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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곽정수 기자의 기업이야기] “전문경영인 기업? 재벌소유 기업? 정답은?”-한겨레신문 경제부 곽정수 선임기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9-02 18:10  | 조회 : 5679 
[곽정수 기자의 기업이야기] “전문경영인 기업? 재벌소유 기업? 정답은?”-한겨레신문 경제부 곽정수 선임기자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7:00)
■ 진행 : 김윤경 기자
■ 대담 : 한겨레신문 경제부 곽정수 선임기자

◇김윤경> 곽정수 기자의 기업이야기 시간입니다. 한겨레신문 경제부의 곽정수 선임기자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한겨레신문 경제부 곽정수 선임기자(이하 곽정수)> 네. 안녕하세요.

◇김윤경> 이제 9월이 되니까 새로운 통합법인들도 많이 출발을 하던데,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잖아요. 이렇게 되면서 삼성의 3세 경영 승계, 재벌 지배 구조. 이런 것들이 관심을 계속 끌고 있는데요. 너무 대기업들 문제가 많아서 등한시 했다고 해야 할까요. 관심 밖에 있었던 게 포스코 수사였는데요. 이게 지금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나요?

◆곽정수> 예. 지금 한 6개월째 끌었잖아요? 그런데 거의 정점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검찰이 내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출석시켜서 조사를 할 예정인데요. 정 전 회장은 그동안 포스코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받아온 인물이고요. 이번 출석도 피의자 신분이에요. 결과가 어떨지 다들 관심인데. 정 전 회장은 재임 당시 2009년부터 2013년까지였는데요. 국내에서 수십 건의 인수합병, 이런 것을 하고. 그 과정에서 상당 부분 무리하고 부실한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포스코에 5,000억 이상 손실을 끼친 성진지오텍. 그 때 부채 비율이 수천 퍼센트였다는. 그 회사를 시가의 두 배 정도 비싼 가격에 산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요. 또 하나 더는 정 전 회장이 동양종합건설이라고 배성로 회장은 이미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이쪽에서 인도나 베트남 등 해외 사업 관련해서 하도급,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했다는 그런 의혹도 받고 있죠.

◇김윤경> 정 전 회장이 관여했다고 혐의가 있는 것이죠.

◆곽정수> 그렇습니다.

◇김윤경> 다른 이야기가 있나요? 그 정도가 가장 큰 건가요?

◆곽정수> 사실 지금 상황이 검찰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김윤경> 왜요?

◆곽정수> 무슨 얘기냐면. 이번 정준양 회장을 불러서 조사는 하지만 과연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인데. 검찰이 앞서 포스코 비리의 또 다른 몸통으로 지목된 인물이 있어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라고요. 이 사람을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모두 기각됐어요. 법원에서. 그리고 아까 잠깐 언급했었던 포스코 그룹으로부터 특혜 의혹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배성로 동양종합건설 회장의 구속영장도 역시 기각됐고요. 그래서 지금 수사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예요.

◇김윤경> 이 두 건이 다 기각이 된 것은…….

◆곽정수> 기각이 됐죠. 혐의가 구속시킬 사안이 아니라고 본 거예요. 법원에서. 결국 검찰이 무능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원래 애초에 이 포스코 수사가 청와대 하명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했던 것 아니냐. 이런 지적까지 지금 나오고 있거든요.

◇김윤경> 철저하게 검토하지 않고 서둘러서 했다.

◆곽정수> 지시를 하니까 막 움직인 거죠. 벌서 검찰 주변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아까 잠깐 언급했지만. 사실 그 비리 자체가 크다, 작다 얘기하는 것이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작 세간에서 기대하고 있는 그런 수준의 비리 혐의가 아니고, 그냥 작은 것들로만 해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 이런 전망도 나오는데. 애초 포스코의 경우에 이런 부실 투자나 부정비리 근본 뿌리에는 정 회장과 이명박 정권 실세들과의 유착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었거든요.

◇김윤경> 지역적으로 TK, 대구, 경북 지역 실세들이죠.

◆곽정수> 그렇죠. 선임 과정부터 그랬고, 그 이후에 소위 포스코를 통해서 자기들 이권을 챙기는 과정에서 이렇게 부실 투자도 되고, 거래 업체 유착도 생기고. 이랬다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검찰 수사를 보면 그 윗선에 대한 수사는 전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김윤경> 비리의 말초만 건드린.

◆곽정수> 그런데 검찰이 욕을 먹어도 싼 게. 이미 4년 전에. 제가 아까 성진지오텍 말씀드렸잖아요? 부실기업을 고가로 인수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는. 거기에 전정도 전 회장이, 그 사람이 자기 지분을 포스코에 비싸게 판 건데. 그 때 4년 전에 이미 배임횡령 사건이 있었어요. 이 사람이. 지금은 구속되어서 들어가 있지만. 그 당시에 검찰 측에서 성진지오텍의 특혜 의혹에 대해서 수사를 했습니다. 그래가지고 당시에 산업은행이라든가, 포스코라든가, 미래에셋 등 당사자들 모두 조사했는데. 그 때는 무혐의 처분했거든요. 그러니까 그 때 제대로 했으면 지금 진작 시시비비가 가려졌겠죠.

◇김윤경> 그 때는 그 정권이 있으니까 그랬겠죠.

◆곽정수> 바로 그렇습니다. 그 때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잖아요. 권력 눈치 보면서 그냥 넘어간 거죠.

◇김윤경> 그러니까 지금 얘기를 하면 계속해서 포스코는요. 정권에 따라다니게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그 원인은 뭐라고 봐야 될까요?

◆곽정수> 사실 그 문제가 포스코의 족쇄라고 볼 수가 있는데. 포스코가 지금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어요. 물론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인데. 그동안 포스코 최고경영자들 선임 과정에서 보면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개입을 해왔거든요. 역대 회장 중에 임기를 제대로 마친 회장이 한 명도 없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 때 임명된 회장이 중도 하차하는 일이 반복돼 왔잖습니까? 그것은 정권이 포스코를 일종의 전리품으로 여겼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회장 임명에 관여하고, 임명시켜 놓은 다음에는 사업 관련해서 부정한 이득을 챙기려 했고. 그렇잖습니까? 정준양 회장만 하더라도 2009년 2월에 당시 정권 실세들로 불렸던 박영준 전 차관이라든가, 이상득 전 의원. 이런 사람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이미 제기됐었고요. 하지만 그렇게 포스코 회장들이 그런 식으로 다 중도하차하고 새로 정권 바뀌면서 됐지만. 이렇게 회사 경영을 망쳤다는 지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정준양 회장이.

◇김윤경> 그런데 보면 포스코는요. 롯데나 이런 데는 우리가 지배 구조 문제, 이런 것으로 계속 공격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데. 지배구조 같은 경우에는 사실 누군가가 장악을 할 수는 없는 기업이잖아요?

◆곽정수> 사실 그게 굉장히 핵심적인 말씀을 하신 것인데. 이번에 롯데 건도 그렇고, 그 이전에 한진 건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 때도 그렇고. 이 재벌의 불합리한 경영 세습이라든가, 황제 경영이라고 해서 어떤 법조차 지키지 않고 총수가 손가락으로 지시와 모든 것을 하는 그런 전근대적인 경영 행태에 대해서 개혁론이 많이 비등했었잖아요. 높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일부 전문가들은 재벌들의 이런 오너 경영 체제를 결국은 서구식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해야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해왔어요.

◇김윤경> 예. 그런데 사실 포스코는 전문 경영인이잖아요. CEO가 하는 거잖아요.

◆곽정수> 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국민 기업인 포스코는 그런 유력한 모델로 거론이 돼왔거든요. 왜냐하면 주인 없으면서도 세계적인 철강사로 우리 경제 발전에 기여를 했고. 지금 재계 6위까지 올라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난 몇 년간의 경험으로 봐서는 이런 전문 경영인도 불과 몇 년 만에 회사를 최대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거든요. 그렇죠? 특히 포스코 같은 경우에는 정준양 회장 전임인 이구택 회장 시절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아주 대대적으로 마련했어요. 그래서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을 아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하겠다고 해서 그것을 실행해 왔는데. 사실은 정준양 회장 케이스로 보면 그것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죠.

◇김윤경> 그러네요.

◆곽정수> 이러다 보니까 과연 우리 재벌들이 향후 소유 지배 구조를 어떤 모델로 가져갈 것이냐, 에 대한 논란이 앞으로 새롭게 제기될 것 같아요.

◇김윤경> 예. 바로 그 질문을 드리고 싶었는데요. 그러니까 오너가 있고 총수가 있어서, 정말 이 기업은 내 거니까 잘 해내야 돼, 라는 주인의식을 갖는 게 오히려 이렇게 흐지부지 되고, 정권에 좌우되고 하는 전문 경영인이 있는 기업보다 나은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케이스거든요.

◆곽정수> 이미 재벌들 중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죠.

◇김윤경> 그렇죠.

◆곽정수> 지금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여러 사건을 통해서 재벌 체제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라든가, 전근대적인 세습 경영 시스템이라든가. 이런 것들 때문에 욕은 먹었지만. 그런데 결국 자기 회사라는 생각 때문에 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외국에서 부당한 압력이 오면 방어하고. 이런 노력을 하는데. 이 전문경영인 같은 경우에 있어서는 어차피 내가 몇 년 뒤에 나가는데. 그리고 자기 임명하는데 힘 써준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되잖아요. 결국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렇습니다. 이 기업 소유 지배 구조. 예를 들면 오너 체제라든가 전문 경영인 체제 중에서 어느 것이 낫다는 절대적인 판단은 어렵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각 유형별로 장단점이 있고. 또 각 기업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인 차이도 있잖아요. 그래서 향후에 선진국 사례를 보면 처음에는 모두 가족 소유 경영에서 출발했지만, 3, 4세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형태로 소유 지배 구조가 분화됩니다. 대표적으로 가족 소유 경영 체제를 계속 유지하거나, 아니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완전히 전환하거나. 아니면 가족 경영과 전문 경영인을 믹스시켜서 파트너십으로 하는 경우도 있어요.

◇김윤경> 거기가 어떤 데가 그런 예가 있을까요?

◆곽정수> 이를테면 독일의 히든 챔피언 중 하나인 밀레라는 데가 있어요. 거기는 프리미엄 가전 세계 1위잖아요. 거기가 100년이 넘었거든요. 거기는 지금 가족 경영 체제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혼합한 형태로 하고 있어요. 파트너십이죠.

◇김윤경> 그렇군요.

◆곽정수>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다 2세에서 3세로 전환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우리 재벌들도 이런 소유 지배 구조 전환의 출발점에 서있는 것 같아요. 어디로 갈 것이냐 결정해야 되겠죠. 스스로를.

◇김윤경> 그러면 그게 본인의, 개인의 양심적인 선택에 맞길 수는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주주들의 감독이랄까요, 감시랄까요. 그런 것들이 좀 철저하게 이뤄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곽정수> 굉장히 중요한 말씀 하신 거고요. 그런 시장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고. 또 국민 일반의 사회적 요구도 있을 것이고. 각 그룹의 역사적, 문화적 특성도 있을 것이고. 또 오너 총수 일가의 역량도 있을 것이고.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소위 고려가 돼서 가장 자기에게 맞는 옷을 결정해야 되겠죠.

◇김윤경> 그런데 그것은 참 누군가가 총대를 멜 수는 없고 그런 부분이잖아요?

◆곽정수> 누구 한 사람이 결정할 수는 없겠죠.

◇김윤경> 그런데 이것을 사회적인 합의로 이끌어갈 수도 사실은 없는 것이고. 그렇죠.

◆곽정수> 쉽지 않은 문제죠.

◇김윤경> 쉽지 않은 문제죠. 그래서 그러면 곽정수 기자님 보시기에는 포스코 문제 같은 경우를 예를 들어서 생각한다면. 어떤 쪽으로 바뀌는 게 좋을까요?

◆곽정수>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자 초기에는 재벌 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면들이 많이 부각되다 보니까. 전문경영인 체제가 하나의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사실은 했어요. 그런데 사실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기업의 소유 지배 구조에서 절대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하나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까 여러 가지 조건들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기업의 소유지배 구조도 일종의 역사적 산물이라는 거예요. 그것은 무슨 이야기냐면 우리가 어린 얘들한테 갑자기 성인이 해야 될 것을 강요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김윤경> 그렇죠.

◆곽정수> 그렇죠? 각자 자기 역사적 과정을 밟아서 커 올라가는 것이잖습니까. 우리 재벌도 이제 그런 시점이 왔다는 거죠.

◇김윤경> 아주 중요한 변곡점에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곽정수> 예. 수고하셨습니다.

◇김윤경> 한겨레신문 경제부의 곽정수 선임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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