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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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 신율 / PD: 신동진 / 작가: 강정연, 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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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도 아들도 일자리 찾아 헤메는 대한민국, 올 상반기 취업시장도 바늘구멍-매일경제신문 채경옥 논설위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3-03 21:39  | 조회 : 6057 
세상을 바꾸는 정면승부.
아버지도 아들도 일자리 찾아 헤메는 대한민국, 올 상반기 취업시장도 바늘구멍
-매일경제신문 채경옥 논설위원

[YTN 라디오 ‘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3/03 (화) 오후 6시
■ 진 행 : 강지원 변호사

앵커 강지원 변호사(이하 강지원):
올해 상반기 대기업 대졸 공개 채용의 막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경련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기업 중 65%는 아직까지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확정짓지 못했다고 합니다. 대졸 취업문이 갈수록 바늘구멍이 되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세상을 바꾸는 정면승부, 오늘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 문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매일경제신문의 채경옥 논설위원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매일경제신문 채경옥 논설위원(이하 채경옥):
네, 안녕하세요?

강지원:
요즘 청년 취업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요. 정말 청년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올 상반기 취업시장, 더 힘들어질 거라는 얘기가 있는데 맞습니까?

채경옥:
네, 경기상황이 더욱 안 좋아지고 있죠.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작년만큼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기업, 또는 작년보다 더 뽑겠다는 기업은 전체 24%에 불과했습니다. 대신에 작년보다 덜 뽑겠다거나 혹은 한 명도 안 뽑겠다는 기업들은 전체의 11% 정도가 됐는데요. 국내 업종 경기가 악화되고 있고 회사 내부 상황도 안 좋아지고 있고, 또 내년부터 정년 연장이 되지 않습니까? 이것 때문에 퇴직 인원이 줄어서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저런 이유들을 들어서 올해 굉장히 신규 채용 규모를 많이 줄일 것 같습니다.

강지원:
그런데 특히 문과 여학생들에게는 취업문이 더 좁을 것 같다는 얘기가 있는데, 무슨 얘기인가요?

채경옥: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하는데요.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라는 뜻입니다. 취업시장에서 홀대받는 인문계의 비애를 자학적으로 표현한 말인데요. 다른 말로는 인구론도 있습니다. 인문대의 90%는 놀고 있다, 이런 말도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1997년 외환위기 직후까지만 해도 이공계 기피 현상이 매우 심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이공계는 그래도 취직이 되는데 문과 쪽이 정말 찬밥 신세고요. 지난 해 서울대, 연대, 고려대, 이른바 스카이라고 하죠. 여기에 인문사회대 졸업생 가운데 세 명 중 한 명은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이런 말이 있고요. 지금 삼성, LG, 현대차, 이런 곳도 이공계 비율을 거의 7~80%까지 뽑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문과 출신 여성들의 취업은 더더욱 힘든 거죠. 지금 보면 대기업 10곳 중의 6곳이 신규 채용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는데, 뽑더라도 이공계 남성 위주로 뽑을 계획이다, 이렇게 밝혔고요. 지금 이미 채용을 한 경우를 보면 여성들의 비중은 24% 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까 10명을 뽑으면 그 중 2~3명만 여자를 뽑는다는 뜻이거든요. 여성들의 취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강지원:
문과, 이과 따진다면 이공계 출신들이 잘 나가는 것이 나쁘다고 말할 순 없는데요. 어차피 한 때는 엄청 이공계 장려하고 그러지 않았었습니까? 그런데 여성들이 이렇게 불리하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네요?

채경옥:
그런데 취업시장에서 전통적으로 여성들의 비중이나 그런 건 굉장히 줄어들어 왔고요. 최근에는 취업시장이 좋을 때는 여성들이 시험도 잘 보고, 점수가 높고, 면접에서 굉장히 잘 하기 때문에 뽑히는 확률이 높았는데 기업들이 또 써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여성들은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고, 험한 일은 기피하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요새는 오히려 뽑을 때 남성들한테 할당량을 줘서 남성을 일정 비율 뽑고 나서 여성들을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주로 시험을 보는 계통, 예를 들어 공무원이랄까, 아니면 사시라든가 외시라든가 이런 시허믈 봐서 들어갈 수 있는 직종으로 많이 갑니다.

강지원:
여성들 잘 뽑아서 활용을 해야 회사가 잘 될 텐데요.

채경옥:
글쎄요. 그것도 다 시절 좋을 때 얘기고 남자들도 일자리가 없는 판국에 뭐... 그렇습니다.

강지원:
구직자들이 금융권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금융권은 취업문이 더 좁아질 거라는 이야기도 있네요?

채경옥:
금융권은 공기업이나 대기업 이상으로 보수가 좋고 안정적인 직장이죠. 대학생들이 굉장히 선호하는 직장인데요. 최근 2~3년 째 금융권 실적이 굉장히 안 좋아지면서 작년 한 해 동안만 5만 명 가까운 인력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무슨 소리냐면 신규 채용보다는 기존 직원들 내보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고요. 우리나라 은행들이 보통 예대마진, 예금과 대출 이자 간의 차이를 따먹는 데 익숙한 은행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금리 시대가 오면서 여기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IT 기술이나 모바일 뱅킹의 발달로 지점이 더 이상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여기에다 주식시장이 최근 계속 게걸음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증권사 수익도 악화되어서 거의 기존에 있던 인력들 내보내기 바쁘고요. 그러다보니까 상당 수 금융회사가 보통 1년에 두 번 정도 공채를 상반기, 하반기로 뽑았었는데 이걸 아예 안 하겠다는 데도 있고 1년에 한 번만 뽑겠다는 데도 있습니다. 그리고 시중은행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기업은행이 작년에 220명 뽑았다가 올해 400명 뽑겠다, 이렇게 했는데 나머지 은행들은 하반기에나 한 번 뽑아 볼까, 그러나 작년에 이미 뽑았기 때문에 많지는 않다, 보통 이러고 있습니다.

강지원:
글쎄, 고용을 좀 창출을 해야 우리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될 텐데요. 보수 체계를 낮추더라도 일자리를 늘리거나 그런 방법은 없나요? 경제계에서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말이죠. 지금 구직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상반기 취업과 관련해서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 주시겠습니까?

채경옥:
지금 금융권 뿐 만이 아니고 삼성 등 대기업들도 지난 해 엄청나게 인력들을 많이 내보내고 있거든요. 여기에다가 동부나 STX, 웅진 같은 중견 기업들도 대부분 워크아웃, 또는 법정 관리에 들어가 있어서 새로 인력을 뽑을 형편이 안 됩니다. 상황이 너무 안 좋기 때문에 조언이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 싶습니다만,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올해를 바닥으로 경기가 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나오고 있는데요. 우선 유가하락이 굉장히 많이 되었고, 두 번째 미국 경제 회복 등 대외 여건이 개선되고 있고요. 또 시중금리가 2% 초반에 머물고 있어서 이른바 저유가, 저금리, 미국 경제 회복, 이런 조짐이 나쁘지 않고 또 주택 경기 역시 1월과 2월 주택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기업이나 금융권, 공기업만 찾을 게 아니라 당장은 그보다 근무여건이나 보수가 떨어지더라도 경기 회복세가 보이는 건설업체나 코스닥 상장업체, 이런 쪽으로 중견기업들 쪽을 적극 공략해 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강지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종을 찾아 가는 것이 좋겠죠. 보수 같은 거 너무 따지지 말고, 회사 이름 따지지 말고, 그게 더 좋을 거 같은데 참 이게 풀려 나가기 쉬운 일이 아니네요. 그런데요. 요즘 청년들이 취업을 해도 막상 일자리가 질이 좋지 않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어떻습니까?

채경옥:
최근 대졸 취업자 10명 중에 4명이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있고요. 이들이 받는 임금도 정규직으로 취업한 또래 임금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조사가 되고 있습니다. 두 명 중 한 명은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있고요. 취업자 중 상당수가 불안정한 일자리에 머무르면서 저임금을 받는 게 더 큰 문제인데요. 지금 2012년 기준으로 대졸자의 월 평균 근로소득은 197만원 정도인데, 그 중에 정규직은 한 215만원 받는데 비정규직은 133만원, 일용직은 105만원 정도 받습니다. 그러니까 정규직과 비정규직, 일용직 간에 1.5배에서 2배 정도 차이가 나는 거죠. 그래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비정규직으로 첫발을 내딛으면 사실상 다음에 정규직 전환이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래서 진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강지원:
앞에 정년 연장 말씀을 하셨는데요. 60세까지 정년 연장하게 되면 아무래도 청년 쪽에서는 일자리가 더 적어지는 게 아니냐, 라고 하는 얘기가 있을 수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채경옥:
글쎄요. 아버지 세대들의 일자리하고 자식 세대들의 일자리는 굉장히 다른 일자리거든요. 아버지 세대는 적어도 직장에서 2~30년씩 일을 하신 분들이고, 자식 세대들은 신입 사원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지금 사실 문제는 아버지 세대도 구조조정 당하고 신입 사원으로 들어갈 길이 없고,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그러면 아들이 놀고 있으니까 아버지가 일용직으로라도 나가서 돈을 벌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아들이나 아버지 세대나 똑같이 일용직으로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주유소라든가, 카페라든가, 레스토랑이라든가, 이런 데는 그 전에는 보통 20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했던 직장들인데요. 요즘에는 중장년층도 그런 일자리를 찾아서 열심히 구직서를 내는 실정이고요. 우리나라가 지금 보면 실업자 수가 지난 해 93만 7천명인데 2000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그 중에서도 20대, 20~29살, 청년층이라고 하는 15~29살의 실업률이 통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거든요. 이런 와중에 젊은 애들이 대학까지 나왔는데 취업을 못 하니까 50대와 60대 이상 아버지들이 나이든 몸을 이끌고 은퇴를 했다가도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서거나 작은 돈이라도 벌어 보려고 일용직으로 나서거나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오히려 지난 해 취업자가 53만 명 정도 늘어났는데 이 중의 43만 명 이상이 50대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우리나라 고용 구조가 굉장히 모든 세대에 있어서 아주 안 좋아지고 있다,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강지원: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 아버지 세대,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가 되겠죠. 이 아버지 세대 때 받은 대학 졸업장하고 지금 아들 세대들이 받은 대학 졸업장하고 의미가 같습니까?

채경옥:
많이 다르죠. 베이비부머 세대에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20% 정도밖에 안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 때 80%가 넘었었고요. 지금 조금 줄어들어서 70% 되거든요. 그러니까 열 명 중 7명은 대학에 가니까 대학 졸업장의 희소가치가 떨어진 게 맞고요. 그 다음에 아버지 세대가 직장에 사회생활을 처음 내 딛을 때는 무역이라든가 우리나라의 조선, 중공업, 이런 모든 업종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일자리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모든 수출 주도형 제조업들이 일종의 성숙기에 들어가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서 가라앉고 있거든요. 그런데다가 이 산업들을 대체할 수 있는 금융이나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는 거의 생겨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지금 졸업을 해도 자기들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구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겁니다.

강지원:
아버지 세대 입장에서도 일자리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고요. 중장년층의 실업률도 증가했다면서요?

채경옥: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4~50대 직장인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방보다는 서울, 수도권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지방에서는 주로 생산직이나 공장직이 많은 반면에 서울, 수도권은 화이트칼라 사무직이 많기 때문인데요. 지난 해 서울, 수도권의 전체 실업자는 24만 명으로 전년보다 3만 명 정도가 더 늘어났고요. 이 같은 증가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치입니다. 특히나 중장년이라고 하죠. 30대부터 59세까지 실업자는 12만 3천명으로 전년보다 만 명 늘었고요. 60세 이상 실업자도 3천명 이상 늘었습니다.

강지원:
앞에도 말씀하셨지만 55세 이상의 취업자가 전년 대비해서 늘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채경옥:
55세 이상 세대가 일명 베이비부머 세대인데요. 베이비부머 세대 취업자는 지난 해 111만 5천명으로 48만 명이 늘었습니다. 이건 퇴직 후에도 다시 일하는 사람, 또는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급증했기 때문인데요. 일반적으로 월급쟁이들의 꿈은 한 직장에서 30년 일하고 정년퇴직해서 여행이나 다니고 이러면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현실 여건이 쉴 수 있게 해 주지 않으니까 일하러 나오는데요. 일단 국민연금을 30년 넘게 부어도 원래 자기가 받던 소득에 비하면 40% 선이 채 안 되고요. 여기에 한창 애들 앞으로 돈 들어갈 데가 많을 때 보통 직장에서 떨려 나오고요. 또 대출금 갚아야죠, 애들 결혼시켜야 되죠,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하면 은퇴를 해도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주변에도 보면 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고 공장이나 편의점이나 경비원, 주유소, 이런 돈을 적게 받더라도 몸이 힘들더라도 다만 몇 푼이라도 벌기 위해서 애쓰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지난 해 통계를 보면 재취업한 베이비부머 중 절반 정도가 임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지원:
그렇군요. 어쨌든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데, 그런데 왜 기업들은 사람을 이렇게 안 뽑느냐, 이렇게 물어봐도 됩니까?

채경옥:
안 뽑는 게 아니라 못 뽑는 거죠. 그 동안 우리나라는 수출 위주의 중후장대형 제조업으로 성장을 해 왔습니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런 게 대표적인데요. 계속 금융업이나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될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지금까지도 서비스산업 기본법이나 의료법이나 관광진흥법, 이런 것들이 국회 통과가 안 되고 있지 않습니까? 대표적인 예를 들면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현지에서 고용한 인원이 6천명인데요. 사북, 고한, 태백 지역에서 강원랜드가 없었다면 그 쪽에서 대학도 나오고 고등학교도 나온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있었겠는지, 물론 내국인 카지노를 더 허용해야 하느냐, 굉장히 논쟁적인 주제입니다만 지금처럼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는 다만 뭐라도 해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안타까움이 있고요. 관광진흥법으로 호텔들을 더 지어서 중국인들도 유치하고 일자리 만들자, 이런 것도 있고요. 또 의료법 역시 공공의료는 유지하면서 외국의 대형 병원을 유치해서 일자리를 만들어보자, 이런 건데 이런 것들이 하나도 통과가 안 되고 대기업만 위하는 법이라든가, 의료 민영화의 물꼬를 틀 거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 진영논리에 갇혀서 통과가 안 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서비스 분야 가운데 법률, 교육, 금융, 의료, 방송, 이런 분야가 대표적인 쇄국산업으로 뽑히고 있는데요. 이들 산업을 좀 더 과감하게 개방해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되는데 계속 규제만 해 대니까 경쟁력은 안 키워지고 외국 업체들은 들어오기는커녕 나가고, 이런 상황입니다.

강지원:
그런데 지금의 이 난국을 타개하는 문제를 법 몇 개에만 의존할 수는 없을 거고요.

채경옥:
기본적으로는 기업들이 살아나야죠.

강지원:
그런데 요즘 기업들이 옛날처럼 기업가 정신 같은 게 없지 않으냐, 하는 그런 지적을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채경옥:
기업가 정신으로 돌파하기에는 경쟁 상황이 너무나 치열하니까요. 삼성, 현대나 이런 대기업들이 몇 년 동안은 잘 버텨 줬는데요. 지금은 사실 글로벌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고 잘 나가던 삼성전자도 샤오미 한 방에 졸지에 중국시장부터 나가떨어지지 않았습니까? 현대차도 지금 일본 엔저 때문에 일본 제조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시달리느라고 정신이 없고요. 여기에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정유, 할 거 없이 지금 다 제 코가 석자입니다. 적자를 수조원씩이나 내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사실 기업들에게 기업가 정신이나 왜 안 뽑느냐를 물어보기 전에 기업들이 앞으로 정말 몇 년이나 더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정말 걱정해야 될 그런 상황이고요.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에 있는 일자리도 유지를 못 할까 걱정인 상황입니다. 어쨌거나 지금 미래세대인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이 20%가 넘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정말 국가 비상상황이고요. 정부가 그 동안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숫자에 치우쳐서 주로 시간제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는 데 주력했거든요. 이런 일자리들은 사실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일을 하면 할수록 사람을 비참하게 하는 그런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수도 좋고 근무환경도 좋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 지금 경제 상황에서 쉽진 않지만 그래도 아까 말씀드렸듯이 교육이나 금융, 관광, 서비스, 이런 쪽에서 대대적인 규제 개혁을 통해서 시장을 새롭게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지원:
규제도 풀 건 당연히 풀어야 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대기업들에는 현금을 은행에다 쌓아 놓고 있고서 투자를 안 하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히 존재하거든요? 그것에 대한 답을 내 놓기는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변명이 더 많은가요?

채경옥:
그런데 대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고 한들 지금 우리나라가 그 동안 지탱해 왔던 제조업들은요. 실제로 투자를 하더라도 공장에 투자하고 설비에 투자하는 거지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석유화학 공장을 예를 들어서 5천평, 만평짜리를 지어도요. 전체 관리하는 직원은 대여섯명도 안 되거든요.

강지원:
그래도 투자는 하긴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채경옥:
아니, 투자를 하긴 해야 하는데요. 그 투자가 지금 저희가 주력으로 하는 업종들이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를 한다는 게 자기 스스로 목을 조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바이오나 금융이나 로봇이나 이런 신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하지만 신사업 쪽에 가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저희가 태양광에 우르르 가서 투자했다가 다 망한 게 엊그제거든요. 그러니까 기업들 입장에서도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하고 시장이 너무 급변하기 때문에 섣불리 10년, 20년짜리 앞을 내다보고 투자하기가 어려운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강지원: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시간관계상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매일경제신문의 채경옥 논설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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