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시간 : [월~금] 17:00~19:00
  • 진행 : 신율 / PD: 신동진 / 작가: 강정연, 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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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인터뷰]<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 빨리빨리 조급증이 빚어낸 안전 불감증, 비극의 시작-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6-29 22:33  | 조회 : 2932 
[정면인터뷰]<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우리는 과연 바뀌었는가?">빨리빨리 조급증이 빚어낸 안전 불감증, 비극의 시작-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장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6/29 (월) 오후 6시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오늘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참사 20주기를 맞는 그런 날인데요. 뉴스! 정면승부는 특별기획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 특집, ‘우리는 과연 바뀌었는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의 이나미 원장과 이야기 나눠봅니다. 이 원장님, 안녕하세요?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장(이하 이나미): 예. 안녕하세요.

◇최영일: 이게 대형재난이나 참사가 터지면 우리 국민들은 다 같이 분노하고 슬퍼하는 경향이 강한데요. 이게 우리 한국인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이나미: 그렇지는 않은데요. 한국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인구밀도가 제일 높거든요. 그래서 서로 인맥이라든지 혈연이라든지 이렇게 해서 굉장히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관계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 정신 많이 망가졌다 하지만 그래도 서로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요. 또 한 가지는 유교 문화라든지 동양적인 정서가 있어서 동조성도 서양인들보다는 좀 강하죠. 그래서 그게 더 슬픔을 많이 나누는 경향을 보이죠.

◇최영일: 한국인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동조 성향이 강하고 좀 각별한 측면은 있군요. 이 큰 대형 참사가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 그러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이나미: 어떤 일이든지 외상이 오면 집단이든지 개인이든지 첫 번째는 충격이 있고, 그 다음에 슬픔, 공포, 분노, 의심, 좌절. 이런 게 오고요. 그런데 제대로 해결이 안 되면 체념도 있고 자기 연민도 있고, 자기 비하도 오고, 이런 게 개인에서도 보이는데. 이게 국민 전체들한테도 보이면 증폭이 되는 부분이 있죠.

◇최영일: 그렇군요. 이렇게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아까 말씀하신 동조성이라든가. 조금 같이 아픔을 느끼는 연민, 공포, 분노. 이런 말씀 주셨지만. 또 이상하게 악성 댓글들이 등장하잖아요? 어찌 보면 요즘 괴담, 유언비어, 이런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이런 현상들은 왜 이런 행동이 나타나는 건가요?

◆이나미: 첫 번째는 보통 사람들이 주목 받고 싶은 욕구가 있죠. 그런데 악성 댓글이나 이런 것을 쓰는 사람들은 평소에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주목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죠. 혼자서 외톨이로 있다든가, 사회관계에서 많이 좌절을 겪는 사람들이 이런 일들이 있으면 댓글을 단다든가 해서 존재감을 스스로 확인을 하고. 그리고 자기가 이런 유언비어를 퍼뜨렸더니 사람들이 흔들리더라. 내 힘이 이렇게 크구나. 그래서 나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확인하는 것이 있고요. 또 하나는 본인들이 갖고 있던 분노나 피해의식이나 우울이나 불안이나 공포. 이런 것이 대형 참사를 통해서 일종의 촉매제처럼 더 확대되면서 본인 자신들도 일종의 증상으로 자신이 컨트롤하지 않는 한계까지 확산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영일: 이게 또 일종의 집단 심리의 역동일 것 같은데요.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우리나라 사람들 항상 안전에 둔감하다, 안전 불감증이다. 이런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죠. 그리고 조금 전에도 인터뷰 했습니다만 방재 전문가들은, 사람들은 대게 나는 안 죽을 것이다. 이런 이상한 심리를 갖고 있는데. 이것이 안전 불감증의 원인 아닌가. 이렇게 보이기도 하는데요. 심리 전문가로서는 어떻게 보세요?

◆이나미: 심리적으로는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난다든가, 자기한테 부정적인 일이 일어났을 때 일단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 부정하는 심리적 기제가 있고. 힘든 것은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고. 확률이 낮을 경우에는 특히 자기만 괜찮을 것이라는 일종의 심리적 방어거든요. 그런 자기 방어 기제가 있고. 또 하나는 교육에 있어서 책임 의식을 아이들한테 키워주는 교육이 거의 없습니다. 거의 수동적으로 암기하고 점수를 올리는 교육은 시키지만 각자가 어떤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는 책임감을 키워주지 않고. 또 도덕심도 역시 집이나 학교나 사회에서 전부 다 키워주지 않는 부분이 있고요. 그 다음에 대충대충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어른들이 은근히 많이 보내거든요. 그러니까 빨리 하는 게 중요하지 완벽하게 해서 철저하게 하면 네가 손해다. 빨리 성과를 내는 것이 좋다. 이렇게 직장에서도 상사라든지, 오너라든지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같이 맞물려서 안전 불감증의 원인이 되겠죠.

◇최영일: 네. 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안전에 대해서 잘못 가르쳐 온 것. 이 문제 지금 짚어주셨는데요. 누구나 위험에 빠지지 않으려고 하는 인간의 본능은 똑같을 것 같은데. 우리 좀 한국적인 특성의 문제가 안전의 기준을 자기 마음대로 설정하는 것 같아요. 주관적으로. 그런데 이러한 대목들은 왜 이런 걸까요?

◆이나미: 그러니까 한국의 정서가 그런 것은 아니고, 이것은 시스템의 부재거든요.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철저하게 기준을 세우고, 완벽하게 하려는 것을 보일 수는 없어요. 개인들의 관계니까 그것을 제대로 잘 조정해주는 게 철저한 법률, 시스템. 이런 것인데. 그것을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속도 지향적이고 과시하고, 이런 것에 너무 치우쳤기 때문에 과정을 소홀히 하는 부분이 있었고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부끄러웠던 과거나 이런 것은 빨리 잊어버리고 털고 나가자.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지나치게 과거에 매달리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덮는 경향이 있어서. 실제로 우리한테 주어진 여러 가지 기회들을 많이 놓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특집으로 해마다 이런 것을 하고, 과거에 왜 그랬는지 분석하고, 대안을 찾고. 이런 꼼꼼한 작업들이 굉장히 필요할 것 같아요.

◇최영일: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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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일: 지금 이나미 원장님하고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끊겼습니다. 지금 이나미 원장님이 짚어주신 이야기 간단하게 정리를 드리면요. 결국은 한국 사람들이 안전에 특별히 불감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워낙 빨리빨리, 대충대충. 이런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의 문화를 만들어오다 보니까, 안전에 대해서 좀 치밀한 기준들이 없다 보니까, 교육이 부실한 것이다. 이런 말씀을 주셨고요. 지금 아마 전화가 불안정한 것 같습니다. 네. 원장님. 전화가 끊겼었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 하나 드릴게요. 큰 참사를 겪고 난 뒤에 사고의 위험성, 경각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또 개개인이 어떤 것들을 좀 기억해야 합니까?

◆이나미: 보통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힘든 것은 잊어버리고 부끄러운 것은 덮고. 이런 식으로 쉽게 생각할 수가 있는데요. 우리 목표는 사실은 즉각적인 행복보다는 의미 있는 삶이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이고, 뭔가 폐가 되지 않도록 하고. 이런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해마다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과거에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주 꼼꼼하게 분석하고 치밀하게 대안을 찾아보는 게 선진국의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개발도상국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하고 선진국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른데. 우리가 바로 그런 시점에 온 게 아닌가 싶은데요.

◇최영일: 네. 그렇군요. 그러니까 이게 아프고 힘드니까 빨리 잊어버리자. 우리는 앞으로 전진이다. 이런 마인드가 아니고 선진국형 마인드라고 하면 되짚어 보고, 다시 복기하고 무엇이 문제였던가. 이것을 직면하는 상황,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군요.

◆이나미: 대충대충이 아니라 완벽한 사회가 돼 가면 좋겠습니다.

◇최영일: 네. 바라마지 않겠습니다. 오늘 원장님 말씀 감사합니다.

◆이나미: 예. 감사합니다.

◇최영일: 지금까지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의 이나미 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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