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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찬성’ 토론자 13명중 3명뿐, 3년만에 국정 전환 논란은 역사의 후퇴일뿐"-서울시립대 국사학과 이익주 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4-08-28 09:17  | 조회 : 4905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작심인터뷰 3 :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이익주 교수(국사편찬위원회 역사교과서 집필기준개발위원회 위원장)



앵커: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토론회가 이틀 전에 있었는데요. 국정교과서로 다시 돌아가야 하느냐 아니면 지금의 검정교과서를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하느냐, 이게 쟁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작심인터뷰에서는 이 토론회에 참석하셨고 국정교과서 도입 반대를 주장하신 서울시립대 이익주 교수 연결해서 토론 결과에 대한 이야기 자세하게 들어보겠습니다. 참고적으로 저는 이 인터뷰에서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입장에 반대하는, 다시 말해서 검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인터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지금 반대 측이 연결이 안 됐기 때문에 제가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 청취자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이 교수님?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이익주 교수(이하 이익주):
네.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 청취자 분들의 이해를 위해서 설명을 좀 해주시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익주:
국정교과서라고 하는 것은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진 교과서를 말합니다. 이 교과서들은 대개 한 과목당 하나의 교과서가 만들어지죠. 검정교과서라고 하는 것은 민간출판사가 제작해서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입니다. 이 경우는 대체로 한 과목당 여러 종류의 교과서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면 지금 모든 과목이, 검정교과서는 다 몇 종류씩 아닙니까, 그죠?

이익주:
지금 국정교과서는 중·고등학교에는,

앵커:
아니, 검정교과서가 모든 과목에 몇 개씩 되죠?

이익주:
과목마다 좀 다르겠습니다만, 한국사 교과서는 8종의 검정교과서가 있습니다.

앵커:
8종이군요. 지금 국정교과서 도입에 이 교수님께서도 반대하시는 입장이시잖아요? 우선 반대 입장의 논리를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이익주:
반대의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두 가지만 중요한 것을 말씀드리자면, 헌법정신이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국정교과서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체제라는 점이 총론적으로 반대하는 이유가 되고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정부 또는 집권세력의 정치적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우려는 그저 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1974년부터, 유신 바로 뒤죠? 한 40년 가까이 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40년 동안의 경험을 비춰볼 때 그렇다는 것인데 대체로 교과서 서술이 친정부적인 편향성을 띄었고, 10월 유신에 대한 평가라든지 또는 제5공화국 수립에 대한 평가라든지 하는 것들이 그렇습니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정권을 홍보하는 수단으로까지 이용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용이 변경되는 상황도 우리가 경험을 했습니다. 따라서 이 국정교과서가 정부의 입장이 반영되면서 역사를 왜곡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제도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 역사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 역사학자로서 반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유신이라든지 이런 측면에 문제가 있을 수 있었지만 제가 여쭤볼 것이, 첫 번째로 과거 군사 독재 정권시절과 지금은 시대가 바뀌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시대가 바뀌었다는 사실 자체는 지금은 과거와 같은, 아까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정부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는 환경,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는 얘기가 성립될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익주:
네. 국정을 주장하는 분들이 그런 논거를 제시하기도 합니다만, 우리가 아주 오랫동안에 군사 독재, 독재 기간을 거쳐서 민주화에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지금 자리 잡은 지 불과 몇 십 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주 오랫동안 힘든 역경을 거치면서 민주주의를 이뤄냈는데 이것 지키는 것을 소홀이 할 수 없습니다. 국정이라는 것은 분명히 과거 독재 시절의 유산입니다. 지금 아무리 민주화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민주화된 상황에서 국정 논의가 다시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죠.

앵커:
그리고 교수님께서 아까 정치적 중립성, 교육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다 공감을 하실 거예요. 그런데 국정으로 하더라도 예를 들면, 필진이나 감수하는 사람들을 정치적 중립이 안 되면 진보3, 보수3 이런 식으로 토론해서 교과서 쓰게하면 안되나요? 그건 불가능한 건가요?

이익주:
글쎄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역사학이라고 하는 학문이 그렇게 타협을 해가면서 하나의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학문이 아니라는 점이 있고요. 또 한 가지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국정으로의 전환이, 국정으로의 회기가 학문적이고 교육적인 관점에서 제기되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인 이유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순수한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또한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보충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많은 분들이 역사를 한 가지 사실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앵커:
역사 해석이죠.

이익주:
네. 과거에 일어난 수많은 일들 가운데 어떤 것을 가르치고 어떤 것을 가르치지 않느냐는 선택의 문제에서부터 그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까지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는 거라는 것이죠. 이런 가운데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합의를 해가면서 이건 가르치고, 이건 제외합시다, 이건 이렇게 가르칩시다, 타협하면서 단일한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역사학의 속성상 불가능한 점이라는 것이죠.

앵커:
네. 그리고 지금 어떤 것을 가르치고 안 가르치고, 어떻게 해석하는가 하는 것은 상당히 절충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런데 지금 국정교과서 도입을 주장하는 쪽 같은 경우에는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뭐냐 하면, 유관순 열사 있지 않습니까? 유관순 열사가 빠져있는 교과서가, 고교의 국사교과서가 8종이 있는데 4종에 유관순 열사가 빠져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이렇게 문제가 되니까 국정으로 가면 이런 일은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하거든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익주:
최근에 유관순 열사가 교과서에 빠진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데요. 이 문제는 일단 학문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해당 시기의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원칙만 말씀을 드리는 것인데요. 우리가 유관순 열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역사적 사실인가, 하는 의문을 한번 제기해보는 것이죠. 그래서 만일에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 뭔가 과장되어있다거나 잘못 알려져 있다거나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잡는 것이 당연 한 것 아니겠습니까? 학문적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그것이 국민들의 역사 상식과 충돌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역사 상식과 충돌한다고 해서 이 상식을 가지고 학문적인 논의를 재단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라는 생각이듭니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에 대한 지식들을 한 번 돌이켜 생각해보십시오.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지식이 되었는지. 교과서를 통해서, 심지어는 역사 드라마를 통해서 여러 가지 통로로 우리에게 쌓여진 지식들입니다. 이것이 학문적으로 검증이 된 것인지, 하는 것들은 역사학자들이 하는 얘기를 한번 듣고 검토해보는 일이 되는 것이죠. 내 상식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잘못된 거라고 한다면, 계속 역사학자들의 연구나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역사적 지식이 상식의 벽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앵커:
그리고 제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쭤보는 게 지금 국사교과서가 8종이다. 선택은 물론 학교 측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의 협의를 통해서 하게 되어있지만,

이익주:
네. 그렇게 되어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어차피 한쪽의 해석과 선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는 거 아닌가요?

이익주:
그렇습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한 종의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를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배운 한국사 지식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는 생각은 일단 안하게 되겠죠.

앵커:
그런데 학생들이 아직 어리니까 그렇게 객관적으로 이것은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힘들지 않나, 그래서 여쭤보는 건데.

이익주:
아닙니다. 교육의 효과는 고등학교 교과서를 배울 당시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평생 살면서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국가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의 지식을 암기하게 되는 학생과 여러 가지 해석 가운데 어느 한 가지를 받아들인 학생과는 자기의 생각에 대한.. 뭐랄까요? 절대화의 정도가 다를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다양한 역사 해석 가운데 어느 한 가지를 가지고 나의 생각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인데. 이 학생이 앞으로 성장해나가면서 자기의 생각을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어느 쪽이 더 높을 것인지, 저는 이것이 더 교육적인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하나의 교과서를 채택하더라도 교사들은 여러 가지 교과서를 종합해서 가르치게 됩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이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여러 해석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 점을 주지시키고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계속 열어 주는 교육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죠.

앵커:
잘 알겠습니다. 어쨌든 교과서라는 게 참 중요하니까 이러한 토론도 있고 고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이익주:
네.

앵커:
지금까지 서울시립대 이익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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