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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학대 전수조사 연장? 실태점검은 이렇게 해야..." -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3-02 10:26  | 조회 : 3776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어린이집 아동학대 전수조사 연장? 실태점검은 이렇게 해야..." -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앵커:
<투데이 이슈점검> 시간입니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아동 학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국 4만 3천여 곳의 어린이집을 전수조사하겠단 야심찬 포부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수조사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물론, 학부모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생색내기용이란 비판이 나왔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까지 전수조사를 벌였는데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 전화로 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하 정익중):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인천의 한 어린이집 폭행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전국 어린이집을 전수조사 하겠다고 밝혔었는데요. 조사는 이미 다 진행된 거죠?

정익중:
네, 이미 다 끝났습니다.

앵커: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정익중:
사회자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전수조사를 했는데, 한 건도 적달되지 않았고요. 거의 99% 정도 조사를 했는데, 일부 학대 의심사건만 확인하는데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지난번 인천 아동학대 사건 이후에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크게 늘었다고 알고 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정익중:
경찰이 어린이집 원장에게 CCTV를 보여달라고 할 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경우도 많고요. CCTV를 본다고 하더라도 미리 알고 삭제 했을 경우도 많고요. 또 업무 방해를 우려해서 시설당 한 시간 안에 조사를 마치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까 겉핧기 식으로 조사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고, 어떻게 보면 현실성 없는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예전에 세모녀 사건이 있을 때도 복지사각지대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이 있었잖아요. 그때도 별 다른 성과가 없었거든요. 이런 보여주기식 접근은 성과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앵커:
경찰에서는 CCTV 영상을 보여주지 않는 어린이집의 경우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던 모양이죠?

정익중:
네, 안 보여주면 그만이거든요. 이게 실제로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CCTV만 가지고는 학대를 정확하게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앵커:
경찰은 또 전수조사를 위해 ‘아동학대 전담팀’까지 꾸리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보면 경찰이 체면을 단단히 구긴 것 같아요.

정익중:
네, 맞습니다. 전담팀을 꾸렷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여성 청소년과에 있는 경찰관 3~4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요. 그 인력들이 여성 청소년과의 업무를 같이 봐야 하기 때문에, 약간 허술 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앵커:
경찰 입장에서는 적발건수는 없었지만, 이번 조사로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효과는 분명 있었다는 입장인데, 동의하십니까?

정익중:
일부 동의하고요. 눈에 보이는 신체학대를 예방하는데에는 일부 효과가 있었겠지만, 반대로 교사의 사기를 낮추는 효과도 동시에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교사를 힘빠지게 해서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요. 장기적으로는 신체적 학대가 아니라, 욕을 한다든가, 위협을 한다든가, 이런 CCTV에서 확인할 수 없는 정서적 학대가 늘지 않을까, 이런 우려도 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경찰이나 지자체에서 현장점검을 할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정익중:
저는 현장점검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장점검보다는 예방교육을 더 철저히 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현장점검을 하겠다고 각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돌아다닌 거거든요. 그때 예방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니까 어린이집이 학대 현장일수도 있지만, 더 많은 경우는 가정이 학대현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학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육교사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이거든요. 이분들이 학대받는 아이를 더 빨리 발견하게 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먼저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것이죠?

정익중:
그렇죠. 점검이 아니라 예방교육을 한 시간씩 돌아다니면 훨씬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아무튼 아동학대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전문가로서 답답함 많이 느끼실 것 같은데요.

정익중:
네, 맞습니다. 이게 핵심이 도대체 무엇일까, 행복하지 않은 교사에게 배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 어떤 교사가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경력이 많고 능력있는 교사가 떠나게 하는 곳, 희망이 없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는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아니라 좋은 교사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육정보 포탈 같은 곳이 있는데, 이때 어떤 교사들이 우리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올리게 하는 것이 이런 경쟁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네, 수준높은 보육교사를 유치하는 방법,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정익중:
지금 민간 어린이집이요. 실제 시설 수 기준으로 95%입니다. 이런 민간어린이입집에서는 굉장히 잘 하는 곳도 있겠지만, 이윤을 생각할 수 밖에 없고, 이런 허술한 민간어린이집에 대해서는 교사의 전문성이나 능력보다는 낮은 임금이라도 늦게까지 일할 수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린다든지, 아니면 예비 교사 교육단계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이런 것들, 그래서 교육과정 속에 적성이나 자기 품성에 맞지 않을 경우에 스스로 교사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맞을 것 같고요. 그리고 민간 어린이집 원장님들도 누가 더 전문성이 있고 능력이 있는지를 더 생각하실 수 있는, 그런 경쟁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만나 ‘아동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고,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데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익중:
제가 알기로도 이런 사건들이 2~3달에 한번씩 일어났거든요. 이런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반짝 관심이나, 급조된 대책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CCTv의무화나 처벌강화가 핵심인 거 같고요. 나머지 중요한 과제들은 장기과제로 설명되고, 뒷전입니다. 그래서 교사의 배출경로를 단일화 한다든지, 여러 예를 들어서 경로를 통해서 보육 교사가 양성될 수 있는데, 4년제 이상으로 한정한다든지, 아니면 처우개선을 통해서 보육교사가 행복할 수 있는 현장이 되도록 한다는지,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앵커: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민간 어린이집이기 때문에,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를 좋게 하려면 아무래도 부모님들의 부담이 커질 거란 말이에요.

정익중:
부모님들 부담이 커지는 게 아니라, 지금 현재도 보육은 무상보육 형태로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게 시설에 제공되는 형태로 많이 진행되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이게 실제로 아동이나 부모, 그리고 실제로 교육을 하고 있는 보육교사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할지 고민한다면, 지금 현재 있는 예산, 8조 정도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걸 조금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이 예산 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예산을 하드웨어 개선에만 너무 투입하지 말고, 소프트웨어에도 신경을 쓰라는 말씀이시군요.

정익중:
네, 맞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정익중: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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