자들이 싫어하는 대상만 콕콕 찍어서 공격했다는 거죠.

◇ 최영일> 마구잡이로 막 싸움을 거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대상을 골라서 싸움을 건다는 얘기로군요. 그러면 이제 트럼프의 막말 기술, 두 번째가 뭔지 들어볼까요?

◆ 이규창> 두 번째 기술은 ‘낚시와 덫'입니다. 그가 하는 막말은 잘 계산된 낚시이자 덫입니다. 트럼프의 연설문 전체를 보면 굉장히 쉽고 직관적인 문장으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잘 전달해요. 어떻게 보면 내용은 전체적으로 옳은 이야기이고, 평범한 이야기들입니다. 법 집행은 엄정해야 하고 법이 바로 서야 한다. 불법 이민을 잘 단속해야 한다. 이런 식이죠. 그런데 이런 쉽고 평범한 이야기들 사이에 꼭 막말 한 두 문장을 섞어 둡니다. 그리고 그 ‘막말'이 다음날 트럼프를 비판하는 진보 매체의 헤드라인이 됩니다. ‘멕시칸은 범죄자들, 강간범들이다.' 같은 문장이죠. 이런 막말에 기자들이 잘 낚이죠. 그를 비판하는 언론사는 옳다구나 헤드라인에 그 발언을 싣는데, 그 덕분에 트럼프는 대선 후보들 중 가장 신문 1면을 자주 많이 점유합니다. 점유율이 무려 82%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었어요. 대부분 헤드라인 문구는 그가 한 ‘막말'이었다는 걸 보면, 그는 언론을 잘 이해하고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헤드라인에 혹해서 내용을 읽어보면 불법 이민자들이 범죄 저지르고 다니는데 그냥 놔둬야 하느냐,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읽히죠. 그러면 막말 자체보다는 트럼프가 원하는 불법 이민자 문제가 경선의 주요 이슈가 되는 겁니다. 그 결과 공화당 경선 후보들은 물론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가 도대체 무슨 정책을 내놨는지 뭘 이슈로 삼고 있는지 거의 존재감이 사라지다시피 했죠.

◇ 최영일>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규창> 네, 감사합니다.

◇ 최영일> 지금까지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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