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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금요 기획> “피케티 점수 우리나라 불평등 지수 세계최고, 한국식 해법없나”-이정우 경북대 교수, 이강국 리츠메이칸대 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4-09-19 19:00  | 조회 : 9230 
앵커:
오늘 금요기획, 앞서 소개해드린 대로요. 피케티 논란, 피케티 현상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본주의, 분배, 증세, 이런 것들이 다 화두가 되게 만들었다고 해야지 될까요? 촉발했던 어떤 하나의 변수긴 했죠.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이 우리나라에도 출간이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말고 미국에 이어서는 2번째로 번역본이 나온 나라라고 하네요. <21세기 자본>을 직접 감수하고 해제를 맡으셨던 두 분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이렇게 두 분 모시기 쉽지 않은데, 저희가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님, 그리고 이강국 리츠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먼저 이정우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이하 이정우):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이강국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이강국 리츠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이하 이강국):
예, 반갑습니다.

앵커:
바로 얘기 들어가야 될 것 같아요. 피케티 교수가 오늘도 방한해서 이야기를 한 것이 굉장히 뜨거운 것 같아요. 21세기의 자본, 이게 다른 거냐, 이러면서 화두를 던졌잖아요? 그게 일단 무엇인지를 이정우 교수님이 설명을 좀 해 주세요.

이정우:
이 책 제목이 특이한데요. <21세기 자본>해서 어떤 사람은 칼 맑스의 자본론을 연상시킨다, 그런 말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맑스하고 비슷한 면도 있고요. 예를 들어서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장기적인 법칙,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비슷한데요. 사실은 분석 방법이나 이런 것은 전혀 다릅니다. 사실은 정통파 경제학, 주류 경제학의 방법을 써서 자본주의의 장기적인 불평등 추세를 분석해 냈고요. 그게 시기도 300년에 걸쳐서 있고, 또 나라도 대단히 많습니다. 주요 선진국을 다 망라해서 300년간 불평등이 어떻게 변해 왔다, 그런데 21세기는 지금 점점 불평등해지고 있고 앞으로 더 불평등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래서 대단히 암울한 그런 전망을 내 놓고 있습니다.

앵커:
그리고 그렇게 문제를 제기했고 해법도 내 놓고 있죠? 해법에 대해서도 앞으로 얘기를 더 해 봐야지 될 것 같아요. 그러면 두 분은 이 두꺼운 책을 몇 번이나 읽으셨는지 궁금해요. 이강국 교수님, 몇 번 읽으셨어요?

이강국:
여러 번 읽었습니다.

앵커:
이게 참 어렵게 읽으셨어야 될 것 같아요.

이강국:
처음에는 영문판이 나왔을 때 전자책으로 읽었고 그 다음에 감수 과정에서, 한국판 번역 과정에서 대여섯 번 읽은 것 같습니다.

앵커:
이게 800페이지 정도 되잖아요?

이강국:
왜냐하면 교정본을 계속 보고 또 감수를 해야 하니까...

앵커:
특별히 더 어려웠던 점이나 에피소드 같은 건 없으세요, 이정우 교수님?

이정우:
특별히 어려운 건, 책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없습니다. 이론이 어렵다든가 그런 건 없고요. 대단히 통계가 많이 나오고, 그림도 많이 나오고, 페이지가 워낙 많기 때문에 상당히 참을성이 필요합니다.

앵커:
저는 그래도 가끔씩 이렇게 인내심을 유발해주는 게 소설 이야기라든지 이런 인문학적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런 점을 보면서 피케티, 매력이 좀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만 하시는데요? 이게 사실은 좀 어려워요. 처음부터 공식도 나오고 그러잖아요. 어떻게 읽으면 좋다, 이걸 이강국 교수님이 한 번 얘기를 해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이강국:
사실 공식이 나오긴 하지만 굉장히 이해하기 쉽습니다. 거의 중학교 산수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공식 같은 건 걱정 안 하셔도 되고요. 실제로 이 책을 볼 때 제일 중요한 부분은 역시 서문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리고 뒤에 있는 5장, 6장, 불평등의 전개를 다룬 부분들, 자본 소득 비율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여주는 구절들하고 뒤로 가면 9장, 10장, 넘어가서 제일 마지막 부에서는 글로벌 자본세, 자신의 정책 대안을 얘기하는 15장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읽으시면 훨씬 더 저자의 주장을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일단 서문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으니까 서문을 꼼꼼히 읽고, 조금씩 덤벼 보면 되겠군요. 그런데 이 공식 있잖아요, 이정우 교수님. 베타는 뭐다, 이런 식으로 나오던데 그게 어떤 공식이죠?

이정우:
그게 베타라는 것이 한 나라의 자본 총량을 분자에 놓고요. 분모에는 국민소득을 놓습니다. 그러면 국민소득 대비 자본 총량, 또는 자산 총량이라고 해도 되고요. 피케티는 자산, 자본, 부를 동의어로 씁니다. 같은 말로 쓰기 때문에 무엇이든 상관없거든요. 그 비율이 대체로 나라별로 다른데요. 예를 들어 선진국 같으면 2~3 정도 되는 나라도 있고요. 많은 나라가 높은 게 5~6정도 됩니다. 베타가 5라는 말은 그 나라의 자본 총량이 그 나라 국민소득의 5배다, 그런 이야기죠.

앵커:
그러면 불평등의 정도가 높다?

이정우:
그 자체가 불평등은 아닌데요. 그게 높으면 자본이 많고 부가 많다는 뜻이고, 또 자산이 많다는 뜻입니다. 자산에서 소득이 발생하니까요. 자산이 소득을 낳고, 또 자산을 키우고, 그렇게 해서 불평등이 계속되는 그런 메커니즘이 작용하기 쉬운 것이죠. 그래서 베타가 높은 것이 상당히 위험한 지표가 됩니다.

앵커:
베타가 높은 나라가 어디였나요?

이정우:
한국이 그 책에는 빠져 있는데요. 책에는 제일 높은 나라가 이태리하고 일본입니다. 그 나라들도 아직 7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대해서 최근에 국민 대차대조표가 나와서요. 올해 나왔거든요. 몇몇 경제학자들이 계산을 해 놓은 게 있는데, 그것에 의하면 7이 넘습니다, 한국은. 현재로선 1등, 세계에서 가장 높은 셈이죠.

앵커:
불평등 정도가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불평등 정도가 높은 것을 자본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 주셨어요. 돈이 돈을 버는 것이 노동이 돈을 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불평등하다, 라고 본 것이죠?

이정우:
그렇죠.

앵커:
그래서 우리나라가 불평등하다, 라는 그런 통계도 나온다고 했는데 이게 공교롭게도 굉장히 피케티 현상이라는 게 전세계적으로 번졌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열풍이 우리나라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굉장하거든요. 이강국 교수님 보시기에는 이런 열풍의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강국:
사실은 이 책이 프랑스에서 나왔을 때보다 미국에서 번역 출판 되었을 때 굉장히 인기를 많이 끌었고, 열풍이 되었습니다, 정말로. 그 이유는 첫째로는 우선 피케티 교수의 연구 업적이 굉장히 대단한 것이다, 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300년이 넘는 역사적 데이터를 분석해서 자본주의 안에 내재했던 불평등의 동향을 분석했다는 것은 굉장히 뛰어난 연구 업적이라고 할 수가 있죠. 실제로 노벨상을 받으신 솔로워드 교수나 크루그먼 교수 같은 사람들이 경제학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단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고, 그와 함께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현실에서 불평등이 굉장히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프랑스보다도 미국이 불평등이 훨씬 더 심한 나라가 아니겠습니까? 특히 80년대 이후로 거의 30년 동안 상위 소득으로 집중되는 그런 집중도라든가 지니 계수라든가 여러 가지 불평등 지수들이 굉장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현실이 미국에서 이 책이 대단히 인기를 끌었던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오늘 아마 강연회 주제도 그거였던 것 같은데, 1% 대 99%, 이게 월가 점령행위로 나타났던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표시되었던 그런 것이었잖아요? 그러면 이정우 교수님, 우리나라는요? 미국에 이어서 우리나라에도 출판되었고, 반론도 나오고 굉장히 열풍인데, 배경은 어떻게 보시나요?

이정우:
우리나라는 아주 특이한 것이 피케티 책 번역이 나오기 전에 이미 피케티 책을 비판하는 책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래서 심포지엄도 열리고요. 그저께도 전경련에서 반박하는 심포지엄을 크게 열고 했거든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현상이고,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데 저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민감하게, 대단히 민감하게 이걸 이데올로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피케티 이야기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를 가지고 300년 동안의 여러 자본주의 국가의 불평등의 변화, 이것을 추적을 하고, 그걸 가지고 정책도 제시하고, 이렇게 하거든요? 거기는 이데올로기가 바탕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숫자, 그걸 갖고 이야기합니다. 숫자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 그런 정신이라고 봅니다, 저는.

앵커:
우리나라에서 피케티를 부정하는 사람들 일부는 그렇거든요. 이게 숫자에 기반한 게 아니다, 추정에 불과할 뿐이다, 사실 맨큐도 그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이정우:
그런데 15년 동안을 피케티가 각국의 온갖 자료를 모아서 시계열 자료를 연결을 하고 그렇게 해서 거의 같은 경향을 여러 나라에서 발견을 했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걸 부정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리고 피케티의 주장이 또 하나의 현상을 불러온 데는 굉장히 정색을 하고 해법을 제시했잖아요? 글로벌 부유세, 그러니까 전 세계가 공조해서 부자들한테 세금을 많이 받아야 된다, 라고 얘기를 했고 누진세도 굉장히 강화를 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특히나 우리나라 지금 증세냐, 아니냐, 이 문제가 있어서 더 민감한 거 같은데, 이강국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이강국:
저도 국내에서 나온 기사들을 많이 봤는데요. 특히 자유경제원이라든가 재계 쪽에서 굉장히 많은 반박을 하셨더라고요. 제가 보기엔 세계적으로 드문데, 이런 식으로 피케티를 비판하는 논의들이, 굉장히 놀랍고요, 첫째로. 그런데 사실은 자세히 들어 보면 피케티의 논의라든가 책을 과연 끝까지 다 읽고 비판을 하시는 건지 굉장히 의문스러운 정도로 책에 대한 이해도 조금 모자란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앵커:
예를 들어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이강국:
예를 들어서 어떤 분은 피케티 식으로 세금을 올리면 소득을 1억 버는 월급쟁이들한테 세금 폭탄이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얘기를 하셨는데 사실 피케티가 최고한계세율을 80%까지 그렇게 높이 올리자는 것은 소득세가 굉장히 높은 구간, 예를 들어서 50만 달러나 100만 달러 이상의 구간에만 그렇게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1억을 버는 월급쟁이들한테 그렇게 많은 세금이 떨어지지는 않는 것이죠, 사실은.

앵커:
그리고 이정우 교수님께도 여쭤보고 싶은 게, 사실 이게 금융 위기 이후에 전 세계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손을 잡은 적은 있었어요. 그렇지만 결국 어려워지면 다 자국 보호로 들어가잖아요? 그런 와중에 부자들에게 같이 세금을 매기자, 라고 하는 이런 피케티의 제안이 받아 들여질 수 있을까요?

이정우:
현실성은 낮다고 봅니다. 피케티 자신도 스스로 그걸 유토피아적이다, 그렇게 말하고 있거든요. 그 많은 나라들이 모여서 대단히 급진적인 고율의 부유세를 동시에 부과하자, 이것은 아마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예를 들어서 토빈세라고 있지 않습니까? 국제 투기적인 자본 이동에 대해서 과세하자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합니다. 그런데 토빈세조차도 지금 실현이 안 되고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규모도 크고요. 훨씬 더 진보적인 이런 세제를 세계 각국이 합의한다는 것은 사실 실현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상당히 이치가 있고요. 합리적입니다. 때문에 나중에 불평등이 대단히 커져서 월가를 점령하라, 이런 운동, 또는 1대 99의 사회, 이런 불만이 아주 폭발적으로 나타나면 세계 각국이 위기감을 느끼고 그런 데 합의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사태가 올는지도 모르죠. 먼 미래가 되겠습니다만, 저는 그 논리 자체는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 이렇게 봅니다.

앵커:
그 논리와 원칙 자체는 맞다, 그렇지만 현실로서는 힘들 것이다, 라고 일단은 보고 계신 거고요. 이강국 교수님은요?

이강국:
아무래도 현실에서 몇 년 내에 그런 식의 세금이 각국에서 도입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국제사회의 논의의 흐름을 자세히 보면 실제로 이러한 방안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을 할 수가 있거든요? 얼마 전에도 OECD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초고득층의 조세 회피라든가 그런 것을 가로막기 위해서 조세 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고, 각국이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 모두 동의하고 IMF와 같은 국제기구들도 그런 방안의 중요성에 대해서 굉장히 인정하는 걸 봤을 때 점점 더 이런 쪽으로 고민들이 모아지고 있는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방향을 제시한 것 자체는 맞는 방향이다, 라고 보시는 건데요. 그런데 일부에서는 그런 얘기도 해요. 세금을 걷는 건 좋은데, 그 세금이 투명하게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분배가 되겠느냐, 라는 그런 회의도 있거든요. 이정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정우:
세금을 거둔 뒤에 어디에 쓰느냐 하는 것이죠.

앵커:
그게 불평등 해소에 안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정우:
이 세금은 만약 합의가 된다면 그 취지가 세계 불평등을 축소하자는 것이고, 말하자면 자본이 자본을 버는 세습자본주의의 고리를 끊자는 그런 것이죠. 자기 힘으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차별 받고, 불평등해지고, 가난해지는 그런 사회를 막자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세수는, 세계 자본세를 만약 세계가 합의하게 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복지, 가장 가난한 사람, 약자들을 위해서 쓰는 복지 쪽으로 예산이 쓰여져야 된다, 그렇게 봅니다. 피케티의 정신도 사실 그렇습니다. 군데군데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데요. 약자, 가난한 자에 대한 동정심, 이런 것이 바탕이 되어 있거든요.

앵커:
피케티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책에 약간 언급이 되어 있던 것 같던데, 이강국 교수님, 아시나요? 피케티가 이런 생각을 발전시켜서 이런 연구를 해서 이런 제안을 하기까지의 배경이요.

이강국:
기본적으로 피케티 교수가 책에서도 밝히듯이 자신이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에서 실망을 많이 했고, 그리고 현실적으로 활동하는 좌파들과는 거리가 좀 있다,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로서 현실의 수많은 문제들 중에 최근 가장 심각해지고 있는 문제가 역시 불평등이라든가 상대적 빈곤,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자라면서 공부하는 내용이 처음에 미국에 갔을 때는 미국식 경제학을 공부했는데,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아주 좋아했는데 굉장히 공허함을 느꼈다, 라고 쓰고 있거든요? 그래서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서 진지하게 새로 마음을 고쳐먹고 전세계적인 불평등 자료를 모아서 이런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라고 밝히고 있죠. 그런 걸 보면 경제학자들의 자세로 흔히 쓰는 말이 찬 이성, 더운 가슴이라는 게 있는데, 굉장히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이지적인, 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진지하게 분석을 하게 되었던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앵커:
얘기하면 할수록 여쭤보고 싶은 것도 많고 피케티에 대한 부분들을 많이 얘기하고 싶은데요. 여기서 한 번 잠시 쉬었다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금요기획, 피케티 논란이 우리 사회에 시사 하는 점에 대해서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굉장히 어려운 두 분 모셨습니다. <21세기 자본> 직접 해제와 감수를 맡으셨던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님, 그리고 이강국 리츠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를 모시고 함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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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피케티 현상, 피케티 논란, 금요 기획으로 함께 하고 있는데요.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님, 그리고 이강국 일본 리츠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님, 토마 피케티 교수 <21세기 자본>을 직접 감수, 해제하신 두 분을 모시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피케티가 어떤 배경으로 이런 주장을 하게 됐는지를 짚어봤다면, 이제 해법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한 번 짚어봐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피케티 이론에 반론을 펴는 사람들을 보면 재계 쪽에 우호적인 분들이 많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세금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닐까요, 이정우 교수님?

이정우:
아마 그렇겠죠. 피케티의 제안이 세계적인 불평등, 21세기는 점차 불평등이 심해질 텐데 그것을 막을 방법으로 2가지를 제시합니다. 하나는 아주 고율의 누진소득세하고요. 그 누진 소득 세율의 최고 세율을 가장 부자들이 내는 세율이 지금 대체로 한 30% 되거든요, 세계적으로. 그런데 과거에 2차대전 직후 이럴 때에는 8~90%까지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특히 영국, 미국, 지금은 세율이 가장 낮은 영국, 미국이 그 때는 제일 높았었어요. 세상이 많이 바뀐 것이죠. 그런데 지금 피케티 이야기는 부자들의 최고세율을 80%까지 올리는 것이 맞다, 이렇게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옛날에, 소위 2차대전 직후에 그 때를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부릅니다. 가장 성장도 잘 됐고, 완전고용 되고, 분배도 가장 좋았던 시절이죠. 그 시절의 소득세율의 최고세율이 80%였는데, 그리로 되돌아가는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세계 자본세, 각국 만국이 공통으로 부과하는 세계 자본세가 있고요. 그 두 가지를 제시하는데 둘 다 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재계가, 세금 내기 좋아하는 사람 사실 아무도 없고요. 특히 부자들, 재벌들은 싫어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논리가 상당히 일리가 있거든요. 그래서 경청해야 합니다.

앵커:
특히나 지금 서민 증세 논란이 깊잖아요? 이강국 교수님, 담뱃세나 사실 주민세, 이런 거 올려서 받는 거는 많이 받을 수 있는 건 같아요. 우리가 내는 것에 대한 의식을 잘 못하는 간접세기 때문에, 그런데 왜 더 많이 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안 받냐는 논란이 있기 때문에 피케티에 대한 찬반이 더 많은 게 아닐까요?

이강국:
예, 그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저도 세금과 관련된 많은 비판들을 들었는데요. 먼저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사실 많은 경제학 연구들을 보면, 각국 간을 비교한 실증 연구들도 그렇고, 미국이나 어느 나라의 사례를 분석한 경우도 그렇고, 주로 재계의 반론이 세율이 높아지면 투자도 덜 하게 되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률도 떨어지고, 불황이 오면 오히려 경제 성장률도 더 떨어질 거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많은 경제학 연구들은 그런 주장에 대한 근거는 별로 없다, 라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율이 높아졌을 때 과연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는가, 라는 그런 실증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죠. 미국의 사례만 보아도 5~60년대 훨씬 소득 최고한계세율이 높았을 때가 성장률이 더 높았고, 80년대 이후로 감세가 진행되었는데 성장률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없죠.

앵커:
그러면 반론을 펴는 쪽에서는 전부 다 지금 성장이 우선이다, 세금 걷을 때가 아니다, 성장 많이 해서 낙수효과를 불러일으키자, 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러면 이것에 대한 실증 연구도 많이 있지 않나요, 사실?

이강국:
얼마 전에 교황께서도 지적하셨듯이 사실 낙수효과 자체가 근거가 별로 없는 얘기죠. 요즘에는 정 반대로 낙수가 아니라 분수효과라고 하죠. 소득을 오히려 늘여서, 이른바 서민층의 임금이나 소득을 늘여서 소득을 활성화하고 경제를 살린다는 그런 목소리가 경제학계에서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낙수효과라는 게 부자들한테, 그리고 기업들한테 소득을 몰아주면 그 사람들이 투자를 더 많이 해서 경기가 살아날 것이고, 그리고 경제성장률 높아지고, 결국은 서민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라는 주장인데 실증적으로 현실에서 그러한 낙수 효과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앵커:
이정우 교수님, 아까 초반에 말씀해 주셨는데 우리나라는 피케티 분석에서는 빠져있지만 실제적으로 숫자를 넣어서 계산을 해 보면 불평등 정도 1위가 될 것 같다, 라고 얘기를 하셨잖아요. 그런데 지금 세금을 안 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에 피케티식 해법을 적용해서 불평등을 풀 수는 없는 건가요?

이정우:
둘 다 아까 누진소득세율을 80%까지 높이자는 것, 그것도 사실은 근거가 있습니다. 피케티가 계산을 한 끝에 근로 의욕이나 여러 가지 창의력, 경제 성장을 저해할지도 모르는 그런 효과를 감안했을 때 최적으로 올릴 수 있는 세율이 80%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론적 근거가 있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자본세도 누진적으로 부과하되 세계 공통으로 해서, 왜냐면 자본 도피하고 국적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요.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 그런 제안을 하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이것이 특별히 중요한 것이, 한국의 베타값, 자본 대 소득 비율, 국민소득 대비 7배가 넘는 자본 총량이 있는데요. 그 중의 상당 부분이 한국의 경우에는 부동산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다른 점이요. 다른 나라에는 실물 자산이나 금융 자본, 이런 것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반세기 동안 계속 부동산 투기를 해 온 나라니까 그런 것이죠. 강남 땅 한 평에 이번에 한전 부지가 현대자동차에 매각되었는데 평당 몇 억, 이런 식입니다. 천문학적인 가격을 가진 그런 나라니까요. 부동산값이 비싸고, 땅값이 비싸니까 한국의 베타값이 세계에서 제일 높게 되는 것이죠.

앵커:
그러면 우리나라는 이런 부동산과 관련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게 우선이 되겠네요?

이정우:
그렇죠. 그게 최우선이고 따라서 피케티에 대해서 비판을 하자면 피케티가 말하는 세계자본세는 일종의 부유세고요. 부의 구성에 대해서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금액에 대해서만 누진세를 과세할 뿐이죠. 그러나 우리가 좀 더 생각해보면 부의 구성에서도 정말 피땀 흘려서 열심히 모은 자본도 있을 것이고요. 사실은 그냥 불로소득적인 부동산 투기에 의한 그런 것도 상당히 있는데, 그런 경우에 당연히 후자, 부동산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 이런 것을 더 중과세하는 것이 맞겠죠.

앵커:
그러면 자본이 벌린 내용도 파악을 해서 가중을 달리 둬서 세금을 부과하자는 말씀이시네요.

이정우:
그렇죠. 그렇게 하면 저는 글로벌 자본세의 아이디어가 더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앵커:
그런데 부자들이 대부분 부동산 많이 갖고 계신 분들이라 더 많이 반대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정우:
그런데 성격을 따져야죠. 자본의 성격이 생산적인 자본이냐, 아니면 정말 불로소득이고 자기 땀흘리지 않고 공짜로 번 것이냐, 그래서 가장 대표적인 불로소득이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것이죠.

앵커:
그럼 이강국 교수님은 지금 일본에서 가르치고 계시잖아요. 일본의 경우에는 정말 간접세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소비세를 올렸잖아요? 우린 아직 손도 못 대고 있고, 올리기 어렵고, 그래도 일본인들은 감내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조금만 올려도 조세 저항이 크거든요. 저만 해도 그렇고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이강국:
글쎄요, 사실 일본인들 같은 경우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했을 때 그렇게 많이 비판적이거나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과 비교하자면 사실 소비세를 올리는 것에 대해서 별로 저항이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특히 일본 재정 자체가 굉장히 엉망이기 때문에, 국가 부채가 GDP에 비해서 거의 23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세금을 올리지 않으면 재정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걸 막기 위해서라도 올릴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한국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다른데요. 한국 같은 경우는 최근에 담뱃값 인상 얘기하면서 증세 논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가장 큰 문제는 그거라고 생각을 해요. 세금을 올리는 게 제가 생각할 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한국에서도? 왜냐하면 정부의 소득 재분배 기능과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세금, 그리고 사회복지의 비율이 굉장히 낮지 않습니까? 선진국에 비해서 한 반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고, 이런 상황에서 복지를 하겠다고 했으면, 그런데도 재원이 없으면 세금을 올리는 게 맞죠. 그런데 세금을 올릴 때 무엇부터 올리는가, 하는 게 중요한 것인데 당연히 더 많이 버는 사람이, 그리고 더 많이 버는 기업들한테 부담을 먼저 지우는 게 순리 아니겠습니까?

앵커:
그게 조세 정의 맞죠?

이강국:
네, 조세 공평성이죠.

앵커:
그게 어긋나게 되니까 다들 저항이 더 심각한 게 아닌가 싶어요.

이정우:
거기에 대해서 제가 좀 더 덧붙이자면요. 복지를 늘리는 것은 맞고요. 한국이 너무 정부 규모가 작고 세금을 적게 거두는 나라입니다. 국민소득 대비 20%거든요, 한국의 세금 크기가. 그런데 선진국, 또는 OECD 국가들은 적은 나라가 30%, 중간은 40%, 높은 나라, 북유럽은 50%입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신 게 조세부담률 얘기죠?

이정우:
국민소득 대비 조세부담, 30, 40, 50, 세 집단이 있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뚝 떨어져서 20에 있어요. 그리고 복지를 하겠다고 하면 이건 말이 안 되는 것이죠. 그래서 증세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무슨 세금부터 거두는 것이 맞겠느냐, 그런 것을 토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하지 않고 증세는 없다고 하면서 만만한 서민들을 상대로 해서 주민세를 올리겠다, 아주 역진적입니다. 서민들한테 부담이 더 커지죠. 그리고 담뱃값을 인상하겠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서민들이 더 많이 피워요. 이건 아주 저는 정공법이 아니고 좀 비겁하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소득세와 법인세를 먼저 건드렸어야 되겠죠?

이정우:
그렇죠. 소득세나 또는 종부세, 아까 제가 토지 문제 말씀드렸습니다. 한국의 부동산 투기의 가장 큰 문제점이 그것이거든요. 그런 소비세, 또는 소득세, 이런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정공법을 써야지 주민세, 담뱃세, 이것은 서민 호주머니를 터는 아주 저는 비겁한 방법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그런데 제가 여기서 왜 그랬을까요, 라고 질문을 드리면 답변은 못 하실 것 같아서... 다른 얘기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지금 아마 장하성 교수님도 최근에 책을 내신 것 같고 뭔가 주장을 하신 것 같은데, 피케티의 처방에 대해서 얘기를 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이게 책에 들어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피케티의 해법은 우리나라에 맞지 않다, 지금 세금을 통해서, 세금을 거둬서 분배를 더 하겠다, 라는 것이 옳지 않다, 라고 얘기를 했거든요? 이강국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우리나라에 안 맞아요?

이강국:
글쎄요. 한국의 세금 수준이나 사회복지 수준을 생각했을 때 복지 지출만 얘기를 하자면 GDP의 9% 정도 되기 때문에 OECD 평균의 반도 안 되거든요? 오히려 그런 걸 생각했을 때는 공평한 방식으로 세금을 더 거둬서 복지를 늘이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세금 뿐 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정책 대안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최저임금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그런 것을 현실화한다든가, 그리고 정부의 정책에 의한 2차적 분배 말고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임금과 이윤으로 나뉘어지는 1차적 분배라고 있지 않습니까? 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런 문제를 해결해서 1차적 분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그런 것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앵커:
비정규직의 정규화 같은 것을 꾀하고, 노사 간의 합의나 효율도 많이 높이고, 최저임금도 높이고, 이런 노력이 가장 필요하겠죠. 그런 것들을 하겠다, 라고 말은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사실은 비정상의 정상화 부분들이기 때문에 아마 정부도 안 하겠다고 얘기를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실제로 보이는 것은 별로 없기 때문에 그렇고요. 그런데 장하성 교수님이 얘기하셨을 때는 자본이 돈을 더 많이 벌고 있는 것도 틀리다, 라고 얘기를 했어요, 이정우 교수님.

이정우:
그게 R과 G의 문제인데요. 피케티 책 전체 한 권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R이 G보다 높다, 이겁니다. R이란 게 자본의 수익률이고요. G는 경제 성장률이거든요? 경제 성장률과 자본 수익 사이의 경쟁인데, 거기서 R이 G보다 높게 되면 자본 쪽에 점점 더 많은 소득이 몰리고 불평등이 심해진다, 그런 것이거든요. 그게 핵심인데, 장하성 교수, 제가 책은 아직 안 읽어봤습니다만 인터뷰를 보니까 장 교수 주장이 한국은 다르다, 한국은 R보다 G가 더 높은 나라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그건 제가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왜냐면 한국의 R은 대체로 5%, 그게 세계 보편적인 숫자거든요? 자본수익률은 5% 정도 되고, 성장률은 최근에 3% 되니까요. 역시 R이 G보다 높은 나라인데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앵커:
이강국 교수님?

이강국:
아무래도 장하성 교수님께서는 각각의 금융자본의 수익률을 보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그렇게 얘기를 하신 것 같은데, 부동산이라든가 주식이라든가 채권이라든가, 이런 것들의 수익률을 계산하면 그렇게 높지 않더라, 이런 얘기인데 사실은 피케티 방식으로 R을 계산하는 것은 자본소득이 하는 그 모든 수익을 합쳐서 거시적으로 집계를 한 다음에 그것을 국민총자본으로 나눠서 계산하거든요? 그러니까 계산 방법이 굉장히 틀린 것이죠.

앵커:
그러면 어쨌든 이게 전체적으로 계산을 할 때는 우리가 R이 G보다 높은 게 많다, 자본이 노동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게 맞다, 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러면 아까 잠깐 얘기하셨던 세금 얘기에서 뒷부분에 얘기하셨던 해법들, 노동정책이라든지 임금 같은 것들을 바꿔서 하는 그런 분배 얘기를 했었는데요. 그건 그냥 정부가 추진력만 가지면 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이정우 교수님.

이정우:
네, 정부가 앞장서서 사회적 대화의 틀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요. 노사는 양 쪽이 모여서 얘기가 잘 안되거든요. 그럴 때 중간에 촉매제가 필요한데, 그게 바로 정부가 할 역할입니다. 그래서 노사정위원회가 지금 한국에 있고, 분명히 있는데 그게 제대로 지금 일을 못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저는 정부의 의지고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아까 말씀하셨듯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최저임금을 높이고 서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이렇게 해서 가는 포용적 성장, 또는 소득 주도형 성장이라고 하는데요. 아까 말씀하신 낙수효과의 정 반대가 되는 것이죠. 그 쪽으로 가는 것이 한국 경제를 살리고 성장률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사실 포용적 성장이라는 말은 박근혜 대통령도 썼던 말인 것 같아요.

이정우:
그런가요? 그런데 실천을 안 하고 있었죠.

앵커: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이나 이런 양극화를 개선하기 위해서 피케티가 오늘 얘기한 게 공교육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더라고요. 이강국 교수님, 어떻게 보셨어요. 그 해법에 대해서?

이강국:
피케티 책에도 그런 얘기가 없습니다. 교육의 역할을 굉장히 중요하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많은 국가들을 보면, 미국도 그렇고 요즘 한국도 그렇듯이, 일단 사교육이 굉장히 심각하고 특히 미국 같은 경우 사립대학이 좋은 대학은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는 학생들의 부모들이 대부분 부자라는 것이죠. 한국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역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도 똑똑하다면, 능력만 있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이 사실은 소득 불평등, 그리고 사회적 계층이동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겠죠.

앵커:
개천에서 용이 안 나잖아요.

이강국:
지금은 거의 다 죽은 것 같은데요.

앵커:
개천표 용이 안 나오는 것 같은데, 일본은 어때요? 이강국 교수님.

이강국:
일본은 한국보다는 좀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근에 보면 일본은 대학 밑에 대학 소속의 초등학교, 중등학교, 고등학교가 있거든요? 이른바 사립학교들인데, 굉장히 비싸요. 다른 공립학교들 보다는... 일본도 대학 소속의, 예를 들어 저희 대학이나 와세다 대학이나, 이런 소속의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학원도 보내고, 6살짜리를, 그런 현실들이 나타나고 있는 걸로 봤을 때 우려스럽죠.

앵커:
이정우 교수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부가 자꾸 세습이 되고, 그게 어떤 신분을 자꾸 만드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이정우:
그렇습니다. <21세기 자본> 피케티 책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이죠. 세습화하다는 것, 자본주의의 활력을 잃게 되는 것이죠.

앵커:
그렇게 되면 예전엔 정말 교육을 통해서 우리가 표현이 그렇습니다만 신분 상승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분명히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어려워지지 않았나...

이정우:
그렇습니다. 갈수록 1류 대학에 들어간 부잣집 아이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죠.

앵커:
그러면 이게 그냥 공교육에 돈을 많이 투자하면 해결될까요?

이정우: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고요. 한국이 교육에 대한 정부 예산은 꽤 높습니다. 낮은 편이 아닌데요. 문제는 제도죠. 제도가 잘못되어서 그렇다고 저는 봅니다.

앵커:
자본의 분배를 위해서 세금 제도도 고쳐야 되고, 알고 보면 이런 사회 전반적인, 이런 것들을 좀 개선을 해야지 된다는 얘기들이 다 모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피케티가 상당히 반가운 것 같아요.

이정우:
그렇습니다. 피케티가 사실 아까 두 가지, 소득세하고 자본세 이야기만 주로 했습니다만, 그게 많이 부각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책에서는 교육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최저임금 이야기도 많이 하고, 온갖 얘기를 다 합니다.

앵커: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한 얘기를 여쭤봐야지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정리 차원에서 이강국 교수님이 한 번 얘기를 해 주시겠어요? 우리나라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피케티의 이론을 빌어서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이강국:
기본적으로 정부의 역할, 소득 재분배 기능이라고 하는 정부의 역할을 굉장히 높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평하게 직접세를 우선 증세를 해서 그 세원으로 사회복지지출을 획기적으로 늘일 그런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뿐 만 아니라 최저임금의 인상이라든가 노동시장의 개혁, 예를 들어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정우 교수님도요?

이정우:
예, 저도 비슷한데요. 피케티가 말하는 것 중에 사회적 국가, 이런 얘기를 합니다. 20세기에는 국가가 사회적 국가로 바뀌었다, 복지 지출도 많이 하고 약자들을 보호하는 그런 역할을 말하는 것이죠. 한국의 국가는 사회적 국가로서는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고 볼 수 있고요. 따라서 세금도 더 걷고, 최저임금도 높이고, 비정규직도 바꾸고, 이렇게 해서 약자를 먼저 생각하는 경제, 그것이 지난번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그런 쪽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 너무 부자 재벌들, 그런 쪽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앵커:
저희 금요 기획은요. 마지막으로 오늘 했던 토론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명제를 내리고 끝나거든요. 오늘은 자본 얘기를 했으니까 자본주의는 뭐다, 라고 정의를 좀 내려 주시고요. 간단한 설명까지 부탁 드리겠습니다. 먼저 이정우 교수님께 부탁 드릴게요.

이정우:
어려운데요. 저는 자본주의는 불평등과 성장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편으로는 대단히 불평등하고요. 빈부격차가 심해지기 쉬운 그런 체제인 동시에 그러나 그 속에 또 활력이 있고, 성장을 하기에 유리한 그런 체제이고, 인류 역사를 보면 가장 성장이 빠른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불평등의 요소는 좀 낮추고 성장의 요소는 좀 높이는 그런 노력을 해야 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정부가 다소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불평등과 성장이다.

이정우: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두 개의 얼굴, 두 개의 바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같이 가야지 되는 거고, 이강국 교수님, 자본주의는 뭐다?

이강국:
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자본주의는 결국 정치다, 라고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사실 자본주의도 여러 가지 모습이 있거든요? 좀 덜 불평등한 괜찮은 자본주의도 있고 더 나쁜 자본주의도 있죠. 한국에서도 아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얘기들을 많이 하셨는데, 사실 그게 안 되는 이유는 정치 때문이죠. 정치적 반대가 심하고, 그게 필요한데도 정치적 노력이 모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피케티도 책에서 사회경제적인 변화를 위해서 정치적인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저는 자본주의도 결국 정치다, 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앵커:
결단이다, 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저는 들리네요? 알겠습니다. 뭔가 누가 총대를 매고 가야지 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지금까지 피케티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피케티 교수가 쓴 <21세기 자본> 감수와 해제를 맡으신 이정우 경북대 교수님, 그리고 이강국 리츠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님과 함께 얘기를 나눠 봤습니다. 두 분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이정우: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강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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