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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위해 불편하지 않다 말하는 장애인 현실, 안타까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8-27 11:23  | 조회 : 3597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5년 8월 27일(목요일)
□ 출연자 : 뇌성마비 극복하고 서울대 졸업생 대표 연설하는 정원희 씨


- 내일 졸업생 대표 연설... "떨려요"
- 내가 받은 도움, 대학와서는 돌려주고 싶었다
- 연극, 봉사, 여행... 휠체어 타고 경험 충만 대학생활
- 휠체어타고 유럽여행 "어떻게든 길이 생기더라"



◇ 신율 앵커(이하 신율):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계속 갈망하라. 여전히 우직하게!" 이 말은 스티브 잡스가 2005년 미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한 말입니다. 많이 화제가 됐죠? 이 말처럼, 내일 우리는 더 감동 있는 연설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 서울대학교 가을학기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 연설을 맡은 학생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선천성 뇌성마비를 극복하고 6년 동안의 대학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정원희 씨가 주인공입니다. 지금 무척 떨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미리 만나보겠습니다. 정원희 씨, 안녕하세요?

◆ 정원희 학생(이하 정원희): 네, 안녕하세요.

◇ 신율: 졸업 축하드립니다.

◆ 정원희: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졸업하니까 좋죠?

◆ 정원희: 네, 너무 좋죠.

◇ 신율: 그런데 졸업할 때 좋지 않은 학생들도 있어요. 취업이 안 되면 별로 안 좋거든요. 취업 되셨어요?

◆ 정원희: 네, 현재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 신율: 그렇군요. 어느 회사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 정원희: 한국투자공사라고 해외투자하고 있는 곳입니다.

◇ 신율: 그것도 축하받을 일이네요.

◆ 정원희: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잘 된 일이 한 두 개가 아닌데요. 타고난 운이 좋으신 모양이에요.(웃음)

◆ 정원희: (웃음)그런가봐요.

◇ 신율: 몸이 조금 불편하다고 들었는데요.

◆ 정원희: 네, 맞습니다.

◇ 신율: 몸이 불편한데 학교 다니기 힘들지 않으셨어요?

◆ 정원희: 어려움이 아예 없었다고 하면 그건 틀린 이야기이긴 한데요. 그래도 워낙 저는 학교에서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 좋은 선생님,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아주 큰 어려움 없이 잘 다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신율: 그렇죠. 배려가 참 중요한데요. 사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은 비장애인에게도 아주 살기 좋은 세상이거든요.

◆ 정원희: 맞아요.

◇ 신율: 제가 독일에서 공부를 했는데 독일 같은 경우는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라는 우울한 역사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몸을 다친 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전쟁 중에 부상을 당해서 다리가 없으시거나 팔이 없으신 분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그래서 거기에선 굉장히 그런 배려가 잘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많이 부족했잖아요.

◆ 정원희: 네, 그렇죠. 아무래도.

◇ 신율: 초등학교 때부터 일반학교 다니셨어요?

◆ 정원희: 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일반학교 다녔어요.

◇ 신율: 갑자기 궁금해지는 게, 서울대학교 다녔을 때가 기뻤어요? 아니면 지금 취직했을 때가 더 기뻤어요?

◆ 정원희: 어... 글쎄요. 둘 다 좋죠. 둘 다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웃음)

◇ 신율: 내일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연설 하잖아요?

◆ 정원희: 네, 그렇게 되었네요.

◇ 신율: 지금 많이 떨려요?

◆ 정원희: 네, 워낙 그렇게 큰 자리에서 이야기해보는 것도 처음이고, 믿고 맡겨주신 만큼 잘 해야 할 텐데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 신율: 지금 방송하시는 게 더 많은 사람이 듣고 있습니다. 저희가 아침 시사프로그램 중에서는 청취율이 꽤 잘 나오는 프로그램인데요. 지금 한 번 연습해보세요. 지금 연습해보면 내일 덜 떨립니다. 내일 어떤 이야기할 건가요?

◆ 정원희: 제가 내일 드릴 이야기를 간단하게 드리자면, 저는 장애를 가지고 있고, 제가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느낀 바를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만약 내가 어떤 일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나 스스로를 믿고 나간다면, 우리는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요. 그것들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을 거고 어떤 장벽들이 존재할 수 있지만, 그런 장벽을 장벽이라고 느껴서 장벽으로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고 그걸 바꿀 수 있는 것도 우리 자신이다. 그래서 마음껏 꿈꾸고 내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자,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 신율: 말씀 잘 하시네요. 내일 하나도 안 떠실 것 같아요.

◆ 정원희: 감사합니다.

◇ 신율: 방송에서도 이렇게 안 떠시는데 내일 떨 이유가 없죠.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코스모스 졸업을 하게 되었는데, 휴학을 했었나요? 가을학기 졸업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 정원희: 제가 교환학생을 갔다 오기도 했고, 또 중간에 연극을 1년 정도 하면서 학교를 조금씩 다니면서 한 적도 있고요.

◇ 신율: 연극도 하셨군요?

◆ 정원희: 네. 그리고 다른 활동들을 많이 하다보니까 학교를 천천히 다녀서 졸업이 좀 늦어졌습니다.

◇ 신율: 옛날에는 4년에 졸업을 대부분 했지만 요새는 4년 만에 졸업하는 학생들이 드물잖아요? 취직도 힘들고 그래서 계속 늦추는 학생들이 많은데요.

◆ 정원희: 네, 맞아요.

◇ 신율: 그리고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셨다고 하던데요.

◆ 정원희: 네, 봉사활동도 좀 했어요.

◇ 신율: 어떤 것 하셨어요?

◆ 정원희: 제가 했던 게 우선 다문화가정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저희 학교가 있는 관악구 어린이들과 함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고요. 두 번째로는 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비학교 보조교사로도 활동을 했습니다.

◇ 신율: 그렇게 봉사활동 많이 한 이유가 있어요?

◆ 정원희: 이유라고 한다면 저는 어릴 때부터 대학에 올 때까지 주변에서 너무 좋은 에너지를 많이 주시고, 저는 받기만 하고 살았다는 생각을 대학에 와서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분들께 드리기 위해서, 그런 걸 찾아 나섰던 것 같아요.

◇ 신율: 네, 제가 선생 티내는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학점은 좋았나요?

◆ 정원희: 안 좋아요.(웃음)

◇ 신율: 이걸 왜 물어봤냐면, 이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학점이 좋으면 큰일이죠.(웃음)

◆ 정원희: 네, 공부도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요.(웃음)

◇ 신율: 아닙니다. 대학생활은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경험입니다. 제가 항상 우리 과 학생들에게도 하는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입니다. 경험을 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여행인데, 여행은 많이 다녔나요?

◆ 정원희: 네, 대학교 때 여행 많이 다니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요. 유럽 여행, 미국, 캐나다 등등 여행 열심히 다녔어요.

◇ 신율: 혼자 갔었나요?

◆ 정원희: 혼자 간 것도 있고, 친구들이랑 같이 간 것도 있고요.

◇ 신율: 그래요. 여행 가는 것도 대단한 도전인데, 휠체어 타시잖아요?

◆ 정원희: 네.

◇ 신율: 그런데 두렵거나 걱정되거나, 그런 생각은 안 가졌어요?

◆ 정원희: 사실 어느 정도 걱정이 되는 건 있죠. 아무래도 처음 가보는 길이고, 혼자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해서든지 갈 수 있는 길들이 생기긴 하더라고요. 미리 알아보고, 조금 천천히 가고, 아니면 돌아가고, 그런 것들을 해결해나가고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여행의 묘미니까, 그런 것들을 즐길 수 있어서 더 재미있게 다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신율: 그리고 많이 배웠죠?

◆ 정원희: 엄청 배웠죠.

◇ 신율: 유럽은 인권이 굉장히 우선순위가 있는 국가들이니까 그런 점에서 느낀 것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 정원희: 그렇죠. 사람들의 인식도 한국과 많이 다르고, 시스템도 차원이 다르게 좋은 국가들이 있고, 그래서 이런 시스템이 한국에 도입된다면 더 많은 분들이 편안하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신율: 그렇죠. 물론 우리사회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죠. 하지만 아직도 상당히 부족합니다. 이런 건 특히 바뀌었으면 좋겠다, 어떤 것 지적하시겠습니까?

◆ 정원희: 아무래도 제가 취업을 막 했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거기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보자면,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장애인 고용은 아직까지 상당히 닫혀 있는 상태예요. 학교나 교육이나 공공시설의 경우에는 수익을 내는 게 아니지만, 회사는 다른 입장이다 보니까 더욱 더 늦어지는 것 같은데요. 제가 되게 인상 깊었던 것은 호주의 채용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휠체어를 탄 사람을 취업시키면서 뭐가 불편하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자기가 불편함이 없다는 것을 어필해야 해요. 그런데 그쪽에서는 그런 의도로 물어본 것이 아니라, ‘네가 불편한 게 있으면 그것들을 제공해주면 되는 거니까, 만약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낮은 책상이 필요하다면, 그걸 주면 너는 아무런 문제없이 일할 수 있지 않느냐?’ 그런 다른 차원에서 그런 질문이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을 조금만 배려해주면 충분히 가능성을 펼치고,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니까, 장애라는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모두가 같이 기회를 발휘할 수 있도록, 그런 제도나 시스템이 더 발달했으면, 그리고 인식이 발달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신율: 맞습니다. 우리나라가 돈 많아요. 세계 11위정도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의 멘탈리티는 세계 11위가 되었냐? 그렇지 못합니다. 이런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우리의 과제인데요. 사실 우리가 선진국, 선진국 이야기하는데, 선진국이 돈 많다고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말씀하신 것들, 우리가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꿈,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 정원희: 저는 제가 이렇게 많은 것들을 행동하고, 제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좋은 느낌, 긍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지금 현재 해외투자를 하는 회사에 들어왔기 때문에, 해외투자 전문가로, 저만의 전문성을 가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신율: 잘 될 겁니다. 그리고 꿈은 이루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꿈은 꾸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꿈을 자주 꿀수록 우리의 미래는, 그 꿈이 현실화 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엇비슷하게 나갈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특히 정원희 학생 같은 경우에는 더군다나 더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 떨지 마시고 잘 하세요.

◆ 정원희: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뇌성마비를 딛고 내일 서울대학교를 졸업하는, 서울대학교 졸업생 대표연설자 정원희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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