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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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찾.사 “남보단 못한 가족” - 윤용인 작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06-24 11:34  | 조회 : 4134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6년 6월 24일(금요일)
□ 출연자 : 윤용인 작가


노.찾.사 “남보단 못한 가족”


◇ 이익선 DJ(이하 이익선): 매주 금요일 이 시간, 사소한 것들인데 나한테는 너무 중요한 인생의 문제들,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는 아니더라도 어디 가서 물어보지 못한 나만의 고민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 노.찾.사, 노답을 찾는 사람들 시간입니다. 이 시간 청취자 여러분의 참여로 만들어지는데요. 문자로 질문이나 고민, 의견, 보내주세요. 유료문자 #0945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 시간 함께해주실 분, 윤용인 작가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윤용인 작가(이하 윤용인): 네, 안녕하세요.

◇ 이익선: 저희가 요일별 코너가 다 있는데, 금요일 코너 반응이 뜨겁습니다. 부담되십니까? 좋으십니까?

◆ 윤용인: 음.. 둘 다입니다. (웃음)

◇ 이익선: 이번 주,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준비했습니다. 가족, 옛날에 느끼는 가족이라는 단어랑 지금 느끼는 가족이 참 다르긴 한데요. 윤 작가께서는 가족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윤용인: 오랫동안 가족이 뭘까 하는 게 제 개인적인 화두였고, 제 글쓰기의 중요한 소재이자 주제가 된 게 가족이었는데요. 가장 최근에 제가 내린 나름의 정의는, 가족은 각자가 잘 사는 것, 그렇지만 서로 힘이 들 때 조금 더 힘을 가진 사람이 그 힘을 나눠주는 존재, 이게 가족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각자 사는데 누군가 힘이 좀 빠졌다면 힘을 조금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이 힘을 나눠주는 것, 그게 가족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익선: 친구랑도 비슷한데요? 친구도 각자 잘 살다가 친구가 힘이 빠지면 조금 여유 있는 친구가 도와주잖아요?

◆ 윤용인: 일정 부분에서 친구는, 사실 좋은 친구라는 것은 인간과 인간끼리 아름다운 거리 관계를 유지하잖아요. 너무 밀착되지 않고요. 오히려 가족도 친구처럼 일정 부분의 거리를 갖는 것이, 이게 뭐 서운한 이야기도 아니고, 가족은 무조건 일심동체고 일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저는 친구처럼, 아름다운 거리가 유지되는 것,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이익선: 좋습니다. 가족 중에도 남보다 못한 가족이 사실 오늘 세부 주제거든요. 저희한테 올라온 사연이 있어서 이걸 먼저 읽어드리고 가겠습니다.

“저는 36살이고, 여동생은 32살입니다. 집이 지방이라 같이 서울에 올라와서 산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여동생은 피부과 병원에 다니는데 살림하는 것 때문에 미쳐버리겠네요. 저는 패턴상 2주 동안 거의 집에 못 들어가거나, 들어가도 새벽 1시나 2시에 들어가서 자고만 나오는 형식인데요. 집에 들어가면 설거지는 안 되어 있고,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빨래 역시 일주일 내냐 쌓여만 있어서, 제가 사무실에서 이틀 밤 세우고 들어가 또 빨래를 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뭐라고 했더니 자기 빨래는 별로 없다면서 왜 자기가 언니 빨래까지 해줘야 하냐고 말합니다. 재활용 쓰레기도 자기 건 별로 없고 다 제거라고 핑계를 댑니다. 설거지도 자기는 많이 하는데도 쌓이는 거라고요. 동생은 맨날 일찍 들어오고, 주말 내내 쉬는 거 다 알거든요. 그런데도 노느라고 손 하나 까딱하지 않습니다. 정말 같이 살고 싶지 않은데, 10년을 일하고도 돈을 하나도 모아놓지 못한 동생 때문에 따로 살 수도 없습니다. 싸우다가 나가라고 하면 돈 없는 설움이 어쩌구 하면서 쪼르르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결국 저만 혼나게 됩니다. 속 터지게 하는 동생, 이거 어떻게 해야 해요? 언니라는 이유로 제가 계속 참아야 합니까?”

이거 참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겠네요. 어떻게 들으셨어요?

◆ 윤용인: 사연 읽으시면서도 스트레스를 같이 받으시는 것 같은데요. (웃음) 그러게요.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 이익선: 네, 그런데 언니 동생, 형 동생 있는 집안은 어느 집이나 약간의 갈등이 있는데, 이렇게 다 커서도 싸우거나 갈등이 있으면 심각한 거 아닌가요?

◆ 윤용인: 주변에서 보면 자매끼리 주먹 싸움하는 경우도 봤어요. 서로 화장품 누가 썼네, 이러다가 주먹싸움 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성인 동생이 눈이 팅팅 부어서 와가지고 왜 그랬냐고 했더니 언니한테 맞았다고 하는, 이런 경우를 실제로 봤습니다.

◇ 이익선: 그렇군요. 일단 이런 사연이 왔으니까 문제의 원인을 봐야죠. 언니가 너그럽지 못한 건가요? 동생이 이기적이 건가요?

◆ 윤용인: 글쎄요. 우선 저는 누가 문제다, 이렇게 진단하지 말고, 이 상황 자체가 문제가 생겼구나, 일단 이렇게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왜냐면 일단 누구 문제로 따지게 되면 서로 탓하느라고 해결이 어렵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이런 문제가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면 그때 각자의 스트레스가 보이는 거거든요. 지금 사실 언니가 사연을 보냈기 때문에 언니의 스트레스만 보이지만, 동생의 사연을 또 들어보면 분명히 뭔가 사연이 있을 거예요. 이게 뭔지 일단 유추를 해보면, 동생을 왜 그럴까요?

◇ 이익선: 언니가 지시하려고만 한다, 혹은 엄마, 아빠한테 엄청 사랑을 받고 컸다, 언니 수입이 월등히 많다?

◆ 윤용인: 그렇죠. 혹은 본인은 노력하는데 언니는 완벽주의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동생의 노력이 과소평가된다, 이런 것도 나올 수 있죠. 여하튼 그 사연이 뭔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동생도 언니가 이렇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동생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요. 눈치를 받는다든지, 언니한테 잘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든지, 그래서 저는 우선 이게 누구 탓이다, 이걸 이야기하기 전에 서로 터놓고서 이 상황을 좀 인정하고 우리가 각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까 우리가 각자 해결해보자, 그래서 너의 스트레스는 뭐고, 언니의 스트레스는 뭐냐, 이런 것을 서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이때도 막 문제가 자기 말만 하려고 하다가 싸우고 하니까요.

◇ 이익선: 사실 제가 사연 읽다가 조금 고쳐 읽었는데요. 앞서 동생이 언니한테 언니라고 안 하고, ‘내가 왜 니 빨래까지 해야 하냐?’ 이렇게 말한대요. 제가 보면서 괘씸하게 느껴졌는데요.

◆ 윤용인: 네, 우선 첫 번째는 우리가 둘 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각자 이야기를 하되, 가능하면 내 이야기만 먼저 하려고 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걸 좀 누르고, 상대 이야기를 듣는 자세로 상황을 접근해보자, 이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익선: 그래도 일단 객관적이려고 아무리 해도 동생이 10년 동안 일했는데 돈을 못 모았다, 불성실해 보이기도 하거든요. 제가 언니 편을 드는 건 아닌데.. 일단 언니가 우리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자, 진단을 그렇게 해주신 거죠?

◆ 윤용인: 맞습니다.

◇ 이익선: 0311님, “이 사연 완전히 저희 집 이야기입니다. 우리 딸에 세 명인데 서로 그렇게 싸워요. 그런데 문제는 첫째, 셋째가 편을 먹고 둘째를 공격하고 따돌립니다. 그런데 제가 봐도 둘째가 별나고 문제가 있어 보여요. 그래서 무조건 첫째, 셋째에게만 뭐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10대들이라 한창 예민하고 어려울 때라 심각하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윤용인: 지난주에도 저희가 미움 받을 용기에 대한 이야기 했는데요. 그 책이 아들러라는 심리학자와 관련된 책이에요. 우리가 프로이트나 정신분석학자 융은 잘 알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아들러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가 그 책으로 인해서 상당히 주목을 받고 있죠. 워낙 유명하신 심리학자인데 이분이 가족계통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셨습니다. 그래서 차남들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콤플렉스, 둘째가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 이런 것이 분명히 있다는 부분으로 굉장히 집중적인 연구를 하신 분이거든요. 그런데 이 사연을 주신 분도 첫째, 셋째가 둘째를 따돌린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갑자기 차녀죠. 딸만 셋이라고 했으니까, 그래서 아들러 심리학이 갑자기 떠올랐는데, 둘째들이 보이고 있는 약간의 행동들이 이렇게 눈의 띄는 행동들 자체는 일정 부분에서는 이게 둘째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하는 이해 속에서 바라 볼 필요는 조금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이상하다고만 하기 보다는, 위를 바라보고 동생에게 일정 부분 자기 사랑을 양보했던, 이런 부분에서 가지게 되는 특수한 포지션, 이런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 이익선: 첫째는 첫째라서 대접받고, 막내는 막내라서 사랑받고, 둘째들은 약간 외향적이거나 남다른 개성을 가진 경우가 많아 보여요.

◆ 윤용인: 생활력도 강하고요.

◇ 이익선: 그렇군요. 그런데 앞선 사연에서도 그렇고, 가족들 간에 성격 차이라든지, 삶의 패턴이 달라서 생기는 갈등들이 있습니다. 아주 소소한 거, 치약을 위에서 짜냐? 아래에서 짜냐?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를 바깥으로 거냐? 아래쪽으로 거냐? 젖은 슬리퍼를 세워두냐? 별개 다 있는데요. 도대체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디까지 상대방에게 요구를 해야 하나, 가족 안에서 어떤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드는데, 이거 어렵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윤용인: 가족은 사실 사소한 문제로 계속 부딪치고, 사소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서로 공유하기 때문에 특별한 가족이라는 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선 제가 항상 이런 문제에서는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스트레스 받는 사람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라든지, 왜 이렇게 예민해? 하고 이야기를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치약을 위에서 짜냐? 아래에서 짜냐? 이걸 가지고 누군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빨래를 빨래 통에 넣어라, 그럼 넣어주면 되잖아요? 그걸 가지고 말하는 사람에게 잔소리가 심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이익선: 그렇군요. 누군가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내 기준이 아니라 그의 기준으로 맞춰주는 노력을 해줘라?

◆ 윤용인: 그렇죠.

◇ 이익선: 알겠습니다. 잠깐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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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선: 당신의 전성기 오늘, 금요일 코너, 노답을 찾는 사람들, 노.찾.사 함께하고 계십니다. 그새 문자들 주셨네요. 0121님, “출근하기 싫어요. 어떡하죠?” (웃음) 이거 답이 없는데, 진짜 노답이네요. 윤 작가님, 뭐라고 한 말씀 해주세요.

◆ 윤용인: 모든 직장인들이 특히 금요일 비오고 이러면 출근하기 싫잖아요. 뭐 몇 시간만 있으면 내가 보장받은 휴일이다, 이 생각으로 기운 내셔야겠죠.

◇ 이익선: 2374님, “53입니다. 이혼하고 딸 한 명 키우는데, 최선을 다 했는데 딸이 이제 컸다고 엄마하고 잘 안 놀아줘요. 당연한 건데 마음이 아프고 허무합니다.”

◆ 윤용인: 자식이 내 품에서 빠져나갈 때 그 쓸쓸함, 허망함, 부모들이 다들 정말 겪는 건데요. 더군다나 혼자서 딸을 키우셨기 때문에 훨씬 더 마음의 공허함이 크실 것 같아요. 딸이 어쩌면 오히려 내가 컸으니까 엄마를 편하게 해드려야지, 이런 마음도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엄마가 가지고 있는 이런 허전함에 대한 온도차를 사실 그렇게 똑같이 느끼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어느 날 딸하고 같이 차 한 잔 마시면서 솔직히 이야기해주시면 해결책이 조금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 이익선: 이거 엄마만 그런가요? 아빠도 그렇지 않아요? 윤 작가님은 어떠세요?

◆ 윤용인: 많이 그렇죠. 그냥 그런 마음을 부부가 같이 공유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하면서 서로 손 한번 잡아주고, 같이 위로하고, 이러죠.

◇ 이익선: 네, 6210님, “저는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오빠가 한 명 있어요. 오빠는 저에게 친구이자 보호자이자 아빠 역할을 했죠. 그런데 제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오빠가 저에게 과도한 보호를 하려고 합니다. 친구들은 집착을 하는 것 같다고까지 말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윤용인: 어려서부터 그런 역할을 했다고 한다면 사실 물리적으로 실제 동생의 나이를, 오빠는 그 나이 그대로 보이지 않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지금 23이라도 오빠 눈에는 13살로 보일 수 있습니다. 윗사람들은 늘 그렇게 보기 때문에, 그런데 이게 너무 정도가 심하면, 이게 어떤 영화 소재 중에서도 제가 문득 드는 생각이 스티브 맥킨의 셰임이라는 영화가 굉장히 유명한 영화가 있거든요. 여기도 오누이들끼리 이런 문제가 나오는 영화였는데요. 대개 그런 영화들 곳에서 감독들이 다룰 때는 이런 정도가 심해졌을 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빠가 나를 굉장히 사랑하는 건 알고, 오빠 눈에 내가 늘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보인다는 것도 알고, 늘 그렇게 봐주는 오빠가 고마워요. 그런데 나는 이제 많이 컸고, 오빠가 나를 성인으로 대우해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이익선: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겠죠?

◆ 윤용인: 그렇죠.

◇ 이익선: 네, 두 번째 사연이 있어서, 이거 읽어드릴게요.

“저희 엄마는 집에 있는 책이란 책, 가전제품, 의류, 식기세트, 화장품, 악세사리, 농산물 할 것 없이 누가 달라고 하면 거절 못하고 다 주세요. 사놓은 옷도 정작 입을 때가 되어서 찾아보면 엄마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줘버려 없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엄마가 너그럽다고요? 정작 우리 집은 망해서 지방에 내려와 아버지는 힘들게 농사짓고, 저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해 알바를 하고 있는데, 돈 많고 잘 사는 이모들한테 농산물이며, 있는 거 없는 거 다 퍼주는 게 잘하는 건가요? 더 화나는 건 남한테 이렇게 잘하는 엄마가 저와 아빠한테는 매번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다는 겁니다. 이모나 누가 바리바리 가져간 것 가지고 뭐라고 하니까 엄마가 갑자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저한테 욕까지 하셨어요. 남들한텐 싫은 소리 한 번 못하고 늘 웃는 얼굴로 좋은 말만 하지만 가족들한테는 자신의 기준에서 조금 벗어난다 싶으면 소리부터 지릅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저한테 혹시 계모 아니냐고 진지하게 물어볼 정도였죠. 며칠 전에는 글쎄, 제가 고등학교 은사님께 받은 목걸이를 책상 위에 두었는데, 그걸 엄마가 이모한테 줘버린 겁니다. 저는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저도 모르게 소리 지르며 다 집어던지고 울었는데요. 황당하게도 엄마가 오히려 더 큰 소리를 치시며 시끄럽다고 하시네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아빠는 포기하신지 오래입니다. 어찌해야 해요. 엄마는 왜 가족보다 남을 더 챙기실까요?”

이 사연 공감하시는 분 많을 것 같아요. 남한테는 잘하는데 가족한테는 못한다, 이런 가족이 있는 집 있잖아요?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윤용인: 실제로 편한 사이가 가족이고, 그래서 실제 우리들이 받는 상처는 거의 가족에게 받는다는 말을 많이 하죠. 왜냐면 바깥에서는 인간관계라든지 자신의 처신을 늘 긴장하면서, 제가 초반에 아름다운 거리감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긴장하고, 우리가 페르소나라고 하는 가면을 쓰잖아요? 복면가왕처럼. 실제로 저는 그런 가면을 쓰는 것 자체가 위선적이거나 나쁘다고 보지 않거든요. 당연히 그건 타인에 대한 배려고, 예의고, 내가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잖아요? 화장을 하고 이러는 것도 타인에 대한 배려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에 모든 가면을 다 던지고, 그리고 집은 무조건 내가 다 편안한 곳이고,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곳이다, 이렇게 되니까 그런 편안한 사람들끼리 부딪치는 게 근본적인 문제가 될 수 있겠죠.

◇ 이익선: 네, 조금 의외인 게, 보통 아빠들이 그러는 경우는 많이 봤거든요. 바깥에서는 잘하는데 집안에서는 무뚝뚝하다, 이런 경우 자주 봤는데, 엄마가 이러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아요. 너무 남의 평가나 시선을 신경 쓰는 거 아닐까요?

◆ 윤용인: 그게 실제로 시선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인지, 아니면 정이 실제로 많은 건지는 사실 이 정도 사연을 가지고 알 수는 없는데요. 제가 이런 생각은 듭니다. 한편으로는 엄마의 이런 나누는 마음이, 긍정적으로 본다면 이 집안에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딸의 시선에서는 이모들한테 무조건 퍼준다고 하지만 그렇게만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이런 거거든요. 회사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직원이 있다, 그러면 그 직원을 정리해야 하냐고 하면, 저는 그렇게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 사람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꼴찌가 안 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항상 뭔가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항상 제거하는 방식으로 가게 되면 그건 또 다른 문제가 계속 나와요. 오히려 엄마의 이런 퍼주고 나눠주고 하는 부분 자체를 무조건 그냥 우리 집도 문제가 많은데 다 퍼준다고 볼 게 아니라. 이면적인 부분에서 이 집에 뭔가 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추측이 들거든요.

◇ 이익선: 그런데 딸의 입장에서 뭔가 액션을 취하거나, 엄마한테 이야기하고, 이럴 건 아닌가요?

◆ 윤용인: 아니죠. 그런데 문제는 방식이에요. 줄 거면 엄마 것만 주면 되는데, 자식 것까지 준다는 것은 자식은 내 소유라고 생각하는 지점하고 맞닿아 있죠. 그리고 설령 준다고 해도 말 한 마디는 있어야 하는데요. 말 한마디 없이 주는 이런 방식의 문제가, 저는 엄마가 굉장히 정이 많다는 것은 존중하자고 해도, 이 방식은 분명히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만약에 엄마가 말을 듣지 않으면 한 번 이런 방법도 있을 것 같아요. 엄마가 정말 아끼는 것을..

◇ 이익선: 누구한테 줘버려요?

◆ 윤용인: 그렇죠. 실제로 주지는 말고, 엄마의 반응을 한 번 보자는 거죠. 엄마 기분은 어떤가?

◇ 이익선: 와, 극약 처방을 내리셨어요. 기타 문자들 좀 보겠습니다. 3285님, “작가님 말씀도 맞지만 저는 조금 반대 상황입니다. 남편이 저나 아이들에게 오히려 너무 예의바르고 거리를 두는 것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더 편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는데, 제가 이상한가요?” 이런 댁도 있으시군요?

◆ 윤용인: 그러네요. 이런 경우에도 지금 문자주신 분 심정에서는 조금 불편하다, 가족인데 왜 거리를 둘까? 이런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 같네요.

◇ 이익선: 저 같으면 제가 더 망가질 것 같아요. 내가 격식이나 이런 걸 갖추기 때문에 상대에게 그게 보인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내가 더 풀어지고, 내가 더 느슨하게 이런 모습을 보이면 상대도 그러지 않을까요?

◆ 윤용인: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족이라는 구성 자체가 특히 두 사람이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고 하지만 거의 30년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서 가정을 이루는 것이지 않습니까? 환경 중에서 특히 굉장히 엄격한 집안, 또는 규율 자체를 아주 강하게 강조하는 집에서 자라신 분들한테는, 그리고 이를테면 특정한 직업, 군인이라든지, 이런 분들한테는 사실 이렇게 타인에게 쉽게 허물어지고, 이런 모습을 안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이건 사연주신분이 서운함이 있다고 해서 남편이 실제로 거리감을 준다든지,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상대의 스타일로 보시면서 이야기 나눠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이익선: 알겠습니다. 노답을 찾는 사람들, 노. 찾. 사, 오늘도 윤용인 작가님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윤용인: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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