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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인 뉴스> 우울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영화 - 오동진 영화평론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4-17 09:48  | 조회 : 4790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시네마 인 뉴스 : 오동진 영화평론가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시네마 인 뉴스>입니다. 오늘도 영화평론가의 대부 오동진 평론가 나와계십니다. 어서오세요.

◆ 오동진 영화평론가(이하 오동진):
네, 안녕하십니까?

◇ 신율:
요새 정치판 보면, 정말 한숨이 나와요. 그런데 영화계도 그런 모양이죠?

◆ 오동진:
사실 영화 쪽도 정치가 잘 되어야 잘 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많은 국민들이 TV를 켰는데, 뇌물 수수, 돈이 어디로 가서 어디로 흘러가고, 이런 이야기만 계속 나오면, 사실 ‘지금이 영화 볼 때야?’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영화 관련된 정보들이 뒤로 밀리잖아요. 그러니까 문화부 기사는 항상 뒤로 밀리거나 없어지거나 하기 때문에, 정치가 잘 되어야 나라가 사실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영화도 잘 되죠.

◇ 신율:
그런데 뭐 좀 시원한 영화 없어요?

◆ 오동진:
액션 영화 한 편 있는데요. 사실 저도 좀 기대하고 있습니다. 좀 시원한 영화 보고 싶거든요. 물론 극장가에 지금 분노의 질주가 있죠. 카레이싱 영화, 그런데 그것보다는 좀 대결구도가 좀 명확하죠. <더 건 맨>이란 영화인데요. 여기서 주인공 숀 팬, 이제 나이가 꽤 되었어요. 그런데 그 주름살이 더 멋지게 보이고요. 숀 펜이 오랜만에 첩보액션 영화의 주인공 역을 맡았고요. 이 영화의 감독이 <테이큰 1>을 만들었던 감독입니다. 그래서 액션감이 남다른 영화여서, 이렇게 답답하고 짜증날 때 정의의 사도까지는 아니지만, 울분을 가지고 있는 사나이가, 자신을 못 살게구는 사람이나, 국가에서 음모를 꾸리는 사람들을 응징하는, 40대 중년, 이런 분들에게 관심을 모으지 않을까 싶고요. 한 두 시간이라도 시원하게 보내시기에 좋은 영화입니다.

◇ 신율:
진짜 선과 악의 대결 구도가 뚜렷하면, 단순해가지고 머리 쓸 일이 없어요.

◆ 오동진:
자꾸 나쁜 쪽은, 좋은 쪽의 가족을 건드려요.

◇ 신율:
그렇죠. 그러니까 더 나쁘게 되죠.

◆ 오동진:
좀 조용히 살아가려고 하는데요. 지금 세상이 그렇잖아요. 사회 한 켠에서는 좀 조용히 살아가려고 하는데, 맨 이런 뉴스만 터지고, 저는 지금 앞으로 3년이 남았는데, 이거 어떻게 방향을 잡으실지 궁금해요. 정국을 주도하시는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영화를 좀 배우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합니다.

◇ 신율:
그리고 <어벤져스> 폭풍이 있을 것이다. 그런 말씀 예전에 많이 하셨잖아요?

◆ 오동진:
이번주 초에 예매가 열렸습니다. 그 열린 그날에 예매율이 54%였습니다. 제가 예상하기에는 개봉이 다가가면 예매율이 거의 80%가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전국 극장가를 휩쓴다는 이야기입니다. 보통 예매율이 27%, 이렇게만 나와도 굉장히 잘 나오는 예매율인데, 지금 뭐 다들 <어벤져스>만 기다리고 있다. 이것도 역시 비슷한 정서라고 생각해요. 뭐 좀 시원한 영화 없나? 영화 속에서라도 좀 달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죠.

◇ 신율:
그리고 우리나라가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나오는지도 궁금하겠죠.

◆ 오동진:
그렇죠. 마포대교도 나오고 상암동도 나오고 하니까요. 이제 이 영화를 미국에서 먼저 본 영화관계자들이 아마 한국에서 최고의 흥행을 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고, <어벤져스>가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가장 흥행 수치가 높은 나라가 한국입니다. 그래서 일본, 영국 이런 곳 보다도 한국이 <어벤져스>를 가장 사랑하는 나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어벤져스>가 한국에서 촬영을 한 거죠.

◇ 신율:
히어로에 굶주린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는 건가요.

◆ 오동진:
정확한 말씀이에요. 그런 히어로가 만화적이고 황당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얼마나 그런 캐릭터를 동경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에 있습니다.

◇ 신율:
그리고 어제가 세월호 1주기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마음이 좀 우울할 때 볼 수 있는 영화, 뭐가 있을까요?

◆ 오동진:
1년 전에 영화들을 볼 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바다에 침몰하는 배 이야기, 이런 것들을 못 보는게 아니고요. 그런 건 그냥 견디고 봤어요. 예컨대 <해무> 같은 영화, 이게 바다에 수장되는 이야기여서, 사실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되어서, 영화가 개봉이 조정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그 영화는 담담하게 봤는데, 아이를 잃는 부모의 이야기가 참 견디기 어렵더라고요. 그 중 하나가 <안녕 헤이즐>이란 영화가 있었고, 세일린 우들린이 16살로 나오는데, 갑상선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죽어가고 있고요. 거기서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16살의 죽어가는 소녀가 불행한 게 아니고, 16살의 죽어가는 소녀를 가진 부모가 불행한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야기 한 것 같고요. 최근에 극장에 걸려있는 영화가 있어요. <엘리노어 릭비>라는 영화인데요. 제시카 체스틴하고, 제임스 멕어보이가 주연을 맡은 영화고요. 이 버전이 <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편, <엘리노어 릭비, 그 여자> 편, <엘리노어 릭비, 그들> 편 이렇게 세 편의 버전이 다른데요. 아마 여러분이 보시는 작품은 그들 편을 보실 거고요. 이게 마치 남자와 여자의 시각으로 보는 멜로 드라마로 아시는 분이 많고, 그렇게 잘못 마케팅이 되고 있는데요. <엘리노어 릭비>는 상실과 상처의 극복에 관한 이야기에요. 뭐나면, 이 젊은 부부가 아이를 잃었습니다. 아이를 잃었을 때 엄마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가, 그리고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남자의 상심의 깊이는 얼마나 깊고 큰 것인가, 이런 것을 보여주는 영화라서요. <엘리노어 릭비>를 볼 때도 아마 젊은 관객들이 보시는 것과 저희같은 4~50대 관객이 보는 게 느낌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굉장히 깊은 우물을 봤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자기가 겪는 고통을 자기 아이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자꾸 고통을 전수하는 사회가 되는 것 같아요. 이걸 물려줄 때, 개선된 사회로 물려줘야 하는데, 제가 80년대에 겪었던 고통이 그렇게 개선된 것 같지 않고, 아니면 더 많은 고통이 산재되어 있거나요. 그런 것을 물려주는 사회는 그만큼 아픔이 많고, 문제가 많은 사회라는 것이고, 그래서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사람은 아이를 잃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아이는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합니다. <엘리노어 릭비>는 비틀즈의 노래제목이기도 하잖아요.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신율:
그리고 <모스트 바이오런트>, 이런 영화도 있었죠?

◆ 오동진:
네, 저는 상당히 중요한 영화라고 봤고요. 원래 제목은 <모스트 바이오런트 이어스>입니다. 가장 폭력적인 한 해, 이런 뜻인데요. 쉽게 말씀드리면 마피아 이야기에요. 그런데 총성 한 방 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피아가 예전에 말론 브랜돈 주연의 <대부>, 이 분위기가 전혀 아니에요. 그러니까 <대부>가 1980년대 이전까지 각 지역에서 실제로 조직이 산재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980년대 레이건 시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자본이라는 것이 어떻게 폭력을 이어받는가, 어떻게 폭력적인 조직이 자본주의의 중심으로 들어가는가? 그게 석유거든요. 기름사업, 그러니까 <모스트 바이오런트 이어스>는 이런 조직들이 합법적인 미국 자본주의의 중추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다소 정치경제학적 측면을 가지고 있으니까, 관객들이 다가서기가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지난 번에 했던 마리끌레르 영화제에서 상영했었는데, 관객들이 사전에 설명을 많이 들었으면 이 영화를 많이 보셨을텐데, 그렇게 소개가 잘 안 된 것 같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요즘 이런 영화를 소개할 틈이 없어요. 지면도 없고, 방송 프로도 없고요. 요새 영화를 소개할만한 여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런 영화들이 그냥 우리 곁에 왔다가 사라지고요. 영화는 때로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이런 작품들이 자꾸 사라자는 것은 한국 관객들에게 굉장히 손해입니다.

◇ 신율:
그리고 독일의 대 문호인 퀸터 그라스가 얼마 전에 세상을 등졌는데요. 퀸터 그라스의 대표작이죠. <양철북>, 이 영화가 폴란드 감독이 감독한 거 아닌가요?

◆ 오동진:
그러니까 퀸터 그라스가 폴란드 계 독일인이죠. 감독인 폴코 셀린도르프는 독일인입니다. 그러니까 이 지역, 그다니스크가 1차대전 때는 독일 땅이다가 2차대전 후에는 폴란드 땅이 된 묘한 접경지역인데요. 그다니스크는 여러분이 잘 아시는 자유노조운동이 있던 사회 아니겠습니까? 조선소가 있고, 가장 정치적으로 뜨거운 곳이죠. 그리고 지역적으로 독일이 동구를 침공할 때, 여기가 또 평야지역이에요. 그래서 그다니스크를 거치는게 군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해서, 가장 나치의 핍박을 받았던 곳이 그다니스크입니다. 이곳을 배경으로 한 것이 <양철북>인데요. 오스카라는 어린아이, 세 살에 스스로 성장을 멈춘 아이, 이 아이가 서른살이 되어서 정신병원 요양소에서 자신의 30년 인생을 회고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굉장히 영화가 그로테스크 합니다. 애가 소리지르는 장면 기억나시죠? 정말 작은 북을 두드리면서 어린아이가 분위기를 주도하는 장면 등을 보면 정말 독특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자 영화였고요.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아버지에 대한 부정에서 시작된 겁니다. 오스카가 사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죠. 그리고 결국 아버지에 대한 전체적인 부정, 이것은 사실 나치시대에 독일이란 국가를 한 번 부정하고, 새로운 독일을 만들고자 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퀸터 그라스가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죠. 이 두 이야기의 축이 굉장히 그로테스크 한 전개를 통해서 마지막에 만나는데, 이런 점들이 전 후 독일 문화, 또 전후 독일 영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지점을 확보했다. 이렇게 평가를 받고 있고요. 그래서 노벨 문학상을 타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 신율: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나라 영화계도 더 잘 되기 위해서는 우리 영화계도 뭔가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 오동진:
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자꾸 이야기가 나오면 그게 맞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볼 때 한국 영화계가 이렇게 나가면 5년 내에 붕괴합니다. 제가 몇 차례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독점화되고, 수직계열화 되면, 한국 영화계가 몇몇 재벌에 의해서 독점화 된 것처럼, 이 부분이 구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 미래가 없는 것처럼 영화계도 미래가 없습니다. 실제로 앞서 말씀드린 <모스트 바이오런트>같은 영화도 왔다가 사라지고요. 몇몇 작품만 잔존하는 구조가 계속되면, 다른 영화들이 생존할 수가 없어요.

◇ 신율:
네, 오늘 마지막으로 어떤 노래 들을까요?

◆ 오동진:
엘리노어 릭비 들어야죠.

◇ 신율: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오동진: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오동진 영화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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