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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아이들도 PTSD 심각, 치료마저 거부하고 있어"-채정호 대한외상성 스트레스 연구회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4-04-21 11:04  | 조회 : 4966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살아남은 아이들도 PTSD 심각, 치료마저 거부하고 있어"-채정호 대한외상성 스트레스 연구회장



앵커:
수도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집중적으로 알아보는 투데이 이슈 점검시간입니다. 지난 16일이죠,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구조된 학생들 가운데 정신적으로 상담 치료가 필요한 학생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현재 아이들 상황 어떠하고, 어떻게 치료가 되는 것인지 대한외상성 스트레스 연구회장직을 맡고 계신 채정호 가톨릭대 서울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화연결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채정호 대한외상성 스트레스 연구회장(이하 채정호):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이번 사고에서 구조된 아이들이 신체적인 부상 말고도 심리적인 충격도 크다고 합니다. 흔히 PTSD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요 PTSD가 무엇인지 먼저 설명 부탁드립니다.

채정호:
사실 PTSD라고 하면 정확하게는 우리가 끔찍한 일을 겪는 것, 재난상황 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을 겪고 나서 한달 이후에 나타나는 병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PTSD를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르고요. 한 달 이후에 사건에 대해 자꾸 떠오르는 경험이 재경험되는 현상하고 깜짝깜짝 놀라는 과도 각성이라고 하는 무섭고 놀라는 것, 사건과 관련된 것들을 자꾸 피하게 되는 것,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나게 되는 것을 통틀어서 PTSD라고 하는데요. 충격을 받고 나서 이러한 반응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한달 이후로 지속이 될 때 질환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PTSD가 위험한 증세는 아닙니까?

채정호:
사실은 끔찍한 일을 겪고 나서 그러한 증상 자체가 나타나는 것은 정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증상이 나온다고 해서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고요. 문제는 그러한 증상이 얼마나 지속되고 있는가, 병으로 진단하는 것 자체도 한 달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 사람들이 끔찍한 일을 겪고 나서 회복을 잘 하거든요. 치유가 되고 자생적으로 회복이 되어 나가는데 그것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지속되고 있고 한 달 이상 지속된다고 한다면 심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 증세가 한 달 이상 지속될 때는 심각한 것으로 보는 것이군요. 이번 사고의 경우에 10여년전이죠, 대구 지하철참사의 경우와 많이 비교가 되고 있는 데요. 당시 대구지하철참사 생존자들의 경우에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있었습니까?

채정호:
그럼요. 사실은 굉장히 끔찍한 화재였고 많은 분들이 희생 당하셨고, 살아남으신 분들도 11년이 되셨는데요, 조사를 해봤더니 살아남으신 분들 중 60% 가까이, 조사에 임하신 분들 중에서이긴 하지만, 그분들께서 PTSD증세가 남아있었고요. 실제로 초기에 치료를 잘 하지 못하면 만성화될 우려가 있다, 대부분은 병이 생기기전에 회복이 되는데 병이 생기신 분들은 상당기간 지속 될 가능성이 크고요. 너무 오래가시는 분들 보면 전쟁 이후에, 6.25에 겪으셨던 PTSD를 아직도 겪으시는 분들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에 치료가 잘 안되는 경우에는 아주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세월호 같은 경우에 일부 구조된 학생들의 경우 치료를 거부하는 학생도 있다고 하는 데요 그런 경우는 어떤 경우입니까?

채정호:
지금 상태로서는 치료라기보다 지원이 필요한 단계이거든요. 지금 어떤 증상이 나온다고 해서 그것을 병적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극도의 감정과 혼란의 상태가 있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서는 이해해주고 지원해주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심리지원의 전부라고 볼 수 있겠고요. 마치 이것 자체가 오도가 되어서 지금 당장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오도이고요, 이 중에서도 자기 마음이 편치 못하고 죄책감이 있는 경우에는 내가 치료를 받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교사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PTSD증상을 학생들과 같이 겪은 경우에 학생들이 우선이라고 하면서 본인의 감정을 억누르고 심리지원 받는 것을 거부하는 분들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건 우려가 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아직 사건 이후에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고 구조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생존자 입장에서는 치료라기보다는 어려움이 있을 때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가 있고, 내가 힘들면 항상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시스템만 만들어진다면 별 문제가 없다고 보여 지고요. 힘들 때는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꼭 이러한 시스템에 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시면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앞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당장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한 달 정도 이후에 나타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러한 증세가 나타날 경우에 치료는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을 해야 하나요?

채정호:
사실 증상 자체는 지금도 있을 수 있지만 한 달이 지난 후에 병이라고 보는 것이거든요. 그러한 증상이 계속 있다고 하면 진정이 안 되고 과도각성이 심하기 때문에 한 달까지는 약물 치료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고요. 대게 한 달이 지나가면 그때까지도 잠을 잘 못자고, 끔찍한 일이 자꾸 떠오르는 분에게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행합니다. 주 치료방법은 약물보다는 인지행동치료라고 하는 이완도 시켜주고, 결국은 끔직 했던 기억을 기억 속에서 처리해야하거든요. PTSD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기억의 문제입니다. 내가 끔직한 일을 겪었다고 하는 그 기억에서 해결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기억을 처리해주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인지행동치료가 주안점이고요. 지금 현재시점에서는 약물을 쓴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고 지지해주고, 교육해주는 치료가 적절할 것이라고 봅니다.

앵커:
학생들 걱정도 되지만 실종자들의 가족들, 목숨을 잃은 학생들의 유가족들의 슬픔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 텐데 이런 유가족들 경우에도 심리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겠죠?

채정호:
당연합니다. 우리가 그것을 외상성 애도라는 말을 쓰거든요. 외상후스트레스처럼 증상이 나타나는 것인데, 물론 유가족 중에서도 PTSD 증상이 나오는 분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그것이아니더라도 외상성 애도라고 해서 큰 슬픔이, 애도라는 것이 항상 큰 슬픔이긴 하지만 사실 병을 오래 앓았다든지 노인이 되어서 돌아가셨다든지 하는 경우라면 애도 작업을 잘 하고 넘어가는데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갑자기 죽음으로 간 경우에는 가족들이 견디기 어려워질 수 있고요. 그런 것들은 PTSD 못지않게 큰 문제로 가져 갈 수 있고, 너무 비탄에 젖어서 2차적인 문제 3차적인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분들 유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비탄이나 애도가 너무 심한정도, 그 다음에 가장 걱정스러운 것들이 2,3차의 자살사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예방하고 막기 위해서, 이것도 심리 치료라기보다는 지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러한 이야기를 남에게 나누어주고 지지해주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고요. 전통적인 치료라기보다는 옆에 누가 있다, 네가 힘들겠다고 하는 지원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앵커:
충격을 받은 분들에 대해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채정호:
슬퍼 하지마, 그럴 수 있어, 인명은 제천이야 하는 식으로 위로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요 사실은 슬퍼할 수밖에 없다, 이건 굉장히 힘든 일이고 네가 슬퍼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태도가 제일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것이 맞긴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에는 충분히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함께 위로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되고요. 빨리 떨쳐 내버려, 잊어 버려라고 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애도가 너무 오래 지속이 되면 병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개입이 달라져야겠지만.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르긴 하지만 애도라는 게 1,2년 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분은 평생 가는 경우도 있거든요.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인생을 포기하고 남은 삶을 없앨 수는 없는 거거든요. 가장 인생을 살면서 힘든 일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함께 울어주고 기도해주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앵커:
이번 사건으로 우리사회 전체가 심리적인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우리 국민 개개인의 심리적인 상태가 어떤 상태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까?

채정호:
본질적인 형태에 따라 또 다르거든요. 사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안 좋은 일이 벌어졌을 때 실제로 건강하고 긍정적이신 분들은 화가 나면 소위 의분으로 전환을 해서 안전 수준을 높인다든지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본다는 식으로 전환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반대로 평상시에 부정적이고 여러 가지 힘든 분들은 어려운 일을 겪고 나면 오히려 자기의 정신건강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우울증이 더 심해진다든지 비통함. 대개 어떤 상실 같은 경험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가 가지고 있던 상실의 경험을 이번 기회에 더 심하게 나타내고 옛날 생각에 빠지고 비탄에 젖으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슬퍼할 수 있고 어렵지만 결국 좌절과 시련을 겪고 나는 과정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고요. 이럴 때 안 슬퍼할 수 없습니다만 사건의 의미를 잘 찾아보고 우리가 살아왔던 인생을 뒤돌아보고 내 삶의 가치라든지 내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하고도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생각 하면 사실은 이러한 슬픔에서 벗어나서 전환이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몇 년 전이죠, 씨랜드 사건이 있은 다음에 대한민국을 떠나는 이민자들이 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배신감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것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채정호:
네, 그렇습니다. 특히 어떤 책임자가 있고, 누구의 잘못으로 밝혀지고 그런 걸 관리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심적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고요. 정부 측에서는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고 처리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점이 미흡할 때 정부에 대해 화가 나고, 믿지 못하겠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 있는데 문제는 정부의 1차적인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안전에 대해서 귀하게 생각하지 않고 생명을 경시하고, 뭐가 제일 중요한지 모르고 살았던 이 시대의 어른 이시대의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책임을 더 크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런 책임을 가지신 분들이 통감하고 체계를 바꾸고 앞으로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이게 잘 안되었기 때문에 더 화가 났을 수도 있고요. 변화는 분명히 해야겠지만 개인 스스로도 자기 삶을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는다면 계속 남의 탓을 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지내기가 어렵고,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 됩니다.

앵커:
끝으로 최근 몇 일 동안 모든 언론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특보를 내보내고 있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만 이러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채정호:
그야말로 당사자가 아닌 상태에서 전국민이 트라우마에 휩싸인다든지 이렇게 되는 것은 언론의 영향이 전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재난사건이나 자살사건이나 보도의 가이드라인과 지침이 있습니다. 사실을 보도하고 확인되지 않은 것은 보도하지 않고, 너무 감정이 올라올 수 있는 것들은 자체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실제로 언론이 너무 경쟁적으로 보도를 하다보니까 잘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언론이 큰 책임도 있지만 이런 것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는 힘도 언론에 있거든요. 그래서 좋은, 의분을 통해서 시스템을 바꾸고 정말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는 사실은 정부의 역할이 있기도 하지만 언론도 그렇게 하고. 실제로 언론이 방송을 많이 하고 난 다음에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지에 대한 추적 같은 그야말로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수정하고 고쳐지고 있느냐에 대한 추적하는 것들, 언론의 선 기능 같은 것들도 좀 해나가면 좋을 것 같고요. 자극적인 보도 같은 것으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받고, 많이 어려워하는 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언론이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대한외상성 스트레스 연구회장인 가톨릭대 서울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였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채정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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