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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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코드 94.5] 재벌 풍자, 재벌 응징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9-01 20:25  | 조회 : 2132 
[문화코드 94.5] 재벌 풍자, 재벌 응징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9/01 (화)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매주 화요일에는 뉴스 안에 담긴 다양한 대중문화의 코드를 읽어봅니다. <문화코드 94.5> 정덕현 문화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하 정덕현): 예. 안녕하세요.

◇최영일: 지난 주말에 영화 베테랑이 관객 수 천만 명을 돌파했죠?

◆정덕현: 네 그렇습니다. 사실 류승완 감독표 액션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데요, 재미있는데 지금껏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경우는 없었죠. 그래서 좀 아쉽기도 했는데 이번 베테랑이 천만을 넘으면서 류승완 감독도 천만 클럽에 들어가게 됐네요. 올 여름에는 한국영화 성적이 꽤 좋은데요, 암살과 베테랑 이렇게 두 영화가 다 천만을 넘기면서 이른바 쌍천만 시대를 열었다고 하더군요.

◇최영일: 영화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재벌 3세를 형사가 단죄하는 건데요. 유아인 씨가 연기한 재벌3세를 보면서 굉장히 많은 사건 속의 재벌이 모습이 응축돼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정덕현: 그렇죠. 아마도 이 부분이 류승완 감독표 액션에 힘을 실어줬다고 봐야겠죠. 영화 속 재벌3세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전형적인 허구처럼 보이는데, 이게 그저 허구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 오히려 현실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런 재벌가의 폭력 사건을 여러 차례 뉴스를 통해 접한 적이 있잖아요. 이른바 맷값을 던져주면서 폭력을 행사한 재벌가 사건도 있었고 아들을 대신해서 회장님이 직접 나서서 폭력을 행사한 일도 벌어졌었죠. 그러다보니 이 영화가 바탕에 깔고 있는 재벌가의 폭력과 그 응징에 더 현실감이 느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영일: 재벌 풍자, 재벌 응징. 왜 이런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 많은 관객들이 열광하는 걸까요?

◆정덕현: 이른바 갑을 정서라고 하잖아요. 그 밑바닥 정서를 들여다보면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있거든요. 사람을 때리고도 “얼마면 돼”라고 묻는 식이고, 심지어는 이익을 위해 생명을 내모는 일도 벌어지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사건이 벌어져도 실제로 재벌들이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지는 의문입니다. 법조차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여러 번 대중들은 목격해왔으니까요. 그래서 영화라는 판타지 속에서라도 이를 응징하거나 풍자하는 걸 보고 싶은 것이죠.

◇최영일: 결국에는 재벌을 보는 시선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겠죠?

◆정덕현: 과거에 재벌이라면 무언가 판타지적으로 그려지는 면이 많았죠. 그 많은 신데렐라 드라마들을 떠올려 보세요. 신데렐라 옆에는 재벌가 2세라는 이 시대의 왕자님들이 있잖아요. 거기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이 신데렐라를 백화점 같은 곳에 데려가 옷을 쫙 입혀주고 하는 장면일 거예요. 심지어 <시크릿 가든> 같은 드라마에는 아예 남자 주인공이 백화점 사장이잖아요. 뭐든 갖고 싶은 거 다 가져 이러는 거죠. 그런데 이런 판타지로 그려지던 재벌이 이제는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는 거죠. <베테랑>도 그렇고, 드라마 <용팔이>나 <미세스캅> 같은 경우도 다 보면 악역이 재벌입니다. 악역으로서 존재하는 자본과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생기고 있다는 거죠.

◇최영일: 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하죠. 모범이 되는 재벌도 분명 존재하잖아요?

◆정덕현: 물론입니다. 재벌이라고 모두 부정 축재한 인물들만 있는 건 아니죠. 예를 들어서 유한양행을 일군 고 유일한 박사 같은 분은 존경받는 기업인의 표상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가진 전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했던 분이죠. 기업가 정신이 남아있는 재벌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분들을 찾기가 어렵다는 거죠. 똑같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갈수록 골이 깊어가는 양극화 속에서 서민들이 재벌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내 것을 빼앗아 치부하고 있는 존재들처럼 보이기 마련이죠.

◇최영일: 요즘 브라운관에서는 드라마 용팔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드라마든, 영화든 간에. 그동안 재벌은 참 많은 작품에서 소재가 되어왔죠. 앞으로도 계속해서 등장하겠죠?

◆정덕현: 용팔이를 보면 기가 막힌 게 VIP병동이 나오잖아요. 서민들이 가는 병동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대부분 재벌가나 그 관계자들만이 가는 병동이죠. 이 병동에서 VIP들은 환자가 아니라 고객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용팔이는 바로 이런 위화감을 용팔이라는 서민 의사의 눈으로 바라보는 드라마라고 볼 수 있죠. 시청률이 20%를 넘겼는데 이건 최근 드라마 시청률로 보면 놀라운 수치입니다. 거기에는 어쨌든 재벌가에 대한 대중정서가 깔려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관에는 베테랑 안방극장에는 용팔이가 모두 재벌을 비판하고 있는 거죠.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지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렇겠죠.

◇최영일: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문화코드 94.5> 정덕현 문화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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