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현의 생생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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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금요기획> "싱글남 사회학자가 본 1인 가구의 겉과 속"-아주대 사회학과 노명우 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4-04-11 17:50  | 조회 : 16524 

앵커:
가족, 보통 4인 가족 많이 떠오르시지 않으신가요?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4인 가족이 많을까요, 1인 가족이 많을까요? 이 분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혼자 사는 사회학자, 1인 가구 시대를 조망을 하고 계신 아주대 사회학과의 노명우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아주대 사회학과 노명우 교수(이하 노명우):
안녕하세요.

앵커:
저희가 표현을 바꿔보려고 많이 노력을 했어요. 싱글남 사회학자에서 또 혼자 사는 사회학자, 이런 식으로 바꿨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노명우:
뭐, 맘에....

앵커:
안 들어도 어쩔 수 없다, 하하하. 그렇군요. 답변 주셔야죠.

노명우:
2012년 통계를 보면요. 재미난 걸 발견을 하는데 아슬아슬하게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에서 1등을 차지했습니다. 2012년 통계긴 합니다만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 중에서 25.3%고요. 4인 가구가 20.9%입니다.

앵커:
좀 벌어지는데요?

노명우:
네. 한 80년대와 비교해본다고 하면 1인 가구가 정말 놀라운 속도로 급격하게 늘어가고 있는 거죠. 더 재밌는 거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통계 추계치에 따르면 2035년의 경우에는 34.3%까지 1인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앵커:
그만큼 4인 가구나 2인 가구, 이런 데가 주는 건가요? 어떻게 이렇게 늘어나게 됐을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노명우:
가장 큰 이유는 보통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족관계가 앞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1인 가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고요. 보통은 우리가 가족, 그러면 부부가 있고 자녀가 있는 핵가족이 가장 일반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앞으로 이런 핵가족이라고 하는 일반적인 모델이 굉장히 변화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앵커:
핵의 핵으로 가는군요.

노명우:
그렇죠. 예를 들면 한 가지 요인은 점차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사람들이 결혼을 안 하려고 하거나 아니면 결혼을 늦게 하는 현상들이 더욱 더 앞으로 강해질 거고요. 이게 1인 가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는 거죠.

앵커:
그게 어떤 것들인가요? 결혼을 안 하게 하거나 늦게 하게 하거나 하는 이유.

노명우:
안 하거나 늦게 하는 이유 중에서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을 하는 건 여성의 지위 향상입니다. 그리고 여성들이 고등 교육을 받게 되고, 여성들이 경제력을 갖게 되는데, 문제는 가족관계에서 남녀의 성별 분업이라는 게 되게 보수적인 성격들을 가지고 있잖아요.

앵커:
안 변하죠, 잘.

노명우:
남자들은 도와준다, 라고 표현을 하지만 도와준다, 라는 건지 어디까지나 가사 노동이 남녀가 분담되는 게 아니라 도와준다, 정도인 것처럼, 그 이전에는 여자들이 결혼을 하지 않으면 남편이라는 부양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성별 분업 체계에서 부당함이 있더라도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면 여자가 교육을 많이 받고 전문직에 진출하게 되고 경제력을 갖추게 되면 굳이 여자가 그 문제 때문에 결혼을 해야 할 이유는 좀 줄어들게 되는 거죠.

앵커:
그리고 제 친구들을 보면은 제가 나이가 저도 40이 넘었습니다마는 친구들이 결혼을 안 하고 있는 친구들이 꽤 많아요. 그들은 경제력이 있고요. 그 다음에 일에 매진을 하기 위해서도 있어요. 그런 이유들도 좀.

노명우:
이런 게 하나가 있고요. 안 하려고 하거나 늦게 하는 경우, 하더라도. 또 하나는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결혼관계라는 게 예전처럼 그렇게 안정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주 20년 전에 이혼은 되게 드문 일이었는데, 이제는 누가 주위에서 이혼했다고 하면 어, 이혼했어? 간단하게 끝나버리는, 더 이상 신기할 게 아닌, 사람들이 아, 왜 이혼을 했냐고, 이렇게 캐묻지도 않을 정도로 사정이 있어서 이혼을 했겠거니, 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러니까 결혼관계, 가족관계가 부부의 안정성, 부부관계의 안정성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약해졌죠. 이게 또 1인 가구를 늘어나게 할 밖에 없는 요인이 되고요. 또 하나 가장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은 뭐냐고 하면 평균 수명 문제입니다.

앵커:
아, 그러면 1인 가구 형태를 우리가 굉장히 젊은 쪽만 봤다면 나이든 쪽의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거군요?

노명우: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데요. 남자들한테 불행하게도 여자들이 평균 10년 더 살거든요. 남자 평균 수명이 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추세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거고요. 그렇다고 하면 지금 전체적으로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남녀의 평균 수명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인생의 마지막 부분은 1인 가구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는 거죠.

앵커:
그렇네요. 그 부분도 분명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굳이 아니더라도 남자 분들도 또 혼자가 될 수 있고, 혼자 살면서 굳이 그 부분은 얘기를 안 하신 것 같은데 자녀에게 내가 부양 의무를 지우지 않겠다, 하는 꿋꿋한 분들이 상당히 많으시거든요. 저희 부모 세대가 그러신 분들인데, 그렇게 되면 또 혼자 사시겠죠?

노명우:
그렇죠. 지금도 태도 조사를 해 보면 양쪽이 서로 원하지 않는 걸로 나오고 있어요. 현재 부모들도 자식들과 동거할 의향이 있느냐, 라고 여쭤보면 50% 이상이 의향이 없다고 대답을 하시고, 자녀 세대도 부모와 함께 살 의향이 있냐고 물어보면 50% 이상이 없다고 나오거든요. 가족관계가 이미 변한 거죠.

앵커:
그렇네요. 인식은 많이 변했는데 저는 제가 꼭 착해서 그런 건 아닙니다마는 그래도 부모님이 혼자 거동하시기가 어렵거나 혼자 계시면 모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율배반적인 게 저는 아이에게 저를 부양할 부담을 전혀 주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우스갯소리로 저희 제작진들에게도 맨날 그래요. 실버타운 걱정하고 있다고,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는데 그것도 1인 가구들이 모여 있는 곳이 또 될 수도 있겠죠. 그러면 교수님은 지금 혼자시잖아요. 어떻게 혼자가 되셨는지, 선택인지 불가피인지.

노명우:
저는 혼자 산다, 라는 문제에 관해서는 어떤 주의는 없다고 봐요. 아까 1인 가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다, 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보통 사람들이 왜 1인 가구가 되었느냐, 라는 질문 속에서는 1인 가구의 문제를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의 문제로만 약간 환원시키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1인 가구가 발생하는 건 미혼의 문제로만, 유일한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사별로 인해서 1인 가구가 된 분한테 왜 1인 가구가 되셨습니까, 라고 묻기에 정말 애매한, 때로는 결례가 될 수도 있는 그런 거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도 왜 1인 가구가 되었느냐, 라는 문제에 관해서는 제가 책에도 썼던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아마 대부분의 경우가 어쩌다, 살다 보니, 인생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의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한 것들이 개인들에게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제가 결례를 범해서 죄송합니다. 어쩌다 혼자가 되셨냐고... 하하.

노명우:
아닙니다. 하하.

앵커:
어쩌다보니, 제 친구들도 다 그래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그냥 흘러가다 보니, 라고들 얘기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남들의 경우, 지금 여러 가지 경우를 얘기하셨긴 하지만 친구분들로 좀 한정해서 얘기를 해 보면 어떠세요?

노명우:
제 주변에도 결혼 안 한 사람들도 있고, 가족을 구성하고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데 반응이 좀 그런 것 같아요. 서로가 각자가 쥐고 있는 떡이 커 보인다, 라는 느낌? 결혼해서 기러기 아빠가 되고, 가족 부양에 등이 휘는 것 같은 이런 친구들은 가끔 부럽단 얘기도 술 한 잔 마시고 하기도 하고요. 또 제 입장에서도 결혼한 사람들이 부러운 측면이 분명히 있고요. 그래서 서로가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떡, 남이 들고 있는 떡을 좀 부러워하고 있는 상황들이 아닌가.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저는 결례를 무릅쓰고 여쭤보긴 했습니다만 혼자 사는 분들에 대한 저의 부러움은 자유거든요. 나를 중심으로 시간표를 짤 수가 있잖아요. 저는 아이를 중심으로 시간표를 짜야지 되거든요. 그 자유가 너무 부러운데, 교수님께서는 그러면 결혼한 분들을 볼 때 약간의 부러움이라면 어떤 게 있으세요?

노명우:
아까 자유롭지 않을까,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을 좀 달리 하면 시간이 좀 많지 않을까, 라는 것과 연결시켜서 생각해 보자면 그렇지 않아요. 굉장히 시간이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혼자서 그 모든 걸 다 해야 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그래요.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 가사 노동도 제가 해야 되고, 바깥에서 가구를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비도 제가 벌어야 하고, 그러니까 어떻게 보자면 전통적인 성별 분업에서 남자 역할과 여자 역할을 제가 다 해야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놓고 보자면 물론 아이한테 빼앗기는 시간은 없어서 시간이 굉장히 많을 것처럼 보이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뺏기는 시간은 없지만 그 외에 혼자서 해야 될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업무들에 시달리고 있죠, 사실은.

앵커:
제가 결례를 한 번 더 범해도 될까요?

노명우:
한 번 시작하셨으니까... 하하하.

앵커:
한 번 더 하겠습니다. 지금 싱글이고, 대학 교수님이고, 그러면 남부러울 게 없어 보여요. 그렇지만 혼자 늙어 가시잖아요. 거기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없으세요?

노명우: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텐데요. 그런데 그런 두려움이 저만의 것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해 봐요. 그리고 또 주변에서 놓고 보면 저는 핵심적인 문제가 가족관계가 변한다, 라는 사실이 더 우리한테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건데요. 예전처럼 자식들이 부모가 노인 인구가 되었을 때 완전히 가족들이 부모를 전적으로 부양을 한다, 라는 그런 전제조건이 앞으로 30년, 40년 후에도 그대로 지속이 된다, 라고 하면 제가 자식이 없다면 그런 혜택을 못 받게 되는 건데, 제가 예상해 보건대 앞으로 3~40년 후는 가족관계가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 같은 부모 자식 사이간의 관계로 펼쳐질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말씀하신 그런 문제가 비단 저만의 문제 뿐 만 아니라 굉장히 우리 모두의 공통적인 문제일 거다, 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기 때문에 저도 좀 미래에 대한 그런 측면에서 두려움 분명히 있지만, 그건 저 개인의 두려움이기보다도 어찌 보면 우리 모두의 두려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좀 많이 하는 편이죠.

앵커:
자꾸 결례입니다마는, 그래도 아플 때, 저는 얘야 오거라, 하면 그래도 자식이 오겠죠? 근데 그럴 존재가 만약에 없다면 참 힘든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은 좀 들고요.

노명우:
그래서 저는 1인 가구일 경우 사회적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관계가 없으면 1인 가구는 굉장히 취약한 상황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1인 가구이고, 그런데 사회적 관계가 희박해서 고립되어 있다, 라고 하면 굉장한, 사실 적당한 시점에 치료를 받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일도 주변에서 그런 걸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위중한 상황으로 갈 수 있는 그런 위험성들이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1인 가구라고 하면 오히려 더 주목하고 더 집중해야 될 것은 자기의 사회적 관계를 매우 두텁게 하는 것들이 매우 중요하죠.

앵커:
어떤 커뮤니티 같은 걸 좀 형성을 하거나 그런 게 좀 필요하겠네요. 모여 사는 형태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노명우:
그렇죠. 그러니까 다양한 형태의 혈연을 넘어선 가족과 같은 관계를 창출해 내는 것이 매우 필요하죠.

앵커:
그런 부분 뒤에서 좀 더 여쭤보도록 할게요. 그리고 교수님 책도 읽어보고 제가 좀 그랬거든요. 열심히 읽어봤는데 흰 고독, 이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이게 흰 고독이라는 게 어떤 건가요?

노명우:
저는 사람이 살면서 생각해 봐야 될 문제 중에 하나가 세상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그런데 동시에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서 어떤 문제에 관해서 깊게 생각한다, 라든가 이런 거는 생각은 남이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아무리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아낀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을 대신해서 어떤 고민에 관해서 생각해 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것들이 예를 들면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싶고요. 흰 고독이라는 거는 저는 그런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보통 우리가 고독이라고 하면 외부로부터 고립되어 있거나 아니면 왕따를 당했거나 밀쳐짐을 당했거나 그런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물론 고독에는 그런 측면이 없다고도 할 수 없지만 저는 보다 긍정적인 의미의 고독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앵커:
어떤 적극적인 의미의 고독?

노명우:
그렇죠. 예를 들면 그런 걸 이름을 붙인다면 흰 고독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 흰 고독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그런 긍정적 의미의 고독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에요.

앵커:
그렇죠. 그것도 사실 부러운 부분이에요. 근데 여기서 흰, 이라고 하는 거는 교수님이 지칭을 하신 건가요? 아니면 학술적으로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건가요?

노명우:
많은 분들이 백색 소음 이야기 하듯이 보통 고독을 검은색에 비유를 하니까 어두침침하지 않은 고독, 환한 고독, 그런 뜻인 거죠.

앵커:
환한 고독, 그것도 괜찮네요. 그래서 제가 인상 깊었던 게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에 나쓰메 소세키가 있는데 자신의 문제는 정말 어느 장소나 어떤 사람이나 이런 게 해결해 주지 않는 거다, 라는 그런 이야기를 쓰셨더라고요. 그게 바로 흰 고독의 순간이었겠죠?

노명우:
그렇죠. 누구에게나 흰 고독의 순간이 그래서 필요한 거죠. 자기의 문제는 자기만이 알고 있으니까요.

앵커:
그러면 이럴 때 예를 들어 주시면 좋잖아요. 어떤 훌륭한 사람들이 이런 흰 고독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노명우:
우리가 알고 있는 굉장히 유명한 학자들 중에서 이런 흰 고독의 상황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분들이 많아요. 데카르트부터 해서 스피노자도 그랬고 니체도 그랬고 쇼펜하우어도 그랬고 흰 고독에 굉장히 충실했던 사람들이죠.

앵커:
그들의 결혼 형태와는 상관없이 흰 고독인가요?

노명우:
아예 결혼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많고요. 그리고 결혼 형태와 상관없이 몽테뉴 같은 경우에는 아예 본인이 흰 고독의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서 자기만의 성채를 만들어 놓고 그걸 치타델라라고 불렀는데요. 치타델라라는 성채를 만든 이유도 몽테뉴는 결혼했습니다만 그 이유가 자기만의 어떤 흰 고독의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서 일부러 상황을 연출하는 거죠.

앵커:
만든 거군요. 그거는 제가 몽테뉴한테 좀 배우고 싶은데 지금 살아 계시지 않아서 교수님께 좀 여쭤봐야겠고요. 3부는 여기까지 좀 하고 잠시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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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시작합니다. 지금 싱글남 사회학자로 유명한 아주대학교 노명우 교수 모시고 1인 가구의 시대, 이것의 사회학과 경제학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는데요. 지금 흰 고독 얘기까지 했죠? CM이 하도 많아가지고 이야기 흐름이 약간 끊겼는데, 그래서 굉장히 훌륭하신 분들은 자기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것은 흰 고독의 시간이었다, 라고 얘기를 하셨거든요? 교수님도 그래서 교수님 되신 건가요? 하하하.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제가... 그렇지 않을까요?

노명우:
아무래도 흰 고독에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이긴 했죠. 근데 더 중요한 거는 저는 이 흰 고독은 매우 중요하고 매우 필요한 상황인데 이것이 특정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앵커:
그러니까 아이를 키우는 엄마나 일에 쫓기는 아빠나 다 가질 수 있어야 된다, 그런데 쉽지가 않잖아요?

노명우:
쉽지가 않지만 사실 그런 조건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사실 개인들이 행복이라는 문제를 한 번 생각해보려고 하면 누구에게나 이런 흰 고독의 순간들이 보장되어야먄 행복해질 수 있는 거거든요.

앵커:
그 말씀에는 200% 동의합니다.

노명우:
엄마라고 흰 고독의 순간 꿈도 꾸지 말아라, 아빠라고 흰 고독의 순간 꿈도 꾸지 말아라, 라고 하면 너무 개인에 대한 폭력적인 요구일 수도 있잖아요.

앵커:
우리 전 세대 정도는 그런 폭력이 있었어요. 애 엄마가 무슨, 이런, 이라든지 아빠들은 과도하게 가장의 부담을 느끼고, 했던 그런 것들이 좀 있었죠. 그런데 모르겠어요. 독신이라는 게 자꾸 불완전한 형태로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인류에게 독신세라는 게 매겨진 때가 있었다고요?

노명우:
네, 그랬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한동안 인구의 절대적인 크기가 국력을 측정하는 데 매우 중요했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앵커:
지금도 사실은 그렇기도 하죠?

노명우:
그런 면도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약간 약해졌는데, 예를 들면 대규모 전쟁이 필요한 순간 군인의 숫자가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아직 생산력이 낮아서 어떤 산업화 과정 속에서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야만 하는 그런 상황들이 있었고요. 그게 특히나 독신세 관련된 문제가 무솔리니 때 그 때 독신세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되었던 게, 그러니까 사실 독신세에 관한 이야기는 국가의 국가주의적인 입장, 발상에서 도입된 경우들이 많죠.

앵커:
그렇군요. 교수님 마이크에 좀 더 가까이 오셔야지 말씀이 더 잘 들리실 것 같아요. 독신세에 대해서 얘기하시는 게 어떤 경제적인 부분과 국가주의적인 그런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는데 제가 그렇게 아까 잠깐 말씀드린 게 경제에서도 지금 자꾸 고령화가 되고, 태어나는 아이는 주니까 경제가능인구가 줄어드니까요. 이게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요. 그래서 우려가 되는 부분이 적지가 않은 거 같고요. 그리고 갑자기 좀 뛰어 나가는 감이 없지는 않은데요.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뭐랄까, 좀 보기에 안 좋아 보인다, 라고 할까요? 본인들도 의식을 하고 그런 게 많았는데, 얼마 전에 TV 프로그램에서 빅데이터로 싱글 라이프를 분석을 해 봤더니요. 혼자 사는 사람들이 그냥 혼자서 대충 먹거나 이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여서 같이 먹고, 그런 라이프를 보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그런가요?

노명우:
아마 사람에 따라서 좀 다르겠지만 아마 그런 현상들이 지금 통계상으로 감지되고 있는 이유는 아까 잠깐 말씀드렸던 그런 맥락,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더욱 더 사회적 관계를 두텁게 해야 할 필요성을 본인이 강력하게 느낀다, 라고 하는 그런 상황들이 그런 통계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들을 해 봐요. 주위에서도 보면 혼자 사시게 된 노인 분들 같은 경우, 특히 여성 노인 분들 같은 경우 사회생활에 굉장히 오히려 적극적으로 되시는 경우가 있거든요. 여러 가지 모임에 나가시고, 노인학교부터 비롯해서 굉장히 새로운 친구 만들고.

앵커:
종교 활동도 갑자기 하시고.

노명우:
그렇죠. 그런 게 아마 혼자 사시게 되면서 그럴수록, 또 그러하니까 더더욱 사회적 관계, 가족 이외의 사회적 관계가 필요하다, 라고 하는 그런 것들을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느끼시고, 그런 것들로 나타나는 것들과 생각해 보면 아마 그런 통계치도 그런 경향들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앵커:
그리고 지금 독거노인하고 1인 가구하고 딱 매치가 안 돼요. 독거노인도 사실은 1인 가구잖아요? 그것은 상당히 불쌍한 형태고, 경제력이 있는 1인 가구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화려한 싱글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거든요. 궁상맞은 것보다야 나을 텐데, 좀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노명우:
화려한 싱글은 사실은 통계적으로 보면 약간 근거가 없기도 해요. 화려한 싱글이라는 말이 사실이 되려고 하면 1인 가구의 평균소득이 더 높아야 되잖아요? 그런데 1인 가구의 평균소득이 절대 높지가 않습니다. 1인 가구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빈곤률입니다. 특히나 노인 1인 가구인 경우 가장 큰 문제가 노인빈곤률이 집중타가 되는 것이 노인 1인 가구이거든요.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그런 현상들을 보여주는 굉장히 의미 있는, 매우 무서운 시그널 중의 하나가 자살률의 추이에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거, 그리고 한국이 OECD 국가 중에 자살률이 높은 나라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문제되는 건 노인 자살률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얼마 전에도 몇 차례 들었던 것 같고요. 그걸 막아줄 만한 주변에 사람이나 장치가 없는 거죠.

노명우:
네, 현재로서는 그래요.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관습적으로 가족끼리 알아서 해라, 라는 건 가족 관계가 이미 변화했고 앞으로 더욱 더 급격하게 변화할 거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고려하면 이런 문제들을 가족관계에서 해결하라, 라는 문제가 아니라 정말 국가적인, 내지는 사회적인 구체적인 정책 이슈로 다룰 필요가 더욱 더 커지는 거죠.

앵커:
저도 지금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더 이상은 이게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놔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기초연금 20만원 나눠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할 수는 있겠는데, 그것보다 우리가 만약에 혼자 노인이 되었을 때 살아갈 수 있는 실버타운 같은 것들을 많이 짓든가, 염가에 분양을 해 주거나, 그런 식의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정책은 잘 안 보여요.

노명우:
그러니까 좀 정책이 지금 이런 인구 변동의 추이, 가족관계의 변화, 이런 것들은 2035년이면 사실은 저도 마찬가지고 이 방송 들으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살아 계실 아주 가까운 미래거든요. 그런데 그런 가까운 미래에 이렇게 엄청난 가족관계의 변화가 예상이 된다, 라고 하면 그걸 예를 들어서 2030년에 갑자기 대책을 만든다고 해결될 건 아니고, 사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인구의 추계의 변화, 가족관계의 변화, 그래서 국가 정책을 어떻게 바꿔야 하고, 어떤 패러다임을 가져야 하고, 이런 문제가 아주 장기적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는데 우리가 조금은 정책이 그런 면에서 너무 단기적인 정책 위주, 이런 한계들이 좀 있죠.

앵커:
선거가 있어서 그렇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아까 초반에도 실버타운 얘기도 했지만 독신 가구들도 그렇고 아니면 이제 더 이상 경제활동을 못 하는 부부만 있는 2인 가구의 형태도 그렇고요. 그것을 위한 정책도 좀 필요할 것 같고요. 그런데 스웨덴 같은 경우에 보면 그런 게 조금 되어있다고 얘기를 좀 들은 것 같아요. 스웨덴이 그리고 1인 가구가 굉장히 많은 나라죠?

노명우:
1인 가구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죠.

앵커: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인가요?

노명우:
제가 그 통계까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1인 가구 비중이 굉장히 높은 나라 중 하나고요. 그리고 또 재밌는 추이는 이른바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들은 대부분 1인 가구 비중이 높습니다. 그러면 왜 선진국일수록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는가, 도 굉장히 중요한 시그널이거든요. 그거는 그만큼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으면 사람들이 여러 가지 억울한 상황, 내지는 좋지 않은 상황에 있으면서도 가족의 테두리 안에 억지로 있을 필요가 없다, 라는 이야기가 되는 거에요. 그 얘기는 달리 말씀드리면 어떤 경우냐고 하면, 가족은 항상 어떤 경우에든 모든 가족이 개인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장치는 아니거든요. 어떤 경우에는 가족이라는 게 개인을 굉장히 억압하는 무시무시한 장치가 될 수도 있어요.

앵커:
많은 분들이 동의하시는 상황이 막 떠올라요.

노명우:
예를 들면 매 맞는 아내의 상황이죠. 매 맞는 아이들, 또 가족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가족 내 근친 성폭력 같은 경우 문제요.

앵커:
가족을 스스로 해체하기란 또 쉽지가 않잖아요.

노명우:
그걸 해체 못하는 이유, 그런 가족 내 피해자이면서도 가족을 해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경제력 문제 때문에 그런 건데요. 그러니까 사회보장제도가 그런 경우에는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일종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매 맞고 있는 아내, 근데 경제력이 없어서 그 상황을 탈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신이 경제력이 없으니까 계속 매 맞고 가족 아래 있어라, 라고 이야기한다면 매우 사회가 무책임한 얘기죠.

앵커:
어쩌면 대책을 안 내 놓고 있는 것이 그런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죠.

노명우:
그렇죠. 그러니까 선진국이라는 걸 우리가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다, 라는 것과 연결시켜 생각해 본다, 라고 하면 선진국에서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는 것들이 바로 그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은 그런 사회보장제도에 의해서 가족 내에서 만약에 본인이 가족의 피해자라고 한다면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도 있는 자유를 개인에게 주는 거죠.

앵커:
그렇죠. 그런 것들이 좀 마련되었으면 좋겠는데, 아까 우리가 스웨덴 얘기를 해야지 되는데 스웨덴을 살짝 빼먹고 정책 얘기를 했어요.

노명우:
스웨덴의 상황이 저는 그런 경우라고 보는데요. 스웨덴은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면서 보통 중요한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그럽니다. 그거는 가족 단위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단위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한다, 라는 거죠. 그러니까 굳이 본인이 만약 필요하다면 가족의 형태를 유지해도 되지만, 본인이 필요하지 않는데, 내지는 가족의 형태 안에서 본인이 억압을 느끼거나 문제점을 느낀다, 라고 하면 충분히 그 개인은 가족의 형태 안에 있지 않아도 자기가 세상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형태들, 그리고 또 하나 스웨덴 사례에서 재밌는 거는 스웨덴은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사회가 가족이 되어주면 된다, 라는 생각인 거죠.

앵커:
굉장히 이상적이기는 한데요?

노명우:
그렇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하고는 굉장히 다른 패러다임이죠.

앵커:
우리는 진짜 피로 묶여야 되잖아요?

노명우:
그러니까 스웨덴 발상은 그런 것 같아요. 왜 혈연관계로만 묶여있는 가족이 가족의 모든 문제를 책임져야 하느냐? 사회가 가족처럼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호해 준다, 라면 그게 얼마나 좋겠는가, 라는.

앵커:
그럼 이게 어떤 정부의 슬로건이나 캠페인 같이 진행이 된 것도 있었나요?

노명우:
제가 알기로는 60년대에 사회보장제도 정책의 방향을 설정을 하면서 그 때 나왔던 의미 중의 하나가 사회가, 내지는 국가가 모든 사람들에게 가족이 되어주자.

앵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얘기일 수도 있는데 독신 가구가 스웨덴에 많아서 그런 발상이 나온 건지 아니면 이런 발상이 있기 때문에 1인 가구가 많은 건지 또 궁금해지는데요?

노명우:
논리적으로 추론해보면 서로 상승 작용을 아마 불러 일으켰을 것 같고, 그러니까 저희도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1인 가구가 이미 전체 가구 중에서 4분의 1 상황이 되었고, 아까 말씀 드렸던 대로 굉장히 가까운 미래인 2035년에 오게 되면 그 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에 우리도 뭔가 패러다임을 달리 생각해 볼 필요성들이 있는 거죠.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앵커:
교수님도 그런 보고서랑 주장을 많이 해 주시고요. 저도 방송이나 기사를 통해서 이런 얘기를 많이 해야 정책적으로 좀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요? 실제로 이게 정말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닥칠 어떤 그런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제가 스웨덴이 독신 왕국이다, 해서 찾아봤더니 사실 노벨도 스웨덴 출신 아닌가요? 그 분도 독신이었던 것 같고, 제가 아이 책에서 여왕, 공주, 이런 걸 봤더니 크리스티나 여왕이 스웨덴 사람인데 끝까지 혼자 살았던 그런 분이더라고요. 역사적으로 이런 분들이 좀 있었던 것 같고, 그리고 아까 잠깐 얘기를 나눴습니다마는 1인 가구를 너무 화려하게 포장해서 있지도 않은 대상에게 기업들이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거부감도 있거든요. 왜 그들이 어디 있는데? 그들은 다 돈 많아? 이런 생각이 들고요. 그렇지 않은가요?

노명우:
1인 가구에 대한 외부의 선입견, 이런 게 있잖아요. 불쌍한 사람으로 보는 것들, 뭔가 결격 사유가 있지 않을까, 그런 시선이 있다 보니까 특히 젊은 1인 가구인 경우에는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라는 걸 과하게 보여주려다가 보니까 사실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종의 과소비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고요. 그리고 또 기업은 마케팅적 측면에 있어서 당신은 당당합니다, 당신은 현대 여성입니다, 당신은 차가운 도시 남자, 그런데 차도남이나 화려한 싱글은 최소한 이런 것들을 갖고 있어야 하지요, 라는 식의 메시지를 늘 던져 주고요. 그게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키면서 개인도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자신이 화려한 싱글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과도의 지출, 물론 본인이 필요해서 하는 지출이라면 모르겠으나 남들의 그런 시선을 의식해서 과도하게 지출을 하는 거라고 하면 좀 냉정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겠죠.

앵커:
소비라는 것을 조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상당히 많잖아요. 그래서 남자 화장품도 굉장히 많더라고요. 혼자 사시는 분들 뿐 만이 아니라 이거는 그럴 거고, 항상 이렇게 기업이 만들어 내는, 소비자의 이미지에 우리가 자꾸 끼워 맞추려고 하는, 스스로.

노명우:
그러기 때문에 더더욱 현대인들한테는 흰 고독의 순간이 더 필요한 걸지도 몰라요. 외부에서 적어도 이런 거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요구사항이 광고를 통해서 너무 많거든요. 그러면 자기가 흰 고독의 순간에서 정말 이게 나한테 필요한가, 그걸 자기가 결정 내려야 하는 상황이 필요하죠.

앵커:
진짜 그렇네요. 흰 고독의 순간을 가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해 보는 게 필요하지, 나를 과시하기 위해서 외제차를 산다거나, 이런 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흰 고독의 시간에는 교수님은 주로 뭐 하시나요?

노명우:
뭐, 뻔한 짓 합니다. 주로 책을 보죠. 하하하.

앵커:
그렇군요. 어떤 책들 좋아하세요?

노명우:
사회과학 책을 아무래도 전공 관련된 책들을 가장 많이 보고요.

앵커:
그건 공부죠. 하하.

노명우:
아뇨, 그렇지만 TV도 열심히 봅니다. 특히 리얼리티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 열심히 보는, 그걸 통해서 세상 사람들이 보통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많이 보고요.

앵커:
유희의 인간은 아니시군요. 공부적 인간이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제가 아까 살짝 여쭤봤는데 혹시 고양이나 강아지 키우시는지?

노명우:
아니요. 전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습니다.

앵커:
왜요?

노명우:
애완동물을 키우는 거는 대단한 책임감을 요구를 하는 행위거든요. 애완동물은 생명체고 인형이 아니니까요. 제가 귀엽고 예쁘다고 그냥 제가 필요한 순간에만 갖고 놀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인데 제가 어떤 때는 바쁜 날은 새벽에 나가서 밤 12시 넘어서 들어올 때도 있거든요. 한 생명체를 제가 집에 두고 그냥 나가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저는 애완동물은 가급적이면 여러 명이 사는 가족 환경 속에서 기르는 게 오히려 더 적당하다, 라는 생각이고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정말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라고 하면 본인이 애완동물을 책임질 수 있다, 라고 하는 자신, 의지가 있지 않고서는 그냥 예뻐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 내지는 자기의 심심한 순간, 고독한 순간을 달래기 위해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건 어떤 면에서는 약간 무책임한 행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들을 하고 저는 그걸 책임질 수가 없기 때문에 애완동물을 기르는 걸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습니다.

앵커:
아, 그러시군요. 1인 가구라면 왠지 반려동물이 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것도 일종의 선입견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노명우:
요즘 보면 노인 부부들이 애완동물 기르는 경우도 공원에서 굉장히 많이 봤어요.

앵커:
선진국에서 보던 풍경인데요?

노명우:
제가 일산에 살고 있거든요. 호수공원에 산책을 가보면 의외로 요즘에 많이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마 자녀들을 결혼하고 나서 부부들만 사시는 분들이 정말 또 다른 아기를 기르듯이 애완동물과 산책하는 모습들 되게 자주 보거든요.

앵커:
그렇군요. 그것도 제가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였던 것 같고요. 그리고 사실 땅콩집 같은 경우도 있고 이렇게 나눠서 사는 셰어하우스, 이런 것들의 이야기도 요즘 가끔씩 나오잖아요. 실제로 그렇게 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런 형태도 참 괜찮은 1인 가구들의 사는 법이 아닐까 싶은데.

노명우:
네, 저는 매우 긍정적인 대안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유학하는 동안에 기숙사가 바로 이런 주거 공동체 형태로 되었던 기숙사에 살아봤던 경험도 있고요. 그리고 한국에서도 최근에 그런 셰어하우스, 공동체적인, 공동 주거에 관한 여러 가지 모델들이 실험이 시작이 되었고 저는 1인 가구가 가지고 있는 약한 점들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적극적인 활로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죠.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사회보장적인 정책적 측면이 있을 거고 이거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명우:
그렇죠. 그러니까 서울 같은 경우도 예를 들어서 도심 재생사업을 하면서도 1인 가구들의 주거 공동체들의 형태들로 하는 것, 내지는 지금 무조건적인 재개발 형태들이 아니라 지금 가구 수, 한 가구에 속한 사람들의 숫자는 자꾸 줄어가고 있기 때문에 주택 정책에 사실 바뀌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죠. 특히나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라는 것들을 감안하면 주택 정책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도심 재생사업과 고나련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다, 라고 하면 1인 가구들의 주거 공동체 모델들을 도심 재생 사업에 같이 끌어안는 것들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앵커:
그런 걸 할 수 있는 주체는 아마 지자체, 그리고 관련 부처, 그리고 관련 시민단체, 이렇게 모이면 좀 얘기가 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노명우:
그렇죠. 모여서 머리를 맞대 보면 좋은 해결책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개인적으로 저도 이 부분에 상당히 관심이 많거든요. 결국은 공동체 쪽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 굉장히 파편화된 개인들이 힘들게 살아가잖아요. 1인 가구도 늘어나고, 그래서 이런 공동체적인 것으로 행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이상적인 생각을 좀 하고 있는 편이거든요.

노명우:
이상적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꼭 우리가 이뤄야 할 현실이기도 해요. 제가 1인 가구 얘기 때문에 더욱더 저는 역설적으로 인간이 공동체를 구성한다, 라는 것이 얼마나 더 중요한가, 라는 문제를 더 역설적으로 더 강하게 느끼고 있거든요.

앵커:
네, 그렇군요. 그 부분이 상당히 좀 중요한 것 같고요. 독신으로 계속 사실 건지 여쭤 봐도 될까요? 마지막까지 제가 결례를 범하는데, 열어 놓고 계신 거죠?

노명우:
정답은 사람의 인생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가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역시 또 우문에 현답을 주신 것 같고요. 저희 금요기획은 마무리가 항상 어떤 명제를 내리고 끝나요. 중앙은행은 뭐다, 이런 식의 그런 건데, 1인 가구는 뭐다, 라고 딱 정의를 내려주시면 좋겠어요.

노명우:
1인 가구는 우리 모두의 미래다.

앵커:
우리 모두의 미래다. 우리가 결국은 중심적으로 좀 생각을 해 봐야 되고 대안을 모색해봐야지 될 어떤 객체네요?

노명우:
네,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어느 누구나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길든 짧든 한 번쯤은 경험할 수도 있는 생활의 조건이다, 라는 의미에서요.

앵커:
알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오늘 말슴 정말 재밌게 잘 들었고요.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노명우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명우: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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