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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푸틴의 정적,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암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임상훈 편집위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3-04 09:47  | 조회 : 4143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국제시장 : 임상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



앵커:
요새 국제뉴스 중에 가장 주목받는 뉴스가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자 야권 지도자 중 한 사람인 넴초프 전 부총리가 모스크바 도심 한 복판에서 괴한의 총격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러시아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고,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인권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 국제시장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오늘도 국제문제 전문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임상훈 편집위원 나와 있습니다. 어서오시죠.

임상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이하 임상훈)
네,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이번 사건, 그 경위부터 한 번 정리를 해 볼까요?

임상훈:
네, 현지시간으로 지난 달 27일 밤에 발생한 사건이었죠. 현재도 조사가 진행중인 만큼 앞으로 사실관계가 바뀔 수는 있는겠습니다만, 일단 지금까지 조사에 의해 밝혀진 당시 상황을 정리해보면, 저녁 저녁 11시 30분 정도였는데요. 모스크바 시대 볼쇼이 모스크보레스키 다리 위를 걷던 러시아 야권의 대표적 인사 넴초프에게 범인들 중 한 명이 뒤에서 다가와서 권총 6발을 쐈고요. 그 중에서 4 발이 넴초프에게 맞았다고 합니다. 넴초프는 현장에서 바로 사망했고, 이후 그 범인은 뒤따라오던 차량을 타고 도주를 했는데요. 당시 넴초프는 우크라이나 국적의 내연관계에 있는 모델 출신의 젊은 여성 두리츠카야와 동행길이었는데, 범인들은 이 여성에게는 전혀 해를 가하지 않았고요. 따라서 단순 범죄가 아니고 계획적으로 넴초프를 노리고 동선까지 파악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죠. 현재로서는 이 여인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목격자일 뿐만 아니라 내연관계이기 때문에 경찰의 조사가 마무리 되는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로 돌아갔다고 하는 것 같은데요. 총격이 등 뒤에서 가해졌기 때문에 범인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을 할 수 없었다고 두리츠캬야는 진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수사 과정이 진행되어 봐야 알겠지만 대부분 야권인사들의 암살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도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범행을 보면 우리나라도 CCTV가 많습니다만 모스크바도 CCTV가 많을 거고, 골목도 아니고 대로변이고, 더군다나 대표적인 야당 인사가 총격을 맞았는데, 그 이후에 범인들에 대한 행적도 거의 밝혀지는 게 없는지, 이런 것들이 이해가 안 가네요.

임상훈:
그렇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국민들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특히 사건 발생 현장은 크렘린 궁에서도 멀지 않은 모스크바 중심가거든요. 당연히 수많은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고요. 경비가 삼엄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피살장면은 커녕 범인들의 동선도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느정도는 나온 것이 있기는 있습니다. 차량은 러시아제 라다라는 소형승용차라든가, 그리고 이미 오래전에 등록말소된 차였다든가, 그리고 범인은 키 170~175cm정도의 남성이라는 사실, 이 정도만 알려졌지, 그 밖에 결정적 정보가 전혀 없고요. 정부 측에서는 넴초프가 피살된 지역 CCTV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든가, 각도가 맞지 않았다든가 그래서 피살장면이 찍히지 않았다고 하고요. 또 마치 첩보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도 있는데, 피살당한 지역 바로 근처의 CCTV는 현장을 제대로 찍을 수 있는 각도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필 사건 순간에 제설차량 한 대가 카메라를 싹 가리면서 범인이 총을 발사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지 않았다고 하거든요. 이 제설차량 운전자는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고, 넴초프와 함께 있던 두리츠캬야가 와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야 비로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파악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도 범인 검거할 때, CCTV를 보면 이 차가 어디로 갔겠다 해서 그 CCTV를 보고, 이런 식으로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데요. 그런데 어쨌든 정황들로 봐서는 계획된 범죄의 가능성이 높은데, 문제는 그럼 ‘누가, 왜 그런 일을 꾸몄을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걸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암살당한 넴초프가 어떤 인물인지, 이것을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임상훈:
네, 보리스 넴초프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잘 알아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올해 55세 입니다. 과거 보리스 옐친 러시아 초대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입니다. 1991년 고르바초프가 휴가를 떠난 사이에 반개혁 보수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킨 사건을 잘 아실텐데요. 그래서 전복을 시키려 했을 때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홀홀단신으로 이들 세력을 막아냈습니다. 그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당시 상황에서 권총을 차고 엘친의 최근 거리를 지켰던 이가 바로 넴초프였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옐친의 신임으로 니즈니노브고로드 주지사, 그리고 30대 나이에 정부 부총리를 역임하는 등 승승장구를 하는데요. 그런데 2000년대 들어오면서 옐친의 또 다른 측근인 푸틴과 피할 수 없는 대립을 하게 되죠. 그런데 이런 정치공학적 차원 이전에, 넴초프의 성향이 푸틴과는 많이 다릅니다. 푸틴이 과거 소련 체제 하에서 KGB요원으로 음지에서 일하던 당시에 넴초프는 30대 젊은 나이로 소련의 반체제 청년인사로 이미 러시아 국민들의 주목을 받던 인물이었습니다. 자유주의적 성향, 시장중심주의자로 주지사를 할 당시에도 집단농장을 민영화한다던가 외국자본과 기업을 대규모 유치하는 등 과감하게 과거 소련의 경제체제와 아주 다른 길을 걷게 되죠. 그래서 결국 성공적 지자체장으로 남게 되면서 당시 아주 높은 지지를 받았던 인물입니다.

앵커:
그런데 두 사람 다 측근이었다면 결국 넴초프가 푸틴에게 밀려난 것 아닌가요?

임상훈: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90년대 중후반에는 2000년에 있을 대권주자 1위가 넴초프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푸틴에게 밀려났을까? 사실 본인이 대통령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보리스 옐친이 대통령에서 물러날 즈음 되면서 부총리 자리에 있던 넴초프는 엘친의 후계자로 가장 많이 거론이 됐었거든요. 그런데 왠지 모르게 자신은 대통령에 관심이 없다. 모스크바의 정쟁에서 벗어나서 주지사로 있는 게 낫다면서 불출마를 선언합니다. 그리고 부총리 자리도 엘친 대통령이 제안을 해서 국가를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받아 들였지, 별로 욕심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러면서 당시만 해도 정당정치, 다당정치가 러시아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던 시절이었었죠. 만 40세가 된 1999년에 우파연합이라는 당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면서 2000년 대선에서 푸틴을 지지하게 되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두 사람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었습니다. 자유주의, 민주주의, 개방주의를 거의 신앙처럼 여기던 넴초프는 정당정치에 상당한 공을 드린 반면에 정보기관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정당정치에 대해서 비호의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게다가 권위적인 통치 스타일을 보이면서 그때부터 넴초프는 푸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반정부 성향으로 돌아서게 되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아무래도 권력의 입장에서는 주목할 수 밖에 없었군요. 원래 그럼 더 안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임상훈:
그렇습니다. 본인도 그런 말을 했었는데요. 자신은 워낙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하다. 그런 말을 분명히 본인도 했었는데요. 넴초프 전 부총리는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 푸틴 대통령하고 완전히 다른 입장을 보여 왔거든요. 넴초프는 푸틴 대통령과 달리 우크라이나 정부 측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요. 한 때는 유센코 전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자문역도 맡은 적도 있고요.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동부지역에 과연 러시아가 지원을 하고 있는가, 러시아군이 직접 관여를 하고 있는가, 이 문제에서 러시아 측은 계속 부인을 하고 있지않습니까? 그런데 넴초프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돼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고, 그 보고서의 발표를 넴초프가 계획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나 러시아 야권 인사들도 이런 증언들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그 보고서 발표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암살을 당한거죠. 그렇다면 누군가 이 보고서의 내용이 두려워 넴초프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죠.

앵커:
문제는 그 누군가가 누구냐겠죠.

임상훈:
그렇죠. 그래서 지금까지는 사실관계를 말씀드렸다면, 이제는 추측의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는데요. 일단 야권은 크렘린의 정치 보복 가능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크렘린이 직접 넴초프 죽이라고 살해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문제에서 현 정권은 넴초프를 반역자 취급을 하면서 몰아붙이고 있었거든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시킨 자가 아니더라도 민족주의 진영에서 저지른 일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거죠.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한 민족주의 단체인 '루스키예'의 지도자 데무슈킨이 나섰는데요. 이번 민족주의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겁니다. "자유주의자들과 민족주의자들이 사상적으로 대립해온 건 사실이지만 거리에서 싸운 적은 없다", 이렇게 주장했거든요. 그렇다면 과연 누구겠는가? 여기서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이 넴초프가 유태인이라는 점입니다. 러시아에서 유태인이 무슨 의미인가 하면요. 과거 소련 당시 체제를 무너뜨린 건 유태인이었다, 이런 음모론이 러시아에 상당히 퍼져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들 유태인들은 러시아적 정체성보다는 서방세계적 DNA가 있다고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은 믿고 있거든요. 실제로 넴초프가 서방세계와 친한 우크라이나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이들 민족주의자들에게는 넴초프는 전형적 유태인의 모습이고 러시아에 해악을 끼치는 인물이라고 믿게 만든 거죠. 정도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사실 이런 러시아의 민족주의적 자존심이 과거 러시아제정의 영광, 그리고 한때 미국과 맞장을 뜨던 소비에트의 영광을 기대하면서 80%의 지지율로 푸틴을 21세기의 차르로 만들고 있는 건데요. 이런 계획에 방해가 되는 세력은 모두 반역자가 되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넴초프가 여러가지로 극우성향의 네오나치 비슷한, 이런 청년들의 미움을 받았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앞으로도 또 다른 넴초프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게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임상훈:
그렇습니다. 이미 넴초프에 앞서서도 푸틴을 비판하다 재산을 잃거나 목숨을 잃은 경우가 있었죠. 지난 2003년 푸틴의 체첸 침공을 비판하던 자유러시아당의 유셴코프가 자택부근에서 피살된 적이 있는데요. 그 이후로도 푸틴에 비판적이던 많은 정치인, 언론인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습니다. 또 러시아의 거대 석유회사 유코스의 회장이었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도 야당에 정치자금을 대면서 푸틴의 미움을 사다 탈세 및 횡령 등의 혐의로 10년 옥고를 치르기도 했었죠. 재산도 빼앗기고요. 또 변호사 출신의 알렉세이 나발리도 젊은 나이인데도 푸틴의 강력한 반대세력 인물이거든요.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서도 비록 졌지만 돌풍을 일으킨 바 있거든요. 하지만 이 사람도 역시 동생과 함께 횡령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현재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에 찍혔다 하면 여지 없이 수난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을 계속 보게 되는데요. 아까도 말씀 드렸습니다만 80%라는 압도적 지지를 거의 15년 가까운 시간 동안 대통령과 총리를 오가면서 권력의 중심에 있는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현실에서 결국 해답은 국민이 내 놓아야 하지않나, 그런 생각이 됩니다.

앵커:
6474님 이런 문자 보내주셨네요. "우리나라도 정치적으로 적을 암살하거나 탄압하는 경우도 있지 않았나요?" 예전에 있었죠. 8481님 "러시아도 차량에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을텐데, 참 안타깝네요." 우리는 아주 옛날에, 20세기 중반에 있었던 일이 21세기 2015년에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죠.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임상훈:
네, 감사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임상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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